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equaled Scholar RAW novel - Chapter 65
3권 18화
“마, 말도 안 돼!”
모용강중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는 자신의 눈을 몇 번이고 비벼 보아야 했다.
하늘 위에 또 다른 하늘이 있다는 말이 이런 것일까? 그는 신세계를 경험한 듯한 기분이었다.
백이건이 갈종욱의 팔을 으스러뜨리는 데 일 초식이 걸리지 않았다.
제갈헌이 갈종욱의 삼초지적이 되지 못한 걸 생각하면 실로 엄청난 일이었다.
‘맙소사!’
‘갈종욱 같은 고수를 단숨에 때려잡았단 말인가?’
제갈사란과 모용강설은 그 짧은 시간이 십 년같이 느껴졌다.
그녀들은 처음엔 백이건의 몸에서 책벌레 냄새가 풍겨 나는 것을 보고 머리가 아찔했다.
갈종욱의 손에 죽어도 곱게 죽을 것 같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들은 차마 눈을 뜨고 보지 못했었는데, 지금은 갈종욱의 주먹과 팔이 으스러지는 장면을 두 눈으로 지켜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나이는 우리와 비슷해 보이는데, 어떻게 공력이 저렇게 강할 수가 있지?’
백이건의 공력은 최소한 일 갑자는 넘어 보였다.
불사가의한 일이었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내공을 수련해도 저렇게까지 강할 수는 없었다.
그때 감설연이 탁자를 뒤집어 백이건을 향해 날려 보냈다.
공력이 실려 있어서 쉽게 막긴 어려워 보였다.
그녀는 백이건이 멈칫하는 사이에 검을 뽑아 들고 그를 향해 짓쳐 들어갔다.
설령 탁자를 막아도 그다음 이어지는 그녀의 검법까진 막지 못하리라.
“뒈져라! 사형의 복수다!”
백이건은 천마자전공을 일으켰다. 순간 그의 두 팔은 음기와 양기로 나뉘었다.
이걸 충돌시켜 주면 여기서 자력이 발생한다. 이 자력은 천하에 파괴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일종의 뇌전과 같은 것이었다.
뇌전에도 자력이 있어서 천하에 부수지 못하는 것이 없듯 천마자전공 역시 마찬가지였다.
백이건은 혈맥이 모두 뚫리지 않아서 천마자전공을 완벽하게 시전하진 못했지만, 간단한 운기만으로도 그 위력은 가공할 정도였다.
펑!
천마자전공은 순식간에 탁자를 집어삼켰다.
탁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지만, 천마자전공의 위력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감설연을 덮쳐 갔다.
지지직!
천마자전공에 섞여 있던 뇌전이 검을 타고 그녀의 몸속으로 흘러들어 갔다.
“으아악!”
감설연이 처절한 비명을 지으며 뒤로 튕겨져 나갔다.
그녀의 신형이 바닥에 쿵 하고 떨어졌을 때는 기괴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찰랑거리던 머리카락은 홀라당 타 버렸고, 그녀의 얼굴은 새카맣게 그슬린 상태였다.
그야말로 번개를 맞은 모습에 다름없었다.
충격과 공포.
그리고 불신이 객점을 뒤흔들고 있었다.
二
화설란의 정체는 백안문 내에서도 알고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다.
그녀는 원래 비밀 임무를 위해 세상에서 사라진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북리자령은 그녀에게 봉황패를 전해 주었다.
봉황패는 북리자령을 뜻하는 것으로, 봉황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백안문의 어디든 출입이 가능하고 무엇을 요구하든 들어줄 의무가 있었다.
그녀가 하남 지부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말을 얻어 탈 수 있었던 것도 봉황패 덕분이었다.
화설란은 금조검을 만나기 무섭게 봉황패를 내밀었다.
금조검은 봉황패를 알아보곤 곧바로 북리자령을 대하듯 화설란에게 예를 취했다.
“분부하실 일이 있으시면 말씀만 하십시오.”
“사람을 찾고 있어요. 가능한 빨리 행방을 찾아 주었으면 좋겠군요.”
“사람이라 하시면……?”
“이름은 백이건! 학문을 하기 위해 진촌 마을에서 왔다는데 찾을 수 있을까요?”
그녀가 알고 있는 정보는 이것이 전부였다.
정보가 너무 적어서 어쩌면 찾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금조검은 백이건이란 이름을 듣고는 바로 반응을 보였다.
“혹시 채성룡 대인의 제자인 바로 그 백이건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어요. 헌데 가주께서 백 공자를 어찌 알고 있는 거죠?”
“헛헛! 그야 모를 수가 없지요. 백이건 때문에 지금 북경의 학계가 발칵 뒤집어졌으니 말입니다.”
“그, 그런 일이 있었군요.”
화설란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대장장이의 학문이 그리 높은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생각보다 내력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학문을 한다는 말이 사실이었어.’
처음부터 일이 꼬이고 있었다. 이래서는 수석 대장장이로 초빙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그녀는 잠시 고민했지만, 그래도 일단 만나서 나쁠 건 없었다. 수석 대장장이로 오지는 못해도 기술은 전해 줄 수 있을 테니까.
