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39
“적의 수는 얼마나 되지?”
막사로 향하며 묻자 하후상은 잠시 생각한 후 답했다.
“약 이만 정도 될겁니다.”
“이만? 생각보다 적은데?”
답돈이 그렇게 대책없이 깨졌으니 적어도 그 두배는 올 줄 알았는데.
물론 적은 수는 아니다.
압도적으로 우리가 병력이 많은 것도 아니니까.
아직까지 남피에서 보내 온 지원병은 도착했다면 모를까 그들이 도착하지 않은 이상 비등비등한 전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빠르게 거점을 잡은 후 그곳에서 요격해가며 버티고 싸우려 한 것인데.
생각보다 적은 적의 수에 의아해하며 막사에 들어갔을 때 이미 서복은 지형을 보며 서황, 장료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왔나?”
“응. 상황은?”
“뭐, 크게 위험하다고 볼 만한 것은 아니야.”
“아직 진형을 제대로 꾸리지 못했는데?”
“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니까. 그보다 탁현은 어떻게 됐지?”
“그게… 현 자체를 점령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 다만 현령이 조금 거슬리는군.”
“현령이?”
서복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난 염유와 한 대화를 말해주었다.
내 말을 들은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심각해하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허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장 다른 곳을 점령할 시간도, 여유도 없어. 그 부분은 내가 알아서 잘 할게.”
염유가 현을 점령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이유는 백성들이 내 지배에 만족해하다가 그 지배가 끝나고 다른 관리가 왔을 때 적응하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그런 문제라면 어떻게든 해결이 가능하다.
내가 느긋하게 말하자 서복은 피식 웃었다.
“뭐, 그 부분은 네가 알아서 하겠지. 사람 현혹하는 것만큼은 우리 중 누구보다 네가 더 잘하니까.”
현혹이라니.
설득이라고 해라.
내가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보며 다들 싱글거리자 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 부분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전략이나 얘기해보자고. 어떻게 할 생각이냐?”
“어떻게고 자시고.”
서복은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은 전과 같아.”
“망치와 모루 전술을? 하지만 방패병을 다시 보내기에는 그들의 수가 좀 애매하지 않아?”
답돈의 공격을 막아내며 방패병들이 타격을 입었다.
어지간하면 방패병은 좀 쉬게 하고 싶은데.
내가 떨떠름해하자 서복은 나무조각을 치우며 대충 만들어 놓은 나무조각을 팔자진형의 본진 부분에 놓았다.
“여기서 오환병들을 이용한다.”
전에 서복이 말하길 사로잡은 오환병들을 방패병으로 운영한다고 했었다.
항복한다 하여 노예로 만들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하여 전술에서 가장 중요한 모루의 역을 맡기다니.
“제정신이냐?”
“침착하고 들어.”
서복은 진형을 보며 이번 전투의 중점에 대해서 천천히 말했고 난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으려나.”
“문제는 없다.”
“…..”
이거 서복이 말하는대로 해도 되려나 모르겠네.
내가 난감해하자 서복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이 전투는 내 것이다. 너는 구경이나 하고 있어. 네가 다른 이들을 홀리든, 설득하든 그 방식에 대해 떠들지 않듯, 전투에 있어서 내가 낀 이상 그것을 떠들지 않아줬으면 좋겠군.”
만약 총괄 지휘관이 내가 아니라면 서복이 이렇게까지 나서지는 않았겠지.
서복의 담담한 말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네 마음대로 해라.”
“내 마음대로 하지. 후후.”
신났구만.
서복의 입가에 그려진 미소를 보며 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역시 책사들은 자신의 책략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상황에서 즐거워한다.
서복 역시 책사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으며 난 천천히 물었다.
“그럼 내가 해야 할 일은 뭐지?”
“넌 얌전히 있는거지. 괜히 나서서 죽거나 다치면 우리가 더 피곤해질테니까. 그냥 후방에서 구경이나 하고 있어.”
