The strongest He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5
◈ 천마탐지기
헬기에서 내려 슥, 훑어봤다.
잘 다져 놓은 땅과 예쁘게 다듬은 관목들.
넓은 건 아니나 제법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가옥이었다.
“급하게 구했습니다.”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나, 지낼 만은 하구나.”
“이 정도면 고급 별장이구만.”
“해도야 살짝 물거라.”
“크릉!”
“오, 오지 마!”
참 고집스러운 아이 아닌가.
발랄하게 뛰어노는 해도와 까만 놈을 뒤로 한 채 가옥 안으로 들어갔다.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에 화려한 장신구가 여럿이었다.
“내장이 지나치군. 황가의 인물이 살던 집인가?”
“아, 그건 아니고 연예인이 살던 별장입니다.”
“연예인? 그건 또 뭐지?”
“티비에 나오는 사람들 말입니다. 연기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모르십니까?”
어렴풋이 기억이 떠오르긴 한다.
화려한 복색으로 철제 상자에 투영되는 사람들.
“그 티비라는 건 여기에도 있나?”
“네. 거실에 대형 티비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래. 어디 한 번 보자꾸나.”
앞장선 흰 놈을 따라가니 커다란 철제 상자가 있었다.
족히 사람 두엇은 눕고도 남을 크기였다.
“이게 티비입니다. 리모컨을 작동하면 이렇게……”
“오. 신기하구나. 생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 이렇게나 생생하다니. 다른 신기한 것들을 보지 못했다면 환술이라 여겼겠어.”
“환술?”
“조잡한 기술이다. 눈속임에 불과하지. 그에 비하면 이 티비라는 물건은 대단하구나.”
뒤를 돌아가 봐도 다른 사람은 없다.
납작한 철제 상자에 정말로 사람이 투영되는 것이다.
원리는 모르겠으나 무공과는 궤를 달리하는 또 다른 경지임은 알 수 있었다.
천년의 시간은 세상을 완전히 변화시켰다.
“겨룰 자 없는 것은 아쉬우나, 무료함은 더는구나.”
“특별히 보고 싶은 채널이라도 있어요? 제가 틀어드릴게요.”
“채널?”
“아. 이 화면 말고 다른 화면도 많거든요.”
붉은 계집이 옆에 와서 수발을 들었다.
네모난 리모컨이란 물건을 툭툭 두드리니 티비 속 화면이 계속해서 바뀌어 갔다.
이번에 나온 건 화려한 복색의 여자들이었다.
“저들은 기녀인가?”
“네? 아, 아니에요. 저 사람들은 아이돌 가수에요.”
“가기와 다른 건가? 청루의 계집들 같은데.”
“다, 달라요! 완전 달라요! 저분들은 노래하고 춤추는 걸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에요.”
“청루의 계집들도 재주를 팔아서 먹고 산다.”
옛적에는 청루의 계집들과 어울리곤 했다.
고리타분한 정파 놈들과 다르게 편견이 없었으니까.
심심파적으로 무공 몇 개를 던져 주면 좋다고 분내를 풍겨댔다.
후에 무슨 문파를 만들었다고는 하는데,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흠. 그러고 보니 어딘가 조금 닮은 것도 같구나.”
“뭐가 닮아요?”
“저 계집 말이다. 내가 가르쳐준 운보(雲步)의 묘리를 지키고 있어. 어설프긴 하지만.”
“저분은……이지아 씨네요. 가장 잘 나가는 솔로 여가수인데.”
“그 계집들의 맥이 아직도 이어지는 건가?”
요동 인근에서 만났던 아이도 있으니 무리는 아니다.
무료함에 천년을 건넜다고는 하지만 인연이 어디 가벼울까.
흔적을 더듬어 보는 건 즐거운 일이었다.
근데, 그건 그렇다 치고……
“대체 언제까지 지켜보고 있을 셈이냐?”
“네? 뭐가요?”
“관부 놈들이 응당 그렇다 싶어 그냥 두었지만, 이 정도면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더냐?”
어리둥절한 얼굴을 보니 붉은 계집은 모른다.
그렇다면 흰 놈이나 까만 놈인가?
“급히 움직인 터라 사람을 두진 않았습니다. 누가 있다는 말입니까?”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둘도 아니다.
그럼 본래 이 저택에 숨겨놓은 눈이라는 건가.
시선만 있고 기척은 없는 터라 특별한 재주라 여겼는데, 어쩌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나와라.”
손으로 시선이 닿는 공간을 잡아서 뜯어냈다.
천마수의 재주로 반경 십수 장 정도는 우습게 장악 할 수 있다.
“……몰래카메라?”
“세상에. 무슨 몰래카메라가 이렇게나?”
수십 개의 금속 조각들이었다.
벽, 창틈, 시계 뒤.
온갖 곳에 숨겨져 있었다.
