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02)
“자, 빨리 움직입시다. 더 갈 데 많으니까.”
갑자기 사무실에 난입한 그들은 대표에게 영장을 내밀고서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사무실에 있는 모든 물건을 상자에 집어넣었다.
“잠시만요, 누구 맘대로 압수 수색을······ 저희는 법에 저촉될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거야 찾아서 만들면 그만입니다. 게다가, 그렇게 떳떳하게 운영하신 건 아니던데?”
영장을 내밀었던 남자는 이미 다 조사했다고 말하며 대표를 비웃었다. 이어서 들리는 말에는 대표도 사색이 되어서 굳을 수밖에 없었다.
“주성을 건드리고도 조용히 넘어갈 줄 알았습니까?”
사실상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한진석 씨가 어디······ 아, 저기 있네.”
“저, 저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노력한 것밖에 없습니다!”
제 발 저린 한진석이 벌떡 일어나 항변했다. 알 권리, 대체 누구를 위한 알 권리인가. 그의 말을 듣고 있던 몇몇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거 전에도 들었던 말인데······ 이름이 뭐였지?”
“이다운이었던가? 그 사람 요즘 뭐 한대?”
“글쎄······ 다른 일 찾았겠지, 우리가 알 필요 있겠어?”
자신을 앞에 두고 대화하는 모습에 한진석은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오늘 이후 적어도 이 업계에 다신 발붙일 수 없다는 소리처럼 들렸다.
“한진석 씨, 국민이 알아달라고 했습니까?”
“저는 제 할 일을······.”
“국민이 제발 알려달라고 사정했어요? 허, 기자상도 받으셨네.”
한진석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유연서를 쫓아다닌 것도 공익의 목적이 아닌, 그냥 클릭 수와 광고 수익으로 돈 좀 벌기 위해서였으니까.
“우리 도련님 팔아먹고, 이득 많이 보셨나 봅니다?”
이거 그냥 둘 수 없겠는데? 뼈 있는 말에 한진석이 몸을 움찔 떨었다.
“저, 저는······.”
“됐고, 저희랑 같이 가 주셔야겠습니다.”
그들이 못 들어주겠다는 듯 몸을 옆으로 틀었다. 연예 점프 때도 주성의 직원들과 동행했던 강남 서 형사가 익숙한 듯 한진석의 팔을 잡았다.
“제가 왜······.”
“아직도 모르겠습니까? 장담하건대, 비싼 변호사를 써야 할 겁니다.”
물론 그 비싼 변호사도 주성의 법무팀을 감당하지는 못할 거다. 한진석이 그렇게 힘없이 밖으로 끌려 나가고, 남겨진 직원들은 멍하니 출입구를 바라봤다.
“우리 어떡해요?”
“어떡하긴······ 짐 싸야지.”
우린 망했어. 대표의 망연자실한 음성만 울렸다. 연예 점프라는 선례가 있으니 곱게 넘어가진 못할 것이다. 직원들은 한숨만 푹푹 쉬었다.
“뭐야?”
“에고 뉴스 무슨 일 있어?”
에고 뉴스는 언론사 사무실이 많이 입주한 빌딩에 있었다. 소란을 듣고 몰려든 사람 중 한 명이 용기 있게 나섰다.
“저······ 무슨 일입니까?”
그 말에 멈춰 선 주성의 책임자, 유 회장의 오랜 친우이자 전략 기획실 본부장 박상형이 좌중을 돌아보며 힘 있고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명백한 경고의 의미였다.
“회장님 특별 지시입니다.”
구경하던 사람들에게는 마치 ‘우리 애들 건들면 너네도 이렇게 될 거다. 잘 봐라’라는 의미로 들렸다.
에고 뉴스를 비롯한 다른 언론사도 주성의 습격을 받았다. 그날 쓰러지던 유연서에게 카메라를 들이밀던 언론사였다. 주성은 비난을 받고 빠르게 삭제된 기사의 언론사까지 찾아가서 보복했다.
사건을 수습하느라 정신없어서 내버려 둔 게 아니었다. 조용히 때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광고하듯 대낮에 벌어진 언론사 소동은 사흘이나 계속됐다.
***
기나긴 입원 생활이 끝나고 사복으로 갈아입은 유연서는 병실 문이 조용히 열리는 것에 몸을 돌렸다.
