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942
천도를 한다고 해서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일이 오히려 더 많아졌다.
황가와 조가의 이동부터 시작해서 다른 문제들까지.
처리해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신년제 준비는 어떻게 되갑니까?”
“승상이 전하와 함께 업으로 갔으니까 알아서 하겠지.”
내가 합류하고 그나마 살 만해진 양 사형이다.
퉁명스러운 어조로 양 사형이 말하자 난 쓰게 웃었다.
이제 내일이면 우리도 업으로 떠난다.
“호위부는 나중에 온답니까?”
“음. 아직 연주목이 정해지지 않았으니까. 이거 할일이 많겠군.”
아무리 천도한다고 하더라도 허도, 내일부터는 다시 옛 이름인 허창이라는 이름으로 돌아갈 곳은 전략적 요지였다.
그런만큼 호위부는 치안 유지를 위해서 새로운 연주목이 자리잡을 때까지 이곳에 남는다고 했다.
병력이 상당히 빠지겠군.
“참나. 집무실 받아서 몇달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는구만.”
내 말에 양 사형은 피식 웃었다.
“난 제발 떠나고 싶다.”
“거 차기 승상께서 말이 너무 심하신 것 아니요? 괜한 소리하지말고 그거나 정리하쇼.”
“젠장.”
투덜거리며 양 사형이 상자에 기밀문서를 넣는다.
꽉꽉 채워 둔 상자에 자물쇠를 걸고 봉인지를 붙였다.
그 상자를 한쪽에 쌓으며 허도에서의 마지막 일이 끝났다.
“이제 없지?”
무수히 많던 죽간들과 문서들이 정리되었다.
남은 것은 텅 빈 탁자와 책상 뿐.
그의 질문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내 집무실은 워낙 안써서 뭐 챙길 것도 없다.
“너희 집의 이사 준비는 끝났냐?”
“이미 끝냈습니다. 중요한게 별로 없어서.”
“그러냐.”
짧게 입맛을 다신 양 사형은 겉옷을 입었다.
두툼한 솜옷을 챙겨 입은 그는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
“겨울이라 천도가 어려울 것 같아 걱정이네.”
“길목 길목에 휴식지도 만들어 놨으니 괜찮지 않을까요?”
“눈이나 좀 적게 왔으면 싶구만.”
며칠 전에 폭설이 왔다.
그 눈을 치우느라 천도 일정이 조금 늦어졌었던 것을 이야기하며 양 사형은 입맛을 다셨다.
“허도에서 산지 몇년 되지도 않는데…”
“그런데?”
“시원섭섭하구만.”
씩 웃은 양 사형은 문으로 걸었다.
“우리도 슬슬 퇴청하지.”
“그럽시다.”
집에 돌아오니 집에서도 짐들을 수레에 올리고 있었다.
“너희들은 먼저 가는거냐?”
“예.”
경조에서 돌아 온 관평이 짐을 들어 수레에 올리며 말했다.
꽤 큰 장원이지만 짐은 별로 없었다.
수레 네개 정도가 다다.
예전부터 비싼 물건들이나 귀한 것들은 산양군에 있는 진가에 옮긴 덕분이다.
역시 사람은 거점을 여러군데 두어야 해.
“침상이나 가구 같은 것을 가지고 가지 않아도 됩니까?”
“이미 그쪽에 많이 있어. 그보다 너희들은 짐 없어?”
“칼 한자루가 답니다.”
예전에 얻은 참마도를 가볍게 잡으며 관평이 무덤덤히 말한다.
서황과 장합 역시도 딱히 짐은 없는 듯 보였다.
그들의 본가는 산양군.
그런만큼 그들 역시 챙길 것은 갑옷과 무기 정도가 다였다.
“그럼 오늘은 좀 쉬자.”
“안채의 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은 듯 한데…”
“그래?”
“예. 부인들께서 짐을 챙기고 계십니다.”
“알았어. 들어가볼게.”
뭐 챙길 것이 그리 많나 싶다.
안으로 들어가보니 영이와 청이가 작은 상자나 보따리를 들고 움직이고 있었다.
“뭐 챙겨?”
“아하하. 당신이 선물해준 것들이요.”
“어… 그냥 같이 보내지 그랬어?”
“저희에게는 보물이나 다름없으니까요. 혹시 잃어버릴 수도 있잖습니까.”
방긋 웃는 청이의 말에 얼굴이 붉어졌다.
결혼한지도 꽤 되었는데 참.
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완이와 희가 나왔다.
둘 역시 보따리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그건 또 뭐야?”
“서방님께서 선물해준 것들입니다.”
“이건 아버님이 주신것이구요.”
딱 봐도 그리 비싸보이지 않는 것들이었다.
그것들을 소중히 가지고 있는 내 아내들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
“내가 준게 고작 이정도 뿐이라는게 마음에 걸리는구만. 업에 가면 더 많은 것을 줄게.”
