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heirs RAW novel - Chapter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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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디아 왕궁의 정원은 아침부터 긴장감이 가득했다. 깔끔하게 가꿔진 잔디밭 위로 여러 보석술사들이 서서 계속해서 주변을 살폈다. 정원의 끝에 선 리엘라는 긴장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공간 이동으로 보석들을 북부 전선으로 보낸다고.’
그녀의 피 덕분에 에르첼라 컬렉션은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힘을 되찾았다.
‘덕분에 난리도 아니었지.’
말을 잘 알아듣는 보석들은 리엘라가 빛나는 꽃을 준 날 밤, 얌전히 왕궁 보석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리엘라가 보석의 방에 머물 때를 제외하면 케이스에 들어가 잠든 척했다. 그리고 며칠 후 번쩍거리는 모습을 다른 보석술사들 앞에 드러냈다. 보석술사들이 뒤집어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이, 이게 무슨 일이에요? 호,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실라는 번쩍이는 에르첼라 컬렉션에 당장이라도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놀랐다. 그러면서 곧바로 리엘라에게 뭔가 알고 있는 것이 있으면 얼른 말해 달라는 눈빛이 되어 매달렸다. 물론 리엘라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최근 며칠간은 보석들도 계속 잠들어 있지 않았냐고 대답했다.
보석의 상태를 듣고 달려온 레이안은 ‘저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릅니다’라는 태도로 서 있는 리엘라를 흘끔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고 보석술사들에게 말했다.
“이 정도면 곧바로 북부 전선에 투입되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물론입니다!”
레이안의 말에 보석술사들은 반쯤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의 처참함을 매일 밤 보고받고 있는 그들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요즘 왕궁의 일이 너무 많은 것 같다며 일과가 끝나면 같이 한잔하러 가자고 이야기하던 동료들의 이름을 사망자 명단에서 확인해야 했다.
모두가 빨리 네이판타가 쓰러지기를 바라고 있던 차에 드디어 네이판타를 제대로 옭아맬 수 있는 무기가 그들의 손에 쥐어졌다.
에르첼라 컬렉션을 북부 전선으로 어떻게 옮길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오갔고, 이례적으로 국왕과 왕비, 왕실의 보석술사 그리고 대신들까지 만장일치로 공간 이동의 힘을 이용해 최대한 빨리 에르첼라 컬렉션을 북부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복잡한 일이라고는 들었지만 더 엄청나구나.’
리엘라는 정원 곳곳에 놓인 보석들과 그 옆에 서 있는 보석술사들을 보았다. 예전 소르디아로 이동할 때도 많은 보석술사들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보다 배는 더 이곳에 있는 듯했다. 리엘라가 기웃거리자 실라가 다가와 말했다.
“좀 오래 걸리죠? 어쩔 수 없어요. 북부 전선 쪽에 있던 좌표가 깨지는 바람에 새로이 지정을 해야 하거든요. 게다가 에르첼라 컬렉션처럼 강력한 보석이 지나가면 그 힘이 주변의 다른 보석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니 공간 이동 중에 위험할 수도 있고… 원래라면 한 달 정도 걸릴 작업인데, 이게 일주일 만에 되다니….”
실라는 감격스러운 얼굴로 정원을 보았다. 모두가 밤낮없이 매달린 덕분에 가능했다. 그때 왕궁 건물에서 레이안이 대신들과 함께 나오는 것이 보였다. 곧바로 보석들이 있는 곳으로 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레이안은 리엘라에게 걸어왔다.
“잘 잤어?”
가볍게 인사하는 레이안에게 리엘라와 실라는 급히 고개를 숙였다.
“손은 왜 그러지?”
“네?”
레이안의 말에 리엘라는 흠칫거리며 제 손을 뒤로 감추었다.
“아, 이건 그냥 종이에 손이 베어서….”
리엘라가 대답하자 레이안은 잠시 리엘라의 손을 바라본 다음 시선을 돌렸다.
“그렇군. 여기 있는 모두가 그대의 도움에 감사해하고 있어.”
“아닙니다. 별다른 일을 한 것도 아닌데요. 게다가 최근 며칠간은 보석들이 계속 잠들어 있기만 해서 전 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래.”
레이안은 여전히 뭔가 탐탁지 않은 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이내 대신들에게 이끌려 정원의 중앙으로 향했다.
“후우….”
레이안이 멀어지자 리엘라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부담스럽단 말이야.’
레이안은 꽤나 친절하고 다정한 편이었다. 하지만 리엘라는 그 친절함이 가끔가다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지금은 왕에게 거짓말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리엘라는 슬쩍 제 손을 바라보았다. 에르첼라 컬렉션을 회복시켰던 날, 생각보다 깊게 베인 모양인지 상처가 아물지 못하고 자꾸만 벌어졌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리엘라의 손끝에는 얇은 거즈가 단단히 묶여 있었다.
“어, 준비 끝났나 보네요.”
옆에 있던 실라가 리엘라의 어깨를 톡톡 치며 한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보석의 방에서 자주 마주치던 보석술사가 서 있었다. 그가 손에 들린 상자를 열자 안에서 에르첼라 컬렉션들이 답답했다는 듯 튀어나왔다.
에르첼라의 컬렉션이 실제로 움직이는 것을 처음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놀라움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땅이 살짝 흔들리기 시작했다. 매일 저녁 느끼는 것과 같은 진동이었다.
리엘라가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실라가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급하게 공간 이동의 보석을 사용하는 거라 중간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대응할 수 있게 북부 전선과 영상도 같이 연결하기로 했어요.”
“그렇군요….”
