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67
00267 선택 =========================
“후우…”
땀방울이 목덜미를 적신다.
호위를 위한 흑귀대원만 데리고 오래간만에 하비성을 찾은 나는 성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남자를 보며 피식 웃었다.
“여~ 오래간만이야? 진동장군님.”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서주목.”
“에이~ 서주목이 뭐야~ 내 동생이랑 결혼할 사인데. 편하게 불러. 편하게.”
“네… 서주목.”
“…쳇. 뭐 좋아.”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듯 하다.
조조의 장남이며 그의 후계자인 조앙은 과거에도 지었던 싱글거리는 웃음으로 날 반겼다.
“좀 기다렸다가 인수인계라도 해주고 가시지… 뭐 그리 급합니까?”
제대로 된 인수인계도 없이 그가 가버린다는 것에 난 불만을 품었다.
그런 날 향해 조앙은 피식 웃었다.
“안 급하게 생겼냐. 가뜩이나 결혼이 미뤄져서 염이도 불안해하고 있는데. 채 상서령께서 살아계시기도 하니 정식으로 혼례를 올릴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그래도 안좋은 것은 안좋은 거라고.”
확실히 그렇겠지.
채옹이 죽은 줄 알고 그것에 맞춰서 혼례 준비를 다 했는데 채옹이 살아 있었다.
그 준비를 다시 해야 하는 것이다.
정식으로 채옹을 만나 정혼장을 나누고 그를 만나서 길일을 잡아야 한다.
한번 기회를 놓쳐버리니 이렇게 꼬여버린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조앙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에 올랐다.
“그럼 뒷일을 부탁한다!! 직인은 군승께 맡겨놨으니까 받아가도록!”
“하아…”
서주목의 직인도 직접 주지 않고 가버리다니.
그를 따르는 조조의 창기대원들은 나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후다닥 말에 올랐다.
호표기와 더불어 조조가 황건적 토벌때부터 데리고 다녔던 조가의 정예병력이 바로 저 창기대다.
하나같이 키와 덩치가 무척이나 큰데다가 무척이나 절도가 있는 것이 적어도 호표기와 비교해서 전혀 밀리지 않는 듯 보였다.
그들이 떠나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그대로 하비성으로 들어갔다.
내가 하비성주의 자리에서 물러날때와 비교해서 딱히 변한 것은 없었다.
여전히 하비성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여긴 여전하네요.”
“그러게 말야. 양준. 네 작업장은 어디냐?”
“북쪽으로 좀 더 가야합니다.”
어차피 하비로 가야 하는 만큼 양준과 함께 떠났다.
오래간만에 흑귀대원의 옷을 입고 말을 몰던 양준은 멋쩍은 듯 웃었다.
“이거 옷도 받고 포상금도 받고…”
“화신주 만드느라 고생했는데 이정도 포상은 약과지.”
“하하하! 누가 들으면 포상 받으려고 만든 줄 알겠습니다. 도련님께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만든 것 뿐입니다.”
“그래. 당분간은 계속 하비에 있을 거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해.”
제군에서 양준과 틈을 내서 이야기를 나눴다.
화신주를 만들며 다른 술을 만드는 연구도 꽤나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증류주라는게 한번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상당히 들어가는데 그건 개인의 취미 영역 문제가 아니었다.
제대로 된 지원이 없다면 쉽게 만들 수 없는 것이 증류주다.
술을 만드는 재능이 있다면 그 재능을 살려주는게 낫겠지.
이왕 만드는 거 한번 제대로 만들어보게 하려고 이번에 지원을 약속했다.
“내가 서주목으로 있는 동안은 한번 마음껏 만들어봐.”
어차피 서주의 세금은 내것도 아닌데.
그리고 특산품 하나 만들어주면 조앙도 좋아하겠지.
내가 웃으며 말하자 양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욕을 불태웠다.
“그럼 이번에는 약주를 만들어 볼까하는데…”
“화타 어르신을 소개시켜줄까?”
“그럴 필요 없다.”
“엇!?”
“화타 어르신.”
시장터를 지나칠 때 쯤 느긋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 양준과 나는 얼른 말에서 내렸다.
“별 일 없으셨습니까.”
“여전히 허름한 옷만 입고 다니시는군요. 혹시 자금이라도 부족하십니까?”
“그런 건 없어. 그래. 소식 들었다. 진동장군이 되었다면서? 양준. 자네가 요청한 약초는 구했다네.”