“아들.”
“왔어? 생각보다 늦게 왔네.”
유건민은 훌쩍거리면서 두 팔을 벌리고 종종걸음으로 아들에게 향했다. 유연서는 그 포옹을 받아주면서도 뒤에 서 있는 최유진에게 눈인사를 건넸다. 최유진은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들, 몸은 좀 어때?”
“멀쩡해.”
“다시 정밀 검사받아봐야 하는 거 아니야?”
“봐서.”
그러는 아빠는 괜찮냐고 일부러 묻지는 않았다. 먼저 얘기를 꺼낼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 유연서는 가족들과 함께 퇴원했다. 그들 뒤에 붙는 비서진과 경호 인력이 병원 복도를 꽉 메울 정도였다.
‘기자들이 별로 없네.’
하긴, 그 소동이 났는데 카메라를 들이밀면 기자 생활 종 치는 것과 마찬가지다. 유 회장 주도로 이루어진 언론사 소동은 짤막하게 기사로 나왔다가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그것 때문에 누리꾼 반응이 더 불타올랐다. 유연서는 이런 반응도 아마 주성 쪽에서 의도한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유연서 쓰러진 사진 찍던 언론사 사라지는중이라는데?
└진석이 있던 에고뉴스 ‘연예점프’됨 엌ㅋㅋㅋ
└야 진짜 주성은 건드는 거 아니라니까ㅋㅋ
└무섭다ㄷㄷ
-근데 좀 무섭다.. 언론의 자유 어디
└저쪽에서 먼저 사생활 침해 오지게 했는데 뭐ㅋ 자업자득임
└└22
└솔직히 기레기들 참교육하는거 속시원함
직접적으로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한진석의 소설을 베껴 기사로 퍼 날랐던 언론사까지 철퇴를 맞았다. 주성과 관련된 모든 회사에서 광고를 빼 버린 것이다.
‘나는 진짜 괜찮은데.’
주성의 3세이자 이희서의 아들 그리고 연예인이자 대형 투자배급사의 이사. 유연서는 늘 논란과 관심의 중심에 있었다. 기자들이 떼로 몰려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쯤이야 놀라운 건 아니었다.
하긴 본인이 괜찮다고 해도 가족들은 다르겠지. 유연서는 가만히 제 부모님을 쳐다보았다.
“아들, 정말 우리 집 안 가도 되겠어?”
“형도 같이 사는데 뭐. 매니저도 있고, 임승현 씨도 있고.”
“그럼 여보 이참에 연서 어떻게 사는지 오랜만에 볼까?”
최유진이 중간에서 분위기를 띄웠다. 유연서는 어머니가 한없이 고마워졌다. 그들은 사건에 대해서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궁금하지 않을까?’
왜 아들들이 주성 H&C에 있었는지, 왜 그 사건을 파헤쳤는지 말이다. 할머니도 자세히는 말 안 한 거 같던데······.
“잘해놓고 사는구나.”
“어머, 냉장고에 뭐가 없네.”
유연서는 여느 부모처럼 집을 관찰하며 아들이 잘살고 있나 검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본 유연서는 소파에 앉았다.
“두 분 다 앉아 보실래요?”
사건의 도움을 받으려고 한 거지만, 박금주도 얼핏 알고 있는데 부모인 두 사람도 알아야 하지 않겠나. 다른 사람의 말이 아니라 내 입으로 직접.
“무슨 일이니?”
“제가 왜 그분의 자살을 의심했는지 알려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고개를 숙인 채 제 손가락만 쳐다보던 유연서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유건민과 최유진이 숨을 삼켰다. 어떻게 안 궁금하겠나. 사건의 진실은 알았어도, 그래서 왜 아들들이 먼저 박경석을 잡았느냐는 자세히 듣지 못했다.
박금주에게도 그 아이들에게 직접 들으라는 소리를 들었었다. 하지만 그들은 묻지 않았다. 얘기를 꺼냄으로써 아들이 또 상처받을까 봐 참은 것이다.
“아니, 안 얘기해도 된다.”
“그래 연서야. 힘들면 얘기 안 해도······.”
“힘들면 저도 얘기 안 꺼냈죠. 괜찮아요.”
자기가 말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고 덧붙이자, 말리던 유건민과 최유진은 입을 다물었다.
