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Villain Is Too Competent 2 RAW novel - Chapter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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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3) >아리스는 자신의 운이 항상 좋은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다.
아니, 그녀 자신의 강운을 생각하면 인생에서 위기란 찾아보기 힘들고 애초에 위기라는 걸 겪을 일도 없다.
‘그건 아닌가?’
아리스는 어렸을 때부터 납치나 인질극의 위협에 노출되어왔다.
제국 재계 서열 부동의 1위 메이어 그룹. 귀족 작위를 돈으로 사버린 희대의 부호 메이어 가문.
그런 가문의 직계 장녀. 어지간한 일이 없다면 차기 회장의 자리는 아리스의 차지가 될 것이다.
그 몸값은 과연, 몇 굴릭일까?
백만? 천만? 일억?
그것을 가늠하고픈 야망 넘치는 범죄자들이 아리스를 납치하려 시도하거나 실제로 성공하기도 했다.
가장 성공적으로 그녀를 납치한 것은 형제단의 수인들. 그룹 내 수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에 앙심을 품고 시도한 납치는 몸값을 요구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마, 말도 안···!
-갑자기 벼락이···!
몸값을 내주기 직전.
상자에 가득 쌓인 금괴를 보았을 때.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재난이 형제단을 덮쳤다.
하필 다리를 뻗은 곳이 부실공사로 무너져 내리는가 하면 먹구름이 끼더니 벼락이 직격하기도 한다.
불합리하기까지 한 비운이 납치범들을 덮쳤다.
이렇듯 아리스의 인생은 언제나 행운과 우연이 거듭했다. 그것이 어떤 힘이 작용했다는 것쯤은 그녀도 알았다.
이렇듯 그녀는 행운을 타고난 아이. 그렇기에 인생에서 별다른 고난 같은 것은 없고 순풍만범한 탄탄대로가 펼쳐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물에 빠져죽는 건 어떻게 안 되는 거 아니야?!’
어푸.
아리스는 막힌 숨을 토하려다 거침없이 밀고 들어오는 강물을 삼키곤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꽤 아웃도어파다.
세간의 인식과 다르게 운동도 꽤 하는 편이고 특기는 발레와 체조. 몸의 유연함이라면 프로와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다 자부한다.
하지만 맥주병이다.
수영을 못 한다.
물 밖으로 고개만 내밀며 허우적대며 위아래로 오르락 내리락하지만 도무지 강물에서 뛰어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넘치는 강운이라도 물에 빠지면 어찌할 도리가 없는가.
“어푸! 살려! 미르!”
가장 먼저 떠올린 건 항렬상 고모. 천재 마법사인 그녀라면 물에 빠진 자신을 구해줄 거라는 기대감.
“아빠, 아빠···!”
그다음에 찾은 것은 이 자리에 있지도 않은 아버지.
그건 자식이라는 생물학적 본능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항상 아리스에게 쌀쌀맞고 필요한 때 있어 주지 않았어도 말이다.
부모라 하면 당연히 자식을 보호하고 구해줄 것이라고 믿으니까.
“으으······.”
힘이 빠진다. 눈앞은 강물로 잠기고 점차 어두운 바닥으로 추락하는 걸 멈출 수 없는 그때.
-도와줄게.
흐릿한 시야에 비치는 ‘황금빛’. 아리스는 그것이 구명줄임을 깨닫고 무심코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아리스는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오한에 소름이 끼쳤다.
차가운 물 속에서도 느껴지는 시릴 정도로 싸늘한 감각. 돌아본 강물의 바닥에서 솟구치는 ‘살의’의 그림자가 솟구치더니 아리스를 스쳐 지나갔다.
-카악!
송곳처럼 솟구친 그림자에 관통되는 황금빛. 그것을 뒤로하고 누군가가 아리스를 향해 다가왔다.
자신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황금빛들보다도 더욱이 찬란하게 빛나는 기운의 남자가.
아리스는 본능적으로 그 손을 붙잡았다.
* * * *
“푸하···!”
숨과 함께 물을 토해내는 아리스. 나는 그런 아리스의 등을 토닥이며 물었다.
“괜찮나?”
