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ashy PD Has To Survive as an Idol RAW novel - Chapter (487)
487
서호윤은 어떤 사람인가?
〈서호윤 친인척의 폭로, ‘그가 자신을 이렇게 대하고도 인간인가….’〉
눈물을 흘리는 이를 앞에 두고도 심드렁하게 굴었단 목격담과 동시에, 고생하는 스태프들을 그냥 내버려 두지 못하고 밤새 도울 정도로 친절한 연예인이라는 소문이 함께 떠돌았다.
그 외에도 모 그룹의 리더 강 씨가 그리 나쁜 인간은 아니라 증언키도 했다는 말이 은연중 퍼지곤 했으나, 서호윤이 폭삭 망하길 비는 이들은 그런 소리들을 쉬이 믿지 않았다.
〈서호윤, ‘누구신지’? 친인척의 헛소문 일축〉
하지만, 서호윤이 누구인가.
그는 남에게 마구 휘둘릴 만큼 온순한 인물이 아니었다.
〈민지헌 서호윤 유지아 ‘카메라를 부탁해2’ 드라마 출연 확정!〉
〈‘카메라를 부탁해2’는 케이팝 스타와 한류 스타의 출연료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
게다가 악의적 소문 정도로 주춤거리기에는 이미 너무 정상급 스타였다.
〈정다준, 화려한 솔로 데뷔를 앞두고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 취득!〉
〈어린이 병원의 숨겨진 ‘기부 천사’ 더 던 성현… 스트리트 댄서 예능 출연금 전액 기부〉
〈차트 석권, 입증된 OST킹 성지원 ‘다음엔 랩도 곁들이고 싶어…’ 충격의 야심 발언〉
〈또다시 이어지는 강이채와 너디프릭의 콜라보! ‘완벽주의자에 또 시달리겠군!’ 기타리스트의 불평〉
서호윤뿐 아니라 더 던 모두 분주하게 활동을 이어 나갔다.
〈‘더 던’의 대파성 레이블, 블랙콜 레이블과 합병… 한솥밥 먹는다〉
〈김희영 PD, 임현수와 손잡고 송캠프 후속 예능 진행… 과거 시즌의 영광에 가려지나〉
〈WH의 명맥을 잇는 하이파이브 리더, 강연후와의 인터뷰… ‘여전히 잘하고 싶어’ 밝은 미소〉
〈현존 아이돌이 제일 존경하는 연예인은 단연코 ‘주우성’과 ‘강이채’〉
물론, 우여곡절이 없진 않았다.
어쩜 그들은 바보 같은 실수를 또다시 반복할지도 모른다.
〈블랙콜, 더 던 제치고 빌보드 1위 석권… K—POP의 위상 높인다〉
〈채정우, ‘솔직히 레이블 확장하고픈 마음’?!〉
〈주우성 솔로 ‘대박’ 레이블 고공 행진하는 가운데 서호윤과의 목격담〉
〈‘잘 다녀오겠습니다!’ 군대 입성하는 ☆들〉
하지만 강이채가 언젠가 직접 제 가사에 썼듯, 저 아득하게 동이 터오는 순간, 그들은 해가 뜨기 전까지 이야기를 나누리라.
〈작곡가 강이채에겐 ‘이젠 히트칠 곡이 없다’는 한 관계자의 발언….〉
〈서호윤 ‘평생 소처럼 일하고 싶다’ 발언, 강이채 하루 뒤 ‘곡이 생겼다’… 서호윤 유닛 출연 가능성?〉
〈더 던 완전체 콘서트 ‘1초 매진’〉
그때만큼은, 시간조차 천천히 흐르게 느껴질 것이다.
그래도 무섭다면, 손을 잡아달라고 요청해 보자.
〈더 던, 같은 집 라이벌 블랙콜과의 대격돌… 다른 아이돌 모두 무서워 피해 가는 ‘폭풍의 3월’〉
〈더 던 신곡 빌보드 1위 연속 기록 경신, 블랙콜 기록 깨뜨려…. 그래미 어워즈 기록에 도전하나〉
그러면 그들은 우리가 가장 잘 아는 장소에서, 지겨울 때까지 외쳐줄 것이다.
