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Undercover Professor RAW novel - Chapter 615
◈ 615화 새로운 지원군 (3)
“지금 내가 꿈을 꾸는 건가?”
바깥에 널린 늑대 영수를 본 남자의 표정이 기괴하게 변했다.
지금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건가?
손으로 뺨을 꼬집자,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지금 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소리였다.
“숫자가, 왜 저렇게 많은데……?”
눈으로 보이는 영수의 숫자만 해도 30마리가 넘었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대륙에서도 보기 힘든 영수가 이슬라 마키나에 나타난 것도 믿기 어려운데, 그 숫자가 30마리가 넘다니?
그들이 영문 모를 상황에 당황하는 사이, 영수의 무리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더니 건물 안으로 돌입하기 시작했다.
2층의 깨진 유리로 한 마리가 들어왔고, 이어서 반대편 쪽으로도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1층의 열린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온 영수가 1층에 대기 중이던 인원들을 물어뜯었다.
피와 비명이 난무했다.
아티팩트와 최신형 무기, 개조 오토마톤이 저항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늑대 영수는 휘몰아치는 삭풍과 같았다.
한 마리도 상대하기 까다로운데 사방에서 다수가 밀려드니,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제길! 이게 대체 뭐냐고!”
완전히 늑대에게 포위된 니콜라이의 부하들이 고성을 내질렀다.
투타타타!
길 잃은 총구가 불을 뿜고, 마법 수류탄이 폭발하고, 방호 아티팩트가 출력을 내뿜었다.
필사의 저항으로 그들은 어떻게든 버텼지만, 늑대 무리는 집요했다.
사냥감이 발악하니 무턱대고 달려드는 대신 거리를 두고 바람처럼 변해 주위를 빠르게 돌았다.
누가 봐도 말려 죽이려는 모양새였다.
“제, 제길.”
촉각을 잔뜩 곤두세워도 찰나의 순간 빈틈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 순간 바람으로 변해 천장 위를 내달리던 늑대 영수가 거대한 모습으로 돌아오며 위에서 깔아뭉갰다.
“으아악! 저리 치워!”
“내 팔! 누가 나 좀 도와줘!”
한번 진형이 무너지니, 그 뒤는 정해진 수순이었다.
건물 안쪽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에,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프로이덴은 진심을 담아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우리 가문을 수호해 온 영수.’
며칠을 쉬지 않고 내달리는 지구력도 그렇고, 바람을 밟고 달리며 바다를 건너는 능력도 그렇지만.
진정으로 무서운 점은 전투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바람 자체를 다루며 순간이지만, 바람 그 자체로 변할 수 있는 능력.’
늑대 영수가 고양이처럼 좁은 구멍을 통해서 어디로든지 들락거릴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몸 자체가 바람으로 변해, 공기가 통하는 곳이라면 설사 바늘구멍 크기라 하더라도 통과할 수 있었다.
아무리 길을 틀어막고 방벽을 설치해도, 공기마저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었다.
영수의 움직임을 막으려면 바람 속성 마법사가 진공 벽을 만들거나, 혹은 화염 속성으로 주변 대기를 모두 싹 연소시켜야만 했다.
상대방에게 극단적인 선택지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뛰어난 특성이었다.
‘그보다 더 뛰어난 것은, 바로 물량에 있어.’
늑대 영수의 또 하나의 특성.
그것은 바로 [분열]이었다.
지금 주위의 30여 마리 늑대 영수는 놀랍게도 모두 하나였다.
‘한 마리가 맞아. 하지만 동시에 무리이기도 해.’
프로이덴은 영수가 어떻게 탄생하는지에 대해 예전에 읽었던 한 자료를 떠올렸다.
영수는 오래 산 짐승이 특수한 진화를 이루면서 태어난다고 했다.
그렇다면 단순히 오래 산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건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짐승마다 경우가 다르며, 주어진 환경이나 혹은 야생에서 투쟁하며 살아오는 과정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태생부터 영수가 되기 위해 태어난 녀석도 있는가 하면, 반대로 끝없는 생존의 피라미드 속에서 발버둥 친 끝에 후천적으로 탄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혹은 마나가 매우 풍부한 환경에서 나고 자라면 영수가 되기도 했다.