“아, 안갠찬! 흐힉! 쿨럭쿨럭!”
아리스는 타고난 행운의 소유자다. 정확히는 그 행운의 방향이 금전운에 치우쳐져 있어 돈을 잃거나 돈을 얻을 수 있을 때 불합리한 강운의 현상을 일으킨다.
가령 납치범들에게 납치되어 몸값을 넘겨질 경우 그 돈이 넘어가는 걸 용납하질 않는다. 그를 위해선 세상이 그것을 가로막는 것이다.
하지만 단점은 명확하다.
말 그대로 금전운과 관련된 게 아니라면 현상을 뒤집는 강운이 발동하질 않는다는 것.
아리스의 행운은 그녀 자신의 행복이나 안전에는 별 관심이 없다.
즉, 이렇게 강물에 빠져 죽는 일이 있더라도 그녀를 위한 행운은 작용하지 않는 것이다.
“흐으으··· 추어······.”
코에도 물이 들어갔는지 훌쩍이는 아리스에게 손수건을 건네자 주저 없이 코를 푸는 아리스.
“축축해······.”
“그야 나도 같이 강물에서 나왔으니까.”
신사의 덕목은 숙녀를 위한 손수건이라지만, 함께 물에 빠져서야 빳빳한 손수건을 바랄 순 없지 않나 싶다.
“감기 걸리겠군. 옷의 물기부터 짜게.”
내 말대로 옷을 비틀어 짜는 아리스. 강의 물기를 가득 머금은 옷에서 물이 쭉쭉 흘러내리며 바닥의 흙이 튀겼다.
“흐이잉··· 이게 뭐야. 이상한 원숭이들이 덮치기나 하고, 경쟁자랑 쌈박질이나 하고······.”
“상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지? 어쩌겠나. 위대한 발견에는 진흙탕을 뒹굴며 생기는 고생이 따라오는 법이야.”
진짜 고생하는 건 인부들 같은 아랫사람들이다. 그들에 비하면 스폰서인 우리들은 꽤 편하게 온 거지.
“훌쩍···! 이게 다 아저씨 때문이거든요?”
“저런. 내가 권유한 건 사실이지만, 리스크를 지기로 선택한 건 아리스 양이지 않나.”
“나도 알거든요!”
버럭 짜증을 내는 아리스. 등을 토닥이면서 뭍으로 좀 더 끌어들였다.
“그나저나 하필이면 물에 빠져 도착한 곳이 이곳이라.”
“응? 뭐가 있··· 어?”
아리스는 그제야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것을 보았는지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절벽 아래.
강물을 타고 쭉 흘러가 도착한 곳에는 거대한 동굴이 펼쳐져 있다. 그것은 너무나 웅대하고 신비로워서 마치 다른 세계로 향하는 입구 같다.
“아리스 양. 자네도 나와 같은 생각하나?”
“아마도요?”
아리스 M. 메이어의 황금률은 금전에 대한 절대적인 강운. 그녀가 생명의 위기를 겪으면서까지 흘러간 장소가 거대한 동굴 입구라면 들어가 보지 않을 수 없다.
“우, 우리끼리 들어가요?”
“기다렸다 부하들과 합류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선객이 있는 모양이야.”
나는 동굴로 이어지는 진흙바닥에 새겨진 발자국을 가리켰다. 새겨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발자국. 그 주인은 우리보다 먼저 강에 빠졌던 몰슨임이 틀림없다.
“아, 안돼! 내 황금! 내 출판!”
“아리스 양의 노골적인 탐욕은 엉뚱해서 귀엽다니까.”
“뭐라구욧!”
“의욕이 넘쳐서 좋다는 거야. 표식을 남기고 출발하지. 부하들이 구조팀을 보내면 자연스레 알아보고 따라올 수 있게.”
내 제안에 아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동굴을 향해 나아갔지만 곧 막다른 길이 나왔다.
“어? 길이 막혔는데요?”
“이상하군. 돌아오는 발자국은 없었는데.”
잭과 닉은 분명 이 길을 통과했다. 하지만 동굴의 끝에서 마주한 건 깊은 물웅덩이와 축축한 돌벽뿐.