〈다시 오르는 막, 더 던의 화려한 컴백〉
새벽은 계속될 것이라고.
***
WH 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들이 애용하는 서울 인근 모 스튜디오의 지하 주차장.
내부로 이어지는 문에서 한 남성이 경비원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정다준이었다.
오늘 이곳에서 어떤 멤버의 촬영이 있다고 들은 터라 급히 꽃을 사 들고 도착했는데, 보안으로 인해 방문증이 없으면 입장이 불가능하다며 어귀부터 가로막혀 버린 탓이었다.
“저… 저예요! 저요, 저! 누군지 모르십니까?!”
“간첩이 아닌 이상 모를 리가 없죠.”
“저는 무슨 아이돌 그룹의 멤버일까요?!”
“더 던의 정다준 씨.”
“정~답입니다! 안에서 촬영하는 우리 형이랑 같은 그룹 멤버죠! 자! 들여보내주십셔!!”
“죄송한데 안 됩니다.”
어째서!
간첩이 아닌 이상 모르지 않는대 놓고서! 설마 의심하는 겁니까! 내가 정말로 다준이라는 걸 증명해 주겠어요, 지금 빌보드 들어가 봐요! 1위에 내 얼굴이 박혀있다고욧!!
상처 입은 짐승처럼 울부짖었으나 지나가는 스튜디오 직원들만 힐끔거릴 뿐, 경비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우와. 정다준이 경비원한테 빌고 있어….”
“머리 완전 짧은데?”
“곧 군대 가잖아.”
어흑!
결국 정다준은 서둘러 모자를 눌러쓰고 주차장 구석으로 자리를 피해야 했다. 우울하게 머리를 매만지다가 핸드폰을 켜 팬덤 플랫폼에 접속했다.
[성현: 3년 전쯤에 체코에서 찍은 사진당시에 눈이 엄청 왔네요…ㅎㅎ]
곧 군대에 들어가는 김성현이 추억 여행이라도 하는 중인지 몇 분 전 단체 사진을 올렸는데, 벌써 엄청난 수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우와, 이때 형들도 좀 어렸네….’
이 당시 나이가 자신과 엇비슷하다는 걸 생각하니 신기했다.
입대를 앞둔 탓인가, 이 시절이 조금 그리워진 탓인가, 정다준은 묘한 감상에 빠져들어 가만히 사진 속 형들을 응시했다.
행복해 보였다.
그대로 벽에 기대어 쪼그려 앉아 꽃다발을 꼭 끌어안는데, 문득 뒤에서 그림자가 우거져 정다준을 덮쳤다.
“우리 막내, 뭐해?”
고개를 들어 올리니 키득거리며 2개의 방문증을 가볍게 흔드는 성지원이 보였다. 그 때문에 30여 분간 치열한 사투를 벌였던 탓인지, 정다준은 괜스레 찔끔 눈물이 삐져 나왔다.
“어헝헝헝, 혀어어엉~!”
무안함을 숨기려 와락 달려드는데, 성지원은 평소처럼 피하는 대신 마주 안아주었다. 너무 의외라 놀라서 움찔 몸을 굳히자, 이번엔 짧은 밤톨 같은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까지 느껴졌다.
“머리 귀엽다.”
“……웬일로 받아준다 했어요. 입대 곧인데 형은 아직도 안 깎았어요?”
“음, 난 마지막 날에 하려고. 근데 다준아, 셋이서 동반 입대하는 거 후회 안 하겠어?”
“무~지막지하게 후회할 듯요…. 꽃다운 스물여섯에… 완전… 커리어도 절정인데….”
성지원은 웅얼거리는 정다준의 말에 아무런 대꾸 없이 뺨만 콕콕 찔렀다.
“—우리 지금이라도 번복하고 한 번만 더 활동할까요? 그러면 1위 연속 성적 깰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리구 미국 시상식 참가하면 트리플 대상 연속으로 달성할지도 모르구요…….”
“흠, 이 머리로는 활동 어렵겠는데.”
“아, 형!!!”
“게다가 그리되면 상은 이채가 대신 받아줄 텐데 무슨 상관이야.”
