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ditional Healer became a surgeon RAW novel - Chapter 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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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란은 성형수술 실력만큼은 교수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내심 자부하고 있었고, 실제로 처음 그녀를 고용했던 강성태 원장도 그녀의 실력만큼은 인정해 줬다.
하지만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취직이 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강남뿐만 아니라 강북의 이름 있는 성형외과 원장들 사이로 안 좋은 소문이 퍼지고 나자 그녀의 취업 길이 막혀 버렸다.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가야 하나 잠시 고민했지만 그렇게 하기엔 월급 차이가 너무 많이 났다.
한 달이 넘도록 취업이 되지 않자 그녀는 빚을 내서 경기도 용인에 성형외과를 개원했다.
의사는 다른 업종에 비해 은행 대출이 잘 되는 편이지만 그래도 강남에 성형외과를 차리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 용인에서 개원한 거였다.
개원하고 며칠은 일가친척과 자신의 인맥으로 제법 사람이 북적였다. 하지만 십 일이 넘어가자 점점 한산해지기 시작하더니 한 달이 넘어가자 파리가 날리기 시작했다.
원금을 제외하고 매달 갚아야 하는 은행 이자만 사백만 원이고 경력직 간호사 세 명의 월급이 천만 원이 조금 넘었다.
성형외과를 개원하면 한 달에 몇천만 원은 벌 줄 알았는데 자신의 월급은커녕 은행 이자도 못 갚게 생겼다.
“하아! 미치겠네! 아무리 경기도라지만 그래도 요즘 한참 뜨고 있는 용인인데 어떻게 이렇게 환자가 없을 수가 있지? 최소한 석 달은 개원 발이라도 받아야 하는 것 아니야?”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계산기를 두드리며 머리를 쥐어뜯고 있던 이미란에게 간호사 한 명이 다가와 호들갑을 떨었다.
“원장님, 큰일 났어요!”
“큰일이요? 무슨 일인데요?”
“저 맞은편 건물에 성형외과가 들어온대요.”
순간 이미란의 눈이 부릅떠졌다.
“네! 아, 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갑자기 성형외과라니요?”
“제가 조금 전에 요 앞 커피숍에 커피를 사러 갔다가 커피숍 사장에게 직접 들은 말이에요.”
“아니, 가뜩이나 환자도 없는 판국에 경쟁 병원이라니! 미치겠네.”
이미란은 서둘러 창가로 다가가 도로 너머 맞은편 건물을 바라봤다.
며칠 전까지 공실이었던 건물의 3층에 인테리어 작업자들이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저곳은 사실 자신이 성형외과를 개원하기 위해 알아봤던 곳이기도 했다. 위치도 좋고 건평도 넓고 주차장도 있어 성형외과를 개원하기 좋은 곳이지만 그만큼 세가 비싸기에 입주를 포기했었다.
저곳에 성형외과가 들어온다면 자신과 경쟁은 필수고 안 그래도 없는 환자가 더 없어질 것이다.
휘청.
이미란은 한순간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현기증을 느꼈다.
‘나…… 설마 망하는 거 아니야? 아니야, 망하다니! 절대 그럴 리 없어! 실력은 내가 더 뛰어나니 소문만 나면 환자들이 내게 몰려올 거야.’
“원장님, 괜찮으세요?”
이미란이 비틀거리자 간호사가 서둘러 부축을 해 줬다.
“괘, 괜찮아요.”
어떻게 해야 이 난관을 타개할 수 있을까?
* * *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박 회장님.”
화단 벤치에 앉아 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고 있던 박만덕 회장은 저 멀리서 자신을 알아보고 다가와 인사를 하는 군자그룹 전 회장 도선용과 그의 부인 권상옥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도 회장, 여긴 웬일이야?”
“부인을 통해 회장님이 제가 병문안을 오지 않아 섭섭해하신다는 말을 듣고 부랴부랴 시골에서 올라왔습니다.”
“허허허, 그냥 해 본 말인데 먼 걸음을 하게 만들었군.”
“제가 사실 정신이 다른 데 팔려 있어 회장님이 수술하셨다는 말을 며칠 전 부인을 통해 들었습니다. 몸은 좀 어떠십니까?”
“보다시피 많이 좋아졌어, 차 한잔할 텐가?”
“좋죠.”