그렇다면 답은 수면 아래에 있다.
“가지.”
“네? 뭐, 가요? 어딜요? 물속으로?”
다 알아들었으면서 쭈뼛거리는 아리스. 물에 빠졌던 기억이 떠오른 모양이지만, 나는 사람을 강하게 키우는 편이다.
[배려가 없는 거겠지.]시끄럽다, 오스비. 나도 다 이유가 있다 이 말이다.
“만약 이곳이 엘도라도로 향하는 입구라면, 아리스 양의 행운은 어떤 식으로든 작용할 거야. 난 아리스 양을 믿네.”
“그, 그런가?”
믿다마다. 그녀 자신의 금전운은 둘째 치고 엘도라도에 똬리를 틀고 있을 놈들이 앞장서서 인도할 것이다.
그렇게 아리스에게 내민 손. 그녀는 으으, 하고 움찔거리다가 결국 내 손을 잡았다.
“심호흡하고 숨 들이켜. 위험하면 돌아오겠지만, 한 번에 가자고.”
“후흡···!”
숨을 들이킨 걸 확인한 나는 아리스의 손을 붙잡고 물웅덩이에 몸을 던졌다. 풍덩, 하고 물분수가 튀어 오르며 우리들은 물속으로 파고든다.
[조심해. 이럴 때 꼭 수중 몬스터 같은 게 있더라.] ‘유적 탐사 한 번 안 해본 고고학자 도련님이 그런 말을 하니 믿음이 가는군.’[조심해서 나쁠 건 없잖나?]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걱정할 것도 없다.
뇌린석은 사용 못 해도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물속에는 그림자가 가득했고, 암영석 선에서 어지간한 몬스터는 정리가 된다.
정 위험하면 공간도약으로 왔던 길로 돌아오면 그만. 위험하다 판단된 길이라면 부하들을 잔뜩 끌고 와서 다 때려 부수며 재진입하면 된다.
‘생각보다 길이 좁아. 중장비는 못 들어와도 꽤 안전한 길이겠어.’
점차 통로가 좁아져 아리스를 먼저 밀어 넣고 뒤를 봐주려 했지만, 한사코 거부하는 아리스.
결국 내가 먼저 들어가고 아리스를 끌어당기는 식으로 통과한 끝에 희미한 빛이 보였다.
나도 아리스도 빛이 들어오는 장소가 출구임을 직감하고 빠른 속도로 올라섰다. 그리고 그 끝에 도달하여──
“푸하!”
숨을 토하며 수면 위모 올라온다. 우리는 손을 짚을 곳을 찾아 헤엄쳤고 곧 지면 위로 올라올 수 있었다.
“으, 추워. 또 짜야 하잖아?”
옷의 물기를 쭉쭉 짜는 아리스. 그러는 사이 나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았다.
“뭐해요? 옷 안 짜고?”
말이 없는 내게 다가오는 아리스. 그녀도 곧 내가 왜 말이 없었는지 깨닫는다.
“와아······.”
빠져나온 곳은 수로였다. 도시로 이어지는 수로.
즉,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 건 수로를 지을 정도로 발전했던 도시라는 소리.
취미로 고고학 하는 도련님이었던 오스비도 그것을 보고 감탄했다.
누가 이 광경을 보고 수천 년 전 고대에 존재했던 도시라고 생각할까?
황금의 도시 엘도라도.
그 이명에 걸맞게 온 도시가 황금으로 뒤덮인, 놀라움과 경탄이 쏟아져나올 고대 도시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 * * *
잭과 닉은 엘도라도를 찾은 뒤로 놀라움을 숨기지 못하며 도시를 탐색했다.
“젠장, 엄청나군. 여기 있는 황금 조금만 떼가도 얼마야?”
“돈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지금 이 발견은 엄청난 역사적 발견이라고요!”
고고학을 전문으로 한 잭 C. 몰슨이 엘도라도의 역사적 가치를 운운했지만, 닉은 별로 관심 없었다.
“엄청난 돈을 벌 거라면서? 난 그쪽에 더 관심 있어.”
“뭐,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죠.”
