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399
398화
아울맨을 따라 나무가 우거진 장소로 들어온 여성은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하아…. 하아….”
아직 어두운 나무들 사이를 뛰는 건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꽤 힘든 일이었다.
심지어 날개가 있는 아울맨과 다르게 그녀는 자신의 두 발로 직접 뛰며 아울맨을 쫓아야 했으니, 체력 소모가 더 컸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그녀는 상황이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동안 자신의 힘과 자신의 아이가 합해지면 그 누구도 막지 못할 것이라 믿었다.
이제까지는 자신의 재능으로 인간들을 공격하지 못하게 만들고, 자신의 아이가 공격하는 것으로 대부분의 일은 해결되었으니까.
‘오늘이 문제가 아니야. 정확히 문제가 생긴 건 그날부터였어.’
기업의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와 마주쳤던 그날, 베일을 쓴 여성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그들을 공격했다.
그들이 자신의 아이를 끌고 가려고 했으니, 당연한 대응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증원에 베일을 쓴 여성은 결국 사람들을 해칠 수밖에 없었다.
그게 나쁜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저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 일이 있으리라 생각은 하고 있었으니까.
‘차라리 이곳을 떠났어야 했을까.’
사람을 피해 도망갔어야 옳았다.
하지만 저 아이가 자신의 종족이 있었던 이 지역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것처럼 다른 곳으로 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남아 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이미 한번 피를 봐서일까.
아이는 계속 인간의 피를 원했고 그때마다 아이가 인간을 죽이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아이는 점점 욕구불만이 되어 계속 자신에게 신경질적이었지만, 해결할 방법이 있었다.
‘상인이 파는 공물을 구해주려고 했는데…….’
자신이 소속된 종교 집단은 음습한 곳에 존재했지만, 그 세력이 작은 편은 아니었다.
사람이 모인 곳에 돈도 모인다는 속설이 있듯이 이들을 대상으로 거래를 원하는 상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비밀 종교에서 원하는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구해주었다.
그게 인신 공양에 들어가는 인간이라도 말이다.
베일을 쓴 여성은 인간을 구매할 의사를 밝혔고, 상인은 곧 이곳으로 올 예정이었다.
상인이 도착하기로 한 건 내일이었다.
욕구불만이 가득한 아이가 결국 밖으로 나와 사람을 덮쳤다.
그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을…….
‘정말 인간인 건가?’
U.M.A로 보이는 괴물을 다루며 자신의 능력과 아이의 능력도 나중에는 통하지 않았다.
심지어 크툴루를 믿는 집단에 속해있는 유술의 달인 최태원에게 전수 받은 유술도 제대로 통하지 않았다.
아니, 통하지 않은 것뿐만 아니라 후에는 압도당하기까지 했다.
‘내가 더 강했더라면…. 저 아이가 저렇게 고통스럽지 않았을 텐데.’
여성은 고통스러운 울음소리를 내지르며 하늘을 날고 있는 아울맨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곧 머리를 흔들었다.
‘지금은 도망치는 것에 집중하자.’
잡념을 털어낸 여성은 서둘러 아울맨을 따라 계속 뛰었다.
아울맨을 시야에서 놓쳤지만, 여성은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아울맨이 향하고 있는 곳은 자신도 잘 알고 있는 곳이었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여성은 울창한 나무들 사이로 허름한 오두막 하나를 발견했다.
그곳은 자신과 아울맨이 함께 살아가던 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울맨은 그 오두막 앞에 앉아 숨을 몰아 내쉬며 고통을 참아내고 있었다.
“아아…….”
여성은 서둘러 고통스러워하는 아울맨에게 다가갔다.
작은 체구의 여성은 덩치 큰 아울맨을 감싸 안으며 사과했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제대로 해야 했는데. 많이 아프지, 내 아들…….”
몸 군데군데, 멍이 들고 부은 아울맨의 모습을 본 여성은 이내 눈물을 떨어트렸다.
후옹…. 후옹….
아울맨이 칭얼거리자, 여성이 눈물을 닦아내고는 아울맨을 치료하기 위해 집에 있던 치료 도구를 꺼내왔다.