“얼마 전에 막내가 건강차랍시고 여러 가지를 종류별로 가져왔지. 병실이지만 고층이라 전망도 제법 괜찮은 편이야.”
박만덕 회장이 벤치에서 일어나 걷기 시작하자 도선용 회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 그러고 보니 휠체어가 없네요. 회장님, 정말 많이 좋아지셨군요.”
“내 발로 걸어서 화장실도 못 갈 줄 알았는데, 이렇게 산책까지 할 수 있게 됐어. 그나저나 도 회장은 요즘 어떻게 지내?”
“속세를 떠나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집을 짓고 신선처럼 살고 있습니다.”
“확실히 은퇴하기 전보다 얼굴이 좋아 보이는구먼.”
“은퇴하고 한 이 년 정도가 지나니 몸이 정상으로 돌아오더군요.”
“어디 아팠던가?”
“특별히 병에 걸리진 않았는데, 정신적인 스트레스 때문인지 이대로 가다간 죽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은퇴하기 전에 부도 위기를 맞았었지? 그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보군.”
“만약 그때 회장님께서 도와주시지 않았다면 부도가 났을 겁니다.”
“나는 다리만 놔 줬지. 현명하게 잘 헤쳐 나간 것은 도 회장이야.”
“모두 등을 돌릴 때 그 다리는 제게 구원의 동아줄이었습니다.”
“뭐 그렇게 생각해 주면 나야 좋지.”
“부도 위기를 넘기고 나니 살려면 일선에서 물러나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잘 물러났어. 자식들이 회사 잘 경영하고 있고 도 회장도 건강을 되찾았으니까.”
“그러니까요.”
“미련한 건 오히려 나지. 늙으면 자식들에게 회사 물려줄 생각을 했어야 하는데,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몸이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버티고 있었으니.”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동안 엘리베이터가 특실이 있는 층에 도착했다.
병실에 들어와 차를 마시며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중 이민호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항상 아프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마누라가 이민호 선생에게 치료를 받고 나서는 그 말이 쏙 들어갔습니다.”
“허허, 이민호 선생의 실력은 나도 인정하지. 정말 대단한 의사야.”
“그래서 회장님의 병문안을 온 김에 저도 이민호 선생에게 진료를 좀 받아 볼까 합니다.”
“이민호 선생은 외상외과 의산데 멀쩡한 노 회장이 무슨 진료를 받는다는 거야?”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우리 나이대는 숨어 있는 병이 있을 수 있지 않습니까?”
“하긴, 그렇긴 하지. 마침 오늘은 이민호 선생이 스미스 교수와 함께 날 치료해 주러 오는 날이니까 차 마시고 나서 진료를 받으면 되겠군.”
“안 그래도 부인이 여기 오기 전에 먼저 이민호 선생과 통화를 했는데, 회장님에게 가 있으면 찾아오겠다고 했습니다.
“그래. 그럼 언제 올지 연락을 해 봐야겠군. 이 비서, 이민호 선생에게 전화 좀 해 봐.”
“네.”
이진복 비서가 이민호에게 전화를 걸어 노 회장과 사모님이 박만덕 회장의 병실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리자 30분 내로 오겠다는 답을 했다.
“회장님, 30분 안에 온다고 했습니다.”
“그래, 알았어.”
* * *
식도암 환자의 림프절 곽청술을 마친 공차일 과장은 살짝 마른침을 삼키며 이민호를 바라봤다.
“이 선생이 보기엔 어떤가? 내가 보기엔 놓친 부분 없는 것 같은데.”
“그동안 과장님께서 노력한 결실을 오늘 본 것 같습니다. 이 정도면 더는 제가 가르칠 것이 없어요. 앞으로 식도 림프절 곽청술은 조금 전에 하신 것처럼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허허허…… 드디어 내가 이민호 선생에게 인정을 받는군!”
공차일 과장이 감격스런 표정으로 안도를 하자 이민호가 말을 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동안 과장님께 커피와 케이크, 호텔 뷔페 식사권과 숙박권까지 아주 다양한 뇌물을 받았는데 앞으로는 받지 못하게 됐다는 겁니다.”
이민호와 공차일 과장이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는 소용철 교수는 구겨지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공차일 과장이 커피로 이민호의 마음을 산 이후 식도암 환자 수술이 다섯 번 더 있었는데, 오늘까지 자신은 계속 세컨 어시스트만 서고 있었다.