최근 서호윤과 유닛을 준비하겠다며 미국으로 건너간 강이채는 여러 아티스트들과 곡 작업에 몰두하느라 바쁜 듯했다. 원래라면 어제 돌아와야 했으나 여태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불퉁하게 입술을 내미는데, 성지원이 슬쩍 웃었다.
“그냥 솔직하게 전해, 다준아. 성적 때문이 아니라 형들이랑 같이 있고 싶으니까 완전체로 활동하자는 거지?”
“…….”
제 진심을 적나라하게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구나. 모르쇠로 잡아떼던 정다준은 속으로 한숨을 흘렸다.
이제 자신도 사회에선 그럭저럭 제 몫을 하는 어른이 되었건만, 아직도 더 던에 속하기만 하면 영 막내티를 벗질 못했다.
성지원을 쫄래쫄래 뒤따라 엘리베이터를 탄 뒤 층을 올라 긴 복도를 한참 걸어 오른쪽으로 코너를 꺾고 맨 끝 대기실 앞에 섰다. 성지원보다 앞서 자신이 노크를 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더니 반가운 이의 얼굴이 나타났다.
“성현이 형!”
“막내 왔냐….”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이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최근 특별편을 또 찍었다고 하더니 제법 고생했는지 김성현은 어째 턱선이 한층 더 뚜렷해져 있었다.
정다준이 밝게 인사하자, 김성현은 보조개가 패도록 입술을 끌어올리곤 들어오라는 듯 손짓했다.
“잘 왔다. 나 혼자선 쟤 감당이 안 돼…. 근데 정다준, 머리 어디서 했냐?”
“……왜요.”
“어, 거기선 안 하게.”
일주일 후에 두고 보자…. 어차피 빡빡 깎으면 성현이 형도 거기서 거기일 거면서….
가슴 깊이 원한을 새긴 정다준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대기실은 국내외 브랜드에서 도착한 꽃과 선물로 가득 차 있었다. 유독 프리지아 내음이 짙어 화원에라도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찰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왔어?”
정다준은 환하게 웃었다.
차가운 외향이나 위압감을 주는 중저음은 여전했으나 몇 년 새에 도드라지게 부드러워진 분위기가 새삼스럽게 신기하다.
오늘, 자신이 챙겨온 이 꽃을 바칠 주인공이었다.
“호윤이 형!”
느리게 핸드폰에서 눈을 떼어 내고서 자신만만하게 꽃다발을 들어 올린 정다준을 쳐다본 서호윤은 이내 시원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하핰.”
“…….”
“와… 푸흐흨… 큭…. 세상에, 너무 잘생겼네??”
요즘 따라 호윤이 형이 밝아서 보기 좋네…. 응, 좋다….
애써 어른스럽게 굴려고 노력했으나 건네는 꽃다발에 힘이 살짝 세게 실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호윤이 형…,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진 않는~ 형… 예….”
“밤톨아, 서운하다?”
“방방이!! 방방이가 낫거든요!! 후… 촬영이나 잘하시죠.”
서호윤은 매 생일 때마다 노을에게 축하해줘서 고맙다며 영상을 올리곤 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멤버들 또한 본인들 생일에 온갖 참신한 아이디어를 활용해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게 전통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참고로 자신은 작년 생일 때 브레이크댄스를 췄었다.
킥킥대던 서호윤은 소파 테이블 위에 핸드폰을 내려두었다. 몰래 그를 흘긋거리는데, 주우성과 민지헌의 이름이 액정에 떠올라 있었다. 그 형들도 오려나 싶어 물으려던 찰나, 또다시 문이 벌컥 열렸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송금은?!!”
또 시작이구나….
“이채…. 캉!”
“…….”
“애기 왔다, 캉캉 소리 질러~~!!!”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강이채는 기분이 끝내주는지 성지원 손을 잡고 강제로 한 바퀴 돌리더니, 김성현에게로 다가가 하이파이브를 하고선 자신의 어깨에 팔을 얹고 혼자 박장대소했다.
그리고 서호윤에게 푸른 꽃다발을 안겨주더니 검지손가락으로 짙은 감색 선글라스를 슬쩍 내리며 장난스럽게 입매를 휘었다.
“벌써 3년째 축하 꽃다발이네요, 행님.”