“이번 전투는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장군께서는 뒤에 계십시요.”
“…아니 이것들이 날 뒷방 늙은이 취급을 하다니.”
다들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참전하는 전투에서 내가 이런 취급을 받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생소한 기분에 난 입맛을 다셨고 서복은 천천히 말했다.
“네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염 현령을 제대로 포섭하는거야. 그게 안된다면 그를 제거하든 해라. 그를 포섭하여 탁현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이번 전투에서 이기더라도 극심한 손해가 발생할 지도 모르니까.”
“…끙. 알았어.”
책략을 짜내었다면 그것에 따라주어야지.
서복이라면 잘 해낼 수 있을거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나는 구석에 앉은 채 지도를 보며 다른 장수들과 이야기하는 서복을 보았다.
다들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임무에 대해 듣고 있는 동안 나는 뻘쭘해하다가 밖으로 나갔다.
어째 소외당하는 기분이군.
내가 밖으로 나왔을 때 한 사내가 걸어왔다.
“장군님.”
관평이다.
이번 전투에서는 나를 호위하는 임무와 함께 추가로 다른 임무를 맡아 전술회의에서는 제외된 그는 짐을 챙겨든 채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음? 관평. 왜.”
그는 들고 있던 짐을 수레에 실었다.
그 말고도 다른 이들이 짐을 수레에 실는 것이 보인다.
치중인가?
이번 전투를 위한 치중물자를 제외한 나머지를 수레에 얹어 놓는 이들을 보던 나는 관평의 딱딱히 굳은 얼굴을 보며 쓰게 웃었다.
“…이곳. 탁현은…”
“아아. 알아.”
탁현의 누상촌은 유비의 고향이다.
그리고 유비, 관우, 장비가 결의를 한 곳이기도 하고.
관평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
“가급적 탁현에서는 혼자 다니지 말아주십시요.”
“알겠어. 걱정마라.”
유비의 고향이라는 것.
그 말은 마을에서 나를 노리는 이가 없다는 보장은 할 수 없었다.
물론 누상촌이 이곳에서 꽤 떨어진 곳에 위치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거 유비를 따르던 세력이 이곳에 없다는 보장은 없었다.
혹시 아는가.
유비의 뜻을 따르던 이가 갑자기 튀어나와서 날 죽이려고 할지.
개인의 무력을 따진다면 나는 빈말로도 잘 싸운다고 할 수 없는 몸이다.
그런 만큼 관평이 이리 걱정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서 성주께서 장군의 호위로 저를 임명하셨습니다.”
“들었어. 그럼 잘 부탁하지.”
“예.”
무뚝뚝한 얼굴로 굳게 고개를 주억거린 관평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탁현의 관청으로 가시는 겁니까?”
“글쎄…”
서복이 나에게 맡긴 일을 하기 위해서는 관청으로 가긴 가야겠는데.
“왜 그러십니까?”
“아냐.”
믿자.
서복에게 권한을 주었다면 그가 생각한대로 움직일 수 있게 믿어주자.
그것이 지휘관의 역할이다.
괜히 책사의 일에 지휘관이 끼어들어서 감놔라 배놔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난 관평을 향해 쓰게 웃은 후 말에 올랐다.
“관청으로 간다. 너는 준비한 후 따라와.”
“예.”
책략은 책사에게.
그렇다면 설득은 정치가에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자.
관평이 병사들과 함께 치중을 이끌고 탁현의 관청으로 들어오자 염유는 씁쓸한 얼굴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결국 이렇게 하시는 군요.”
“그래.”
“그것이 장군님의 뜻이라면… 따르겠습니다만. 저는…”
염유는 불안해하고 있었다.
나를 보며 절을 하거나 기뻐하는 탁현의 백성들이 내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하는 것을 보던 염유가 우울해하며 고개를 숙이자 난 그를 향해 천천히 말했다.
