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derworld Restaurant RAW novel - Chapter 953
954화
홀에서는 황민성이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기획사에서 혜원이를 케어하면서 촬영지에 데려다주고, 데리고 오고 다 해 줄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황민성의 말에 할아버지가 박혜원을 한 번 보고는 물었다.
“그럼 매니저라는 사람은 남자입니까, 여자입니까?”
“아무래도 여자 매니저가 편하시겠죠?”
“아무래도 여자아이니…… 여자 매니저가 담당해 주시는 것이 마음 편할 것 같습니다.”
“그럼 여자 매니저가 하는 걸로 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황민성이 친절하게 설명을 잘 해 주는 것에 안도가 되는지 할아버지의 얼굴은 처음보다 많이 편해져 있었다.
“그럼 더 궁금하신 것이 있으십니까?”
“그 기획사 사람도 만나보고 싶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만나셔야죠. 드라마라고 해도 분명 노동인데 미성년자 일하려면 보호자의 허락이 있어야 하니까요.”
황민성은 할아버지와 박혜원을 보았다.
“그럼 아예 오늘 만나보시겠습니까?”
“오늘요?”
“내일 시간 내기도 불편하실 테니 지금 그쪽 관계자 오라고 해서 이야기 좀 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갑자기 연락해도 될지?”
“일단 물어보는 거지요. 된다고 하면 시간 아낄 수 있으니 좋지요. 그리고 기획사도 강남에 위치해 있어서 오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황민성은 홀 한쪽에 가서 기획사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황민성이 전화를 하러 간 사이, 강진이 음식을 쟁반에 담아 홀로 나왔다.
“음식 나왔습니다.”
강진이 웃으며 음식을 놓자, 박혜원이 접시들을 탁자로 옮겼다.
“고마워.”
“아니에요.”
박혜원과 함께 음식들을 식탁에 세팅한 강진이 황민성을 보았다.
“기획사 관계자분 모셔서 오늘 이야기 다 끝낸다고 통화 중이세요.”
“지금?”
“기획사가 강남이라 가깝대요.”
박혜원의 말에 강진이 쟁반을 다른 테이블에 올려두고는 자리에 앉았다. 다행히 박혜원과 할아버지가 오기 전에 마지막 손님이 가서 지금 가게 안에는 그들만 있었다.
강진이 자리에 앉자 황민성도 통화를 마치고 앉았다.
“뭐래요?”
“이십 분 안으로 온대.”
그러고는 황민성이 박혜원을 보았다.
“계약서도 가지고 오기로 했어.”
물을 한 모금 마신 황민성이 말을 이었다.
“계약 기간은 꽃 피어나다 촬영부터 방영이 끝나는 기간 동안이고, 그 기간 동안 방송 출연에 관한 모든 것을 그쪽에서 케어를 해 줄 거야.”
“배분 문제는요?”
배분 문제를 다시 집는 박혜원을 보고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그것도 말해 놨어. 아!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꽃 피어나다 작품에 한해서야. 이 작품 후에 걸리는 활동에는 배분 관련 계약이 다시 될 거야. 물론 네가 배우를 계속 하겠다고 하면 말이야.”
황민성의 말에 박혜원이 그를 보다가 슬며시 말했다.
“그런데 혹시 저 때문에 사장님이 손해 보시는 거 아니에요?”
“나?”
“기획사도 돈 벌어야 하는 회사인데…… 저한테 매니저 붙여 주고 케어하는 거 다 돈 들어가잖아요. 그게 다 무료 봉사면 사장님이 뭔가 줘야 하지 않아요?”
박혜원의 말에 황민성이 그녀를 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똑똑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세상일을 너무 잘 아는 게 꼭 어른 같았다.
‘어린 나이에 이런 것까지 생각하다니…….’
어린애는 어린애처럼 순수하고 즐겁게 사는 것이 좋은데, 박혜원은 어린 나이에 벌써 어른처럼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세상이 너를 너무 일찍 어른으로 만들었구나.’
조금 짠한 눈으로 박혜원을 보던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한 가지를 받으면 한 가지를 주는 것이 세상일이기는 한데, 우리 같은 사업가들은 투자라는 것을 하지.”
“투자요?”
“일단 혜원이는 좋은 투자 대상이야.”
“제가요?”
“기획사 쪽에서는 이미 네가 ‘꽃 피어나다’에 캐스팅됐다고 생각하거든.”
