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ycoon has returned RAW novel - Chapter 39
제39화
39.
‘이제 문제는…….’
더 이상 강림을 생각할 필요 없다.
죽은 자를 생각해 무엇 하겠는가?
‘저 녀석들인데…….’
한태풍은 전방에 모여 있는 수많은 이들 중 선두에 있는 이들을 보았다.
라숨교 집정관 황서연.
천상 길드 마스터 박찬미.
제왕 길드 부마스터 장강호 등 한국을 지키고 이끄는 조직들의 권력자들이었다.
저들이 모인 이유를 알고 있다.
‘어떤 개X랄을 하려나.’
한태풍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제 곧 마주하게 될 상황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고대 게이트 ‘마르가스의 쉼터’가 활성화됐습니다.] [조건이 충족됐습니다.] [긴급 퀘스트 ‘탈출하라’가 완료됩니다.] [퀘스트 ‘마르가스’가 생성됐습니다.]메시지가 주르륵 나타났다.
한태풍은 메시지를 보고 비행을 멈췄다.
그리고 뒤로 돌아섰다.
블루 게이트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
한태풍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돔…….’
시야에 검은색 돔이 들어왔다.
크기를 보니 마르가스의 권역이 분명했다.
‘……좋지 않아.’
이제 곧 개X랄을 마주해야 된다.
그런데 저렇게 눈에 띄는, 불길한 돔이 나타나다니?
한층 더 심한 개X랄을 마주하게 될 것 같았다.
‘하.’
한태풍은 속으로 나지막이 한숨을 내뱉으며 퀘스트 창을 열었다.
용인 마르가스.
마르가스는 권역을 선포했다.
그리고 권역을 본인에게 걸맞은 환경으로 바꾸려 한다.
환경이 바뀌는 데 필요한 시간은 3일.
마르가스를 처치하라!
[마르가스 : 0 / 1]퀘스트 보상 : ???
권역 보호막은 1일 뒤 사라집니다.
권역 보호막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환경 변화를 저지할 경우 마르가스가 곧장 등장합니다.
“…….”
퀘스트를 확인한 한태풍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 마르가스는 보스형이었다.
블루 등급의 보스 몬스터라니?
문제는 등급, 보스형 두 개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찌 보면 두 개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용족.’
마르가스가 용족이라는 점이었다.
같은 등급이어도 종족에 따라 강함이 크게 달라진다.
당연히 용족은 수많은 종족 중 최강의 자리를 다투는 종족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완전한 용족이 아니라는 점.
마르가스는 ‘용인’이었다.
최악은 아닌 것이다.
그러나 말 그대로 ‘그나마’ 다행인 것이고 ‘최악’이 아닐 뿐이다.
‘블루 등급 보스 몬스터인데 용족이라…….’
한태풍은 객관적인 사실을 나열해 보았다.
“하…….”
절로 한숨이 나왔다.
* * *
스아악!
블루 게이트가 활성화됐다.
“호오.”
강림은 짧게 감탄을 내뱉었다.
‘확실히 다르긴 하네.’
옐로우 게이트인 천년 개미굴이 활성화됐을 때와 많은 것이 달랐다.
스윽.
강림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그러나 하늘은 보이지 않았다.
‘돔이라…….’
검은색 막뿐이었다.
‘이게 권역인가.’
마르가스의 권역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스윽.
강림은 다시 고개를 내려 핸드폰을 확인했다.
당연하게도 연결이 끊겨 있었다.
‘문자 하기는 했는데.’
게이트가 활성화되기 전 아무 문제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문자를 보내 놓았다.
‘걱정하시겠지?’
그러나 걱정하지 않을 리 없다.
‘빨리 마무리하고 나가야겠네.’
바로 그때였다.
스아악!
활성화된 게이트에서 강렬한 기운이 느껴졌다.
혹시나 마르가스가 등장한 것인가 싶어 강림은 게이트를 보았다.
‘화기?’
