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became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20)
아동과 청소년 대중문화예술인을 보호하자는 법이 뒤늦게 제정되긴 했으나 그래도 암암리에 펼쳐지는 열악한 환경을 다 막을 수는 없었다.
유연서가 참여하고 투자하는 작품은 단역 배우들의 취급도 좋다고 소문이 나서 배우들의 표정이 밝았다.
“야, 저기 왔어.”
“벌써?”
이태겸은 청소년 배우들이 오면 알려달라는 그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했다. 유연서는 보호자 혹은 매니저를 동반해 온 아이들, 그리고 혼자 쭈뼛거리며 서 있는 아이들을 바라봤다.
“아직 촬영까지 시간 있죠?”
“네. 앞 촬영이 늦게 끝나서 벌써 점심시간이네요.”
그 얘기를 듣자마자 유연서가 벌떡 일어나 청소년 배우들에게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헉.”
유연서가 다가오는 것을 설마 하며 지켜본 배우들 그리고 보호자들이 숨을 삼켰다. 그리고는 작게 탄성을 내질렀다.
“어머,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선배님!”
“너무 그렇게 딱딱하게 인사할 필요 없어요. 그리고 형이라고 불러. 나도 말 놓을게 괜찮지?”
“네.”
배우들이 신기함 반 그리고 의아함 반으로 유연서를 쳐다봤다.
“밥은 먹었어?”
“네?”
“가자. 애들 좀 데려가도 되죠?”
보호자들은 눈을 반짝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환경 좋기로 소문난 유연서 출연 작품 현장, 게다가 밥까지 먹인다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유연서는 맨 뒤에서 느릿하게 따라오는 한 배우를 알아봤다. 쟤가 내 아역으로 나올뻔한 배우구나. 눈이 마주치자마자 피하는 것을 보니 불만이 많아 보였다.
“네가 재민이?”
“네.”
“이번에 나온 드라마 잘 봤다. 수호 형 어린 시절로 나왔었지?”
“······그걸 보셨어요?”
“난 다 봐. 연기 잘하던데?”
윤재민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연기를 칭찬하자, 기분이 제법 풀렸다.
원래라면 강윤성의 어린 시절로 나와 단단히 눈도장을 찍을 수 있었다. 실제로 그의 매니저이자 어머니도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어머니도 유연서의 얼굴을 보자마자 사르르 녹았었지만.
“정말 먹고 싶은 거 다 시켜도 돼요?”
“어, 근데 조건이 있어.”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유연서에게로 향했다.
“나랑 밥 먹는 동안 나를 황진우로 부를 것. 그리고 다들 반말할 것.”
그들은 유연서가 무슨 의도를 가지고 밥을 사주려는 지 알게 됐다. 하지만 조금 의아했다. 어차피 그들이 동급생으로 나오는 장면은 정말 짧았다. 그 짧은 장면을 위해 주연 배우가 아역 배우들까지 챙겨주는 것은 처음 겪는 일이었다.
“요즘 학교는 어때?”
“어······ 그냥 똑같은데요.”
“반말해야지.”
“아!”
판을 깔아주긴 했지만, 막상 입에 쉽게 붙지는 않았다. 유연서는 어색한 분위기를 풀고자 이태겸과 했었던 게임에 관한 얘기를 시작했다.
“형도 그거 하세요?”
“반말.”
“아 맞다. 황진우, 너는 티어가 몇인데?”
“플래티넘인데.”
“에이, 뭐야. 별로 못 하네.”
“너 지금 플래티넘 무시해?”
유연서가 억울한 듯 말하자, 다들 웃음이 터졌다. 공통된 관심사는 친밀감을 빠르게 쌓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어려워하던 아이들도 저절로 유연서를 동급생 취급하며 그를 황진우로 불렀다.
“그래도 마스터는 가야지.”
“누가 마딱이 소리를 내었어?”
“오, 뭐야. 마딱이라고? 너 랭커 찍었나 보다?”
유연서는 작게 웃으며 아이들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지나가던 박 감독은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겼다.
“이게 그 사진이군요?”
“네. 누가 보면 그냥 그 나이대 애들 같죠?”
“당시 촬영에 참여했던 청소년 배우들 SNS에도 비슷한 글이 올라왔어요.”
진행자는 화면을 넘겼다. 윤재민의 모친이 쓴 글, 그리고 다른 청소년 배우의 SNS 글이 나왔다. 저런 건 언제 찾았대. 유연서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어쩌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장면이잖아요? 그 장면이 얼마나 나온다고요.”
