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275
274화
큐브 내부에 있는 U.M.A는 스코티시폴드라는 고양이 품종과 외관이 쏙 닮아 있었다.
누가 봐도 U.M.A라는 걸 알 수 있는 이유는 크기 때문이었다.
평범한 고양이들과는 다르게 10cm도 안 되는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었다.
‘더 놀라운 건 저게 성체라는 거지.’
새끼일 때는 5cm도 안 된다.
크기도 작고 가지고 있는 힘도 미약해서 해당 개체의 성체를 보는 게 힘들 정도로 생존력이 매우 낮았다.
그런 개체가 성체가 될 수 있었다는 건, 미 정부에서 정말 애지중지 키웠다는 소리였다.
갑작스럽게 환경이 바뀌어서인지, 큐브 내부에서 U.M.A가 불안에 떨고 있었다.
그 모습조차 귀여워 보였다.
큐브 앞이 소란스러워지자, 다른 용무를 보기 위해 지나가던 권영식이 그들에게 버럭 화를 냈다.
“아주 하루종일 거기 있을 거야? 빨리 가서 일들이나 해!”
그제야 큐브 앞에서 모여있던 사람들이 흩어졌다.
“팰로우님, 오랜만입니다.”
권영식은 자신이 돌려보낸 사람들을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다가, 인사를 건네오는 강신을 발견하곤 매우 반가워했다.
“오, 강책임 여기 있었군. 안 그래도 데리러 가는 참이었는데.”
“무슨 일이 생긴 겁니까?”
복귀하자마자 자신을 찾는 권영식을 보며 강신은 살짝 불안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러자, 권영식은 강신에게 걱정 말라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별건 아니네만…. 오늘 잡은 U.M.A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려고 하는데, 강책임이 참관해 줬으면 좋겠다 싶어서 말이지. 그리고 저기 있는 개체에 대해 이야기할 것도 있고….”
이제 막 회사로 돌아왔지만 강신도 권영식이 탐욕을 기르는 뱀을 어떻게 다룰지 궁금했다.
그래서 보고서 작성은 뒤로 미루고 권영식을 따라 이동했다.
* * *
탐욕을 기르는 뱀은 큐브들이 모여있는 30층이 아닌 28층에 있었다.
권영식은 강신을 데리고 28층의 한 연구실로 갔다.
연구실은 내부에 무균실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밖에는 이미 많은 연구원이 권영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균실에는 강신이 U.M.A를 포획할 때 사용했던 환경 채취용 보관 용기가 그대로 놓여 있었으며, 그 옆에는 방진복을 입은 연구원들이 대기 중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담당자로 보이는 연구원이 무균실 밖에 있는 권영식에게 말했다.
-팰로우님, 준비 끝났습니다.
권영식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진행하지.”
-네, 그럼 제1차 탐욕을 기르는 뱀, 인지 실험 시작하겠습니다.
겨울 나비가 그랬던 것처럼 보이지 않는 존재는 관리하고 연구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탐욕을 기르는 뱀을 포획을 준비할 때부터 이번 실험은 계획되어 있었다.
연구원이 빛나는 주사기를 U.M.A가 들어가 있는 용기 위쪽, 고무로 된 부분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엄지로 주사기를 죽 눌렀다.
그러자, 주사기 안에 있는 형광 액체가 천천히 용기 내부로 들어갔다.
-인지성 용액 투입 완료.
“경과 확인.”
권영식이 지시를 내리자, U.M.A가 들어 있는 용기를 잡고 있던 연구원이 무균실 외부에서도 잘 보이도록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형광 액체는 마치 껌처럼 진득하고 점도가 높은 듯했다.
용기로 흘러들어간 형광 액체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꾸물대기 시작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용기 내부에서 꾸물대던 액체가 갑자기 폭발하듯이 자신의 몸을 사방으로 퍼트렸다.
형광 액체는 용기 내부와 보이지 않는 U.M.A에 붙었다.
-용액, U.M.A와 접촉 확인.
그리고….
주르륵.
사방으로 퍼져있던 액체가 보이지 않는 U.M.A에게 엉겨 붙었다.