“사실, 몇 년 됐어요. 범인이 따로 있을 거라는 의심이요.”
유연서는 덤덤히 자신의 얘기를 꺼냈다. 7살 이후 잠시 친모에 대한 기억을 잃은 것, 그러다가 배우로 전향한 지 얼마 안 돼서 민성철에 대한 기억을 찾았다고. 그 뒤로 혼자 범인을 찾으려 하다가 형에게 털어놓았다고.
두 사람은 유연서가 이희서의 마지막 모습을 봤다고, 환청까지 들었다고 말했을 때는 경악해서 손으로 입을 막아야 했다.
“그 뒤로 여기까지 왔네.”
생략할 건 생략하고 사실만을 전달해도 꽤 긴 시간이 흘러 있었다. 최유진은 눈물을 글썽이더니 힘겹게 입을 뗐다.
“이젠 괜찮니?”
“안 괜찮았으면 말씀 안 드렸을걸요. 할머니 도움받기로 했어요. 상담도 꾸준히 다닐 거고.”
최유진은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안심되진 않았지만. 유연서는 고개를 돌려 제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나한테 얘기를 하지······.”
“지금도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내가 어떻게 말해.”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아버지가 돼서 이런 중요한 사실을 모를 수가 있어!”
유건민이 버럭 소리쳤다.
이렇게 보면 유 회장 핏줄이 맞는다니까. 유연서는 놀라지 않았다. 그가 화내는 대상은 아들이 아니라 여태까지 몰랐다는 자신에 대한 자책이었으니까.
“왜 그랬어······.”
“그냥, 나랑 형이 직접 잡고 싶었어. 걱정시키기도 싫었고.”
“······아들, 이리 와 봐.”
이렇게 화내봤자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유건민이 한숨을 쉬고 손을 까딱였다. 자리에서 일어선 유연서가 두 사람 앞에 허리를 숙였다. 두 사람이 동시에 그를 끌어안았다.
“앞으로 그런 일 있을 때는 우리한테 꼭 얘기해라.”
“그래. 부모는 이럴 때 쓰는 거야.”
인터넷에서 신나게 떠드는 사람들도 그렇고, 임승현이나 이태겸도 그렇고. 날 깨지기 쉬운 유리잔 취급하는 게······ 두 사람은 부모니까 어쩔 수 없는 건가? 유연서는 아직도 애 취급하는 거에 어이가 없었지만, 착실히 입을 열었다.
“······진짜 괜찮아요.”
두 사람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아들의 목소리가 먹먹했으니까.
***
이대로 쉬는 게 맞는 걸까? 고민은 마음속에만 담아 두었다. 퇴원 후 유연서는 집에 콕 박힌 채 영혼 조정에 몰두했다.
‘아, 진짜 적응 안 되네.’
베타는 갑자기 위쪽과 교신해야 할 일이 있다며 사라졌다. 무슨 폭탄을 들고 올지 몰라서 부지런히 영혼 조정을 한 건데······ 진짜 아프다. 동기화 다 받았으면 끝난 거 아냐? 왜 또 이러는데?
그렇게 두문불출하던 어느 날 박금주가 소개해 준 상담의, 윤호영이 그의 집에 방문했다.
“안녕하세요. 연서 씨.”
“안녕하세요. 우리 구면이죠? 그때 비행기에서······.”
“네, 잘 지내셨나요?”
비행기에서도 그렇고, 이렇게 붙여줄 정도면 제법 실력 좋은 사람인가? 알고 보니 할머니의 치료를 성공적으로 마쳤던 황 박사의 제자라고 한다.
짤막하게 악수하고 자리에 앉은 유연서는 피식 웃으며 얘기했다.
“그때 해주신 말씀이 많은 도움 됐습니다.”
민성철이 가진 환상을 자극해 결정적인 증거를 얻었으니까.
“······그러라고 말씀드린 건 아니었지만요.”
뭐를 의미하는지 눈치챈 윤호영이 제 안경을 추켜올리며 곤란한 듯 웃었다. 하지 말라고 얘기한 건데 아무래도 다른 방식으로 쓴 것 같다.
“그럼, 상담은 어떻게 하나요?”
“하고 싶은 말 하세요.”
“······네?”