그리고 강림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기운의 정체는 마르가스가 아니었다.
바로 화기.
게이트에서 화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환경 변화인가.’
마르가스가 바로 등장해 주길 바랐다.
그러나 아쉽게도 마르가스는 환경을 먼저 바꾸려 했다.
‘이러면…….’
강림은 아쉬움이 가득 담긴 얼굴로 생각했다.
‘개미들부터 마무리 지어야겠는데.’
금방 환경이 변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
언제 변화가 끝날지 모르는데 무작정 기다리고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기운 크기 생각하면 어차피 알게 될 테고.’
블루 등급이다.
마르가스가 등장하면 천년 개미굴 근처에 있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강림은 끊임없이 화기를 토해 내는 블루 게이트를 바라보다가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비상 대책 위원회 천막.
천막 안 중앙 탁자에는 황서연, 박찬미, 장강호, 한태풍 등 수많은 이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무슨 생각으로 이딴 짓을 벌인 거야?”
박찬미가 분노가 가득 담긴 눈빛, 짜증이 듬뿍 묻어나는 목소리로 물었다.
질문의 대상은 태풍 길드의 마스터 한태풍이었다.
“…….”
한태풍은 박찬미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어떤 말로도 만족시킬 수 없다.
오히려 말을 하면 말꼬리만 잡힐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침묵이 최고의 답이었다.
“한태풍!”
“뭐 하자는 겁니까?”
“입 다물고 있는다고 상황이 해결되는 건 아닌데.”
물론 한태풍의 입장에서 최고라는 것이지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아니었다.
박찬미를 필두로 수많은 이들이 한태풍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말했다.
“…….”
이런 상황을 이미 예상했던 한태풍은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았다.
묵묵히 시선을 받아 내며 침묵을 지켰다.
“하…….”
입을 꾹 다문 한태풍을 보며 박찬미는 깊게 한숨을 내뱉었다.
‘죽일 수도 없고.’
마음속으로는 이미 수십 번, 수백 번 죽였다.
그러나 마음 가는 대로 할 수가 없었다.
‘빌어먹을 새끼. 양아치 새끼!’
갑자기 한태풍과 태풍 길드가 사라진다면?
탑, 게이트, 금지 그리고 곧 시작될 것으로 추정되는 대침공까지 많은 부분에서 큰 문제가 생긴다.
‘진즉 쪼개서 흡수했어야 됐는데! 김철수는 어디 있는 거야?’
한국 최강, 최고의 플레이어 김철수.
현재 김철수는 이곳에 없었다.
김철수 대신 부마스터 장강호가 와 있었다.
만약 김철수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면?
한태풍의 태도는 지금과 크게 달랐을 것이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일하게 한태풍이 어려워하고 무서워하는 존재가 김철수였다.
“김철수는 대체 어디 간 거야?”
박찬미는 장강호에게 물었다.
“모르지.”
장강호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언제쯤 오는지는 알아?”
“나도 몰라.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했으니까. 일주일 안팎으로 돌아오겠지.”
“아니, 너희는…….”
박찬미는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장강호는 제왕 길드의 2인자였다.
그런데 2인자인 장강호도 어디에 있는지, 언제 돌아오는지 정확히 모른다니 어이가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근데 지금 이러고 있는 게 맞나?”
잠자코 있던 황서연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해결할지부터 이야기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처음에는 황서연도 책임을 물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게이트의 등급을 알게 된 후 생각이 바뀌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질책이 아니다.
질책은 상황을 해결하고 나서 해도 된다.
황서연의 말에 모두가 의견을 내기 시작했다.
“환경 변화 끝나기 전에 처리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권역 보호막 깰 수 있다며?”
“나도 동의, 환경 변화 끝나면 얼마나 강해질지 몰라.”
“난 반대. 준비를 하는 게 맞지 않나?”
“맞습니다. 블루 게이트입니다. 어설프게 시도했다가 피해만 입을 수 있어요.”
지금 당장 공략을 시작해야 된다.