집도할 기회를 번번이 공차일 과장이 이민호에게 뇌물을 먹여 빼앗아 가 버린 것이다.
소용철 교수의 구겨진 표정을 본 공차일 과장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게는 앞으로 뇌물을 받지 못하겠지만 아직 소용철 교수가 남아 있지 않은가?”
“글쎄요, 소 교수님은 항상 한발 늦는 스타일이라 앞으로 어떤 뇌물을 쓸지 별로 기대가 되지 않습니다.”
“설마, 그래도 이런 귀한 노하우를 배우는 건데, 지금까지 내가 한 것보다 더 성의를 보이지 않겠나?”
“부디 그랬으면 좋겠는데…….”
이민호가 약간 실망한 눈으로 바라보자 소용철 교수가 크게 헛기침을 하며 입을 열었다.
“커허엄, 어차피 이제는 빼앗길 순번도 없는데…… 굳이 내가 뇌물을 쓸 필요가 있겠는가? 그리고 공 과장님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나름 뇌물을 쓸 만큼 썼네.”
쯧.
순간 이민호의 입에서 혀 차는 소리가 났다.
“안 그래도 계속 동기들이 제 일을 대신해 주고 있어 식도암 환자 수술은 이제 그만할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잘됐네요.”
“뭐! 식도암 환자 수술을 그만하겠다고? 아직 나에게는 이 선생의 노하우를 전수하지 않았지 않은가?”
“원래 식도암 환자를 수술하는 것은 제 일이 아니고 두 분이 할 일입니다. 그동안은 가르쳐드리기 위해 제가 했지만 이제 공차일 과장님이 제 노하우를 모두 전수받았으니 배우고 싶으시다면 공차일 과장님에게 배우시면 되지 않습니까?”
“아, 아니. 그렇긴 해도 기왕 배울 거면 이민호 선생에게 배우는 게 낫잖아.”
“교수님, 왜 제가 꼭 교수님까지 가르쳐드려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내, 내가 그동안 공 과장님 못지않게 이 선생에게 뇌물을 줬지 않나?”
“과장님보단 조금 부족하죠. 그리고 지금껏 옆에서 지켜봤으면 이제는 더 가르쳐 주지 않아도 수술을 할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내가 림프절 곽청술을 할 자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공 과장님처럼 이 선생이 마지막 점검은 해 줬으면 좋겠어.”
“마지막 점검을 원하신다면 그만한 뇌물을 쓰셔야죠. 사실 교수님께서 집도만 하지 않았을 뿐 눈으로 본 양은 집도한 것 못지않습니다. 그러니 쓸 때는 좀 쓰십시오.”
“아, 알았네. 그럼 나도 호텔 숙박권과 뷔페 식사권을 쏘겠네.”
“그건 이미 공 과장님께서 쏘셨고요. 좀 더 화끈한 거 없습니까?”
“도대체 뭘 원하나?”
“제가 두 분을 가르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대신 수고를 해 준 외상외과 식구들을 위해 밥이라도 한 끼 사고 싶은데요.”
“좋아, 그럼 내가 카드를 줄 테니 외상외과 회식을 하게.”
“조금 회식비가 많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오십만 원 한도 내에서 마음껏 쓰게.”
“네? 고작 오십만 원이요? 소 교수님 그렇게 안 봤는데…….”
“알았네. 백만 원! 백만 원 한도 내에서 마음껏 쓰게.”
“백만 원이면 그럭저럭 회식이 가능하겠네요. 알겠습니다.”
“젠장, 이건 아주 울며 겨자 먹는 심정이군.”
“엎드려 절 받는 제 심정만 하겠습니까?”
이민호가 웃으며 맞받아치자 소용철 교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민호가 자신과 공차일 과장에게 당당하게 뇌물을 요구하는 이유를 이미 장태주 교수를 통해 들었기에 투덜거릴지라도 화를 낼 수는 없었다.
자신이 왜 그때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했을까?
띠리리리릭…….
그때 이민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네, 이 비서님. 아! 노 회장님과 사모님이 오셨다고요. 스미스 교수님이 10분 후에 병원에 도착한다고 했으니, 교수님 오시면 같이 가겠습니다. 못해도 30분 안에는 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