“오디션 봐야 하는데요?”
박혜원이 의아한 듯 보자, 황민성이 고개를 저었다.
“드라마 제작하는 내가 너를 직접 기획사에 밀었으니 네가 내정이 됐고 오디션은 그냥 보는 거라 생각을 하는 거지.”
“그렇게 말을 하셨어요?”
“전혀. 나는 네가 꽃 피어나다 아역에 어울리는 학생이라고만 했어. 그러니 오디션을 보게 트레이닝을 시켜 주라고 했고. 그런데 그쪽에서 멋대로 네가 내정이 됐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황민성의 말에 박혜원이 웃었다.
“그야 드라마 제작하는 사장님이 저를 가르치라고 하니 그쪽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그러니까. 그건 그쪽 생각인 거고 나한테는 안 물어봤잖아. 물어봤으면 오디션에서 결정이 날 거라고 내가 말을 했겠지, 말을 안 했겠어?”
황민성의 말에 박혜원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황민성의 행동에 이익을 보는 건 자신이니 뭐라고 하기도 그랬다.
“기획사에서 배우 하나 키울 때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돈이 들어가거든. 너는 한 달 투자하고 바로 드라마 들어가는 거니 그쪽에서는 투자를 안 할 이유가 없지.”
“물론 제가 오디션을 통과해야 되지만요.”
“그러니 너를 더 열심히 가르치고 케어하겠지.”
황민성의 말에 박혜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 사기꾼 안 만들려면 제가 더 열심히 해서 꼭 오디션 통과해야겠네요.”
“그래. 열심히 해서 꼭 오디션 통과해야 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식사부터 하시죠. 가장 맛있는 음식은 갓 만든 음식이에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분홍 소시지와 줄줄이 소시지를 보고는 웃었다.
“분홍 소시지 오랜만이네.”
“가끔 밑반찬으로 내면 이게 리필 일 순위예요.”
“분홍 소시지가 맛있지.”
황민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젓가락을 들려다가 할아버지를 보았다.
“수저 드시죠.”
“아, 네.”
할아버지가 수저를 들자 황민성과 사람들이 젓가락을 들고는 분홍 소시지를 집었다.
“요즘 햄 잘 나와서 이것보다 맛있는 햄들 많은데…… 이걸 보면 손이 안 갈 수가 없어.”
“분홍 소시지는 추억이죠.”
강진도 분홍 소시지를 집으며 말했다.
“어릴 때 이거 도시락에 안 싼 대한민국 사람은 없을걸요.”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진의 말대로 어릴 때 도시락 반찬으로 분홍 소시지를 안 싼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이제 학교를 다니는 세대는 이런 것을 잘 모를 테지만…….
황민성은 분홍 소시지를 먹다가 박혜원을 보았다.
“혜원이가 햄을 좋아하나 보네.”
“네? 저요?”
“혜원이가 좋아하니 강진이가 줄줄이 소시지 한 거 아니야?”
황민성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강진이네 가게에서는 이런 줄줄이 소시지로 반찬을 안 하거든.”
“제가요?”
“몰랐어?”
황민성이 보자, 강진이 줄줄이 소시지를 보다가 “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홍 소시지는 손님들이 좋아해서 자주 밑반찬으로 냈지만, 줄줄이 소시지로 반찬을 해서 낸 적은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배용수가 햄 반찬보다는 나물이나 고기반찬을 해서 내는 걸 더 선호하는 것이다.
“줄줄이 소시지는 할아버지가 좋아하세요.”
“할아버님이?”
황민성이 보자, 할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이런 반찬을 좋아합니다.”
“아…… 그러시군요.”
“죽은 집사람이 애 입맛이라고 자주 뭐라고 했는데…… 그래도 맛있는 걸 어떻게 하겠습니까.”
할아버지가 웃으며 분홍 소시지를 집어 입에 넣었다. 그러고는 맛있다는 듯 웃는 것에 황민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어른 입이나 아이 입이나 내 입에 맞는 게 가장 맛있는 거죠.”
황민성이 웃으며 줄줄이 소시지를 하나 집어 입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탱글탱글하네. 어디 햄이야?”
“목촌요.”
“그래? 맛있네.”
황민성의 말에 할아버지도 소시지를 집어 입에 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맛이 좋네요. 그리고 많이 안 짜고 좋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에 강진이 말했다.