“너희가 숨겨 둔 것이 아니라 했더냐?”
“네, 네! 절대 아니에요. 집 얘기에 바로 수소문해서 이동한 거잖아요. 그럴 시간이 없죠.”
“그럼 이 물건들은 집주인을 노렸다는 얘기로구나. 암기인 것이냐?”
“암기라기보다는 일종의 촬영 장비예요. 몰래 숨겨서 사람을 관찰할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시선이 느껴졌다는 건가.”
과거라면 첩자가 했을 일.
어느 쪽이든 달갑지 않다.
몰래 숨어서 지켜보거나 암습을 노리는 자들은 썩 좋아하지 않으니까.
“어디 그 낯짝이나 한번 보자꾸나.”
“……네? 누구를요?”
“이 기물의 주인 말이다. 숨어서 남을 훔쳐보는 자의 면이 어떤지 궁금하구나.”
“저기, 그……몰래카메라는 추적이 쉽지 않아요. 일단 제품 정보부터 파악해서 구매자를 추적하는 거로 하죠.”
붉은 계집이 곤란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숨겨둔 기물이니 주인을 찾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아마도 보통의 경우라면 그렇겠지.
“환환기공(幻幻氣功)이라는 하찮은 기술이다.”
지금도 날 보고 있는 누군가를 향해서 기공을 사용했다.
환환기공은 환밀교의 비전 중 하나.
눈동자에 새겨지는 수많은 기의 흐름을 통해서 상대를 현혹 할 수 있는 기법이다.
평소 이런 환술류를 달가워하지는 않으나 무료함에 몇 가지 익혀 둔 적이 있다.
“호오. 저항을 해?”
환술에 대한 저항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저택 벽면들이 일제히 뒤집히며 온갖 총기류가 튀어나왔다.
개중 몇 가지는 사람 몸통만 한 것도 있었다.
“기관이로구나. 환술에 당하기 전에 누른 건가.”
“이, 이게 무슨 일입니까?”
“집주인이 제법 재미있는 자인 것 같다.”
굳이 손을 뻗지는 않았다.
까만 놈과 흰 놈이 알아서 기관을 해체했다.
아이처럼 당해서 그렇지 재주가 없는 놈들은 아니었다.
“한 대령. 설마 나도 모르게 손을 쓴 건가?”
“그건 절대 아니네. 급한 마음에 외곽에 집을 수배한 것 아닌가. 설마하니 이런 괴상한 기관이 숨겨져 있을 줄은……”
“대체 누구 집을 빌린 거냐?”
“그냥 연예인이라고만 들었네. 쓰지 않는 집이라 당분간 사용하기 편할 거라고 전달받았지.”
두 놈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투닥거렸다.
딱히 연기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즉, 저 둘의 위에 있는 누군가가 고의로 사실을 숨기고 장소를 제시했다는 의미.
“은밀기관이로군.”
황궁 내 동창이 있다면 서창 역시 존재한다.
군부에 대외기관 말고 숨겨진 조직이 존재하는 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다.
아마 이 집의 주인도 그러할 터.
“손님이 찾아오겠구나.”
벌집을 건드린 벌들마냥.
속속들이 기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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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백발이 성성한 노파가 검붉은 피를 토해냈다.
팔걸이를 손으로 쥔 채 견뎌보려 하지만 쉽지 않았다.
몸이 연신 떨리고 피가 쏟아졌다.
“마마!”
“오지 마! 이건 지독한 기술이다. 자칫 잘못하면 너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어린 제자가 부축하려는 걸 손으로 뿌리쳤다.
견디고 있다지만 오래 끌 자신이 없었다.
지독한 힘이 자신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음이 느껴졌다.
“당장 지아에게 연락해라. 기관을 지키는 아이들만으로는 역부족이야.”
“지, 지아에게 말인가요?”
“윗선에서 직접 내린 지령이다. 잡아두지 못하면 우리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 지아에게 어떻게 해서든 그자를 잡아두라고 해라.”
어린 제자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빠져나갔다.
곁에서 수발드는 아이에 불과하지만 이 정도는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노파가 이를 악물며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무섭구나, 무서워. 대체 이 힘의 주인이 누구기에 거리를 불식하고 이런 위력을 발휘한단 말인가.”
노파 발치에는 비슷한 복장의 여자들이 다수 쓰러져 있었다.
화면을 감시하고 일을 진행하는 핵심 요원들.
어린 제자와 다르게 안에서 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던 이들이었다.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야.”
노파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흔들었다.
다급함에 내린 명령이지만 믿음이 없었다.
뒤를 맡긴 지아는, 아직 너무 부족한 제자였다.
“어떻게 해서든 내가 가야 해.”
마지막 힘을 쥐어짜 품에서 알약 하나를 꺼내 들었다.
입안에 털어놓고 으깨자 순식간에 잠에 빠졌다.