“감사합니다. 어르신.”
굳이 소개를 시켜 줄 필요는 없었나보다.
양준과 이미 안면이 있었는지 화타는 양준에게 몇마디 한 후 웃으며 말했다.
“예. 뭐 어쩌다보니.”
“잘 된 일이다. 그래. 하비에는 어쩐 일이냐?”
“조 서주목이 잠시 허도에 간 동안 제가 임시로 서주목이 되기로 했습니다.”
“그래? 그럼 잘 됐군. 조앙에게 부탁할 것이 있었는데 말이야. 너라면 이야기가 편하겠지.”
“뭐 때문에 그러십니까?”
“그것 때문이다.”
“……”
화타가 말하는 그것은 두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앵속의 연구.
나머지 하나는 바로 두창의 연구였다.
“밤에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화타는 웃으며 떠났고 난 양준의 어깨를 툭 쳤다.
“화타 어르신은 언제 알게 된거야?”
“언제 알고 자시고 술 만들때 어르신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증류를 할때 어르신께서 많이 가르쳐주셨습니다. 약을 만들 때 그런 방식으로 약의 농도를 높이는 기술이 있는데 그걸 쓰면 좀 더 증류가 잘 된다 하더군요.”
“호오… 그런 방법이 있어?”
“화타 어르신의 일을 돕는 대가로 그 기술을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잘만 하면 증류주를 만들 때 드는 비용을 절반까지는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거 대단한데!?”
지금까지의 증류는 내가 만든 조악한 증류기로 증류를 할 뿐 이었다.
그러다보니 증류가 제대로 되지 않아 몇번이나 증류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것을 화타가 개량해준다면 나야 좋지.
난 웃으며 감탄했고 양준은 마주 웃었다.
“잘 되면 도련님께 보고드리겠습니다.”
“잘 좀 해보라고. 필요한 지원은 해줄테니까. 아. 여기서 갈라져야 하나?”
“예. 도련님. 그럼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들어가라고.”
양준에게 손을 흔들어 준 후 계속 걸었다.
길의 끝에 있는 하비성.
성을 보며 난 입맛을 다셨다.
“으음…”
확실히 복양성보다는 작다.
하비성을 복양성까지 키울 필요가 있을까…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제 내가 살 곳도 아닌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겠지.
이정도면 괜찮다.
내가 하비성을 말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 성의 입구에 있던 병사들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사람의 차림은 확실히 중요한 것이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사람은 자신의 직위와 권위에 맞는 복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쓸데없는 일이 생기지 않지.
내가 입고 있는 비싸보이는 갑옷을 보며 긴장한 그들이었지만 그들은 경계를 할 뿐 무례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들에게 진동장군의 패를 보여주었다.
“지, 진동장군님!”
“들어가도 괜찮겠지?”
“물론입니다! 그런데 호위도 대동하지 않으시고 왜…”
“굳이 호위까지는 필요가 없어서…”
제남군과 제군에도 사람이 없는데 호위가 필요한가.
양준도 있었고 동해군까지는 서황이 호위를 해주었다.
나때 이상으로 조앙이 치안을 다스리는데 집중한 덕분인지 동해군과 하비군 사이에 도적들은 없었다.
최대한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준 대신 도적질에 대해서는 용서따윈 없는 정책을 펼친 덕분에 치안은 굉장히 좋았다.
각 현을 지날때마다 현령들의 지원만 받는 정도면 충분했기에 동해군부터는 호위 없이 하비로 올 수 있었던 나는 병사를 향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지금 군승께서는 계신가?”
현재 하비성의 군승은 조홍이다.
나와도 안면이 있는 그이니만큼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잘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내 질문에 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침 훈련소에 있습니다.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어. 하던 일이나 마저 하게나.”
“알겠습니다!”
괜히 나 온 것 때문에 일하던 사람들 뺄 필요는 없겠지.
하비성의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는 다 알고 있었다.
병사들의 인사를 받으며 안으로 들어가 곧장 성 뒷쪽의 훈련소로 향했다.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그것을 들으며 안으로 들어간 나는 낮게 휘파람을 불었다.
대련 중인가보다.
황금색 투구를 쓴 조홍과 비슷한 갑옷을 입은 큰 덩치의 사내가 서로 목봉을 부딪히며 힘을 겨루고 있는 것이 보인다.
내가 걸어오는 것을 본 몇몇 병사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려 했지만 난 손을 들어 그들을 막았다.
어디 한번 실력을 좀 볼까?
