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nscension Academy RAW novel - Chapter 276
276화 – 정해진 결말(4)
지축이 뒤흔들리는 커다란 진동.
위대한 목소리의 손이 뚝, 하고 멈추었다.
심지어 치열한 싸움을 이어가던 모든 존재들이 움직임을 뚝, 멈추었다.
마치 이 공간에 드리운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위대한 목소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서준 또한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마주한 광경.
그건 지평선 너머 끝까지 드리운,
가히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어마어마한 인파의 행렬이었다.
“뭐, 뭐지···?”
“갑자기 이게 무슨···?”
그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람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던 찰나.
그 물음을 해결해주기라도 하듯.
거대한 인파의 각 행렬 앞으로 몇 명의 사람들이 나서 보였다.
그런데···.
어딘가 낯익은 얼굴들 이었다.
이윽고 앞으로 나선 사람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기 시작했다.
“안토니오. 마르첼로. 드디어 은인께 지은 빚을 갚을 기회가 왔구려.”
이탈리아의 총리, 사무엘레.
“여부가 있겠습니까.”
“대부(大夫)께서 위험에 처해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요.”
이탈리아의 프로 헌터 협회장, 마르첼로.
마피아의 후계자, 안토니오.
그 뒤를 따라 수많은 이탈리아의 프로 헌터들과 마피아들이 즐비해 있었다.
그리고.
“저희도 도우러 왔습니다!”
영국의 여왕, 아리아.
정갈한 갑옷 차림의 아리아가 긴 금발을 휘날리며 소리쳤다.
“로버트! 모든 힘을 다해 대공(大公)을 지원합니다!”
“목숨을 바쳐 명을 받들겠나이다!”
로버트가 긴 장검을 빼어들며 소리쳤다.
“기사다아아아안! 착검!”
차착!
그 뒤로 도열한 왕실 기사단이 절도있게 검을 뽑아들었다.
“현 시간부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김서준 헌터님을 지원한다!”
“충!!!”
왕실 기사단들의 검이 일제히 앞을 향했다.
죽음조차 불사하겠다는 듯 그들의 눈빛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리도 김서준한테 적당한 감투라도 씌워줄 걸 그랬나.”
미 프로 헌터 관리국의 국장, 리스베리.
“우리는 돈을 많이 주지 않았습니까.”
미 프로 헌터 관리국의 부국장, 루카스.
“그게 우리가 준 거였나?”
“뜯긴 것이나, 그냥 준 것이나. 결국 준 건 마찬가지지 않습니까.”
그 뒤로 미 프로 헌터 관리국의 헌터들이 투지를 불태우며 도열해 있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잊지 마라! 우리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물러서지 않아! 도망치지 않아!!”
쿠에쿠와 더불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반란군 대원들까지.
그 뒤를 이어 전세계 각국에서 모인 프로 헌터들과 영웅들이 보였다.
그 어마어마한 인파가 파도처럼 속속들이 들이치기 시작했다.
수 십만··· 아니, 거의 수 백만.
어쩌면 천 만에 달하는 전력.
그렇기에 사실상 지구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전력.
그 말도 안되는 전력이 이곳, 종말의 현장에 모여들었다.
쿠구구구구궁···!
그들이 내뿜는 전의와 기세에 공간이 진동한다.
내려앉는 긴장감.
일촉즉발의 상황.
가장 먼저 방아쇠를 당긴 것은.
“기사다아아아아아안!!!!”
다름 아닌 영국의 왕실 기사단.
그것도 로버트의 외침이었다.
“돌겨어어어어어어어억!!!!!”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압도되는 무언의 힘.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반격의 함성이
하늘 가득히 울려퍼져왔다.
“키, 키엑···!”
“크, 크오오···!”
그 압도적인 기세에 수 백만에 달하는 몬스터 군단 전체가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그때.
타닥!
누군가 서준의 앞으로 치고 나갔다.
그리고는 위대한 목소리를 향해 망설임없이 검을 휘둘럿다.
쩌어어어엉─!!
끔찍한 폭음이 터져나왔다.
바라본 시야.
“크하학!”
그것엔 만신창이가 된 서윤이 저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서윤··· 씨!”
서준은 크게 놀라 소리쳤다.
일격을 맞고 날아간 서윤의 몸이 거칠게 바닥으로 내동덩이 쳐졌다.
그리고 그녀는 더 이상 몸을 일으키지 않았다.