“후후. 정말인가요?”
미소를 짓는 영이를 향해 마주 웃었다.
“신년제가 시작하고 축제가 열리면 시간을 좀 낼 수 있을거야. 그때 함께 돌아다니자. 좀 춥겠지만.”
산양군이나 서주에 있을 때는 야시장이 열려서 그 야시장에서 이것저것 사서 선물로 줄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여기저기 끌려다니게 되면서부터 그런 일이 줄어들었다.
정말 더럽고 치사해서 빨리 태사 자리에 오르든가 해야지.
“당신이 무슨 생각하는 지 알 것 같네요.”
“응? 무슨 생각 하는데?”
“빨리 태사 자리에 오르겠다. 뭐 그런 것 아닌가요?”
“하하…”
들켰구만.
영이는 웃으며 내 옆으로 다가왔다.
“다들 그것도 좋지만… 당신이 조금씩 시간을 내어줘서 저희와 함께 있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으음…”
업으로 가게 되면.
그리고 조앙의 즉위식이 치뤄지면.
분명 전쟁이 난다.
그리고 나 역시 전쟁에 참가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런만큼 내 부인들이 바라는 일이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최선을 다해볼게.”
어쩔 수 없지만 여기서는 이렇게 말하자.
그것만으로도 다들 만족한 듯 보인다.
“그럼 자자. 오늘은 다 같이 잘까?”
“좋아요~”
헤죽거리며 다들 미소지었다.
허도에서 업까지 가는 길은 걱정했던 것보다 평탄했다.
하늘이 축복이라도 하는 것인지 요 며칠간보다 훨씬 따뜻한 날씨였다.
복양에 도착해서 배를 탈 때도 마찬가지.
눈도 오지 않고 바람도 많이 불지 않아 어렵지 않게 업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래간만이네요…”
희에게는 감회가 새로운 곳 일거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지옥이나 다름없는 곳이었을테니까.
물끄러미 업의 성문을 바라보던 희의 손을 잡아주었다.
예전에 희는 잘 웃지 않았다.
아니, 표정 변화조차 거의 없고 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다.
내가 손을 잡자 희의 예쁜 얼굴에 작게 미소가 드러났다.
“괜찮아요. 저번에 온 적도 있고… 그냥 옛날 생각이 조금 난 것 뿐이에요.”
맞잡은 손에 깍지를 끼고 내 어깨에 살짝 기댄다.
그녀에게서 나는 달콤한 향기가 기분을 좋게 해준다.
“이제 가요.”
“그러자.”
멈춰 있던 행렬이 움직인다.
검문을 끝낸 병사들은 우리를 보자마자 웃었다.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그러게.”
병사들의 복장은 북방통제군의 복장이었다.
그들이 있다는 것은 지금 업에 서복이 있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
난 웃으며 패를 보였다.
왜 이렇게 행렬이 늦나 했더니 서복이 관리자라 그런가보다.
그 녀석은 철저한 녀석이니까.
북방통제군이 수레를 일일히 확인하는 동안 뒤를 보았다.
업에 들어가기를 기다리던 관리나 명가의 사람들이 똥씹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냐.
승상복야인 나도 기다리고 있는 판국인데.
그나마 백성들이 들어가는 입구와 다른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우리의 검문이 끝났을 때 병사는 웃으며 말했다.
“정북장군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정북부에 계시니 한번 와달라고 요청하셨습니다.”
“알았어. 그럼 수고하게나.”
그의 어깨를 두들겨 준 후 말에 올랐다.
행렬이 움직인다.
“어머… 많이 변했네요?”
마차에 타고 있던 영이가 감탄하며 말한 것처럼.
업은 예전의 모습과는 크게 달라져 있었다.
꽤나 번화한데다가 상점가들까지 많다.
도읍으로 만들기 위해서인지 많은 상가들이 성 입구에서부터 자리잡고 있었다.
“쌉니다! 싸요!”
“업에 오신 것을 기념으로 하나 사가십시요! 서문 어르신의 위패입니다!”
“서문 어르신께 올릴 향도 있습니다~!!”
업의 서쪽에 있는 서문표의 무덤과 그 사당은 많은 학자들이 찾는 곳이었다.
생각 잘 했네.
유학자들에게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공자나 맹자라면 관리에게 있어서 존경과 선망의 대상은 서문표나 관중이었다.
그런만큼 상류층이 오가는 통로 근처에서 이렇게 팔면 다들 하나 정도는 살 것 같았다.
역시 상인들의 상술은 대단하구만.
나 역시 서문표를 좋아한다.
내가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 때 영이가 다가 온 상인에게 말했다.
“위패 하나만 줄래요?”
“아이고~ 아름다운 부인께서 구매해주시니 서문 어르신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하하하… 별 말을.”
