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725
도로를 만드는 것은 전답을 늘리는 것 이상으로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특히 겨울철, 농사를 짓지 않게 될 때 백성들을 놀려먹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노역의 의무를 부과함과 동시에 그들에게 적절힌 비용을 지불해줌으로써 백성들이 겨울을 조금이나마 더 풍족하게 날 수 있게 해준다.
관리들이 적당히 해먹기도 좋을 뿐더러 관과 상, 민간의 관계를 구성하기도 괜찮은 공사다.
관은 길을 만들고, 백성들은 겨울에 노느니 일이나 하고, 상업은 길이 뚫리면 자신들이 자주 이용하니 좋고.
그렇기에 연주와 서주 일대의 관도는 언제나 정비되어 있었고, 또 그것을 관리하는 이들은 많았다.
상인들이 오고가며 지불하는 통행세도 무시할 수 없으니 말이다.
관도 정비 정책을 가장 먼저 시행한 곳이 바로 서주다.
그 서주의 관도에 위에서 말에 탄 채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잘 만들기는 했는데 말이지… 관도가 제대로 뚫려 있다면 그만큼 군대의 움직임도 편하겠단 말야.”
각지를 잇는 관도가 잘 만들어져 있으면 물류의 이송 뿐만 아니라 군대의 이동도 편해진다.
그 말은 한번 제대로 뚫리면 관도를 이용해 적 부대가 미친듯이 치고 들어 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
내가 떨떠름히 중얼거리자 등애는 쓰게 웃었다.
“모든 일에는 일장과 일단이 있는 법입니다. 그를 방비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전선이 밀리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렇지.”
지금 위국은 예전과는 다른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동서남북 여기저기 적이 있을 때와는 달랐다.
북방을 제압하여 북방 쪽의 전선을 유주 북쪽으로 밀어내며 안정화를 꾀하게 되었다.
또한 형주의 양양을 차지하여 남쪽에서 올라 올 수 있는 길목을 막아내었다.
현재 전선이 있는 곳은 장안, 그리고 강하 일대, 거기에 유수구쪽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전선과는 꽤나 떨어져 있는 만큼 아직까지는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관도를 이용하는 이들 중에 불만이 있는 이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낙통은 주변을 둘러보며 천천히 말했다.
“관도가 통하지 않는 마을에 가려고 할 때 관도 이용세를 전부 내는 것이 불만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래서? 너희들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확실히 있을 만한 불만이다.
관도의 이용요금은 각 군과 군 사이의 관도를 한번 이용할 때 지불하는 것이다.
하지만 관도가 모든 마을에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꾸준히 관도를 정비하고, 또 길을 만들고는 있지만 서주에 있는 모든 현에 관도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관도가 이어지거나, 혹은 정비되지 않은 현에 가는 이들로서는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악용의 소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무시하면 됩니다.”
“관도의 이용 비용은 충분히 싸다고 생각합니다만… 상인들은 자신들이 벌어들이는 비용에 대해서는 생각치 않고 늘 이런 불만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 도착하는 현의 확인증을 구해온다면 감안해주는 것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조식, 낙통, 등애의 발언이다.
같은 곳에서 같은 가르침을 받았는데 나오는 대답이 전부 다른 것에 난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각자간의 이득을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지. 너희들 모두의 말이 맞다.”
“그렇습니까.”
“결국 정책이라는 것은 상황에 맞춰서 해야 하는 법이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없어. 한번 잘 생각해봐. 사람이 욕심을 부리고자 한다면 기상천외한 수를 쓰니까.”
“기상천외한 수?”
“예를 들자면… 관도의 이용요금을 줄이기 위해서 실제로는 관도를 전부 이용하면서 다른 곳에 간다는 사기를 칠 수도 있지. 그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들도 생각해 볼 만한 문제야.”
“으음…”
셋이 고민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들을 향해 웃어보인 나는 말고삐를 움직여 선두로 이동했다.
선두에는 요화와 청이가 있었다.
내가 다가오자 요화는 주머니에서 육포 하나를 꺼내 건네주었다.
“드시겠습니까?”
“정이가 만든거냐?”
“하하. 예.”
장연이 만든 것이라면 좀 더 먹음직스럽겠지.
많이 배웠다고는 하지만 십년도 넘게 시녀 생활을 하며 영이가 없는 동안 진가를 돌봐 온 그녀다.
그런만큼 요리 솜씨는 정이가 따라갈 정도가 아니다.
육포를 우물거리며 행군을 계속한다.
이제 슬슬 팽성군 인근에 도착할 때가 되었는데?
신원을 밝히지 않은 군대가 군에 인접하며 사람들은 경계할 수 밖에 없다.
안그래도 근처 마을을 지나갈 때 사람들이 놀라 도망치려 하던 것을 떠올리면 괜한 소란은 피하는게 좋다 싶었다.
“슬슬 준비를 해야겠군요.”
