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24
423화
카르텔은 양지가 아닌 음지에서 활동했다.
특히 그들이 운영하는 술집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바리누가 있는 장소는 그런 술집의 프라이빗 룸이었다.
울프팀이 지난 몇 개월간 CCTV를 설치하고 다닌 곳도 공교롭게도 그런 음지에 해당하는 구역들이었다.
바리누는 자신의 모습을 외부로 노출하지 않기 위해 사람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골목들을 이용했다.
그러니, 그가 프로네시스의 눈을 피할 방법은 없다고 봐야 했다.
“정말 바리누 형님이 살아 계시다고요? 아니, 그러면 그 집에서 봤던 시체는….”
바리누 집에는 분명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헤집어진 사체가 있었다.
헤이든이 의심하자, 강신이 프로네시스가 제공한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 시체는 아마 이 사람이었을 겁니다.”
어두운 새벽 다급하게 바리누의 집으로 향하는 한 남성이 보였다.
그는 이전에 강신과 일행들을 감시했던 사람 중 하나였다.
“이분 분명 실종됐다고 했죠?”
“……네.”
헤이든은 리암이 전해주었던 정보를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원들을 소집했을 때, 자리에 나타나지 않아 유력한 배신자로 찍힌 인원이었다.
사실 강신은 바리누의 집에 도착했을 때, 끔찍하게 흩뿌려진 시체를 보고 그 시체가 바리누의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워낙 처참하게 헤집어진 사체는 체격을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그 시체가 정말 바리누의 것이었다면 당연히 보여야 할 증상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주는 피부만 검게 만드는 게 아니야.’
살이 검게 변하는 저주는 사실 내부까지 모두 검게 만들었다.
하지만 강신이 바리누의 집에서 본 것은 붉은 살덩어리만 가득한 현장이었다.
누군가는 강복 받은 주화를 가지고 있으니, 저주를 풀 수 있지 않았겠냐고 물을 수도 있었다.
그럼 강신은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저주를 풀었는데, 패밀리에게 알리지 않고 침대에 누워 습격자에게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하고 죽었다고? 그리고 코인의 사용법은 어떻게 알았지?’
“젠장, 당했군요.”
헤이든은 저주받은 이들 중 바리누가 가장 상태가 좋지 않았으니, 범인이 바리누일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제 배신자와 코인을 찾으러 가보실까요?”
그렇게 강신과 일행들은 프로네시스가 알려준 파스라챠가 운영하는 술집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헤이든은 울프팀의 저력을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압도적, 그래 정말 압도적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처음 울프팀이 술집에 도착하자, 파스라챠 패밀리는 울프팀과 함께 있는 헤이든을 보고 곧장 시비를 걸어왔다.
“뭐야, 빅브라더 쪽 애새끼잖아.”
“그러게, 너 뭐냐, 패밀리는 탈퇴하고 원숭이 사육사라도 됐나 보지?”
원숭이 사육사.
흔히, 동양인을 비하할 때 원숭이라고 불리는 걸 응용한 노골적인 놀림이었다.
그 남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옆에 있던 파스라챠 패밀리 인원 두 명이 동조하듯이 대놓고 비웃기 시작했다.
화가 난 헤이든이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보다 강신의 행동이 더 빨랐다.
퍽!
가죽으로 만든 북이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방금까지 앞에서 비아냥대던 남자의 몸이 사라졌다.
아니, 정확히는 가게 내부로 날아가 버렸다.
쿠당탕!
가게 내부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방금까지 옆에서 비웃던 이들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갑자기 일어난 일에 헤이든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까지 다짜고짜 강신이 저들을 공격할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뭐…. 뭐야!”
“이 새끼들이!”
뒤늦게 일행이 공격당했다는 걸 깨달은 이들이 욕설을 내뱉으며 품속에서 뭔가를 꺼내기 위해 손을 집어넣었다.
하지만, 그보다 강신과 송기덕의 움직임이 더 빨랐다.
강신과 송기덕이 서로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품속에 넣은 그들의 손을 빼지 못하도록 붙들고, 다른 손바닥으로 턱을 올려쳤다.
퍼벅!
“컥!”
“윽!”
상당히 강한 힘이 담겨있었는지, 공격을 받은 이들은 작은 신음과 함께 몸이 살짝 지면에서 떠올랐다.
그리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들은 제대로 뇌가 흔들려 동공이 풀려 있었다.
“이게…. 무슨….”
헤이든은 대인전에도 익숙한 울프팀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강신은 일일이 그의 반응에 어울려 줄 수 없었다.
“자, 이제 들어가죠.”
강신이 일행들을 데리고 서둘러 술집 내부로 들어갔다.
처음 강신의 공격을 받았던 이가 가게 내부로 들어갔기 때문일까.
술집 내부는 이미 이곳을 관리하는 파스라챠 패밀리 인원들이 입구를 둘러싸고 있는 상태였다.
“침입자다!”
“빅브라더 패밀리에서 쳐들어왔나!”
“이 자식들이 이곳이 어디라고 쳐들어와!”
중간에 빅브라더가 들었으면 억울할 만한 말도 있었지만, 그런 것보다 지금 상황에서 더 중요한 건 포위한 이들이 모두 권총을 한 자루씩 들고 있다는 것이었다.
헤이든은 파스라챠 패밀리가 모두 총을 들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크게 위축됐다.
‘젠장, 총기에 대해서 대비해야 했는데.’