자단목으로 깍은 위패를 받은 영이가 날 보았다.
영이도 서문표를 좋아했나?
내가 궁금해하자 그녀는 웃었다.
“당신. 서문 어르신을 좋아하죠? 나중에 사당에 같이 가요.”
“어? 아아. 그래.”
날 생각해서 산 거였군.
뒤를 보니 청이나 완이, 희도 향이나 위패같은 것을 사고 있었다.
하하.
이것 참.
마음이 푸근해진다.
집에 도착해 짐을 풀고, 피로해하는 부인들을 쉬게 한 후 관평만 데리고 나왔다.
관청에 가서 서복을 만나야 한다.
내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을테니 가서 말해줘야지.
오래간만이라 그런지 업의 거리가 꽤 신기했다.
내가 업을 공략하고, 방통이 업의 도읍화를 계획하여 실행하고, 그리고 순욱이 구상한 도시계획이 완성된 곳이다.
우리 모두 위생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고 있는 만큼 업의 거리는 무척이나 깨끗했다.
“쓰레기 하나 찾아 볼 수 없군요. 냄새도 나지 않고.”
“그럴 수 밖에.”
허도에서 하던 식으로 하면 뒷감당이 안된다.
높은 관직에 있는 이부터 나서서 지켜야 이런 것은 잘 유지되기 마련이다.
업에서 조금 떨어진 마을에 계속적으로 퇴비를 만드는 곳이 있었다.
모아진 오물들은 그쪽으로 보내져 퇴비를 만든다고 한다.
그 외에 다른 부분들도 마찬가지다.
일, 이년 계획한 것이 아니다.
그런만큼 업이 깨끗하고 좋은 것은 당연한 이야기.
“보고에 따르면 업에서는 함부로 오물을 버리면 무조건 곤장이라더라. 하촌이고 상촌이고 상관없이 말야. 오물은 따로 처리하고 있어. 너희도 주의해라.”
내 말에 관평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주변을 구경하며 관청 옆에 있는 정북부에 들어간 나는 마당에서 가볍게 연무를 하고 있는 사내를 보고 피식 웃었다.
“춤 연습하냐? 꼴이 그게 뭐냐?”
“춤은 무슨. 수경원에서 배웠던 연무인데 기억 안나?”
“너무 허접해서 한심하다.”
“쓸데없이 눈만 높아져가지고는… 쯧.”
저 녀석은 나이를 먹어도 무게잡는게 여전하군.
가볍게 연무를 마친 서복은 웃으며 팔을 벌렸다.
“어서 와라.”
“그래.”
방통은 저번에 한번 봤지만 서복은 굉장히 오래간만에 보는 것이다.
그를 한번 강하게 안아 준 후 안으로 들어갔다.
차를 내어주며 서복은 차분히 말했다.
“승상께 들었다만… 아마 이번 즉위식이 끝나면 정북장군의 직위에서 해임될 것 같다.”
“그러겠지. 어디 희망하는 보직이라도 있냐?”
“글쎄…”
“연주목 어때? 내가 밀어줄게.”
“하하하. 그것도 좋겠지.”
씩 웃으며 서복은 여유롭게 차를 마셨다.
서복 정도라면 충분히 연주목의 일을 해낼 수 있을것이다.
우와.
이렇게 되면 병주, 그리고 형주, 연주까지.
세개의 주가 내 사문의 사람들이네?
진짜 수경원이 위국의 비선실세가 되겠구만.
승상은 양 사형.
나는 승상부주.
거기에 주목이 세명이나 수경원 사람이라니.
사부님.
보고 계신가요?
수경원이 해냈습니다.
내가 싱글거리자 서복은 차분히 말했다.
“다만 좀 걱정이군. 즉위식이 치뤄지게 되면 오와 익주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 같은데.”
황제는 안중에도 없다.
어차피 그의 세력은 완전히 죽었으니까.
오늘 내일하는 그를 적에서 배제한 서복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합비 쪽의 분위기는 어떠냐?”
“그쪽은 지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야. 장료도 있고, 또 악진에다가…”
“에다가?”
“믿을 수 있는 녀석을 보내놨으니까.”
육손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자 서복은 곰곰히 생각했다.
찻잔을 내려 놓으며 서복은 눈을 빛냈다.
“검증 된거냐?”
“그래… 라고 하긴 좀 그렇지.”
내가 하는 말 뜻은 서복도 알고 있었다.
나의 비밀을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하나다.
서복은 싸늘히 웃었다.
“삼국지에 나오는 자로군.”
“그래. 그것도 엄청나게 유명해. 또 합비에 곽가가 만든 함정도 있고. 당분간은 크게 걱정할 필요 없을거야.”
“그런 것이라면…”
서복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안심했다.
“그럼 신년제만 잘 치루면 되는건가?”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그 육손이라는 자에 대해서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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