“유주의 백성들을 진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라면.”
“예?”
염유가 고개를 들자 난 창고에 들어가는 물자들을 보며 말했다.
“북방의 유주 정벌이 끝난 후 치중종사직을 받아 볼 생각이 있나?”
“….”
염유는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치중종사라는 자리는 일개 현령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높은 직위다.
특히나 관리의 임명을 담당하는 역할까지 맡기 때문에 과거 매관매직이 횡횡할 때에는 주목 수준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자리였다.
물론 지금은 그것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주목 휘하의 보좌관들 축에서는 큰 힘을 자랑하는 곳이다.
재량에 따라 크게는 군수, 작게는 현령의 자리까지 임의로 관직을 줄 수 있는 위치인 치중종사의 직위를 내가 권유하자 염유는 당황하며 날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에게… 그런 자리를?”
“그래. 당신 말대로 북방 정벌이 끝나게 된다면 나는 유주에 남지 않을거야. 아마 나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되겠지.”
하인들이 곡식과 물자를 창고에 넣는 것을 지켜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점령하게 되면 나의 다스림을 받아 저들이 희망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백성을 너무 얕보는 것 같군. 황건적의 난이 왜 생겼다고 생각하지? 장각이 뛰어나서? 아니야. 희망을 가지려는 백성들이 무기를 들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들이 희망을 원하는 집착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라고 할 수 있어.”
“…그건.”
염유는 작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숙였고 나는 그에게 시선을 돌린 후 계속해서 말했다.
“한 사람의 힘으로 천하를 움직일 수 없듯이 한 사람의 힘만으로 백성들을 살아갈 수 있게는 할 수 없어. 염 현령. 내가 보기에 당신은 지금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어. 고작 한 두 사람의 관리가 있음으로써 한개의 주에 있는 수많은 백성들이 고통을 받거나 행복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나?”
“….”
“틀렸다. 한 사람이 아닌 하나의 정책이다. 그 정책이 만들어내는 결과가 백성의 삶을 결정하는 것이야.”
염유의 어깨를 잡은 채 난 확신을 가지며 말했다.
“다음에 올 주목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엄한 놈이 오지는 않을거야. 그러니 당신이 그를 잘 보좌해봐. 잘 보좌해서 그가 제대로 된 정책을 펼치게 해봐.”
“…장군님.”
“나는 정북장군. 하북에 대한 권한은 나에게 있어. 그것을 당신이 알아줬으면 좋겠군.”
난감해하는 염유를 향해 난 차분히 말했다.
“말 뿐이 아닌 진심으로 백성을 생각한다면 할 수 있겠지?”
못하기만 해봐라.
상관에 대한 항명죄를 물을테니까.
나를 멍하니 응시하던 염유는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내 앞에 부복했다.
“장군님의 명을… 반드시 이행하겠습니다.”
******
진유하가 나가자 서복은 한숨을 내쉬며 서황을 보았다.
관평에게만 진유하를 맡긴다는 것이 불안한 모양이다.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지도를 보는 그를 향해 서복은 천천히 말했다.
“너무 그렇게 불안해하지 마라.”
“하지만.”
“이번 작전이 제대로만 된다면 진유하는 오히려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쓸데없는 생각은 관두고 작전에나 집중해.”
서복의 말에 서황은 고개를 끄덕이고 장료와 조휴를 보았다.
서복의 군에 속해 있는 그들은 진유하에 대해 별반 걱정이 없는 듯 보였다.
그런 그들을 보며 입술을 꽉 깨문 서황이 입을 열려고 할 때 막사로 하후상이 들어왔다.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좋아. 그럼 가지.”
이제 전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서복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 서황 역시 밖으로 나왔다.
기다리고 있던 백귀대원들이 무심히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끼며 말에 오른 서황은 주변을 보며 담담히 말했다.
“가자.”
“예!!”
