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8 Books of the Court's Drama RAW novel - Chapter 185
185. 나, 제갈량과 전략 논의
지난번에도 살펴보았지만, 함곡관을 떠난 곽회가 직접 원병으로 요청하러 낙양으로 향하였을 때 낙양은 이미 함락되었고, 곽회는 조진이 낙양에서 업으로 도망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곽회는 어쩔 수 없이 함곡관으로 되돌아갔던 것으로, 제갈량의 공성에 함곡관이 함락되기 전 병력을 이끌고 빠져나오던 학소를 만나게 되어 함께 업으로 향한 것이다.
그리고 곽회와 학소가 업으로 퇴각한 후에 위연이 1만 병마를 이끌고 이미 함락된 함곡관에 이르렀고, 제갈량은 위연으로부터 법정이 낙양을 함락한 사실과 작금 2군의 군량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제갈량은 2군에 제공할 군량을 위연의 1만 병마로 운반하게 하였는데, 자신 또한 위연과 함께 낙양으로 가 법정을 만나기로 한 것이다.
* * *
여기서 잠시 이번 ‘낙양 공방전’에서 아군과 적군의 피해를 비교하자면, 조진군은 나의 수공에 크게 당한 데다, 조진이 탈출할 당시 그나마 남은 병력까지 아군에 크게 패하였기에 이 과정에서 간신히 살아남아 포로가 된 적의 병사는 겨우 1, 2천에 불과하였다.
그리고 조진을 탈출시키기 위해 결사대 수천을 직접 이끌고 아군을 막아섰던 장합은 전술한 바대로 맹획의 무당비군의 돌팔매에 맞아 낙마하며 그대로 생포를 당하였다.
조진을 잡았으면 금상첨화였겠지만, ‘꿩 대신 닭이다’라고 조진 대신 장합을 사로잡았은 셈이다.
이렇게 잡힌 장합은 머리에 큰 상처를 입고 뇌옥에 갇혀 있었다.
나는 의원을 보내 치료를 하게 하였으나, 장합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합은 조위가 자랑하는 *오자양장(五子良將) 중의 한 명으로 특히 지장이니 아군에 꼭 필요한 장수였다.
[* 장료, 악진, 우금, 장합, 서황으로 악진과 우금은 이미 사망을 하여 이제 남은 이들은 장료, 장합, 서황이다. 그중 서황은 이미 한에 귀부를 하였고, 이번에 법정은 장합을 설복하려는 것이다.]그리하여 나는 직접 장합을 설득하기 위해 친히 그가 갇힌 뇌옥으로 향하였다.
내가 감옥에 이르러 그 안에 갇힌 장합을 바라보자, 그의 터진 머리는 핏덩어리가 굳은 채 있었고, 머리카락을 산발을 한 채로 그대로 눈을 감고 앉아 있었으니, 모든 것을 체념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장합을 향해 이렇게 말하였으니.
“조위군에서 나를 곤란하게 만들었던 몇 안 되는 장수 중 하나인 준예(俊乂, 장합의 자)를 이렇게 옥에서 보게 되니 내 마음이 썩 좋지 못하오.”
나의 목소리에 장합은 그제야 눈을 떠 나를 쳐다보았다.
“누군가 했더니, 촉적의 책사 법정이로군.”
“아국을 촉적이라 말하다니. 상황(헌제)을 겁박하여 감히 제위를 찬탈한 천하의 역적 조비의 부하답게 적반하장은 조적 장수들의 기본인 모양이오.”
이렇게 나는 장합의 말에 응수를 하였다.
이에 장합은 머리에 통증이 오는지 얼굴을 찌푸리더니 나에게 물었다.
“패장은 할 말이 없는 법인데, 어찌하여 나를 찾아온 것이오?”
“그대 준예(俊乂)는 역적 조 씨의 밑에서 갖은 고생을 하였소. 특히 그대는 충분히 일군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 씨와 하후 씨의 뒤를 바치는 역할만 하는 것이 상대인 내가 보기에도 상당히 안타까웠소. 만약 그대가 지난날 조적의 총사로 나섰다면 아군이 어찌 관중을 함락하고, 또 어찌 양양을 지켜낼 수 있었겠소.”
이러한 나의 말에 장합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래서 나를 설복하여 촉에 귀순하게 하려고 온 것이오?”