그는 들어주는 사람이다. 앞으로 이렇게 해보는 건 어떻냐고 넌지시 조언은 주되, 깊게 참견하지 않았다. 유연서가 작품 핑계를 대며 스토커에 관한 말을 했을 때도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내담자의 비밀은 소중하니까.
“저는 절대 내담자의 정보를 발설하지 않습니다. 박 관장님 뵙기 무섭거든요.”
“하하, 그러시겠죠.”
어린 그에게 반사회성 인격 장애로 추측된다고 진단했던 그 돌팔이도 주성의 철퇴를 맞았다. 사실 유연서가 임승현에게 직접 조지라고 시킨 일이었다.
“사건에 관한 얘기를 하셔도 좋고, 속에 숨겨둔 얘기를 하셔도 좋습니다. 얼굴 보니 요새 고민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데······.”
이 사람, 의사가 아니라 초능력자 아닐까? 알고 보니 나랑 같이 미래에서 왔나? 유연서는 소파에 뒤통수를 대고 천장을 쳐다보았다.
“음, 글쎄요······.”
그는 형이 병실을 다녀가고부터 여러 생각에 잠겨 있었다. 과연 이대로 일을 쉬는 게 맞는 일일까? 물론 쉬는 동안 영혼 조정을 마쳐야 하는 과제가 있긴 하지만, 이대로 숨죽여 있기에는 좀이 쑤셨다.
“그 사건이 밝혀진 뒤로 사람들의 시선이 좀, 짜증 나요.”
“익숙하지 않아서요?”
“그렇죠. 난 논란의 중심이 되고 싶은 거지, 동정의 중심이 되긴 싫거든.”
게다가 아직도 이희서와 관련된 사건이 사그라들고 있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안부 메시지도 점점 쌓여갔다. 이런 반응이 소강상태일 때 복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글쎄요, 꼭 나쁘게만 봐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런가요?”
“걱정의 형태가 다를 뿐이죠. 그만큼 연서 씨가 사랑받는 증거라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요?”
“뭐, 그럴 수도 있겠죠. 제가 사람의 호의를 그렇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성격이 아닌가 봐요.”
유연서는 어깨를 으쓱했다. 다소 건방진 모습이지만, 윤호영은 입가의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선생님이라면 어떻게 하겠어요?”
“글쎄요······ 저라면 상황을 즐기지 않을까요? 예전처럼요.”
“이 반응을요?”
“마침 모든 사람이 연서 씨에 관한 얘기를 해요. 차라리 심리적 불안을 인정하고 마음껏 걱정을 사겠어요. 이건 연예인으로서는 더 없는 기회 아닌가요?”
“그건 좀,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슬퍼하겠는데요. 저는 그런 기회 없어도 잘나가고 있고.”
윤호영이 하하 웃었다.
“저라면 그렇다는 겁니다. 저는 연서 씨가 아니니까요. 인기를 얻으려면 뭔들 못하겠어요.”
유연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범인도 잡았고, 이미 널리 알려졌다. 꼭꼭 숨겨둔 비밀도 이제 끝났다.
아마 그가 이슈 메이커라 불렸던 시절에는 이런 동정도 이용했을 것이다.
그래, 나 좀 불안해. 근데, 그게 뭐 어때서? 라고 말하며 당당하게 행동했을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그를 보며 저 새끼 또 저런다고 넘어갔을 테니까.
‘흠, 생각해보니 그러네.’
내가 동정여론 무섭다고 몸을 사리는 성격은 아니지.
그렇게 첫 상담을 마친 윤호영은 한 가지 과제를 줬다. 자신의 심리적 상태를 자유롭게 풀어 보라는 것이었다. 글이든 그림으로든 자유롭게.
한동안 빈 종이만 보던 유연서는 보지 않고 있었던 태블릿 패드를 오랜만에 켰다. 그리고 2018년 이 세계로 왔을 때 했던 것처럼 정보 수집을 했다.
-혈중연서당이 부족해ㅠ
-정신없는거 아는데 사진이라도 올려줬으면
-뭐가 됐든 차기작 소식 뜰때까지 존버한다
-오늘 열시 JSTV에서 이희서 필모 방영한다
-애드라 이거 봄? 하라비 탈덕한대
[남자 배우] 유연서 탈덕한다 +794└드디어 탈덕하는구나
└하라비 노관심임
└└별개로 글은 좀 공감되긴 함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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