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itional Healer became a surgeon RAW novel - Chapter 135
(135)
“회장님, 이민호 선생이 교수들이 말한 것보다 더 대단한 모양입니다.”
노유근 박사의 말을 들은 박만덕 회장은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교수들이 말한 것보다 더 대단하다고? 이미 교수들에게 들은 말만으로도 대단한 인재라고 하지 않았나?”
“그랬는데, 제가 생각하는 정도는 레지던트가 교수에게 칭찬받기 힘든 여건에서 칭찬을 받으니 레지던트 중에 뛰어난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래. 그럼 레지던트보다 뛰어난 거야? 그, 뭐야? 전문의 뭐 그 정도 되는 거야?”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전문의는 레지던트를 몇 년간 한 후에야 딸 수 있다면서? 그런데 그 수준이라고?”
“네. 제가 알아본 바로는 전문의 못지않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조금 이해가 안 가는군. 노 박사가 내게 설명할 때 의술은 많은 경험이 축적되어야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저는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세상에는 종종 그런 상식을 뛰어넘는 사람이 있나 봅니다.”
“크흠, 뭐 그렇지. 나만 해도 어렸을 때는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했지만, 세상 상식을 벗어나 거대한 기업을 일구었으니까. 그럼 이민호 선생도 나와 비슷한 부류인가 보군. 의학계의 천재.”
“네. 회장님 같은 불세출의 천재입니다. 믿기지 않게도 레지던트인데 식도위를 절제하고 결장간치술을 했다니, 천재 중에서도 천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도위를 절제하고 결장간치술을 했다고? 그게 뭐야?”
“식도위를 절제하는 것은 식도암에 걸린 환자에게…….”
노유근 박사가 식도위 절제후 결장간치술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하자 박 회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 수술이 전문의들도 어려워하는 수술이며 교수 정도는 되어야 할 수 있다는 말 등을 들은 박 회장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물었다.
“레지던트 일 년 차가 그런 수술을 했다고? 아무리 불법체류자라고 해도 그렇게 위험한 수술이면 좀 더 실력이 뛰어난 의사가 해야 하는 것 아니야?”
“이민호 선생은 이미 그 전에 심낭압전, 그러니까 심장에 상처가 나서 심장을 감싸고 있는 막이 부풀어 올라 언제 심장이 멈출지 모르는 환자의 심낭을 열고 심장을 봉합하는 수술을 해서 이미 그 실력을 그 병원의 원장에게 인정받았답니다.”
박 회장의 눈이 이번엔 부릅떠졌다.
자신의 심장도 이민호가 살렸는데, 또 다른 이의 심장도 살렸다고 하니 관심이 더 갔다.
“심장을 봉합하는 수술을 했다고? 조금 전에 개인병원에서 수술했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 병원에 에크모인가 뭔가 하는 기계가 있었던 거야?”
“아니요. 이민호 선생은 펄떡펄떡 뛰고 있는 심장의 열상을 봉합했다고 합니다.”
“내가 어렸을 때 구멍 난 양말을 많이 꿰매 봐서 바느질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데, 펄떡펄떡 뛰고 있는 심장에 바느질을 할 수가 있어?”
“네. 할 수는 있지만, 너무 어려워 대학병원에선 대부분 심장을 세워 놓고 합니다. 사실 황 교수에게 그 말을 듣고 너무 궁금해 동영상을 볼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개인병원의 원장에게 부탁을 해야 하는지라 당장은 안 된다고 해서 보진 못했지만. 황 교수가 저에게 거짓말할 사람은 아니니 분명 진짜로 그런 수술을 했을 겁니다.”
“허허, 이거 궁금해서 미치겠군. 나도 그 동영상을 보고 싶으니까 이민호 선생이 그 개인병원에서 수술했다는 동영상을 어떻게 해서든 구해 와.”
“이미 부탁은 해 놨으니 구해지면 가져오겠습니다.”
“아니, 부탁만 하지 말고 돈이라도 좀 줘. 개인병원 원장이 좋은 일을 하고 있지만, 본시 그런 일에는 돈이 많이 드는 법이잖아.”
“그럼 이 비서에게 말해서 적당한 금액을 지불하도록 하겠습니다.”
“적당히 하지 말고 많이 줘. 죽을 때 가져갈 것도 아닌데 좋은 일에 조금 쓰지 뭐.”
박 회장은 인터폰을 눌러 밖에 대기하고 있는 비서를 들어오게 했다. 그리고 이민호가 수술한 동영상을 구하는 데 천만 원을 지불하라고 했다.
고작 동영상 하나에 천만 원이라는 말에 비서의 눈이 동그래졌지만, 박 회장이 명령하니 토를 달지 못했다.
“혹여 아들놈에게 전화해서 미주알고주알 일러바칠 생각 말고 그냥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아,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나가 봐.”
“네.”