순간 서준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몸을 비틀어서라도 다가가 확인하고 싶었지만,
얽매인 인과의 구속은 그런 서준을 놓아주지 않았다.
서준은 떨리는 시선으로 서윤을 바라봤다.
그 순간 작게 떨려오는 몸.
서윤이 죽지 않았음만을 간신히 파악할 수 있었다.
서준은 다시 시선을 돌려 위대한 목소리를 바라봤다.
위대한 목소리는 아무런 동요도 내보이지 않았다.
그저 날아드는 파리를 쫓아낸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다시 그때.
“으아아아아아아아!!”
커다란 함성과 함께 일련의 사람들이 위대한 목소리를 향해 뛰어들었다.
다름 아닌 수연, 민율, 하윤.
드림팀의 팀원들이 위대한 목소리에게 달려들었다.
【무의미한 일임을 뻔히 알고 있거늘··· 정말 보기에 심히 가엾도다.】
그런 팀원들을 마주하며 위대한 목소리는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그와 동시에 서준을 구속하던 힘이 일시에 사라졌다.
쩌─엉!
그리고 커다란 힘이 서준의 가슴을 강타하며 서준이 저 멀리, 날아갔다.
“쿨럭!”
아득해지는 정신.
콰당탕!
균형을 잡을 틈도 없이 서준이 바닥에 쳐박혔다.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방금 그 일격으로 온몸에 힘줄이 끊어지기라도 한 것일까.
그 어디에도 더 이상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그런 서준을 대신하여 팀원들이 위대한 목소리를 상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대격변의 영웅을 뛰어넘은 팀원들이라고는 하나,
위대한 목소리를 상대하기란 역부족이었다.
초월자 위의 초월자.
불완전하나 창조신(創造神)의 격을 획득한 진정한 신(神).
“끄아아악!”
“민율 오빠! 안돼!”
팀원들은 버티는 것조차 버거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물러서지 마라! 이곳에서 물러나면 끝이다!!”
“으아아아아아아!!”
몰아치는 지원군들에 힘입어 전쟁의 양상이 한 번 뒤집힐 수 있었다.
【어리석고 또 어리석구나···.】
꽈드드드드드득!!
그러나 종말은 여전히 건재했고.
키에에에에에엑─!!
크오오오─!!
쏟아지는 몬스터의 군단은 여전히 끊이질 않았다.
“끄, 끄아아아아악!”
“살려줘!!!”
서준을 돕기 위해, 종말에 대적하기 위해.
전세계의 전력이 이곳에 모여들었으나.
그 모든 것들이 아무런···.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 채, 스러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곳에 드리운 종말을 몰아내기란 불가능했다.
종말은 예정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아무리 애써도.
아무리 발악을 해도.
이미 적혀져 쓰여진 이야기의 결말은 바뀌지 않는다.
“물러서지 마라!!”
“아직···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싸웠다.
내려앉는 절망.
그 어디에도 희망이란 것은 보이지 않았건만.
“우리들이 지구의 마지막 칼날일지니!”
“김서준 헌터와 함께 싸워라!! 우리들의 세계를 위해 싸워라!!”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그들은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꿰뚫어─! 꺄아악!”
“수연아! 안돼!”
저항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서준은 바닥에 쓰러져 그 모습들을.
그 처참한 광경들을 멍하니···.
정말 멍하니 지켜봤다.
그러다 문득.
피식.
서준은 저도 모르게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상황은 극한으로 치닫고 있건만.
서준은 새어나오는 실소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때서야 모든 것들이 확연하게 보이기 시작했으니까.
나는···.
대체 무엇을 망설였던 걸까.
타차원에 있었던 지난 10개월.
그곳에서 겪었던 수많은 강의와 경험들.
그리고 석가모니의 마지막 강의.
서준의 머릿속으로 석가모니의 마지막 강의가 떠올랐다.
석가모니는 마지막 강의 당시.
자신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해주었었다.
다름 아닌 자신이 출가를 하게 된 계기를.
[소승은 사실··· 아주 잘 사는 집안에서 태어났다.]석가모니는 고대 인도의 소왕국, ‘카필라’ 라는 국가의 왕자 출신이었다.
남 부러울 것이 없던 삶.
사실 석가모니에게 있어 고행과 고난이란 멀고 먼 개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존재는 생로병사에 깃들어 있으며,
혹독한 삶으로 고통받는 근본의 원인을 탐구.