“흐아아압!!”
“녹슬었다.”
오….
조홍도 보통은 아닐텐데.
그의 공격을 여유있게 막아내던 사내는 조홍의 어깨를 봉으로 후려친 후 큰 덩치에 걸맞지 않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공중제비를 돌아 그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크억!”
“아직은 틈이 많군. 재물을 모으는 것도 좋지만 훈련을 잊지 마라. 노력은 좌절감을 없앤다.”
“크으… 좌절감이 사나이를 성장시키는 법이거늘…”
“맨날 좌절만 해서 어쩌려는거냐. 음? 누구지?”
“아야야…”
바닥에 쓰러져 있던 조홍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을 때 그를 쓰러트렸던 이는 날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는 들고 있던 목봉을 병사에게 건네 준 후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조홍보다 머리 두개 정도는 더 큰 키에 부리부리한 눈매.
긴 수염이 인상적인 사내다.
천상 무인이라 생각되는 그는 날 내려다보며 물었다.
“입고 있는 갑옷이나 이목구비를 보면… 자네가 소문의 그. 진유하로군.”
“반갑습니다. 진동장군 진유하입니다. 그런데…”
“아. 이런. 내 소개를 잊었군.”
그는 많은 훈련 때문인지 굳은살과 상처로 가득한 오른손을 내밀었다.
큰 손이다.
“하후연이라고 한다. 현재 독군교위직에 있지. 실제 직위는 자네가 더 높지만…”
“알고 있습니다. 편하게 말씀하십시요. 교위님.”
“하하하!! 말이 잘 통해서 다행이군. 조홍이나 앙이, 청이에게 들었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마음에 들어. 그리 딱딱히 부르지 말게나. 편하게 숙부님이라 부르게.”
“네. 숙부님.”
진동장군인 나와 교위인 하후연의 관직을 비교한다면 당연히 내가 더 높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하후연은 조조가 거병할 때부터 그를 모신데다가 조조의 형제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
조청이 숙부라 부를 정도인데다가 중요한 것은 그의 실제 직위는 교위따위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하. 자네가 그리 말해주니 마음이 편해지는군.”
조앙을 돕기 위해 일부러 교위직으로 강등되었지만 그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모양이다.
호방한 성품을 알 수 있는 그를 향해 난 미소지었다.
중앙으로 복귀한다면 나보다 더 높은 사정장군. 좀 더 높게 본다면 위장군이나 거기장군직까지도 받을 수 있는 위치이다보니 지금의 직위로 나도 밀 수만은 없었다.
그렇다면 잘보이자.
조조의 친인척이나 다름없는 사람.
이런 사람도 내 편으로 최대한 끌어들이는 것이 좋다.
“서주의 영웅인 자네에 대해서는 아주 많이 들었어. 조공께서도 자네를 아주 칭찬하더군. 그리고…”
하후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내 조카의 신부감으로 점찍어 둔 청이를 낚아채다니.”
“아…”
그러고보니 원래 조청은 하후돈의 아들인 하후무와 결혼했었지.
하후연은 내가 움찔하자 싱긋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결국은 연이 아니었나보지. 청이나 무나 서로를 남매 정도로 밖에 인식하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 숙부로서 그저 행복해지길 바랄 뿐이니 너무 걱정 말게나.”
“…어. 음. 반드시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
“들었지?”
하후연은 싱긋 웃으며 뒤를 보았다.
몸을 추스리고 걸어 온 조홍은 하후연의 말에 웃었다.
“안그래도 잘 지내고 있는 듯 하우. 우리 조카사위가 꽤나 사람이 좋아서 말이지. 청이는 이미 홀딱 빠진 것 같던데?”
“그래? 하하하! 연은 여기 있었구만. 사람과의 만남은 하늘이 정해준다는데… 과연 천생연분이라는 건가?”
“…..”
조홍과 하후연은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
내가 딴 소리 못하게 아예 박아두려는 것인가.
그렇게 조청과 내가 둘도 없는 천생연분이며 조홍이 자기가 잘 아는 점쟁이에게 조청과 내 사주를 맞춰봤는데 이럴수가.
궁합이 좋다 못해 미쳐 날뛰어서 자식은 남자 아이 일곱에 여자아이 다섯을 낳는 기염을 토해낸다고 했다.
그정도로 하면 뼈 삭겠다.
“그… 아들 딸 구분말고 적당히 낳아서 잘 기르자는 이야기는 모르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