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14
제14화
14.
“날 의심하는 거야?”
박찬미가 물었다.
그러자 김철수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네가 데스 리치와 황금 골렘을 10분도 안 돼서? 에이, 그럴 리가 없잖아. 교단 녀석들이겠지.”
“……야! 잠깐! 그 말 무슨 뜻이야!”
박찬미는 찌푸림을 넘어 인상을 구겼다.
그리고 김철수는 자연스레 화제를 돌렸다.
“기억은 확인해 봤어?”
“……아니, 코어가 없었어.”
무슨 뜻이냐 끝까지 물고 늘어질까 고민했다.
그러나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근처에 사체 여럿 있던데 그것들은? 전부 가져가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
이어진 김철수의 물음에 박찬미는 눈을 번뜩였다.
굳이 데스 리치의 기억을 읽을 필요는 없었다.
데스 리치의 기억을 읽는 게 가장 정확하긴 하겠지만 다른 사체의 기억을 통해서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내가 경계 서 줄 테니까 확인해 봐.”
김철수는 박찬미의 반응에 씨익 웃으며 앞장서 움직였다.
그리고 박찬미는 그 뒤를 따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어우…….”
“음…….”
목적지에 도착한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탄식을 내뱉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처참하다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 정도로 몬스터들의 상태는 참혹했다.
“이 정도일 거라고는…….”
김철수는 말끝을 흐렸다.
지나가면서 슬쩍 본 것이기에 이 정도로 사체가 훼손됐을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
“가능하겠어?”
사체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코어의 상태 역시 좋지 않을 것이다.
“……글쎄, 이 정도면 코어도 정상적이지 않을 것 같긴 한데.”
박찬미는 김철수의 물음에 답하며 사체로 다가갔다.
그리고 코어를 확인했다.
“끙…….”
예상대로 정상적인 코어가 보이지 않았다.
하나같이 전부 파괴되었거나 망가져 있었다.
사체의 상태를 감안하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당연한 상태이긴 했다.
바로 그때였다.
저벅!
계속해서 코어를 찾아 걸음을 옮기던 박찬미가 걸음을 멈췄다.
걸음을 멈춘 이유는 그나마 정상적인 코어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온전한 코어는 아니었다.
그래도 시체의 기억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양호했다.
박찬미는 씨익 웃으며 김철수에게 말했다.
“찾았어, 잠시만 기다려 봐.”
그리고 코어의 주인인 오우거의 사체를 향해 손을 뻗으며 입을 열었다.
“시체의 기억.”
스아아…….
박찬미의 손에 보랏빛이 서렸다.
손에 서린 보랏빛은 곧 사체로 넘어가 코어에 도달했고 그와 동시에 박찬미의 눈에 보랏빛이 서렸다.
스아아…….
보랏빛은 10초도 지나지 않아 사라졌다.
“어때? 단서 있어?”
김철수는 박찬미의 눈에서 보랏빛이 사라지자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
그러나 박찬미는 김철수의 말에 답할 수 없었다.
‘말도 안 돼.’
코어가 온전치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기억은 선명치 않았고 짧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찬미는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혼자라니…….’
교단에서 움직인 것이 확실했고 당연히 여럿이서 움직였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혼자서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혼자였다.
‘누구지?’
오우거를 죽인 존재는 흐릿했다.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흐릿한 이유는 코어의 상태 때문이 아니었다.
코어의 상태 때문이라 하기에는 오우거를 죽인 존재만 유독 흐릿했다.
홀로 흐릿하다는 것,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박찬미보다 랭킹이 높거나 또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잠깐!’
문득 든 생각에 박찬미는 눈을 번뜩였다.
‘그때…….’
한소영의 부탁으로 오우거의 기억을 확인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흐릿한 존재가 등장했다.
‘설마 동일 인물인가?’
입고 있는 옷이 달라지기는 했다.
그러나 동일 인물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대체 누구야?’
박찬미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 박찬미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김철수가 재차 입을 열었다.