비서가 나가자 박 회장이 다시 노 박사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이거 뜻밖이군. 수술을 잘하는 천재라 야망이 있는 줄 알았는데, 쉬는 날 불법체류자나 노숙자들을 치료해 주는 의로운 의사라니!”
“저도 사실 이민호 선생이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많이 놀랐습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레지던트면 정말 힘들 때인데 쉴 때 쉬지 않고 의료봉사를 하다니.”
“흐음!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좋은 생각이요?”
“그 개인병원 내가 사서 이민호 선생에게 선물하는 건 어떻게 생각해?”
“네? 그, 그건 너무 과한 선물 아닙니까? 회장님의 심장을 살리는 데 큰 공을 세우긴 했지만 그래도 강남의 건물이라 못해도 수십억일 텐데…….”
“쯧, 노 박사. 내가 고작 날 살려 준 은혜만 생각해서 그런 돈을 쓴다고 하겠어? 내가 비록 재벌이지만 그렇다고 돈을 허투루 쓰는 사람은 아니야.”
“그럼 어떤 이유에서 갑자기 그런 결정을 내리신 겁니까?”
“이민호 선생이 자신의 사욕을 위해 의료봉사를 하는 게 아니잖아. 순수한 마음으로 좋은 일 하는 거잖아, 좋은 일!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거의 해 보지 못한 좋은 일. 좋은 일이니까 나도 한 팔 거들고 싶은 거야.”
“제가 지금껏 회장님을 보필했지만, 회장님께서 갑자기 좋은 일에 이렇게 목매는 것을 본 적이 없는지라…… 솔직히 조금 당혹스럽습니다.”
“죽다 살아나 봐! 사람 마음 안 변하나. 남들 다 해 보는 좋은 일 나도 한번 해 보고 싶어서 그래. 그리고 이민호 선생이라면 내가 그런 돈을 써도 그 돈으로 사리사욕을 채울 것 같지 않아.”
“…….”
“내가 건물을 사 주고 또 그 건물에 있는 병원에 고가의 의료 기구를 들여 줘도 그걸로 사람 고치지 그걸 팔아 제 잇속을 챙기겠어?”
“그렇지는 않겠지요.”
“그러면 된 거야.”
“하지만 회장님, 많은 의사들이 젊었을 때는 의료봉사를 비롯한 좋은 일을 많이 하지만 대부분은 나이 들어 변합니다.”
“어떻게 변하든, 지금의 모습을 보고 투자하는 거지.”
노 박사는 박 회장의 예전과 다른 모습에 약간 당혹스러워했지만 죽다 살아난 사람들이 변하는 모습을 많이 봤기에 그럴 수도 있다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건물 매입 건도 이 비서와 상의할까요?”
“우선 동영상부터 보고 이야기를 하자고. 도대체 얼마나 수술을 잘했기에 전문의 수준이라고 하는지 궁금하니까.”
“알겠습니다.”
* * *
이민호의 수술 동영상을 본 이미란은 큰 충격을 받은 듯 동영상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움직일 줄을 몰랐다.
“미, 미친! 내가 지금 뭘 본거지?”
하도 믿기지 않아 동영상을 다시 한 번 재생시켜 봤다.
변하지 않는 동영상이지만 두 번째 보니 오히려 그가 얼마나 수술을 잘했는지 더 실감이 됐다.
“이, 이게 레지던트의 실력이라고? 말도 안 돼. 얼굴만 이민호의 얼굴이고 황인봉 과장님이 집도한 거 아니야?”
여러 번 동영상을 재생시켜 혹여 황인봉 과장이 개입하는지 살펴봤지만, 그는 끝까지 메스를 들지 않고 나갔다.
하아!
마우스를 내려놓은 이미란은 자신도 모르게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수술 실력을 가진 레지던트가 병원에 있었다니.
레지던트일 때 이 정도면 나중에 전문의가 되고 교수가 됐을 때는 어느 정도일 것인가?
물론 사람의 성장이란 게 무한하지 않아 어느 순간부터 정체되기 시작하겠지만 그런 것을 감안해도 이미 완성형이지 않은가?
“황인봉 과장님에게 뒤지지 않는 실력이야!”
문득 자신이 이런 괴물의 어시스트를 서야 하는구나 하는 자각이 들었다.
“지랄, 그러고 보니 정신 바짝 차라지 않으면 레지던트 따위에게 욕을 먹을 수도 있겠구나!”
설사 이민호가 자신에게 욕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옆에서 같이 어시스트를 설 다른 의사나 마취를 담당할 곽진원 원장의 눈에 그 실력이 보이지 않을 리가 없었다.
쪽팔리지 않으려면 정말 잘해야 하는 것이다.
“얼굴 성형이나 하면서 편하게 살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 젠장!”
* * *
캐리어 두 개와 큰 배낭 하나에 자신의 짐을 모두 싸 가지고 이민호의 아파트에 들어온 심상인은 휑한 거실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민호야, 가전제품을 다 들여놨다고 하지 않았냐?”