그리고 정성스럽게 아울맨이 다친 곳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몸에 있는 타박상에는 효과가 좋은 약을 발라주고, 괴물 같던 인간에게 잡혔던 발을 확인했다.
뼈에는 이상이 없어 보였으나, 날카로운 발톱 하나가 덜렁거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크게 다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덜렁거리는 발톱을 보며 괜히 속상해졌다.
“이걸 어째….”
덜렁거리는 발톱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다.
움직일 때마다 거치적거리는 건 물론이고, 새로운 발톱을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제거해야 했다.
고통스러워하는 아울맨이 걱정돼서일까.
여성은 아무 생각 없이 발톱을 제거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피싯.
보호 장비를 뚫을 정도로 날카로운 발톱을 아무런 장비 없이 손으로 만졌으니, 쉽게 베이는 게 당연했다.
“아….”
그래도 크게 베이지는 않았다.
살짝 피부만 베여 피가 몽글몽글 나오는 정도였다.
“엄마가 실수했네, 아들 잠깐만 기다려….”
자신이 다쳤음에도 아울맨에게 사과하는 여성의 모습에서 고귀한 모성애가 엿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후옹, 후옹.
아울맨이 갑자기 울자, 베일을 쓴 여성이 갑자기 움직이던 걸 멈췄다.
스스로 멈춘 게 아니었다.
아울맨이 여성을 멈춰 세운 것이었다.
자신의 아이가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능력을 사용하자, 베일을 쓴 여성이 눈동자를 굴려 아울맨을 바라봤다.
후우…. 후우….
아울맨은 이제는 울음소리라고 볼 수도 없는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눈동자는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베일을 쓴 여성은 직감했다.
자신이 자식으로 여기고 키워왔던 아울맨이 지금은 자신을 부모가 아닌 사냥감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자신을 바라보는 아울맨의 시선이 무서웠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아울맨의 행동을 받아들였다.
부웅~!
아울맨이 멀쩡한 발을 베일을 쓴 여성에게 휘둘렀다.
그리고 그 발에 맞은 여성은….
촤악~!
후두둑….
날카로운 발톱에 베여 몸속에 있는 것들을 쏟아냈다.
“으읏….”
그 직후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입을 열 수 있었지만, 여성은 비명 한마디 내뱉지 않았다.
그저 미소를 지으며 피 칠갑이 된 손으로 아울맨의 얼굴을 쓰다듬을 뿐이었다.
그 손길은 마치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듯한 상냥함이 담겨 있었지만, 아울맨의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후오옹!
자신을 자식이라고 부르며 모든 걸 바쳐온 인간을 다치게 했음에도 울부짖는 아울맨의 얼굴은 쾌락에 찌들어 있었다.
그리고 한 번의 공격으로는 자신의 욕구를 다 해결하지 못한 건지, 기어이 몇 번의 공격으로 광신도 사제를 난도질했다.
서걱, 서걱!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비명을 내지르면 자신을 쫓던 이들이 이곳으로 온다는 걸 알기에 단 한 번의 비명도 내지르지 않았다.
쓰고 있던 베일이 손상되어 얼굴이 드러났다.
그녀의 얼굴은 화상으로 끔찍한 흉터가 남아있었다.
그런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아련한 표정으로 아울맨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자신이 죽어간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상관없는 표정이었다.
‘아….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너는 정말 작고 귀여웠지….’
* * *
여성은 처음부터 서브 몬스터의 소속이 아니었다.
그녀는 크툴루를 믿는 이들의 소속으로 최태원 직속 제자였다.
그런 그녀가 서브 몬스터로 전향한 이유는 한 사고 때문이었다.
그녀는 전향하기 전, 사제 계급을 노리는 유망한 신도였다.
하지만 사람이 모이면 다툼이 있다고 했던가.
비밀 종교 소속으로 같은 걸 바라보며 살았지만, 사람의 질투는 그것을 뛰어넘었다.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그녀를 질투하던 이가 그녀가 사는 집에 불을 지른 것이다.
대인전에서는 무서울 게 없는 그녀였지만, 화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화재가 일어났을 때 자신의 재능과 기술은 쓸모가 없었으니까.