울부르크 가문의 수호신인 늑대 영수는 환경의 도움도 받았지만, 투쟁의 끝에 영수가 된 케이스였다.
‘그리고 영수가 된 것은 한 개체의 늑대가 아닌, 거대한 무리다.’
늑대는 무리를 지으며 생활한다.
저 늑대 영수는 무리의 우두머리가 영수가 된 것이 아니다.
무리 전체가, 영수로 변하며 하나로 통합된 것이다.
즉, 저 영수는 하나의 개체이면서 하나의 무리였다.
제보당의 괴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상황.
세간에 알려진 제보당의 괴수는 하나의 존재이면서도 군단이었지만, 그것은 제보당의 괴수가 자체적으로 크립티드를 ‘생성’해서 그런 것이었다.
엄연히 제보당의 괴수는 하나의 개체라 할 수 있었다.
프로이덴은 영수라는 존재가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또 동시에 인류에겐 아직 밝히지 못한 신비로운 사실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했다.
‘우리 가문을 상징하는 동물이 늑대인 이유도 이 영수 덕분이었지.’
상황은 빠르게 끝났다.
리네의 목숨을 노리던 무뢰배들은 시체조차 남기지 못했다.
그들의 흔적이라 할 수 있는 짙은 화약의 냄새와 여러 마도구를 제외하고 뼈째로 영수에게 잡아먹힌 것이다.
프로이덴은 부서진 오토마톤의 잔해를 뛰어넘으며 리네가 머무는 건물의 3층으로 다급하게 뛰어 올라갔다.
“리네!”
문을 쾅 하고 여는 순간, 그의 턱 아래로 검은 기운의 단검이 다가왔다.
“넌 뭐냐?”
자신을 싸늘하게 응시하는 크라바트의 모습에 프로이덴은 침을 꿀꺽 삼켰다.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자신보다 어려 보이는 크라바트였지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아우라가 느껴졌다.
그 순간 한 줄기 바람이 불더니 크라바트의 바로 곁에서 늑대 영수가 모습을 나타내며 이를 드러냈다.
으르릉.
“……영수? 바깥의 놈들을 정리한 게 너희가 한 거냐?”
“그러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씁. 너 혹시 저기 누워 있는 리네라는 아이와 아는 사이냐?”
프로이덴의 눈동자가 침대에 곤히 누워 있는 리네를 향했다.
그의 동공이 작게 수축했다.
“리네는 어떻게 된 거죠? 괜찮은 겁니까? 어디 다친 곳은?”
말이 빨라진 프로이덴의 모습에 크라바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게 안 봤는데 너, 쟤 좋아하는구나?”
“헛소리 말고 어떻게 된 건지 말하시죠.”
“하. 요 맹랑한 놈 봐라. 걱정하지 마라. 위기의 순간에 누가 도와준 덕분에 상태를 많이 안정시켰으니까.”
“상태라니, 혹시…… 그녀의 체질을 고쳐 주신 겁니까?”
“체질? 뭐야. 너도 알고 있었던 거냐?”
“자세히는 모릅니다. 다만, 리네가 시한부라는 것까지는…….”
“그렇다면 이야기는 편하겠네.”
크라바트는 프로이덴을 향해 겨누었던 단검을 치웠다.
피부를 오싹하게 만드는 새까만 기운이 거두어지자 프로이덴은 그제야 긴장을 풀 수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늑대 영수도 경계를 멈추고 얌전히 프로이덴의 곁에 턱을 괴고 앉았다.
“거참. 이런 오염되고 더러운 도시에 영수라니. 오래 살고 볼 일이라니까.”
“리네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일단은 성공이다. 절반뿐이지만 말이야.”
“절반이라니…… 다 끝난 게 아니라는 겁니까?”
“우선, 왜 이렇게 됐는지부터 설명해 주마. 리네라는 아이의 몸속에서는 신성력이 잠들어 있다. 정확히는 있었지.”
“하지만 리네는 마법사인데…….”