“그래.”
요화는 뒤를 보며 손짓했고 산양군의 병사들은 깃발을 들어 올렸다.
산양군의 깃발이 올라가자 관도 근처를 걷던 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우리가 도적이라도 되는 줄 알았나보지?
그들이 안심하며 관도를 지나가는 것을 보던 청이는 빙그레 미소지었다.
“옛날에는 군대만 보면 도망가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하긴.”
청이가 한참 전장을 다닐 때는 각 군벌들이 천하를 향해 자신의 포부를 밝힐 때였다.
그때는 관도를 다니건 말건 이유가 없었다.
사지 멀쩡한 이들이 보이면 어떤 트집을 잡아서라도 병졸로 보내버릴 정도였으니까.
장비나 식량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병사의 수는 군벌의 힘을 나타낸다.
훈련이 얼마 되지 않은 징집병이라고 하더라도 군벌들은 자신을 위해서 그런 짓거리를 했었다.
“조가도 그랬어?”
“조가는 그런 짓은 하지 않았다구요. 아버님께서 연주목이셨으니까. 그러지 않아도 병사들을 모으기는 쉬웠답니다.”
조조는 처음부터 연주목으로서 활동하며 연주군과 함께 조가의 정예병들을 데리고 있었다.
원한다면 연주 내에서 징집령을 내릴 수 있었으니 길가던 사람 잡아와 강제 징집할 필요는 없었겠지.
그녀의 말을 담담히 듣던 요화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소문으로는 지금도 강남 일대에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강남 일대? 하지만 오가 그렇게 막나가지는 않을텐데?”
“그저 도적들의 소행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모르는 일이지요.”
“무슨 이야기를 들은거야?”
요화는 육포를 꿀꺽 삼키고 말했다.
“도련님이 오시기 얼마 전에 강남에서 올라 온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응.”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거래를 잘 하던 상단 하나가 어느 순간 사라져버렸다고 하더군요.”
“그냥 이사간게 아니고?”
“예. 상단 건물에 있던 사람들이 전부 사라졌다고 하더군요. 야반도주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갑자기 하루아침에 사라졌다고 합니다.”
“에이… 그냥 도적이라도 들은 거 아닐까?”
“그건…”
“상인들은 허풍이 심해. 그리고 상단 같은 경우는 도심지에 있지 않고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경우가 많아. 그러니 목격자의 증언도 확실히 믿을 수 없지.”
“그렇습니까…?”
요화는 맥빠진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상인들 입장에서는 요괴니 뭐지 떠들어대던데…”
“그것 역시 좋은 선전효과가 될 수 있어. 그런 일이 몇번 발생하고 나서 손권이 직접 나섰을 때 그런 일이 사라졌다. 적당히 요괴의 소행이다… 라고 알려 놓은 후 손권이 그것을 해결했다고 말하는 거지. 강남은 아직 유교적 도리보다는 민간신앙에 익숙한 이들이 많아. 그것만으로도 많은 호족들이나 소수민족들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도련님이 마마를 물리쳤다고 하는 것처럼 말씀이십니까?”
“그래. 나도 마마를 물리친 것은 아니거든.”
그냥 마마의 발생을 막은 것에 불과할 뿐이다.
그리고 그 업적을 확대하고 부풀린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결과는?
내가 나서면 마마신이 두려워서 멀리 도망가버린다는 이야기가 백성들에 퍼질 정도였다.
“흐음… 그렇다면 한번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요.”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알아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거야. 강남쪽이라면 손을 쓰기도 애매하니까.”
하지만 다른 방법으로라도 조사해 볼 만한 가치는 있는 이야기다.
강남 일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난 팔짱을 끼고 생각하다가 히죽 웃었다.
“이거 노숙이 하는 짓이라면 아주 재밌는 짓거리겠는데?”
“무슨…?”
요화와 청이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나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일단 확실하지 않으니까.
나는 점령을 한 후 호족들과 명가들의 협조를 얻기 위해 그들의 편의를 봐주거나 아니면 정략혼을 통해 사람들과 연계를 해왔다.
이것은 유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패의 방법도 당연히 존재했다.
패의 방법?
간단하다.
말을 듣지 않으면 싹 쓸어버리는 것이다.
유한 방법이나 패한 방법이나 둘다 장단점이 있다.
무엇이 옳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지만 확실히 노숙과 나는 반대라고 볼 수 있었다.
“아직 모르는 일이니까.”
진짜 노숙이 하는 짓인지, 아니면 신출귀몰한 신세력이 나타나는 것인지.
아직 모른다.
강동에 가보면 어느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중얼거렸을 때 청이는 전방을 가리켰다.
“오는 것 같은데요?”
“아.”
청이의 말에 상념에서 벗어난다.
지금은 그쪽의 일을 생각할 때가 아니지.
“어? 오오.”
아는 얼굴이다.