석가모니는 스스로의 삶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의 신분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자신은 훗날 왕위를 이어갈 왕세자였으니까.
그렇게 고민만 이어지던 와중.
석가모니가 출가하여 고행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하나 있었다고 한다.
그건 평소와 같은 나날이었다고 한다.
정확히는 제왕학의 수업을 도망치고,
홀로 사색에 잠기기 위해 거리에 나선 평소와 같은 나날.
석가모니는 그때 문득, 한 사내를 만났다고 한다.
‘저도 어렸을 적에 당신처럼 말썽만 피우는 사람이였지요.’
그는 까무잡잡한 피부의 사내로서,
다름 아닌 카스트 제도에서 가장 하위 등급, 불가촉천민이었다.
카스트 제도란 인도 특유의 신분제를 지칭하며,
고대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피부의 색을 기준으로 그 계급이 결정되었다.
그 기준이 굳어지고 굳어져,
오늘날의 카스트 제도가 되었을 뿐.
그리고 정말 슬프게도.
그때 또한 하얀색에 가까울수록 계급이 높았다.
해서 눈앞의 사내.
사내는 그 누구보다 검은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석가모니는 그가 불가촉천민임을 곧바로 알 수 있었다고 한다.
한 마디로 불가촉천민이 왕자에게 말을 건 상황.
평소라면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었지만, 석가모니는 그것을 크게 개의치 않아했다고 한다.
‘한 번은··· 제 신분에 비관하여 어두컴컴한 밤. 달빛 아래를 미친듯이 뛰어나간 적이 있었죠. 그때 어떤 노인을 지나쳐가는데, 그 노인은 저를 슥,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달빛을 쫓아다니는구나.
달빛 아래에선 너 또한 하얀 피부를 지닌 것처럼 보이지.
‘저도 모르게 뜀박질을 멈추었고, 내리쬐는 달빛 아래. 노인은 그런 저를 유심히 쳐다보며 말했죠.’
역시 너도 하얗구나.
그러니 너를 이제부터 백야(白夜)라고 불러야 겠구나.
‘정신이 좀··· 좋지 않은 노인네였지요.’
사내는 당시의 일이 생각났는지 낄낄, 웃어보였다.
석가모니는 그런 사내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자네의 이름이 백야인가.’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내의 말에 당시의 소승은 의문보다는 약간의 의아함이 일었다.]하지만 곧 들려온 사내의 대답.
‘언젠가는 무엇이 될지, 스스로 결정해야하더군요.’
석가모니는 우뚝.
그 자리에 박혀 사내를 멍하니 바라만 봤다고 한다.
정말 아무런 말도 없이.
‘그 결정을 남에게 미루고 미루다 보니··· 지금 이렇게 되었지만요.’
사내는 석가모니의 멍한 얼굴을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비록 저는 그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지만··· 왕자님께서는 부디 늦게 깨닫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
.
솔직히 고백하건대.
아니,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사실 서준은 초월이 두려웠었던 것 같다.
초월을 목표로 정진해왔던 건 사실이다.
그 누구보다 초월의 경지에 닿기를 갈망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막상 초월의 경지에 선 지금.
서준은 초월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다.
김서준이라는 사람은.
그저 프로 헌터를 꿈꾸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딱히 잘하는 재주도,
딱히 잘할 수 있는 재능도 없던.
오늘 하루를 견뎠음에 안도하고,
언젠가 나아질 날을 고대하며.
그저 남들처럼 살고 싶었던.
길거리를 걷다보면 마주하는.
우리네 흔하디 흔한 사람이었다.
김서준이라는 사람은.
그러다 초월자 학원을 만나고,
서윤과 인연을 쌓으며
수많은 경험을 겪어왔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인연도 만났고,
그들과 때로는 웃고.
또 때로는 울며.
정말로 많은 일들을 겪어왔다.
그리고 그 모든 순간들이.
서준에게 있어 하나의 행복이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특별하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한낱 프로 헌터 지망생이 인류 최강의 헌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초월자 학원과 더불어 그들과 함께 했음이었다.
그들과 함께하고자 함이었다.
그러나 초월을 하게 되면 그들과 헤어져야 한다.
서준은 차원 밖으로 추방되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
그들과 영원한 이별을 고해야한다.
그래서 다가올 선택을.
다가올 인연의 종착역을.
미루고 또 미루었다.
이 모든 일이 끝나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세상에.
그 미래에.
자신은 분명 없을 것이기에.
그래서 서준은··· 나는.