실라의 설명에 리엘라는 기대하는 눈빛으로 정원 중앙에 생겨난 빛의 원을 바라보았다. 하운이 화를 내며 영상을 끊어 버린 다음 날부터 하운이 아닌 다른 보석술사가 북부 전선의 상황을 보고했다. 그래서 리엘라는 한동안 하운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혹시 오늘이라면 얼굴을 비추지 않을까 싶어 리엘라는 제가 필요한 자리가 아님에도 주변을 서성거렸다.
“이동을 시작합니다!”
준비가 완전히 끝나자 중앙에 있던 보석술사가 소리쳤다. 꼭 필요한 인원 외에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주변으로 물러나 공간이 연결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내 정원 가운데 강한 빛의 덩어리가 생겨나더니 예전에 리엘라가 보았던 것처럼 큰 빛의 터널을 만들어 냈다.
“이쪽에 생겨나고 있습니다. 아, 지금 연결 끝났습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영상 너머의 보석술사들이 말하자 왕궁의 보석술사들 중 한 명이 줄에 제 손목을 묶은 채 빛의 터널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건너편에는 한참이 지나도 이쪽 보석술사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시 연결해야 하려나요… 어디가 잘못된 거지….”
실라가 힘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릴 때, 안으로 들어갔던 보석술사가 다시 터널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한참을 가도 나오질 않네요. 연결을 다시 손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보석술사들이 보석의 힘을 중지시켰다. 다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다시 연결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네이판타다!”
영상 너머에서 급박한 외침이 들려왔다. 그 소리에 모두가 영상을 바라보았다.
“크아아아아아!”
영상 너머에서 들려오는 드래곤의 울음소리에 왕궁의 사람들이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북부 전선 쪽에 있는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땅을 울리는 쿵쿵거리는 소리도.
“세상에….”
리엘라는 영상 너머를 바라보았다. 멀리 보이는 산을 달려 내려오는 거대한 네이판타의 한쪽 날개가 처참하게 찢겨 있는 것이 보였다. 저것이 하운이 입힌 상처일 것이었다.
‘상처가 다 낫지도 않았는데 왜 하필 지금 나타난 거지?’
리엘라가 의아해하며 보고 있을 때, 영상 너머의 네이판타가 움직임을 멈추더니 한곳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것이 왕궁과 연결된 빛의 터널임을 알아차린 보석술사들은 사색이 되었다.
“맙소사, 네이판타가 에르첼라 컬렉션이 곧 도착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거야! 그걸 막으려고 급하게 나타난 거고!”
그때 영상 너머에서 리엘라가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렸다.
“당장 에르첼라 컬렉션을 보내!”
하운의 목소리였다. 그의 목소리에 왕궁의 보석술사들이 대답했다.
“현재 연결이 불안정합니다. 터널의 안전을 확인할 시간이 모자랍니다!”
“그 말 할 시간에 연결해!”
하운이 뜻을 굽히지 않자 왕실 보석술사들은 미친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빛의 터널이 생기는 사이, 다른 문제가 생겼다. 네이판타를 인지한 에르첼라의 보석들이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그 때문에 몇몇 보석술사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보석들을 잡으려 진땀을 흘렸다.
“연결됐습니다!”
“보석들 잡아!”
영상 너머에서는 달려오는 네이판타를 공격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왕궁의 정원은 이제 막 연결된 빛의 터널을 확인하기 위해 다시 줄을 묶는 보석술사들과 여전히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보석으로 아수라장이었다. 그 모습을 보던 리엘라는 옆에 있던 실라에게 질문했다.
“실라, 저 빛의 터널 안쪽 말이에요. 많이 위험해요?”
“돌아올 수 있는 줄이 있으면 위험하진 않아요. 줄이 끊기거나 터널이 닫혀 버리면 좀 위험할수 있지만… 그래도 죽은 사람은 없어요. 좀 멀리서 발견되는 것 정도? 그런데 그건 왜… 아, 안 돼요!”
실라가 리엘라를 붙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실라의 대답을 들은 리엘라는 정원 안쪽으로 뛰었다. 그리고 날아다니는 보석들을 향해 소리쳤다.
“너희들 전부 이쪽으로 와!”
노여움을 가득 담은 외침에 보석들은 그대로 움직임을 멈췄다. 리엘라는 보석들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그러더니 안으로 들어가려던 보석술사가 들고 있던 밧줄을 잡아챈 다음 다시 열린 빛의 터널 안으로 뛰었다.
“리엘라 테니어!”
놀란 레이안이 그녀를 불렀지만 리엘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빛 너머로 사라졌다.
“…….”
그리고 영상 너머의 하운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
“읏…!”
빛의 터널 안으로 뛰어든 리엘라는 밧줄과 보석들을 단단히 쥔 채 안을 걸었다. 터널 안은 소르디아에 갈 때 경험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눈부신 빛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도, 평평한 길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라는 것도. 하지만 한참을 걸어도 터널의 끝이 나오지 않았다.
문득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분명 실라가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죽은 사람도 없고 좀 멀리서 발견되는 것 정도라고.
“너희들 길은 못 찾니?”
리엘라는 손에 들린 보석들에게 소리쳤지만 보석들은 그건 모르겠다는 듯 힘없이 웅웅거릴 뿐이었다. 리엘라는 힘주어 밧줄을 잡았다. 왕궁 쪽에서 놀라 잡아당기는 모양인지 밧줄이 팽팽해져 있었다. 이대로 돌아서면 다시 안전하게 왕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얘네들이 있으면….’
하운은 네이판타를 막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북부 전선의 사람들도 안전해지겠지.
리엘라는 눈을 질끈 감고 다시 힘차게 어딘지 모를 곳을 향해 뛰었다. 그 순간 주변의 공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왕궁보다 서늘한 바람, 흙냄새, 피 냄새. 그리고….
“리엘라!”
빛 속에서 큰 목소리와 함께 리엘라를 붙잡는 손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