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571
572화
저녁 장사 손님들을 맞이하며 강진은 음식을 내고 있었다.
“김치찌개 나왔습니다. 계란 프라이는 서비스입니다.”
“고맙습니다.”
웃으며 손님이 계란 프라이를 먹자 강진이 몸을 돌려 다른 손님들 반찬을 살폈다.
그렇게 강진이 손님들을 살필 때, 주방에서 배용수가 급히 외쳤다.
“강진아! 보스 귀신 온다!”
그에 강진이 의아한 듯 주방을 보다가, 가게 입구를 보았다.
그러고는 손님들을 한 번 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얼마나 가까이 왔어?”
강진이 묻자 배용수가 손을 내보였다.
덜덜덜! 덜덜덜!
덜덜 떨리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던 배용수가 말했다.
“휴대폰 가게쯤 왔겠다.”
배용수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서둘러 홀로 나왔다. 그러고는 빠르게 손님들 밥상을 살피고는 카운터 밑에서 향수를 챙겨서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핸드폰 가게 쪽을 보자, 김소희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늘 그렇듯이 김소희가 다가오자 토요일 저녁을 즐기기 위해 분주히 오가던 사람들이 좌우로 벌어지기 시작했다.
‘저건 늘 봐도 신기해.’
사람들은 자신들이 거리를 벌리는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좌우로 갈라지는 것이다.
강진이 김소희를 볼 때, 그녀가 다가와서는 양손을 좌우로 펼쳤다.
그에 강진이 그녀의 몸에 향수를 뿌려주었다.
치익! 치익!
향수를 몸에 두른 김소희가 가게를 보았다.
“손님이 있군.”
“아직 사람 손님 받는 시간이니까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가서 일 보게나.”
“여기에 계시려고요?”
김소희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월향이 보러 온 것이네.”
“그럼 향수를 괜히 뿌렸네요?”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다시 저었다.
“내가 월향이 가게에 있으면 자네 직원들이 불편할 테니 괜히 뿌린 것은 아니지.”
맞는 말이었다. 핸드폰 가게가 가까이 있는 만큼 김소희가 머무는 내내 직원들이 두려워할 테니 말이다.
스윽!
김소희가 몸을 돌려 핸드폰 가게가 있는 곳으로 향하자 강진이 고개를 숙였다.
그와 거의 동시에 핸드폰 가게에서 소월향이 나와서는 문을 열어 주었다.
“드시지요.”
김소희가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소월향이 강진을 한 번 보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에 강진도 마주 고개를 숙이고는 가게 안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가게 안에 손님들이 있는데 오래 자리를 비우는 건 아니니 말이다.
“잘 먹고 갑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
강진의 인사에 손님들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손님들을 배웅한 강진은 홀을 보았다.
어느새 직원들이 홀로 나와 그릇들을 치우고 있었다.
그것을 본 강진이 핸드폰 가게가 있는 방향을 보고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냉장고를 열어 반찬들을 보고는 찬합에 담기 시작했다.
“뭐 해?”
배용수의 물음에 강진이 말했다.
“아가씨 핸드폰 가게에 계시니 음식 좀 가져다드리려고.”
“이따 저승식당 시간에 오실 텐데?”
“그럼 이 음식은 소 사장님 드시면 되지.”
배용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찬합에 밥을 담았다. 그렇게 음식을 챙긴 강진이 냉장고에서 JS 음식을 담았다.
찬합을 들고 봉지에 JS 과자와 음료를 담은 강진이 주방을 나가며 말했다.
“나 나가면 가게 문 잠가.”
“알았다.”
강진은 가게 문을 열고는 나왔다.
핸드폰 가게 유리창을 통해 안을 본 강진은 앉아 있는 김소희와 그녀의 옆에 서 있는 소월향을 볼 수 있었다.
그에 강진이 문을 열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이야기하시면서 드시라고 음식을 좀 가져왔습니다.”
김소희는 힐끗 강진을 보고는 자리를 가리켰다.
“앉게.”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소월향을 한 번 보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에 소월향이 커피를 가져다주었다.
“감사합니다.”
강진이 커피를 받자 소월향이 옆에 시립을 하듯이 섰다. 그 모습에 강진이 김소희를 보았다.
소월향이 왜 앉지 않고 서 있는지 아는 것이다.
‘아주 어렵겠지.’