잭은 제 머릿속에 펼쳐진 ‘일지’를 펼쳐보았다.
자크 피에트로 일당에게 붙잡히기 전, 소각시키고 제 머리 안에만 든 에릭 에이릭슨의 일지. 세간에 공개된 일지들과 다르게 거기에는 ‘어떤 신비’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다.
“엘도라도의 황금 같은 것보다 진짜 중요한 게 따로 있다고요. 우린 그걸 찾아야 합니다.”
“알아. 늦든 빠르든 피에트로 일당이 쳐들어올 테니 가장 값진 걸 훔쳐서 얼른 달아나자고.”
속물적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두 탐험가와 자크 피에트로의 규모는 차원이 다르다.
아무리 거대한 유적지를 발굴한다 한들, 숫자로 밀고 들어오면 겨우 두 사람이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겠지.
그러니 ‘진짜 보물’을 찾고 잽싸게 챙길 거 챙기고 튀는 게 상책이다.
몰슨은 자신만 기억하고 있는 에이릭슨의 일지를 바탕으로 도시의 안쪽, 깊은 곳을 향했다.
기록에 따르면 도시의 안쪽, 황금나무가 새겨진 곳에 ‘엘도라도’가 존재한다고
그래.
엘도라도라는 건 도시의 이름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어떤 보물을 지칭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잭 몰슨은 이를 확신할 수 있었고 엘도라도가 이 유적에서 가장 가치 있는 보물임을 직감했다.
“과거, 에이릭슨의 탐험대가 엘도라도에 왔을 때, 도시는 전쟁 중이었어요.”
“무엇과?”
“모르겠네요. 에이릭슨은 그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어요. 마치 그것의 정체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길 바랐던 것처럼요.”
물론 그건 추측일 뿐, 멸망의 위기를 가져온 건 몬스터일 확률이 높다고 말하는 잭.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던 위대한 도시들이 과거, 우글거리던 몬스터들의 해일에 휩쓸려 멸망하는 것은 왕왕 있었던 일.
엘도라도도 그러한 위기를 맞이했다는 게 현대 고고학자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그 전쟁에서 에이릭슨은 대활약을 했죠. 그는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외부인이면서도 도시의 영웅으로 칭송받았다고 합니다. 왕의 딸과 결혼을 제안받을 정도로요.”
“왜 안 했대? 이런 엄청난 도시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 살 수 있을 텐데.”
“그는 방랑자니까요. 평생을 바다라는 자연을 헤쳐나가며 모험을 떠난 진짜 탐험가요.”
실제로 에릭 에이릭슨은 마지막 순간까지 정착하지 않고 세상을 떠돌았다고 한다.
“마누라와 자식들은 뭔 죄야?”
“흐흐, 요즘 기준으로 따지면 천하의 나쁜 놈이긴 하죠.”
어쨌든 찾아낸 도시 중심부의 건물은 마치 신전처럼 광오한 구석이 있었다. 비밀장치를 돌리고, 숨겨진 입구를 찾고, 벽화를 읽으며 나아가던 그때.
“잭, 이건······.”
그들은 신전 같은 건물의 최심부. 어떤 노골적인 문양을 찾았다.
도끼날의 형상을 한 열쇠구멍을 말이다.
“역시 에이릭슨의 도끼가 열쇠였어요.”
“이 도끼들은 엘도라도에서 가져온 거였군!”
도끼의 자루를 풀어 도끼날만 꺼내는 두 사람. 그들은 이 도끼날들을 꿰맞추면 비로소 찾을 수 있을 ‘엘도라도’를 기대했다.
“이 너머에 진짜 ‘엘도라도’가 존재한다는──”
“탐험 장르에서 보면 말이야. 항상 이럴 때 악당들이 등장하거든. 막판에 전부 집어삼키려고 말이야.”
“”······!!””
몰슨 두 사람의 시선이 홱! 하고 지나쳐온 길을 향했다. 그들이 통과했던 길을 마치 안내받은 것처럼 유유히 걸어온 것은 자크 피에트로와 아리스 메이어.
“자, 악당의 등장일세.”
나 보고 싶었나?
그는 총구를 들이대며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