“딴은 그렇소이다. 그대 준예처럼 항장 출신으로 조적에서는 큰 역할을 하지 못하던 서황 장군도 아국에 귀부하여 작금 정동장군이 되어 큰 활약을 펼치고 있소. 같은 항장인 그대 또한 그만 역적의 하수인 노릇을 그만두고, 천자의 나라인 아국에서 떳떳하고 당당하게 일군의 장수로서 조적을 물리치는 것이 어떻겠소?”
내가 이리 에둘러 그의 귀부 의사를 타진하자, 장합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전장에서 진 장수로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소. 그러니 나를 설복하려 애쓰지 말고 어서 나의 목을 가져가시오.”
이에 나는 장합 또한 서황처럼 조위에 남겨진 식솔들 때문에 귀순을 꺼려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장합은 한복의 휘하에 있다가 그다음은 원소의 밑에 있었고, 원소에 이어 조조의 부하가 되었으니, 아국에 귀부하는 것은 어렵지가 않을 것이다.
하나, 작금 장합의 네 명이나 되는 아들이 조비의 인질로 있는 것과 마찬가지기에 만일 장합이 한에 항복을 하게 된다면, 이는 필시 장합의 네 아들뿐만 아니라 장합의 일가 전체가 모두 몰살 당할 수 있는 사안인 것이다.
하여, 장합은 귀순을 아예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지난번 서황 등 때처럼 조위에서 장합의 가족들을 빼내오는 것은 이제는 거의 불가능할 터였다.
왜냐하면 그렇게 한번 당했던 조비가 필시 대비를 해두었을 것이기에, 자칫 시도를 하다가 걸리면 아국의 세작들이 죽게 되는 것은 물론, 장합의 식솔들까지 모조리 참수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일단은 조적에서 장합이라는 까다로운 장수를 배제시킨 것만으로 만족을 하기로 하였다.
대신 나는 즉시 의원을 부른 다음 옥 안으로 병사들과 함께 의원을 들여보내, 강제로 장합을 치료하게 한 것이다.
* * *
그러한 다음 나는 어느 정도 정리된 낙양성의 성루에 올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과연, 이곳은 원 역사에서 십 수개의 왕조가 수도로 삼을 만한 땅이라 할 만했다.
다만 작금과 같이 아국인 한과 조위의 전쟁과 같이 낙양 양쪽에 대립하는 나라가 있다면 언제든지 분쟁지가 되는 곳이니, 이곳은 천하를 통일한 나라만이 도읍을 삼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한 때 저쪽, 서쪽에서 나의 눈에 들어오는 행렬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제갈량이 위연의 병력과 함께 이끌고 오는 군량 수레였다.
나는 급히 성루에서 내려와 성문을 열고 제갈량을 맞이하였다.
“승상께서 이렇게 직접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에 제갈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대사마가 위 장군을 보내 1군이 함곡관을 함락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니, 내 그 보답으로 이렇게 직접 군량을 싣고 낙양에 온 것이오.”
제갈량의 말을 들은 나는 위연을 쳐다보았고, 그러자 위연이 공수를 취하며 나에게 말하기를.
“실은 소장이 갔을 때는 이미 승상께서 함곡관을 함락한 뒤였습니다. 소장은 곧 함곡관 안으로 들어 승상에게 2군이 남양 일대를 평정한 것은 물론 낙양을 회복한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2군의 병량이 부족한 것 또한 고하니, 승상께서 직접 소장과 함께 군량을 가지고 낙양으로 오신 것입니다.”
나는 위연의 설명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인 다음, 제갈량에게 낙양성 안으로 들어 이야기를 나눌 것을 청하였고, 제갈량은 이를 받아들이니 우리는 곧 낙양성의 집무청으로 향하였다.
* * *
나는 제갈량과 함께 낙양성의 지휘소로 들었고, 곧 자리를 한 다음 다과를 하며 잠시 환담을 나누었다.
그리하여 나와 제갈량은 먼저 서로의 군공을 칭찬하였으니.
“실로 승상께서는 첫 출전에 안읍과 홍농, 함곡관까지 한 번에 함락하셨으니,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내가 이리 제갈량의 공을 높이 치켜세우자, 제갈량이 화답하였다.