‘당금 무림의 사정을 설명하고 부탁을 드리면 들어주지 않을까?’
그녀는 백이건을 한없이 좋은 사람으로 오해하고 있었다.
오해도 이런 오해가 없지만, 어쩌면 당연한지도 몰랐다. 백이건의 도움으로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백이건의 내력을 확실히 알게 된 이상 행적을 찾는 건 시간문제였다.
과연, 오래지 않아 금조검이 백이건의 행적을 찾아서 돌아왔다.
“지금 현재 머무르고 있는 곳은 한림원 대학사 진 대인의 집입니다.”
“그럼, 그곳에 가면 만날 수 있는 건가요?”
“지금은 형빈객점에서 밥을 먹고 있습니다.”
“좋아요. 그럼, 그곳으로 가죠.”
형빈객점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식탁과 의자는 죄다 부서졌고, 바닥은 음식물과 그릇들이 깨진 채로 나뒹굴고 있었다.
백이건이 갈종욱의 머리채를 잡고 강하게 찍어 눌렀다.
그러자 갈종욱은 백이건의 공력을 버티지 못하고 그의 발 앞에 무릎을 꿇었다.
백이건이 그의 앞으로 신발을 내밀었다.
“네놈 때문에 음식이 튀어 신발에 얼룩이 묻었다.”
그다음 말은 굳이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한마디로 신발이 더러우니 혀로 핥아서 깨끗이 만들라는 소리였다.
“으으,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것이냐?”
“네놈이 누군데?”
“난 태왕전의 일원이다. 나를 건드리는 것은 곧 태왕전과 원한을 맺는 것이고, 백안문을 원수로 만드는 것이다.”
알았으면 어서 빨리 용서를 구하고 꺼지라는 소리였다.
지금까지는 태왕전의 이름으로 안 되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당황한 나머지 아까 금세황도 써먹었던 수법이라는 것을 잊고 있었다.
백이건은 손에 힘을 주고 갈종욱의 머리를 더욱 찍어 눌렀다.
그의 얼굴이 백이건의 신발에 파묻혔다.
“닥치고 깨끗이 핥기나 해라.”
“으으, 네놈은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멍청한 놈. 오지랖은 더럽게 넓네. 내 걱정 말고 네놈 걱정이나 해라.”
퍽!
백이건이 그의 코를 후려치자, 갈종욱의 코뼈가 부러지면서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크악!”
너무 아팠다. 그는 코를 잡고 바닥을 구르고 싶었다.
허나 백이건이 머리채를 잡고 있어서 그나마도 할 수 없었다.
“핥아라.”
“퉤! 차라리 나를 죽여라.”
갈종욱은 죽으면 죽었지 신발을 핥는 일은 할 수 없었다.
제법 뼈대가 있어 보였지만, 백이건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놈에게 영웅 흉내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었다.
“네놈이 끝까지 버티겠다면 하는 수 없지. 네놈의 사매라는 계집의 눈을 뽑아 버리는 수밖에.”
부르르!
갈종욱의 몸이 세차게 흔들렸다. 자신도 제갈헌의 눈을 뽑으려고 하지 않았던가?
이놈 역시 정말 그렇게 하고도 남을 인간이었다.
백이건이 그를 향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 기회다. 신발에 묻은 얼룩을 핥을 테냐, 아니면 눈깔 없는 사매를 매일 보며 살 것이냐?”
갈종욱은 이런 자에게는 더 이상 변명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이렇게 했으니 말이다.
“으으, 먼저 사매의 눈을 뽑지 않겠다고 약속해라.”
“그거야 네놈이 하는 것에 달렸다. 대충 닦으면 재미없어.”
“오냐, 닦아 주마. 하지만 네놈은 오늘 일을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지랄! 어서 닦기나 해, 씨뱅아!”
백이건이 갈종욱의 머리를 다시 한 번 찍어 누르자 갈종욱이 머뭇머뭇거리다 백이건의 신발에 묻은 얼룩을 핥기 시작했다.
잠시 후, 백이건의 신발에 묻은 얼룩이 깨끗하게 지워졌다. 대신 갈종욱의 입가와 혓바닥은 온통 흙먼지로 가득했다.
“제법 깨끗하게 잘 핥아 주었구나! 헌데 이걸 어쩐다? 알고 보니 얼룩이 신발에만 묻은 게 아니었구나!”
백이건은 자신의 옷을 가리켰다.
얼룩 묻은 곳이 너무 많아서 혓바닥으로 핥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순간 갈종욱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으으, 처음부터 나를 조롱할 생각이었구나!”
“그걸 이제라도 깨닫다니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구나!”
퍽!
백이건이 그의 가슴을 걷어찼다.
“크아악!”
갈종욱의 신형이 허공으로 붕 치솟아 올랐다가 바닥 위로 쿵 하고 떨어져 내렸다.
안하무인으로 기세등등하던 갈종욱의 결말은 비참하게 막을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