“그래서 이상한 거야. 마법사에게 신성력이라니.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는데 불가능하다고 할 수도 없지. 신성력도 보통 신성력이 아니었거든. 너무나도 강력해서 마력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였으니까 말 다 했지.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기를 쓰고 살펴도 알아차리지 못 한 거야.”
크라바트조차도 리네의 몸 안에서 충돌하는 두 힘을 보았기에 신성력을 겨우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더 문제는 리네라는 아이 본연의 마력이다. 이 정도로 강력한 신성력과 충돌하면서도 한 치의 밀림이 없는 밀도 높은 마력이야. 그 때문에 육신이 마력과 신성력의 충돌을 견디지 못하고 빠르게 무너지는 중이었지.”
“그걸 대체 어떻게 고친 겁니까?”
“내가 한 것은 간단해. 이 아이의 몸 안에서 날뛰는 신성력을 저주의 힘으로 상멸(相滅)했지. 신성력의 상극이 바로 흑마법의 저주, 그것도 아주 오래된 고대 저주였으니까.”
고대 저주.
프로이덴은 자신이 오싹함을 느낀 검은 기운의 정체를 깨닫자 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저런 어려 보이는 사람이 설마 고대 저주를 다루는 흑마법사였을 줄이야.
“아주 힘든 과정이었다. 내 힘의 대부분을 쥐어 짜내다 못해 온갖 마력약과 시약, 재료의 도움을 받았으니까.”
“그러면, 이제 괜찮은 겁니까?”
“그랬으면 나도 좋았겠네. 신성력은 확실하게 제거했어. 문제는 저 아이가 지닌 본연의 마력이지.”
“리네의 마력이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너무 강해.”
지나치게 단순한 대답이었지만, 크라바트는 이것 말고는 딱히 다른 단어가 대안으로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온갖 짓을 해서 겨우 상멸시킨 신성력과 오랫동안 드집이질을 한 마력이다. 그 밀도와 순수한 출력, 힘은 감히 어느 정도인지 상상이 가질 않아.”
“리네가 그런 마력을 지녔다니…….”
말은 그렇게 했지만, 프로이덴도 어렴풋이 짐작은 했다.
리네가 보여 준 마법수부터 해서, 그녀의 잠재력과 가능성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이전부터 단서가 계속 주어졌으니까.
“하지만 그래 봤자 본인의 마력 아닙니까. 그게 대체 왜 문제인 거죠?”
“마력이라 해도 다룰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아무리 강한 힘이라도 그걸 바깥으로 내보내지 못하면 계속 안에서 고일 뿐이야. 그에 맞춰서 그릇이라도 강해진다면 모르겠지만, 저 아이에겐 그럴 기회도 마땅치 않아 보인 탓도 크고.”
겨우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야 위험한 고비를 하나 넘겼을 뿐.
그 사실에 프로이덴은 주먹을 꽈득 말아쥐었다.
“애송아, 너무 걱정하지 마라. 아직 방법은 있으니까.”
“다른 대안이 있다는 겁니까?”
“신성력을 절제하는 데 성공했으니, 이제 남은 무속성 마력을 가라앉혀야지. 그걸 위해서 선생이 지금 동분서주하고 있다.”
“선생?”
프로이덴이 눈을 부릅떴다.
“설마, 루드거 첼리시 그 사람도 지금 여기에 있는 겁니까?”
“그래.”
“그는 지금 뭘 하고 있죠?”
“시약에 필요한 새로운 재료를 구하러 나가기는 했는데.”
크라바트는 그렇게 중얼거리다가 저 멀리서 느껴지는 커다란 진동과 기이한 힘의 파동에 눈을 가늘게 떴다.
“아무래도 순탄치 않은 모양이네.”
“방금 그건…….”
프로이덴도 느낀 것인지 창밖이 뚫어져라 응시했다.
늑대 영수도 전신의 털을 잔뜩 곤두세운 채 창밖을 응시하며 이를 드러냈다.
“……대체, 뭐였습니까?”
“나도 몰라.”
“네?”