소월향은 귀신을 모시는 무당이니, 조선 제일의 처녀귀신이자 무신인 김소희를 왕 받들 듯이 모시는 것이다.
그에 강진이 슬며시 김소희에게 눈짓을 주었다. 그 시선에 김소희가 눈을 찡그렸다.
“다른 이가 있는 곳에서 하지 못할 말이라면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낫네.”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입맛을 다시고는 말했다.
“소 사장님도 자리에 좀 앉는 것이…….”
강진의 말에 김소희가 그를 보았다. 뭘 그리 어려운 것이라고 말을 하지 않고 눈짓을 했냐는 의미였다.
그렇게 강진을 보던 김소희가 소월향을 보았다.
“자리하게.”
“알겠습니다.”
거절을 한 번쯤 할 법도 한데, 소월향은 김소희의 말에 바로 자리에 앉았다.
그녀의 말을 거절한다는 선택지를 생각하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되게 어려워하시는구나.’
강진 또한 처음에는 김소희를 어려워했었다. 그래서 소월향이 이렇게 반응하는 것을 어느 정도는 이해했다.
소월향이 자리를 하자 김소희가 잠시 있다가 말했다.
“서로 모르는 사이는 아니니 친하게 지내게나.”
“그리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의 답에 김소희가 잠시 있다가 강진을 보았다.
“음식은?”
“아! 네.”
강진은 들고 온 찬합을 유리 테이블에 올리려다가 소월향을 보았다.
“여기서 음식을 먹어도 되나요?”
“물론입니다.”
소월향이 답하자 강진이 찬합 뚜껑을 열었다. 3단으로 된 찬합을 하나씩 펼쳐 놓은 강진이 밥을 김소희 앞에 두다가 소월향을 보았다.
“혹시 밥그릇이?”
강진의 말에 소월향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아가씨 식사하시고 먹겠습니다.”
“그러지 말고 같이 한 술 하세. 자네와 내 인연이면 그 정도는 될 터이니.”
김소희의 말에 소월향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뒤쪽으로 가서는 밥그릇을 들고 나왔다.
그에 강진이 들고 온 수저로 밥을 떠서는 소월향의 앞에 두었다. 그러고는 봉지에서 JS 음식을 꺼내 김소희의 앞에 놓았다.
“이것도 드세요.”
고개를 끄덕인 김소희는 밥을 한 술 떠서는 입에 넣었다.
“자네도 들게.”
김소희의 말에 소월향이 밥을 떠서는 먹기 시작했다. 그녀가 밥을 먹는 것을 보던 김소희는 수저를 놓고는 강진이 가져온 JS 음료를 까서 마셨다.
그 모습을 보던 강진은 힐끗 유리창을 보았다. 핸드폰 가게 한쪽 벽이 통짜 유리로 되어 있어서 내부가 훤히 보이는 것이다.
그것을 강진이 신경 쓰는 듯하자 소월향이 주머니에서 리모컨을 꺼내 눌렀다.
스륵!
그러자 투명한 유리창이 회색으로 변하며 불투명해졌다.
“와!”
강진이 신기한 듯 유리창을 보았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최신 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강진을 슬쩍 본 소월향이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맛있게 밥을 먹는 소월향을 보며 강진이 미소를 지었다.
‘잘 드시네.’
소월향은 그릇을 깨끗이 비우고서야 수저를 내려놓았다. 그것을 보던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가족과는 만나는가?”
다 먹은 그릇을 정리하던 소월향이 멈칫했다.
“…….”
답을 하지 않는 소월향을 보던 김소희가 입을 열었다.
“외롭지 않은가?”
소월향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예전보다는 낫습니다.”
말을 하며 소월향이 힐끗 강진을 보았다. 그런 소월향을 본 김소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 가게 유리창을 보았다.
지금은 불투명하게 되어 밖이 보이지 않지만, 원래는 밖이 훤히 보일 것이었다.
그런 유리창을 보던 김소희가 작게 입을 열었다.
“사람들 사이에 있다고 해서 외롭지 않은 것이 아니니…….”
작게 중얼거린 김소희는 고개를 젓고는 소월향을 보았다.
“내…… 얼마 전 우연히 자네 아들 가족을 보았네.”
멈칫!
소월향이 눈에 띄게 굳었지만 김소희는 덤덤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잘 지내는 듯하더군.”
“하아! 다행입니다.”
소월향의 중얼거림에 김소희가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작게 저었다.