탐욕을 기르는 뱀은 자신의 몸에 붙는 액체를 확인하고 식겁하며 버둥거렸다.
그러나 좁은 용기에서 피할 수 있는 공간은 없었고, 결국 끈적한 용액이 자신의 몸에 달라붙는 걸 두고 볼 수밖에 없었다.
-U.M.A에게 흡수 완료, 모습이 드러납니다.
용기 내부에는 형광 액체의 색으로 빛나는 뱀의 모습이 드러났다.
“좋아, 실험은 성공이군.”
권영식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 정도면 보이지 않는 개체들에게 꽤 효과적이겠어.”
U.M.A라는 존재는 천적을 피해 살아남기 위한 각자의 생존 방식이 있었다.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기도 했고, 자신의 신체 능력으로 생존을 하는 존재도 있었다.
그리고 겨울 나비나 탐욕을 기르는 뱀처럼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만 볼 수 있는 존재도 있었다.
오늘 진행한 실험은 그런 존재들을 인지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제작된 용액의 실험이었다.
“겨울 나비에게 사용했을 때는 용액의 무게 때문에 제대로 날지 못했지. 일정 크기 이상인 존재에게는 제대로 작동하는군. 다만 반응이 조금 더 빨리 나오도록 만들어야….”
권영식은 혼자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중얼거렸다.
“연구에 앞으로 많은 도움이 되겠네요.”
권영식이 말한 부분들을 개선하면 포획 작전에서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지금은 달라붙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용액이 흡수되어 U.M.A를 인지할 수 있는 상태가 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이면 U.M.A가 도망가고도 남을 테니, 조금 더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U.M.A는 배정된 큐브로 옮겨 관리팀에 인계하고, 김 수석은 관리팀과 함께 인지성 용액의 상태를 며칠간 관찰해 주게.”
-그렇게 하겠습니다. 오늘 실험은 여기까지입니다. 참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김 수석이라 불린 연구원은 U.M.A가 담겨 있는 용기를 가지고 이동했다.
“저 개체는 관리하는데 꽤나 고생하겠군.”
강신이 권영식의 말에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U.M.A가 보이게 된 것으로 많은 도움이 되겠지만, 탐욕을 기르는 뱀의 식성을 생각하면 먹이를 주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는 거겠죠.”
탐욕을 가지고 있는 존재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탐욕을 기르는 뱀이 만족할만한 탐욕을 가진 동물을 찾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인간만 먹는 게 아니라는 것이 어딘가. 그랬으면 포획이 아니라, 사살을 해야 했겠지.”
U.M.A를 관리하기 위해 탐욕적인 인간을 먹이로 준다는 건 뒷세계에서나 있을법한 일이었다.
만약 그랬다면 성신은 살아있는 U.M.A가 아닌 U.M.A의 사체를 연구했을 것이다.
“그럼, 다른 이야기들은 개인 큐브로 가서 할까?”
“그러시죠.”
강신은 권영식과 함께 연구실을 빠져나와 30층에 있는 강신의 개인 큐브로 향했다.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개인 큐브에는 아무도 없이 적적함이 흐르고 있었다.
강신이 간단히 마실만 한 음료를 냉장고에서 꺼내왔고, 권영식이 입을 열었다.
“아까 봤겠지만, 미 정부에서 며칠 전에 U.M.A를 보내왔네.”
원래 계약대로였다면 네피림을 포획하고 받기로 했던 U.M.A는 미국에 있는 성신 지부로 가야 했다.
하지만 네피림의 힘을 약하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여러 대가를 받기로 했다.
그중에 U.M.A를 한국으로 보내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미 정부가 보내준 것은 아홉 생명의 고양이가 확실합니다.”
사람들이 모여있던 큐브 안에 있던 개체였다.
이 개체를 가져오는 걸 강신이 권영식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당연히 U.M.A가 가진 귀여움 때문에 고른 건 아니었다.
앞서 말했듯이 이 개체는 성체가 되는 개체가 매우 적을 정도로 낮은 생존율을 가지고 있었다.
날카로운 발톱이나 날렵한 몸을 가진 것도 아니었으니, 야생에서 생존이 매우 힘든 개체였다.