“줄줄이 소시지 드시기 전에 살짝 칼집을 내고 뜨거운 물에 담갔다가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리세요.”
“전자레인지에요?”
“그렇게 하면 햄 기름기하고 짠 성분들이 빠지거든요. 그러면 그냥 먹어도 좋고 프라이팬에 구워도 맛있어요. 아! 물에 그렇게 하면 겉이 더 뽀듯뽀듯한 식감이 살아납니다.”
“그렇군요.”
할아버지가 몰랐다는 듯 하는 말에 강진이 웃으며 말했다.
“짠맛이 좋으시면 그냥 드셔도 되고요.”
강진이 햄을 하나 집어 입에 넣고는 말을 이었다.
“가끔 짠 햄 하나하고 따뜻한 밥만 해서 먹어도 맛이 좋더라고요. 단짠 단짠이라고 할까요?”
밥을 천천히 잘 씹으면 단맛이 나고 거기에 햄을 먹으면 짠맛이 돌면서 맛이 더 좋았다.
강진의 말에 황민성이 웃으며 말했다.
“자, 이제 이야기는 그만하고 식사 편하게 하세요.”
황민성이 강진을 보았다.
“소주도 한 병 가져와라. 이런 안주에 소주가 빠질 수는 없지.”
황민성은 고개를 돌려 할아버지를 보았다.
“소주 괜찮으시죠?”
“아! 저는 술 안 먹습니다.”
“술 안 드세요?”
황민성이 의아한 듯 하는 말에 할아버지가 입맛을 다시며 음식들을 보았다. 음식들은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었다.
“술을 끊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다시 황민성을 보며 말을 덧붙였다.
“사장님 말씀대로 이런 안주를 두고 소주 한 잔 안 하는 것도 이상하죠. 저는 괜찮으니 드십시오.”
“어디 몸이 안 좋으세요?”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제가 나이가 있다 보니 건강 생각해서 술을 끓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소시지를 먹고 있는 박혜원을 보며 말했다.
“이 녀석 시집갈 때까지는 제가 건강하게 살아야 하니까요.”
할아버지의 말에 박혜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할아버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야 해.”
“그래. 알았다.”
할아버지가 웃으며 하는 말에 박혜원이 입맛을 다시며 밥을 먹었다.
‘할아버지 없으면…… 나 너무 외로울 거야. 그러니까 꼭 오래오래 살아야 해. 그래야 내가 돈 많이 벌어서 할아버지 호강시켜 주지.’
속으로 중얼거린 박혜원이 김치찌개를 떠서 먹어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맛있다. 할아버지 드셔 보세요.”
박혜원의 말에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김치찌개 국물을 떠서는 입에 넣었다. 뒤이어 할아버지의 입에 감탄성이 흘러나왔다.
“크으윽!”
정말 맛있을 때 나오는 감탄성에 강진이 웃으며 그를 보았다.
“입에 맞으세요?”
“정말 좋네요.”
작게 기침을 한 할아버지는 다시 국물을 떠먹고는 김치와 고기를 집어 밥 위에 올린 뒤 크게 한 숟가락 떠서 먹었다.
주르륵!
입가에 살짝 국물을 흘리며 먹는 할아버지의 모습에 박혜원이 티슈를 뽑아 입가를 닦아 주었다.
그에 할아버지가 티슈를 받아 자신이 직접 닦으며 미소를 지었다.
“정말 맛있습니다.”
할아버지의 말에 박혜원이 웃으며 말했다.
“여기 음식 정말 맛있지?”
박혜원의 말에 황민성이 두 사람을 보다가 말했다.
“할아버지와 손녀 사이가 부녀 지간처럼 친밀해 보이네요.”
“하! 그렇습니까?”
“네. 정말 사이가 좋아 보입니다.”
황민성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저도 딸이 있습니다.”
“그러세요?”
“이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갓난아이인데,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황민성이 티슈 통을 보며 웃었다.
“제 딸 크면 입가에 뭐 좀 묻히고 있어야겠습니다.”
박혜원이 입가에 묻은 국물을 닦아 주는 것을 보며 부러운 것과 동시에 은근히 기대가 되었던 모양이었다.
나중에 황소희가 커서 자신의 입가를 닦아줄 날이 말이다.
‘아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딸을 낳기를 잘 했어.’
물론 자신이 잘 했다기보다는 황소희가 그와 김이슬에게 찾아온 것이지만 말이다.
‘우리 작은 소희 어서 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