“나의 공은 대사마에 비하면 공이랄 것도 없소. 대사마는 나보다 더 빨리 남양을 평정하고 거기다 낙양까지 함락하는 공훈을 세웠으니 어찌 비할 수 있겠소.”
이에 나는 두 손을 모으며 겸양을 표하였고, 그다음 제갈량과 진짜 나누고 싶은 이야기하기 위해 주위를 물리고는 제갈량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승상, 지금부터 승상과 중히 논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이에 제갈량이 말하기를.
“사실 나 또한 대사마와 긴히 이야기를 나누고자 이렇게 찾아온 것이오.”
역시 그랬군.
나의 예상대로 제갈량도 나와 향후 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싶었던 게야.
그리하여 나는 곧 제갈량과 앞으로 아군이 어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 시작하였는데, 제갈량과 나의 생각에는 차이가 있었다.
먼저 제갈량의 생각은 이러하였으니.
“1군과 2군이 관중에서 낙양까지 이르는 땅을 회복하였으니, 우선은 이곳 낙양에서 정비를 해야 할 것이오. 그것은 필시 조금 있으면 업에서 적의 대군이 낙양으로 몰려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오. 하여, 1군과 2군의 병력이 협공하여 적의 공세를 막아내고, 그다음은 황하 이남의 땅을 차례로 병탄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어떨까 하오.”
그러니까 제갈량의 전략은 하북에서 몰려올 것이 분명한 적의 대군을 일단 이곳 낙양에서 격퇴하고, 황하 이남을 차근차근 점령해 나가자는 것이니.
이러한 제갈량의 전략은 정공법으로, 하북의 공격을 막아내게 되면 한동안 하북의 위협이 없을 터이기에, 그동안 예주에 이어 연주의 땅 등을 병합하여 조비를 완전히 하북에 가두자는 것이다.
이러한 제갈량의 방법은 시간이 들기는 하지만 확실하게 보급선을 확보할 수 있고, 이미 조비가 방기(放棄)한 것과 마찬가지인 땅을 차지하는 과정이라 아군에 확실히 유리하다.
하나, 나에게는 그렇게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언제 내가 다시 정신을 잃고 쓰러질지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그때에는 영원히 이 세계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때문에 나는 제갈량과는 다르게 무모할 수도 있는 방법을 꺼내들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나는 제갈량을 향해 이리 말하였던 것이니.
“승상이 말씀하신 방법은 일견 타당하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 작금 아군은 조적에 연전연승하며 제국의 옛 수도였던 이곳 낙양까지 회복을 하였습니다. 하여, 아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고, 아군의 기세는 대나무를 쪼갤 듯 사납고 세찹니다. 승상도 아시다시피 *대나무는 한번 쪼개기만 하면 그다음은 쉽게 계속 쪼개지는 법입니다. 이렇듯 아군의 사기와 기세가 절정일 때 조적의 근거지인 업을 친다면 단번에 조비를 토멸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진(晉) 나라의 장수 두예(杜預)가 말한 사자성어로, 이는 원 역사에서 후의 일이다. 법정은 이 고사성어를 활용한 것이다.]이렇듯 나는 제갈량의 의견과 다르게 곧장 업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의 전략을 들은 제갈량은 고개를 저었다.
바로, 나의 의견에 반대한다는 뜻이렷다.
“대사마의 말처럼 아군의 기세가 높은 것은 사실이오. 하지만, 아군이 업을 치려면 황하를 건너야 하오. 이미 아군이 낙양을 함락한 사실을 조적은 알 것이기에 황하에 수군을 배치할 것이 분명하오. 그리하여 황하를 건너려면 저들의 수군을 먼저 깨트려야 하는 것이오. 그리고 황하를 건넌다고 해도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조적의 요충지들을 깨트려야 하오. 특히 하내의 치소 회(懷)에는 필시 조적이 상당한 병력을 두고 있을 것이오. 자칫 회에서 아군의 병마가 막히게 되면 곧 조비의 대군이 몰려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군은 뒤에 황하를 두고 있어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질 수 있소.”
나는 제갈량의 반대 의견을 듣고는 분명 일리가 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업을 공략하는 전략이 따로 있었기에, 나는 곧 제갈량을 향해 나의 전략을 말하였으니, 과연 그것은 무엇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