아마 초월을 두려워했었던 것 같다.
타차원에 있었던 지난 10개월.
그곳에서 떠나기 직전 제천대성이 서준에게 했던 말.
‘이상타··· 네 경지는 사실상 초월(超越)의 영역인데, 왜 차원 밖으로 추방되지 않는거지?’
당시에 서준 또한 의문이 들었던 사실이었건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아마 이러한 이유였지 않았나 싶다.
서준의 내재된 마음 깊숙이.
스스로가 초월을 거부하고 있었기 때문에.
초월을 두려워하는 마음.
그것이 서준의 망설임이 되어 초월을 가로 막고 있었다.
서준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보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종말과 대적하여 싸우고 있었다.
쓰러져있는 서윤과 수연, 민율, 하윤.
마르첼로, 사무엘레, 아리아, 로버트, 루카스, 리스베리···.
그간 서준이 만나왔고 또 소중하게 생각했던 인연들이 종말과 대적하여 싸우고 있었다.
결국 드리운 종말을 몰아내기란 불가능함을 잘 알고 있을 터였다.
그러나 그들은 싸우기를 멈추지 않았다.
서준의 시선이
하늘 위로 향한다.
언제였던가.
〔언젠가 선택의 때가 오게 되면···.〕
들었던 알 수 없는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누군지도, 무슨 의미인지도 지금까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선택의 때라는 것.
그 순간이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의미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렇다면 처음부터 이러한 운명은 결정되어있었던 것이었을까.
위대한 목소리의 말처럼 결말은 정해져 있었던 것이었을까.
글쎄···.
모르겠다.
알 수도 없었다.
하지만.
“결정된 운명 같은 거··· 아무렴 상관 없어.”
지금 이 순간이 이미 결정되어있던 미래였다 한들.
처음부터 정해진 결말이었다 한들.
이제는 상관없을 것 같았다.
“내 선택이 틀렸다 해도 상관 없어.”
지금의 선택이 틀렸다 한들.
그 또한 상관 없을 것 같았다.
어차피 크든, 작든.
매번 틀려먹은 인생이었니까.
김서준이라는 사람은.
처음부터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두렵다.
여전히 초월이 두렵다.
그러나 복잡한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두 가지.
지금 위대한 목소리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저들을 지킬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이들과 헤어지는 것보다 그것이 더 두렵다는 것.
이 두 가지만 생각하기로 했다.
내리감은 두 눈.
그 사이로.
알 수 없는 힘이···.
정의를 내릴 수 없는 힘이···.
콰지지지지지지지직!!!!!!!!
서준의 전신으로 터져나온다.
【······!】
그 힘에 위대한 목소리가 흠칫, 몸을 떨었다.
천천히 돌아본 시야.
그 시야로 자신을 바라보는 서준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 서준의 주위로 알 수 없는 힘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건 위대한 목소리조차 옭죄게 만드는 초월적인 힘이었다.
그렇기에 그것은···.
【초월(超越)···?】
아니.
하지만 위대한 목소리는 단번에 고개를 저었다.
저건 초월의 힘이 아니었다.
고작 초월이라는 개념으로 정의내릴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초월(超越), 그 너머의 경지.
세계에 존재하는 법칙으로는 감히 규정을 내릴 수 없는.
그렇기에 이 세계에 절대로 존재할 수도.
존재해서도 안되는 절대적인 힘.
위대한 목소리는 딱 한 번.
이러한 힘을 마주한 적이 있었다.
【최초의 초월자···.】
다름 아닌 최초의 초월자.
그가 소멸하기 직전 펼쳤던 힘이 바로 저러한 종류였다.
【마, 말도 안된다···!】
그렇기에 위대한 목소리는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정확히는 믿어서는 안되었다.
최초의 초월자는 죽었다.
아니, 죽음을 넘어 존재의 인과 자체가 소멸되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설마··· 최초의 초월자가 닿았던 그 경지에 이르렀다고?
아니다.
절대 그럴 리가 없었다.
이미 초월이라는 개념이 확립된 이후의 세계다.
초월의 인과는 기록되었기에 그를 뛰어넘기란 불가능하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위대한 목소리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이 터져나왔다.
결말이···.
결말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정해진 결말은 이것이 아니었다.
예정된 운명은 이러한 종류의 것이 아니었─!
바로 그때.
“천월유성창(天月流星槍).”
들려오는 서준의 목소리가.
“오의(奧意).”
나지막히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