공략 준비를 해야 된다.
양쪽 다 일리가 있었고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그러나 토론의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저 역시 반대요. 지금 상황에서 누가 앞장서려 할까요? 혹시 앞장서실 분 있어요? 그럼 저 찬성할게요.”
“…….”
“…….”
정적이 찾아왔다.
평범한 게이트도 아니고 블루 게이트였다.
완벽히 준비가 된 것도 아니다.
앞장서서 움직여도 얻는 게 없다.
반대로 잃는 것은 너무나 많다.
“어라?”
길게 이어질 것 같던 정적을 깬 것은 장강호였다.
모든 시선이 장강호에게 향했고 장강호가 이어 말했다.
“저지율 올랐는데?”
“……?”
“……?”
이어진 장강호의 말에 모든 이들의 표정에 의아함이 나타났다.
“그게 무슨 소리야?”
“퀘스트 확인해 봐. 저지율 올랐으니까.”
박찬미는 장강호의 말에 퀘스트 창을 열었다.
그리고 긴급 퀘스트 ‘개미굴 저지’를 확인했다.
천년 개미들이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려고 한다!
새로운 보금자리 건설을 저지하라!
[저지율 : 49%]퀘스트 보상 : ???
퀘스트 실패 시 퀘스트 ‘개미굴 파괴’가 생성됩니다.
퀘스트 성공 시 퀘스트 ‘개미 사냥’이 생성됩니다.
‘……응?’
저지율을 본 박찬미는 당황했다.
‘25%였는데?’
후퇴를 할 때 저지율을 확인했다.
분명 25%였다.
그런데 저지율이 후퇴할 때보다 24%나 더 올라가 있었다.
1, 2%는 이해할 수 있다.
후퇴하기 직전 퍼부은 공격으로 오를 수 있는 수치다.
그러나 24%는 오를 수 없는, 이해할 수 없는 수치였다.
“무슨 소리야? 저지율이 올랐다니.”
플레이어가 아니라 퀘스트를 볼 수 없는 황서연이 박찬미에게 물었다.
“그게…….”
[저지율 : 50%]답을 하려던 순간 저지율이 1% 또 올랐다.
“개미굴 건설이 저지되고 있어.”
“……개미굴 건설이?”
“응.”
“저 안에서?”
“어.”
“그럼 마르가스 때문인가? 환경 바뀌고 있잖아. 이이제이네.”
권역 내 환경이 변하고 있었다.
정확히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바뀐 환경 때문에 개미굴 건설이 저지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런 거면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박찬미가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장강호가 끼어들었다.
“천년 개미들의 적응력을 생각하면 결코 좋은 상황은 아닌 것 같군.”
천년 개미들의 적응력은 무척 뛰어나다.
정확히 말하면 주변 환경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그런데 얼마나 극악의 환경이면 천년 개미조차 버티지 못한단 말인가?
“…….”
“…….”
장강호의 말에 두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저지율 : 51%]또다시 저지율이 상승했다.
박찬미는 저지율을 보며 생각했다.
‘도대체 어떻길래…….’
천년 개미도 버티지 못할 정도의 환경이라니 도무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 * *
-키이익!
-키이이익!
강림은 다가오는 천년 개미들을 보며 발을 들었다.
쾅!
그리고 무신진각을 밟았다.
쩌저적!
땅이 뒤집어졌고 다가오던 천년 개미들을 휩쓸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움직이는 천년 개미는 없었다.
한 번의 공격으로 전투를 빙자한 학살을 마친 강림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고대 게이트 ‘천년 개미굴’을 보며 생각했다.
‘이제 슬슬 나올 것 같긴 한데.’
여전히 게이트에서는 천년 개미들이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수가 현저히 적어졌다.
끝에 다다랐다는 뜻이고 그 말은 여왕개미의 등장이 다가왔음을 의미했다.
바로 그때였다.
“……!”
강림은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 활짝 웃었다.
‘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왕개미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