“유일하게 알 수 있는 건, 지금 저 너머에서 어마어마한 존재가 날뛰기 시작했다는 거지. 그것도 보통 강한 녀석이 아니야. 대체 뭐지? 이 이질적인 힘은…….”
크라바트는 자신의 손이 떨려 오는 걸 발견하고는 혀를 찼다.
어지간한 일에도 호기심이 먼저 발동하는 자신인데, 저 힘의 일부만 느꼈을 뿐인데도 몸이 떨려 왔다.
호기심 이상으로 본능적인 공포와 두려움이 더 크다는 말이었다.
“공포라. 이런 걸 느껴 본 게 대체 얼마 만이지? 이대로는 안 되겠어. 나도 가 봐야겠다.”
“잠깐. 저도 가겠습니다.”
“애송아. 네가 가면 방해만 될 거다. 그리고 저 아이는 누가 지킬 건데? 송장 치울 일 있어?”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프로이덴이 영수를 향해 말했다.
“부탁해.”
크릉.
영수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입으로 바람을 후 불었다.
연푸른 바람이 한 마리의 늑대로 변하더니 리네의 곁을 지키듯 섰다.
“저희가 돌아올 때까지 리네를 지켜 줄 겁니다.”
“……허, 그래 알았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말려 봤자 소용없겠지. 가서 후회나 하지 마라. 이제부터 우리가 마주해야 할 건, 역사상 기록에도 없는 싸움이 될 테니.”
“어중간한 각오로 온 적은 없습니다.”
크라바트는 창가에 서서 저주를 발동했다.
그의 몸이 작게 뒤틀리더니 검은 까마귀로 변해 날갯짓했다.
까마귀 변신의 저주였다.
“저것이, 고대 저주…….”
프로이덴은 그거에 놀랄 틈이 없었다.
이쪽도 어서 뒤따라가야 했으니까.
“부탁해.”
프로이덴은 영수의 등에 올라타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영수는 곧바로 바람이 되어 싸움의 진원지를 향해 질주했다.
* * *
기계 장치의 신은 세상을 파괴할 듯 움직였다.
손짓 한 번에 구역 하나가 모조리 휩쓸려 사라진다.
주변의 모든것이 튼튼한 금속이었지만, 그렇기에 기계 장치의 신 앞에서 무용했다.
무참하게 무너지는 건물들.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사람들.
사방에서 일어나는 폭발, 파괴, 죽음, 비명, 혼란, 절망.
그 속에서 기계 장치의 신과 치열하게 싸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제길! 더럽게 튼튼하잖아!”
자신의 검이 기계 팔에 손쉽게 막히는 걸 본 베롬은 뒤로 물러나며 짜증을 토했다.
검붉은 참격은 어지간한 것은 모조리 베어 버리는 출력을 지녔음에도 기계 팔에는 상처 하나 내기 힘들었다.
흠집을 좀 낸다 싶으면, 그마저도 삽시간에 아물어 버린다.
생명체도 아닌 기계인데 재생까지 한다니.
“내가 미쳤지. 어쩌자고 이런 지옥에 끼어들어서는.”
말은 그렇게 해도 베롬은 싸움을 포기하지 않았다.
루드거를 믿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남자라면, 분명 무언가를 해 줄 거라고.
“이봐! 존 도우!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거냐!”
냅다 내질러 본 외침이었는데, 놀랍게도 대답이 돌아왔다.
“고생했다.”
하늘에 휘황찬란한 빛이 맺혔다.
베롬은 일순 몸을 움츠리고 말았다.
갑주로 전신을 두르고 있는데도 눈부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빛이 강렬했던 탓이었다.
“……하, 뭐야. 꽤 오래 준비한다고 해서 제대로 안 하면 따끔하게 한 소리 하려고 했더니.”
기계 장치의 신의 앞에 나타난 것은 거대한 황금의 불상이었다.
휘황찬란한 황금의 불길은 그야말로 지상에 강림한 태양과 같았다.
기계 장치의 신도 숨 쉬듯 행하던 파괴 행각을 잊고, 그 불상을 마주했다.
불상의 중심에 루드거가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평소와 달리 푸른색이 아닌 붉은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
“봉인술식 1단계 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