심지어 불을 지른 이는 집안에서 누구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탈출로를 막아 놓은 상태였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이 사랑했던 남성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던 아이를 허무하게 잃어야 했다.
그녀 역시 그곳에서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그녀와 친한 사제 한 명이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를 구조해냈다.
하지만 이미 온몸에 온통 화상 자국이 남아버렸다.
그렇게 비밀 종교에서 운용하는 의료 기관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이미 사랑하는 사람과 아이를 잃은 그녀가 멀쩡할 리 없었다.
자신을 살려준 사제에게 자신을 왜 살렸는지 따질 정도로 현실을 감당할 수 없었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그녀는 결국 폐인이 되어버렸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지만 주변에서 막아 모두 무산되기를 몇 번, 우연히 의료 기관에 찾아온 서브 몬스터 소속의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
그들은 부모가 버린 쇠약해진 아울맨의 새끼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서브 몬스터에서도 아울맨을 섬기는 신도는 거의 없었고, 그들이 데리고 온 아울맨의 새끼를 함부로 다루었다.
그들도 아울맨이 인간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아울맨의 새끼를 보며 잃어버린 자신의 아이를 떠올렸다.
사소한 이유였지만 그녀가 아울맨을 돌보기로 결심하기엔 충분한 이유였다.
그렇게 그녀는 아울맨의 새끼가 발견됐던 마우넌시로 돌아와,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무덤가 옆 숲속에서 아울맨을 키웠다.
처음에는 아울맨을 잃어버린 아이를 투영해서 길렀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성심성의껏 돌보다 보니, 아울맨은 어느샌가 가슴으로 낳은 아이가 되어 있었다.
첫째를 그렇게 보내서일까, 그녀는 아울맨을 더 소중하게 길렀다.
지금 아울맨에게 당해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해도 자식을 미워할 수 없었다.
시야가 천천히 흐려졌다.
피를 너무 많이 흘린 것 같았다.
이제 죽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대로 눈을 감는 게 그리 억울하지만은 않았다.
이미 한번 잃었던 삶의 의미를 아울맨에게서 찾았으니까.
하지만 조금의 후회는 남았다.
조금 더 사랑해주지 못해서, 조금 더 잘해주지 못해서, 조금 더….
그때, 갑자기 아울맨의 뒤쪽에서 강신이 보였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지?’
어두운 밤에 숲을 가로질러 이곳까지 도착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의문은 접어둬야 했다.
자신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강신은 자신의 두 번째 아이를 무슨 일이 있어도 죽이려고 할 테니까.
여성이 발톱에 베여 손가락이 몇 개 남지 않은 손을 아울맨에게 뻗었다.
마지막 힘을 담아 아울맨에게 경고했다.
“도…. 도망가렴….”
그렇게 여성의 마지막 숨이 끊어졌다.
그녀는 마지막까지 자신의 몸보다는 아울맨을 걱정했다.
하지만 그녀의 걱정은 너무나도 덧없었다.
흥분 상태의 아울맨은 경고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으니까.
퍽!
강신의 주먹이 가차 없이 아울맨의 머리를 터트렸다.
-목표 사살 완료. 건틀렛, 일반 모드로 전환합니다.
강신은 뇌수가 묻은 건틀릿을 보며 찜찜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생명을 빼앗는 일은 익숙해지려 해도 익숙해질 수 없었다.
“백업은 필요 없었네요.”
뒤늦게 신하린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게, 생각보다 편하게 처리했네.”
강신은 머리가 날아간 아울맨의 몸에 둘러져 있는 붕대를 보며 중얼거렸다.
“끝까지 고집부리기는…….”
아울맨은 절대 인간과 공존할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눈앞의 여성은 아울맨에게 죽임을 당하면서까지 함께 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 같았다.
“상황 종료, 현장 수습하죠.”
강신이 작전 종료를 알리자, 프로네시스는 강신이 입고 있는 보호 장비를 조작했다.
그렇게 강신은 왔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움직였다.
강신과 신하린이 떠난 장소에는 서로를 위로하듯 포개진 아울맨과 여성의 시체만이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