“쩔었지?”
“악착 같은 거 인정합니다. 다음엔 더 큰 거 사 올게.”
서호윤이 이러다 몇십 년 뒤에는 정원까지 꾸려줄 판이라고 농담을 던지자 강이채는 그저 낄낄대며 테이블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채 발만 까딱거렸다.
“아~~ 오랜만에 우리 멤버들이랑 있으니까 너무너무 좋네. 형들, 다준아, 들어봐아. 내가 얼마나 미국에서 그 어떤 고생을 했는지…! 가족들이 그리워서 얼마나 눈물로 베개를 적셨는지…!!”
“이채야, 우리 나흘 전에 영상 통화했잖아.”
“어, 맞다. 형 빼고 어제 우리 삼겹살 먹었어.”
“뭐?!! 왜?!!!”
“왜냐니…. 아, 강이채 너 없어서 호진이가 제일 비싼 거 먹자고 하긴 했어.”
“그 자식…! 아니, 어떻게 성현이 형마저…!!”
순식간에 대기실이 왁자지껄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스태프가 대기실로 찾아와 곧 촬영 시작이라고 알렸다. 받은 꽃다발을 전부 챙겨 들며 지금 가겠다고 응답한 서호윤은 멤버들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야. 너희 먼저 갈래?”
“서호윤, 너 어차피 금방 끝나지 않냐? 강이채가 그랬는데 이따가 호진이도 보러 온대. 걔도 픽업해서 다 같이 저녁 먹자.”
“오케이.”
대화를 나누는 형들을 지켜보고 있던 정다준은 문득 무언갈 떠올리고선 자리를 뜨려던 서호윤을 급히 붙잡았다.
“앗! 호윤이 형!! 제 꽃다발, 형 탄생화라고 추천받아서 사 온 거예요! 가운데 제일 노란 게, 어, 메리골드였나…. 꽃말은 행복… 그런 거였는데 까먹었어요. 나중에 인터넷에 찾아보세욧.”
“그래?”
“넹! 암튼…. 예쁘죠?”
서호윤의 시선이 품의 꽃다발로 향했다.
“그러네. 예쁘다.”
서호윤은 노란 꽃다발을 꼭 끌어안았다. 사방으로 날린 꽃가루 때문인지는 몰라도 코끝이 간질거려서 재채기가 나올 것만 같다. 정다준을 똑바로 쳐다보며 서호윤은 눈을 휘고 웃었다.
“어울리냐?”
구태여 그가 다시 의미를 찾아볼 필요는 없었다.
어쨌거나, 서호윤은 옛날부터 제 생일의 꽃말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문찐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실까요?
2021년 10월에 연재를 시작한 이래 2년이 흘러서야 다시 독자님들께 직접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겸업인지라 시간과 체력의 한계로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해 아쉽기도 하나, 이제껏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무사히 온점을 찍었다는 것에 만족하려 합니다.
사실 저는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걸 잘 못해서 기분이 좀 이상하기도 합니다만, 사랑하는 친구들이 이후에도 어디선가 지지고 볶고 싸우다가 웃고 또 싸우고 … (이하 생략) … 즐거이 살아간다고 상상하니, 어쨌거나 충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서호윤은 어디서나 뻔뻔하게 잘 지내지 않을까요? 부디 독자님들의 세계에서도 그가 제 삶을 온전히 거머쥐길 바랍니다.
끝으로 개인적인 감사를 덧붙이고자 합니다.
마지막까지 제가 고생만 시켰으나 끝까지 정말 듬직했던 담당자 C님, 늘 응원해준 나의 가족, 항상 웃겨준 멋진 친구들, 내가 많이 사랑하는 B. 언제나 한결같은 애정으로 지지해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독자님들, 서호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게 어려울 때도 많았는데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좋은 이야기를 보여드리고 싶어 노력하다 완결까지 왔고, 덕분에 전 정말 즐거웠습니다.
이 소설을 읽은 모든 분이 푸른 들판과 노란 꽃들로 가득한 길을 걷길 바랍니다.
길엔 언제나 사랑만이 가득하길.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문찐 드림.
ps, 외전 있어요.
또 봐요, 우리!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