팽성군의 군사들을 이끌고 오고 있는 이는 바로 팽성군의 군수인 진등이었다.
과거 임시 서주목일때 나와 함께 일했던 그는 말을 타고 오다가 우리와 마주치자 말에서 내린 후 허리를 숙였다.
“오래간만입니다. 시중.”
“하하. 그래. 오래간만이네. 그간 잘 지냈어?”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그… 첨병에게 연락은 받았습니다. 하비에 가신다지요?”
“음.”
“여독을 조금이라도 푸실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자. 함께 가시지요.”
진등의 인도를 받으며 팽성군에 들어갔다.
과거에 비하면 정말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될 정도다.
거의 두배 가까이 커진 것 같은데?
내가 감탄하자 진등은 빙긋 웃었다.
“전답이 많이 늘었습니다. 철제 농기구 덕분에 개간을 쉽게 할 수 있게 되었지요.”
“그 뿐이 아닌 것 같은데. 소도 꽤 많은 것 같고.”
“예전 강망이 가르쳐 준 축산법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팽성군에서 기르는 소가 하비보다 많습니다.”
연주로 소가 꽤나 유입될 수 있는 것이 팽성군 덕분인가?
진등은 싱글거리며 팽성군의 관청으로 우리를 데리고 들어갔다.
“차린 것은 없지만 많이 드셨으면 합니다.”
요화가 병사들을 병영에 데려가자 진등은 나와 청이를 데리고 연회장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 크지 않은 연회장이지만 차려진 음식은 그의 말과 다르게 꽤나 푸짐했다.
“뭘 이렇게 준비를 했어?”
“더 준비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상다리가 부러지겠네.
청이와 함께 자리에 앉았을 때 진등은 웃으며 말했다.
“원래 시중의 성격상 바로 집무실로 가자고 할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
“하하하! 진 군수가 세금 문제로 장난칠 사람은 아니잖아? 우리 사이에 그런 소리는 하지 말자고~”
인맥이 이래서 좋은거다.
서로 도와주는 것 아닌가.
진등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내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을거다.
아무리 과거에 함께 일했다고는 하지만 지금의 나는 중앙에서도 권력의 최상위층에 있는 사람이다.
내가 말 한마디만 한다면 팽성군수직에서 바로 잘릴 수가 있다.
하지만 일 잘하고, 또 나와 꽤나 오랫동안 같이 일한 사람을 이유도 없이 갈구겠나.
그에게 뇌물을 받아야 할 정도로 아쉬운 상황도 아닌만큼 난 웃으며 말했고 진등은 그제서야 조금 굳어 있던 얼굴을 풀었다.
“시중께서는 크게 변하지 않으시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응? 무슨 소리야?”
“가끔씩 그러잖습니까. 높은 자리에 올라가면 과거의 인연을 잊는 사람들이 있다던데.”
“에이~ 난 그정도는 아니야. 자자. 그간 고생 많았는데 한잔 받아야지?”
“예예.”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연회가 시작되었다.
청이가 있기 때문에 악사들도 남자들 뿐이다.
맹인 악사가 금을 뜯는다.
솜씨가 제법인데?
한순배씩 술이 돌았을 때 진등은 웃으며 말했다.
“하비에는 무슨 일 때문에 가시는 겁니까?”
“좀 확인할 일이 있어서. 하비에 있는 태학도 좀 보고 싶고, 그리고… 말릉의 엄 군수도 좀 만나고 싶고 말이야.”
“아하. 그러셨군요.”
진등은 쓰게 웃으며 술을 한모금 마신 후 말했다.
“엄 군수의 일은 저도 들어 알고 있습니다. 하비에서도 모두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것 참… 아. 그런데 자네 아버님께선?”
과거 서주에는 진등 뿐만 아니라 그의 아버지인 진규도 있었다.
내 질문에 진등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몇해 전 돌아가셨습니다.”
“아… 그래. 이거 미안하구만.”
“아니요. 주무시며 돌아가신 것이라. 호상이셨습니다.”
“상을 치르느라 고생했겠네. 연락이라도 해주지 그랬어?”
“자식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도리였습니다. 그리고 시중께서는 많이 바쁘셨잖습니까. 원소의 일에, 유표의 일에… 이래저래 바쁘신 분께 참석해달라고 하기 힘들었을 뿐입니다. 시중께서 이만큼 높이 올라가신 것을 보면 아버님도 무척이나 기뻐하시겠지요.”
“하하하…”
내가 알던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것을 느낀 것일까?
진등은 애써 웃으며 박수를 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희 팽성군에서도 나름대로 특산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괜찮으시면 한번 봐주시겠습니까?”
“오? 그래. 가져와봐.”
자리에서 일어난 진등은 밖으로 나간 후 삼베 하나와 솜, 그리고 작은 상자를 가지고 왔다.
“면직물에 솜이라…? 목화를 특산품으로 내세우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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