선택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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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아는 다급히 촬영장을 벗어났다.
무슨 일이냐고 붙잡는 감독의 손마저 뿌리쳤다.
거액의 계약금이 달린 CF였지만 그건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은 자신의 뿌리가 위협을 받고 있었다.
“마마께 연락은 안 되는 거냐?”
“마지막 지시를 끝으로 모든 연락이 두절 되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야? 갑자기 왜 우리 쪽 비선을 움직이는 건데? 안가를 통보도 없이 가져가는 무슨 경우고!?”
매니저, 청아에게 불같이 쏘아붙였다.
대외적으로는 잘 나가는 아이돌 스타이자 배우인 이지아지만 실제로는 청월루의 루주였다.
정부와는 계약관계로 지금껏 좋은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번 상황은 그녀로서도 당황스러웠다.
“저도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한 건 아닙니다. 다만, 정부 쪽 비선들도 당황하는 눈치입니다. 안가를 급하게 빌린 것도 가장 윗선의 지시라고 하더군요.”
“가장 윗선? 설마 윤무락 대장이 직접 지시했다는 거냐?”
“네. 이미 한서휘 대령이 움직였다는 보고입니다.”
“한 대령이? 무슨 재해급 괴이라도 나타난 거냐?”
“모르겠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너무 많은 터라……”
“쯧.”
이지아가 입술을 잘근 씹었다.
청월루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정보.
그 부분에서 누락이 있다는 건 단순한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었다.
“루주 이름으로 비상 연락을 돌려라. 안가 부근에 배치된 애들보고 경거망동하지 말라고 해. 만약의 경우 정부측에 덤터기 씌우면 되니까.”
“하지만 그 안에는……”
“보물은 다시 모으면 그만이야. 상황도 모른 채 덤비면 죽도 밥도 안 돼. 물러나 명령을 기다리라고 전해라. 아, 그리고 청아. 넌, 화(華)급 애들을 전부 불러모아.”
“화급을 전부 말인가요? 방송 뛰고 계신 분들도 많을 텐데.”
“이 마당에 무슨 방송이야? 당장 튀어오라고 해.”
“네, 네!”
명령을 내리고 돌아서던 이지아가 멈칫했다.
청아 쪽을 다시 보며 은근한 말투로 물었다.
“혹시 그 방송이라는 거. 트로트 경연대회냐?”
“네. 이번에 8강 통과하신 분들이 섞여 있거든요.”
“……걔들은 빼고 모이라고 해.”
“네!”
곧 죽어도 이건 안 되겠다.
“현장으로 이동한다.”
커다란 연예인 벤에 몸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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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놈과 흰 놈.
그리고 붉은 계집까지 아주 난리가 났다.
사방으로 전화를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리는 통에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한소리 해줄까 하다가 귀찮아서 해도를 배고 그냥 누웠다.
“해도야. 널 밖에 풀면 몇이나 잡아먹을 수 있을까?”
“크릉!”
“하하. 전부도 가능하다고? 그래, 네가 역시 색색들이 모자란 것들보다 낫구나.”
기세를 높이며 접근하던 기척들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전부 멈췄다.
환술에 저항하던 자가 쓰러졌으니 주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중하지만 지루했다.
“빨간 계집아. 네가 한 번 싸워 보겠느냐?”
“저, 저요?”
“그래. 이대로 기다리자니 무료하구나. 네 허접하기 짝이 없는 뇌기를 다듬어 볼 겸 해서.”
“하지만 저 사람들이 누군지 저는 모르는데요?”
“그러니 좋지 않은가. 어차피 소속을 모르니 한 놈 죽어도 잡아떼기 편하지.”
“그, 그게 무슨 험악한 말이에요!?”
“험악하지 않으면 나아감도 없지. 뇌기를 단련하고 싶지 않은 것이냐?”
은근하게 바라보자 빨간 계집이 망설였다.
소속도 있고 나름의 체계도 존재하겠지만 그보다는 상승에 대한 욕구가 더 클 것이다.
하늘로 쏟아낸 천마뢰를 보던 눈동자를 기억한다.
그런 눈빛의 사람은 이런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지.
“……싸우면 강해질 수 있어요?”
“윤 서나 양!”
“죄송해요, 한 대령님. 하지만 상황만 보자면 저쪽이 우리를 노리는 거잖아요. 난 방어하는 거라고요.”
“그런 변명이……”
“통할 거에요. 아니, 씨. 통하든 말든 모르겠어요.”
빨간 계집이 소매를 걷으며 일어났다.
상기된 볼과 반짝이는 눈동자를 한 채.
그래, 그래야 무인이지.
우리가 언제 남들 눈치 보고 싸웠던가?
“뇌기란 거침없는 것. 이제야 그럴싸하구나.”
쾅. 문짝을 날려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