“그렇죠.”
“그런데 그냥 지나치지 않고 완성도를 위해 직접 나서는 게 멋있다고 느꼈습니다.”
왜 이렇게 띄워주나. 역시 돈을 많이 대서 그런 건가. 유연서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게 띄워줘 봤자 이미 촬영은 끝났습니다.”
“아, 아깝네.”
박철동 감독이 아쉬운 듯 상체를 뒤로 젖혔다. 사실 이것도 많이 축약해서 말한 건데······.
“다른 일화는 없을까요?”
“저도 생각나는 게 있어요.”
이어서 류주하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유연서는 그 말에 맞장구를 쳐 주며 그날 촬영이 끝났을 때를 회상했다.
“형이랑 같이 연기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요?”
불만이 사라진 윤재민의 얼굴에서는 기대와 선망의 시선이 가득했다. 경력이 많은 아역 배우라서 여러 환경을 겪어왔었다. 하지만 유연서가 들어가는 촬영 현장은 다른 곳과 달랐다. 아역 배우가 아니라 그냥 배우로 존중해주는 모습이 좋았다.
“네가 잘하면 나중에 기회가 오겠지.”
유연서는 의욕이 가득한 윤재민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기대됐다.
***
“예진아!”
‘연좌제’의 스페셜 방송 녹화를 마친 김예진 작가는 곧바로 인근의 카페로 향했다. 그녀를 부른 건 지망생 시절 친하게 지냈던 그룹이었다.
“야, 나 너 아닌 줄 알았어.”
“돈 많이 벌었나 봐. 부럽다 야.”
친구들은 방송용으로 꾸민 김예진의 모습에 작게 감탄하며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아니야, 그냥 그쪽에서 다 준비해 줘서······.”
“그쪽? 유연서?”
김예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곳곳에서 탄성이 흘렀다.
“와······ 백화점 데려가서 메이크 오버 해 주는 거, 무슨 만화에서나 있을 법한 얘기 아니야?”
“맞아. 재벌 남주랑 가난한 캔디형 여주한테 일어날 법한.”
“작가님, 곧 저녁 식사 시간인데······ 그 후줄근한 옷부터 어떻게 하죠. 하면서 백화점 명품관을······.”
저들끼리 상황극을 하는 모습을 보며 김예진이 웃음을 터뜨렸다. 첫 방송 촬영이니 준비를 도와주겠다는 말에는 살짝 설렜지만, 일단 유연서가 직접 온 것도 아니고 비서진 중 한 사람이 와서 사무적으로 대한 게 다였다.
“돈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혹시 대략 얼마 정도 받았는지 물어봐도 돼?”
“유연서 제작이니까 많이 줬겠지, 뭘 그런 걸 물어.”
“야, 알려주지 마라 괜히 눈 높아진다.”
조금 곤란한 질문을 해도 주변에서 알아서 정리해 줬다. 김예진은 그저 웃으면서 말을 아꼈다. 그마저도 여유롭게 보여서 부러움의 시선을 샀다.
“아, 내 시놉도 저기 강남 사는 재벌 3세가 눈독 들여줬으면 좋겠다.”
“요즘 그쪽으로 시놉 많이 간다며?”
“말도 마. 기성 작가까지 몰렸다며.”
“우리가 눈에 띄는 일은 거의 없겠네.”
그전에는 자기가 출연하는 작품에만 신경 썼다면, 지금은 출연하지 않아도 마음에 드는 시놉을 골라서 제작에 참여했다.
업계 최고의 대우를 해주니 자연스레 고급 인력들이 유연서의 제작사로 향했고, 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그거 때문에 요즘 말 많잖아. 대기업이 시장을 망치고 있다고.”
“망친다니, 개선이지. 솔직히 그 전이 너무 후려쳤었어. 누가 최저도 안 되는 돈 받고 일해?”
“유연서가 나서서 그나마 이 정도까지 온 거지. 솔직히 이 정도 대기업 개입이면 난 환영이야.”
“근데 그 시놉 다 보기는 할까?”
이제 유연서에 관한 평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그전에도 신인의 희망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거의 신으로 불렸다. 오죽하면 유연서가 골랐다는 시놉의 주인공에게 간택 받았다는 얘기까지 할 정도였다.
“보는 거 같던데? 전에 보니까 촬영 중간에 쌓아놓고 보더라.”