“다 들여놨는데요. 냉장고, TV,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 소파…… 없는 게 없잖아요.”
“분명 있을 건 다 있는데, 왜 이리 휑한 거냐?”
“제가 집을 꾸밀 시간이 없어서 그래요.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써서 액자로 만든 다음 벽에 걸어 놓으면 좀 그럴듯해 보일 텐데, 그럴 시간이 없어요.”
“아, 벽이 휑해서 그런 거구나. 내가 이사 들어온 기념으로 글씨 하나 멋지게 써서 선물해 줄까?”
심상인의 갑작스런 제안에 이민호는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글씨요? 혹시 붓글씨 같은 거 배웠어요?”
“내가 예전에 캘리그라피를 좀 배웠거든.”
“캘리그라피요? 그런 거 배울 시간이 있었어요?”
“본과 때 사귀던 여자가 미대에 다니는지라 어떻게 공통적인 관심사 좀 만들어 볼까 하고 배운 적이 있지.”
“아! 그러면 그 여자분하곤 지금도 연락하세요?”
“아니. 인턴 돌고 나니 남의 여자가 되어 있더라.”
심상인의 말에 이민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인턴 때라면 제대로 만나지도 못했겠네요.”
“얼굴을 한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한데, 안 헤어지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거지.”
심상인이 캐리어를 들고 이민호가 배정해 준 방으로 가서 짐을 푸는 동안 이민호는 전화로 음식을 주문했다.
잠시 TV를 보고 있으니 심상인이 뭔가를 잔뜩 꺼내 들고 거실로 나왔다.
“형, 그건 뭐예요?”
“내가 글씨 멋지게 써 준다고 했잖아. 혹시 좋아하는 문구 있어?”
“특별히 그런 건 없는데요.”
“그럼 뭐라고 써 줄까? 가화만사성 어때?”
“그건 너무 평범하잖아요. 뭐 그럴듯한 문구 없어요?”
“성경의 문구인데, 내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 어때?”
“그건 식당에 많이 써 붙어 있던데요.”
“크흠, 뭐가 좋으려나.”
심상인이 바닥에 종이를 펼치고 펜을 꺼내 잠시 구상을 하자 이민호가 펜 사이에 끼어 있는 붓을 꺼내 들었다.
“캘리그라피에 붓도 쓰나 봐요?”
“붓도 쓰고 펜도 쓰고 여러 가지를 다 쓰지.”
“그럼 벼루 같은 것도 있겠네요.”
“있기는 있지. 그런데 왜?”
“간만에 붓을 보니 글씨가 쓰고 싶어져서요.”
“뭐야, 너도 혹시 캘리그라피를 배웠냐?”
“아니요. 저는 붓글씨를 주로 썼어요.”
“그래, 하긴 우리 어렸을 때는 붓글씨 배우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지. 요즘은 거의 없다시피 하지만.”
이민호는 붓을 쥐어 본 후 중심이 굉장히 잘 잡혀 있는 것에 놀라며 옛날 서주에서 유학하던 시절을 떠올려 봤다.
어머니의 병을 고치겠다고 의서를 들썩이기 전에는 관리로 출사하기 위해 글공부를 했었다.
“벼루 좀 줘 보세요.”
“여기 있다.”
심상인이 벼루와 먹물 통을 꺼내 주자 이민호는 벼루에 먹물을 붓고 먹을 갈기 시작했다.
맹물에 먹을 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 색깔이 있는 먹물을 갈아 더 진득하게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먹을 갈아 점도가 적당해지자 붓에 먹을 적시고 활짝 펴진 화선지에 호접지몽胡蝶之夢이라고 썼다.
호접지몽은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기는데 자신이 나비인지 나비가 자신인지 구분을 못 하겠다는 고사로, 화타로 살았던 자신이 현대의 의사 이민호로 살아가는 것을 빗대어 쓴 문구였다.
커다란 붓으로 넓은 화선지에 호접지몽 네 글자를 순식간에 써내려 가자 그걸 보고 있던 심상인이 기겁했다.
보통 한 글자를 쓰는 데만 해도 상당한 심력을 소모하고 시간을 들이는 법인데, 마치 낙서하듯 순식간에 써 갈겨 버리다니.
하지만 글자가 완성되고 나자 입에서 나오려던 말이 도로 들어가고 대신 다른 말이 나왔다.
“미, 미친! 너 붓글씨를 아주 제대로 배웠구나!”
“오랫동안 배우고 쓰긴 했죠.”
화타 시절 평생을 붓글씨를 썼으니 오래 쓰긴 했다.
이민호 스스로도 자신이 쓴 글씨에 만족했다.
“야! 네가 이렇게 잘 써 버리면 캘리그라피로 좋은 글을 써 주겠다는 난 뭐가 되냐?”
“그래도 하나 써 주세요. 이참에 액자로 만들어서 거실에 걸어 놓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