“뭐가 보였길래 이러는 거야?”
김철수의 말에 박찬미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김철수가 그랬던 것처럼 빤히 김철수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믿을까?’
기억을 보았음에도 믿기 힘들었다.
그런데 김철수가 이 광경을 만들어 낸 것이 개인이란 것을 믿을까?
‘그래, 김철수니까.’
잠시 생각해 보니 답이 나왔다.
오히려 김철수이기에 믿을 수 있다.
김철수 역시 혼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광경이었으니까.
박찬미는 생각을 끝내고 입을 열었다.
“한 명. 오우거들을 죽인 건 한 명이야.”
“호오? 하나?”
“응.”
“시간은?”
예상대로였다.
김철수는 혼자라는 것에 의구심을 품지 않았다.
“한 방.”
“그러니까, 그 한 방에 걸린 시간. 이 정도면 준비 시간이 있었을 거 아냐?”
“……1초.”
“뭐?”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던 김철수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반문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주변을 스윽 훑고는 다시 박찬미를 보았다.
“이 한 방이 1초? 준비 시간이 없었다고? 어떻게? 특별한 무구를 사용한 건가? 어떤 무구를 사용했지?”
이어 김철수는 질문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김철수의 질문 세례에 박찬미는 난감해할 수밖에 없었다.
‘안 믿는 거 아냐?’
사내는 아무런 도구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저 힘을 주어 땅을 밟았을 뿐이다.
사실대로 이야기를 하면 김철수가 믿을지 강한 의문이 들었다.
* * *
“저 왔어요.”
상회로 돌아온 강림은 카운터에 앉아 있던 김시호에게 인사했다.
“도련님!”
김시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강림에게 다가가 몸 곳곳을 살피며 물었다.
“괘, 괜찮으십니까?”
“……?”
김시호의 반응에 강림은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괜찮냐니?
혹시 자리를 비운 사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일까?
“인천공항에 브레이크가 터져 혹시나 하고 걱정했습니다.”
“아아…….”
강림은 김시호의 말에 이해했다는 듯 탄성을 내뱉었다.
‘카드.’
김시호에게 목적지를 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강림은 김시호의 카드를 사용했다.
‘이런 실수를 할 줄이야.’
김시호가 목적지를 아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였다.
“괜찮아요. 이야기 듣고 바로 빠졌거든요.”
강림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리고 자연스레 화제를 전환했다.
“그리고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부탁이요? 말씀만 하십쇼! 어떤 것이 필요하십니까?”
“장 실장님이랑 연락 가능할까요?”
“……!”
김시호는 강림의 말에 바로 답하지 않았다.
대신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혹시 장제한 전략실장을 말씀하시는 건지?”
이어 김시호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네.”
“연락은 가능할 겁니다. 그런데 장제한 전략실장은 그때 보고드린…….”
“아아, 알고 있습니다. 5년 전에 퇴사한 거.”
물론 옛이야기였다.
더 이상 전략실에 장제한은 없다.
장제한은 5년 전 자리를 내려놓고 떠났다.
“……이유를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김시호가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이미 떠난 사람이었다.
거기다 현재 전략실은 그룹을 삼키려 하는 강대석, 강영림, 권지호 셋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장제한의 끗발도 먹히지 않는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오히려 장제한을 통해 무언가를 하는 것이 위험한 상황이었다.
“확인할 게 있어서요. 자세한 건 나중에 말씀드리고 싶은데…….”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걱정하셔서 그런 거 알고 있어요. 언제쯤 가능할까요?”
“늦어도 내일까지 준비해 놓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옙!”
“아, 그리고 집중해야 될 일이 있어서 저녁은 건너뛰겠습니다.”
“네네! 필요하신 게 생기면 언제든 연락 주시길.”
김시호와 대화를 끝내고 강림은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방에 도착하자마자 기막을 펼친 뒤 안주머니에서 코어를 꺼냈다.