“그걸 다 본다고? 직접?”
“응. 잘만 쓰면 괜찮지 않을까? 나도 당장 차기작 눈에 들려면 열심히 해야지.”
김예진은 마지막 회까지 대본을 다 쓰고 궁금해서 찾은 촬영 현장에서 유연서를 발견했다. 차윤호가 가져온 수많은 시놉을 촤라락 넘기면서 괜찮은 걸 분류하고 있었다. 대충 보는 것 같지만 다 정독하고 있다는 걸 김예진은 알고 있었다.
“안 그랬으면 내 작품도 영상화 안 됐을걸?”
“부럽다.”
유연서가 선택한 작품의 주인공은 많은 이의 부러움을 샀다.
“어? 이거 봐.”
그때, 핸드폰을 보던 한 사람이 제 화면을 보여줬다.
JSTV에 등장한 수수께끼의 티저의 정체는 ‘유연서 단독 예능’
JSENM 유연서 타이틀롤 예능 만든다···초호화 게스트 출연
······티저에서 나왔던 유창호 주성 그룹 명예 회장을 비롯해 주성의 로열 패밀리가 게스트로 출연할 예정이다. 더불어 유연서와 친한 연예인이 총출동할 것으로 예상되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야 라인업 미쳤다ㅋㅋ
-아니 그럼 유연서 가족 다 나옴?
-저거 언제 나와?
-몇시에 할까? 내배우 차기작이랑 안겹쳐야할텐데ㅠ
-대박ㅋㅋㅋㅋ지금부터 존버하면 되냐?
***
“요즘도 그 증상이 있습니까?”
유연서는 대답 없이 어깨를 으쓱했다. 긍정의 의미였다. 다소 가벼워서 내 알 바 아니라는 행동으로도 보였다. 의사는 한숨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혈액 검사 결과 나왔습니까?”
“MRI 사진 있나요?”
밖에서는 많은 의사가 모여 유연서의 검사 결과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유창호와 유건민이 유연서의 몸에 일어난 변화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낸다면 막대한 돈을 지원하겠다는 현상금을 걸어서 주성 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의 의사, 심지어 외국의 의사들까지 참여했다고 한다.
“다시 입원하실 생각은······”
“없어요.”
단칼에 거절하는 모습에 의사는 끙, 앓는 소리를 내며 안경을 벗었다. 그리고는 제 눈을 꾹꾹 누르며 지압했다.
“이사님, 증상이 이렇게 심각한데 아직도 원인을 못 찾았다는 건 심각한 일입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가볍게 대답하는 모습에 의사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다시 안경을 쓴 의사는 진중해 보이는 유연서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그렇다고 병실에 처박혀서 죽을 날만 기다릴까요?”
사실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안다. 어차피 이건 영혼 조정의 문제라 아마 그들이 죽을 때까지 원인을 알아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대답 없는 베타. 그리고 점점 짧아지는 기한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걸 알아내라고 의사가 있는 건데. 나한테 이러실 건 아니죠.”
“그래도 본인이 어느 정도는 경각심을 가지고 있어야······ 죄송합니다.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유연서는 더는 듣지 않겠다는 듯 벌떡 일어나 정장 상의의 단추를 잠갔다.
“필요한 검사 끝났으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예민하게 받아치는 모습에 의사는 실수했다는 듯 입을 꾹 다물었다. 워낙 오래 봐 와서 이 정도 참견은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요즘 성격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유연서는 유연서였다.
“이사님.”
“병원장님, 오랜만이네요.”
그가 병원을 나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병원장이 굽신거리며 유연서에게 다가갔다.
“저도 결과 방금 들었습니다.”
“늘 똑같죠.”
“너무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곧 찾아낼 수 있을 겁니다. 우리 병원 의사들은 각 분야 최고니까요.”
“압니다.”
유연서는 후우, 숨을 내뱉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병원장은 평소와는 다르게 신경 쓴 유연서의 모습을 보고 넌지시 물었다.
“그러고 보니, 어디 가십니까? 평소보다 복장이 다르시네요.”
“시상식에 초청받아서요.”
“그렇군요. 미리 축하드립니다.”
유연서는 고개를 저었다. 상을 받으러 가는 건 아니었다.
“제가 받는 건 아닙니다. 그럼 다음에 봬요.”
“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그는 병원장의 깍듯한 인사를 뒤로한 채 차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