“자네 아들은…… 정말 나쁘네.”
“저는 괜찮습니다.”
소월향의 말에 김소희가 그녀를 보다가 다시 한숨을 쉬었다.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것이…… 어미라고 하더니. 자네는 참으로 미련하기 짝이 없군.”
“어미라는 것이 똑똑하면 할 수가 없지요.”
소월향은 웃으며 말했지만, 강진도 김소희도 웃을 수 없었다.
어머니가 정말로 멍청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보통 세상에는 대가라는 것이 있다.
하나를 주면 하나를 받고, 똑똑한 이들은 하나를 주고 두세 개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어머니는 다르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저 주기만 하는 존재가 바로 어머니인 것이다.
소월향의 답에 김소희가 한숨을 쉬며 그녀를 보다가 말했다.
“손주 얼굴은 봤나?”
“사진으로는…… 봤습니다.”
“그래도 사진은 보냈나 보군.”
김소희의 중얼거림에 소월향이 미소를 지을 때, 강진이 의아한 듯 물었다.
“저기…… 손주요?”
“얼마 전에 우리 아들이 아들을 낳았답니다.”
말을 하며 소월향이 핸드폰을 보여주었다. 핸드폰 배경에는 갓난아이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아주 예쁘게 생겼지요?”
소월향의 말에 강진이 사진을 보다가 놀란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손주가 있으세요?”
“네.”
소월향이 웃으며 핸드폰을 보는 것에 강진이 의아함과 놀람이 어린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소월향은 딱 보기에 30대 초반쯤으로 보였고, 옷을 잘 입으면 20대 후반으로 보일 정도였다. 손주는커녕 자식이 있다고 해도 놀랄 정도인 것이다.
강진이 놀란 눈으로 소월향을 볼 때, 핸드폰을 보던 그녀는 손으로 화면 속 아기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녀의 얼굴에 어린 그리움을 발견한 강진이 입맛을 다셨다.
“그런데 손주를 못 보셨어요?”
강진의 물음에 소월향은 쓰게 웃었다.
“귀신 상대하는 무당이 아이를 봐서 좋을 것이 없지요.”
소월향의 말에 김소희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지. 자네가 가서 아이 주위에 있는 귀신들 쫓아주고 기원도 해 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김소희의 말에도 소월향은 쓰게 웃을 뿐이었다.
소월향은 진짜배기 무당이었다. 그것도 조선 제일의 처녀귀신이자 무신인 김소희와 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능력 있는 무당이었다.
그런 소월향이 아이를 축복해 달라고 부탁한다면, 김소희도 축복을 해 줄 의향이 있었다.
무신인 김소희의 축복을 받는다면 최소한 잔병을 겪지는 않고 건강하게 잘 살 것이었다.
쓰게 웃는 소월향을 보며 김소희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김소희의 모습에 소월향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소희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에 강진이 소월향을 보았다.
‘자식하고 인연을 끊은 건가?’
“인연을 끊은 것이 아니라…… 자식이 끊은 것일세.”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그녀를 보았다.
“혹시 생각도 읽으십니까?”
“읽은 것이 아니라 자네라면 그런 생각을 할 것 같아 답을 해 준 것일세.”
그러고는 김소희가 소월향을 보았다.
“자네 자식은 참 나빠!”
김소희가 대놓고 자식을 탓했지만, 소월향은 말없이 그저 쓰게 웃을 뿐이었다.
“미안하네.”
자식이 아무리 못되고 나쁘다 해도 부모로서 자식 욕을 듣는 게 기분 좋을 리가 없는 것이다.
김소희의 사과에 소월향이 웃었다.
“아가씨께서 무슨 마음으로 말씀하신 건지 알고 있습니다.”
소월향의 말에 김소희가 그녀를 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저승식당 열면 오게.”
“저는…… 저승식당이 불편합니다.”
귀기에 민감한 그녀로서는 저승식당에 오는 귀신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스윽!
김소희는 옆에 있는 검을 그녀를 향해 밀었다.
스르륵!
귀검이 소월향의 옆으로 밀려나며 그 주위를 맴돌았다.
“자네를 지켜줄 것이니 오게. 오랜만에 같이 한 잔 하세나.”
소월향은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귀검을 보다가 고개를 숙였다.
“저녁에 가겠습니다.”
소월향이 답하자 김소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만 가세.”
김소희의 말에 강진이 같이 일어나서는 가게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