데스 리치와 황금 골렘에게 얻은 옐로우 코어와 그린 코어.
‘참 아쉽단 말이야.’
강림은 데스 리치에게 얻은 옐로우 코어를 보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기운이 탁하지만 않았어도.’
당연하게도 옐로우 코어에는 그린 코어보다 많은 기운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양만 많을 뿐 너무나 탁했다.
회복에 쓸 수 있는 양을 비교하면 황금 골렘의 그린 코어가 더 도움이 될 정도였다.
‘이 정도면 얼마나 회복할 수 있으려나?’
* * *
대한 그룹 39층 임원 회의실.
회의실에는 수많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장 상무! 내가 전에 부탁한 그 건은 어떻게 됐나?”
“잘 처리했습니다. 곧 연락 갈 겁니다!”
“최 이사님, 이번에 따님이 좋은 성적 받으셨다고…….”
“하하, 나를 닮아서 머리가 아주 똑똑하거든! 아직 졸업도 안 했는데 길드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여럿 왔다니까?”
많은 이들이 모인 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끼이익.
회의실 문이 열렸다.
그리고 약속이라도 한 듯 모든 이들이 입을 다물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어 열린 문을 통해 세 사람이 들어왔다.
“일정 좀 앞당기자니까요?”
“아니, 이제 와서?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는데?”
“나도 권 사장 말에 동의. 영림이 넌 참을성 좀 키워야 된다니까?”
“오빠!”
세 사람은 바로 현재 대한 그룹의 실권을 잡고 있는 강대석, 강영림, 권지호였다.
셋은 회의실 그 누구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아무도 없다는 듯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며 자리로 향했다.
이내 세 사람은 자리에 도착했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아무도 따라 앉지 않았다.
일어난 채 빤히 세 사람의 눈치를 볼 뿐이었다.
“느낌이 안 좋다니까?”
“그놈의 느낌! 5년 전에도 네가 느낌 안 좋다고 했는데 어떻게 됐냐?”
“생각나네요. 장제한 실장의 사직서. 평화롭게 넘어갈 수 있는 일에 괜히 피를 볼 뻔했죠.”
“사돈!”
수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됐음에도 강대석, 강영림, 권지호는 신경 쓰지 않았다.
“나중에 이야기하자. 일단 회의부터 하자고.”
끝없이 이어질 것 같던 이야기를 끝낸 것은 강대석이었다.
강대석은 강영림의 말을 끊으며 고개를 돌려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임원들을 보고 씨익 웃었다.
“회의 시작합시다.”
* * *
“허…….”
강림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린 코어, 옐로우 코어에 담겨 있던 기운을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회복에 사용했다.
탁한 기운을 제외해도 양이 상당했기에 꽤나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뭐 이것밖에…….’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회복이 덜 됐다.
그것도 훨씬 덜 됐다.
‘아무리 탁한 기운이 많았어도 컬러 코어인데.’
강림의 표정에 난감함이 떠올랐다.
회복에 사용한 그린 코어, 옐로우 코어는 쉽게 구할 수 없는 코어였다.
그런데 고작 이것밖에 회복되지 않다니?
‘이 정도면 수백 개는 더 있어야 될 것 같은데.’
육체 상태를 최상으로 회복하려면 컬러 코어 기준 수백 개는 필요할 것 같았다.
말이 수백 개지 컬러 코어 수백 개를 어디서 구하겠는가?
한국에 있는 모든 컬러 코어를 합쳐도 100개가 되지 않을 것이었다.
‘큰 문제는 없겠다만…….’
강림은 인천공항 탑에서 박찬미를 보았다.
박찬미는 국내 랭킹 2위, 세계랭킹 15위의 SSS급 플레이어였다.
랭킹이 전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시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보통은 랭킹이 강함의 척도였다.
즉, 박찬미는 강하다.
그런데 강림은 지금 몸 상태로도 박찬미를 이길 자신이 있었다.
그것도 전력이 아닌 가벼운 마음으로 상대해 이길 자신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