대신 특별한 능력을 갖고 있었고. 강신은 그 능력 때문에 권영식에게 아홉 생명의 고양이를 추천했다.
“그럼, 다행이군.”
성신은 아홉 생명의 고양이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었지만, 미 정부는 그렇지 않았다.
워낙 약한 개체다 보니, 사람들이 진행하는 연구를 버티지 못했다.
그래서 미 정부는 아홉 생명의 고양이에 대한 연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그들이 보낸 카탈로그에는 난쟁이 고양이(Dwarf cat)로 표기되어있었고, 다른 개체들과 달리 연구 내용 칸이 비어 있을 정도였다.
카탈로그의 다른 개체들을 확인하던 강신은 이 개체를 추천했다.
“기존의 보험을 사용했으니, 다른 보험을 들어놔야죠.”
개인을 위한 금고에 들어 있던 자력으로 움직이는 톱니바퀴의 부품은 악마와 계약이 꼬이고, 위험 부담이 커져 더는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따라서 그에 준하는 무언가를 준비해야 했다.
그리고 아홉 생명의 고양이는 훌륭한 대체재였다.
아홉 개의 생명이라는 명칭과는 다르게 실제 U.M.A 목숨이 9개인 건 아니었다.
이 개체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능력은 바로 죽음의 위협이 올 걸 미리 알아채는 것이었다.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지는 날, 미리 예지한 것처럼 아침부터 바들바들 떨며 이상 행동을 보였다.
이런 예지 능력은 아홉 번 발휘됐다.
다행히 성신에게 보내진 개체는 미 정부에서 관리할 동안 이상 증세를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으니, 아홉 번의 기회가 있는 셈이었다.
현재 시설에 무슨 일이 생겼을 경우, 해당 개체를 죽이라고 공표된 상태였다.
적어도 연구 시설의 위험을 알리는데 아홉 생명의 고양이만큼 좋은 개체도 없었다.
‘자력으로 움직이는 톱니바퀴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위험에 대비할 준비는 할 수 있게 될 테지.’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건 강신뿐만이 아니었다.
권영식도 고개를 끄덕이며 강신의 의견에 동의했다.
“H 중에 몽상가도 있으니, 둘이면 충분히 위험을 대비할 수 있겠지.”
20층에 머무는 몽상가.
꿈에서 자신이나, 자신과 관계된 사람들의 위험을 데자뷔 같은 현상으로 느끼는 존재였다.
몽상가와 아홉 생명의 고양이의 시너지는 위험을 대비하기에 충분했다.
“아홉 생명의 고양이는 그렇다 치고, 미 정부에서 보내온 다른 개체 말인데….”
다른 개체는 권영식과 임상무가 의논 끝에 고른 개체였다.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 때문인지, 수송 중 건강이 조금 악화되어서 연구는 조금 나중에 진행될 예정이네.”
“독을 품은 성게의 상태가 많이 안 좋습니까?”
“다행히 자네가 쓴 데이터베이스에 관련 내용이 있어서 조치하긴 했지만, 회복하는데 시간은 조금 걸릴 것 같더군.”
미 정부가 보내온 또다른 개체의 이름은 독을 품은 성게였다.
이 개체도 아홉 생명의 고양이만큼 관리하기 어려운 개체였지만, 자신만의 확실한 생존법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가시에 품고 있는 치명적인 독이었다.
“관리하실 때, 꼭 가시를 조심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세요.”
“그건 걱정 말게.”
해당 개체를 맨손으로 만지는 사람은 없겠지만, 혹여나 가시에 찔린다면 일이 심각해진다.
‘해당 개체가 가진 독은 칠점사라고 불리는 까치살무사가 가진 독보다 더 강하니까….’
독성이 강한 칠점사에게 물리면 일곱 발짝도 못가 사망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그런데 독을 품은 성게의 독은 그보다 더 치명적이었다.
사실 권영식이 원하는 것은 성게의 독이 아니었다.
강신이 쓴 데이터베이스 나와 있던 내용….
“정말 그 방법으로 가시를 ‘세척’하면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침이 된다는 거지?”
“네.”
독을 품은 성게의 가시는 죽어버린 살을 재생시킬 정도로 강력한 치료 효과를 가진 침으로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