전장이 될 곳은 탁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넓은 평원.
탁현의 사람들은 유경이라 부르는 평원이었다.
탁 트인 평원에 근처에 숲이 있기는 하지만 매복의 묘를 살릴 정도로 큰 숲은 아니었다.
산도, 하다못해 언덕도 없는 곳.
다른 수보다는 정면대결을 할 수 밖에 없는 곳이기에 서복은 이곳을 전장으로 골랐다.
“원정을 나와서 적을 끌어들이게 될 줄이야. 하하하. 정말 즐겁다니까.”
“뭔가 좀 이상하군요.”
“꼬우면 먼저 와서 점령하고 있었어야지.”
점령의 개념보다는 한곳에 틀어박혀 있다가 나오는 위주의 전투를 하는 이들이라 그런지 오히려 상대하기가 편하다.
서복이 싱글거리며 말하자 옆에 서 있던 주령은 쓰게 웃었다.
좀 겪어보니 서복도 성격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책사들은 원래 이런 건가?
그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서복은 주변을 둘러 본 후 서황에게 물었다.
“함정의 준비는 제대로 됐나?”
“예. 그런데…”
“뭐지?”
“괜찮으시겠습니까?”
서황의 질문에 서복은 피식 웃었다.
책사가 된 이후로부터 항상 듣는 질문이다.
이번 책략은 성공할 수 있느냐는 것.
서황의 질문에 서복은 웃음기를 유지한 채 말했다.
“모사재인 성사재천이라.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으니 나머지는 기다리는 수 밖에.”
“…하늘이 돕지 않으면 안된다는 겁니까.”
“그래. 아무리 나라고 하더라도. 아니, 어떤 책사라고 하더라도 완벽한 책략은 꾸밀 수 없다.”
서복의 말에 서황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 그를 보며 서복은 담담히 말했다.
“허나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 위치로 가라. 서 교위.”
“예.”
서황이 도끼를 들고 자신의 위치로 향한다.
오환병들이 방패를 어색하게 들고 있는 것을 독려하던 서복은 힐끔 뒤쪽을 보았다.
저번 전투때와 비슷한 진형이다.
다만 기병들은 양쪽에서 준비를 하고 있을 뿐.
그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물론 겉보기로는.
“장군!”
멀리 흙먼지가 보인다.
기병인가?
서복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지휘봉을 잡고 힐끔 뒤를 보았다.
뒤쪽에 있는 병사들의 움직임은?
없다.
자신의 계획대로 저들은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들을 지켜보던 서복은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팔자진.”
무예에 자신이 없어하는 진유하와 다르게 서복은 격검의 고수다.
복수를 위해서 스스로를 단련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그 덕분에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을 정도의 검술 실력을 갖출 수 있었다.
서복이 검을 빼어들며 말 위에서 외치자 병사들이 움직인다.
저번 패배 이후 군에 들어왔던 오환병들이 어색하게 진형을 바꾸는 것을 보며 서복은 씩 웃었다.
이정도면 되었다.
완벽한 진형따위는 관심도 없다.
구색만 맞춰주면 되는 것이다.
그리 생각하던 서복은 검을 뽑으며 외쳤다.
“자랑스러운 한의 군이여!!”
“오오오오!!”
“우리의 앞을 가로막는 적에게 정의의 철퇴를!!”
“오오오오!!”
“우리의 길을 방해하는 적에게 패배의 굴욕을!!”
“오오오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와아아아아!!!”
크게 외치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병사들의 사기를 올린 서복은 흙먼지가 거대해지는 것을 보았다.
한번에 뚫어 볼 생각인가?
그래.
와라.
기다리는 것도 힘드니까.
서복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졌을 때 적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온다! 주의하도록! 각자 맡은 임무만 해내라! 승리를 이끌기 위해 너희가 나설 이유는 없다!! 자신의 임무를 성공해내는 것!! 그것만이 승리의 지름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