패밀리끼리 전쟁에서 총기 싸움으로 번지는 건 빈번했다.
실제로 헤이든도 근접 전투가 불리하다고 느껴지는 적을 만나면 총기를 사용했다.
그러니, 현재 상황이 무섭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이었다.
저들이 총을 쏘는 순간, 자신의 몸은 벌집이 될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와 다르게 울프팀 사람들은 태연하기 그지없었다.
“흠, 9mm 인가, 관통력은 그다지 좋지 않겠군.”
자신이 봤던 크립티드 헌터 중 가장 겁이 많다고 판단했던 케빈조차 현재 상황에 별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때, 파스라챠 패밀리의 인원 중 한 명이 크게 소리쳤다.
“지금이라도 순순히 항복한다면 죽이지는 않겠다.”
파스라챠 패밀리는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길 것 같았지만, 의외로 강신과 일행들에게 항복을 권유했다.
그야 이 상황에서 방아쇠를 당기면 빅브라더에게 전쟁을 선포하는 것과 다름없으니, 참는 걸 수도 있었다.
‘아니, 어쩌면 나를 포로로 잡을 생각일 수도 있지.’
패밀리 정식 구성원인 헤이든을 살려서 잡고 싶을 수도 있었다.
‘젠장, 주변에 엄폐물은 없는 건가?’
헤이든은 서둘러 주변을 살폈지만, 그의 눈에는 마땅한 엄폐물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강신이 헤이든에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딱 한 마디였지만 헤이든은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됐다.
그리고 그 말을 했던 강신은 살짝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빅브라더 패밀리의 배신자만 넘겨준다면 저희는 여기서 돌아가겠습니다.”
강신이 목적인 바리누를 달라 하자, 당연하지만 파스라챠 패밀리의 입에서 좋은 말이 흘러나오지 않았다.
“저거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냐?”
“지금 이 난리를 피워놓고 그냥 돌아갈 생각을 한다고?”
애초에 협상이 될 리 없었다.
그러자, 강신이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저벅, 저벅.
파스라챠 패밀리 인원들은 갑자기 천천히 걸어오는 강신을 미친 사람 보는 것처럼 바라봤다.
“다가오지 마!”
누군가 강신에게 외쳤지만, 강신이 그 이야기를 들어 줄 리 없었다.
결국, 그곳에 있는 파스라챠 인원 중 한 명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경고의 의미가 담긴 탄환이 강신의 오른쪽 어깨로 날아왔다.
그곳에 있는 파스라챠 패밀리들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간 탄환이 강신의 어깨를 뚫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퍽! 티딩.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강신의 몸이 살짝 떨렸고 곧 바닥에 어떤 금속이 떨어졌다.
“어?”
그 모습을 본 총을 쏜 인원의 입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총에 맞았으면 비명을 질러야 했는데, 비명은커녕 박혀야 할 탄환은 저 얇아 보이는 옷을 뚫지도 못했다.
그가 얼이 빠진 모습을 보이는 것도 당연했다.
강신이 총으로 맞은 오른쪽 어깨를 먼지 털듯이 툭툭 털었다.
그런 강신의 모습은 태연하다 못해 우아해 보일 정도였다.
“이게 끝입니까?”
강신이 무심히 그들을 바라보며 도발하자 뒤늦게 정신을 차린 파스라챠 패밀리의 지휘하는 이가 다급하게 외쳤다.
“쏴! 쏴버려! 아주 그냥 벌집을 내버려!!”
그의 판단이 썩 나쁘지 않았다.
만약 그가 빅브라더 패밀리와 전쟁을 두려워해서 명령을 내리는 걸 주저했다면 그는 카르텔의 자질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싸움을 두려워하는 카르텔은 없었으니까.
다만, 그 대상이 빅브라더 패밀리가 아닌 강신이었다는 게 문제였을 뿐이다.
투다다다당-!
수많은 탄환이 강신의 몸에 꽂혔다.
그럴 때마다 강신의 몸은 살짝살짝 떨릴 뿐, 쓰러지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던 어깨뿐만 아니라, 사정을 봐주지 않겠다는 듯이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기는 이들도 여러 명이 있었다.
그들의 사격은 장전한 탄알이 모두 떨어질 때까지 계속됐다.
하지만 결과는 이전과 다를 바가 없었다.
후드득.
강신의 몸을 때린 탄환들이 찌그러져 바닥에 우수수 떨어졌다.
“저…. 저게 뭐야….”
그들도 방탄 기능이 달린 정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총기 전쟁으로 이어지는 카르텔의 특성상 그런 옷을 선호하는 이들도 있었으니까.
시중에 돌아다니는 방탄 섬유가 첨가된 옷들은 관통되는 걸 막아주기는 하지만, 저렇게까지 멀쩡할 수는 없었다.
방탄 섬유의 옷을 입으면 보통 총을 맞아도 멍이나, 내부 출혈, 뼈가 부러지는 일도 있었다.
‘저 비닐 같은 건 뭐지?’
강신의 옷이 걸쳐있지 않은 부위에는 얇은 비닐 같은 게 덮고 있었다.
파스라챠 패밀리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강신을 바라보는 동안, 지시를 내렸던 남성의 뒤쪽에서 어떤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팀장님, 바리누가 어느 방에 있는지, 찾았습니다.”
그러자, 방금까지 가만히 서 있던 강신이 얼굴을 덮고 있는 소모형 보호 장치를 뜯어내며 말했다.
“그럼, 이제 움직이죠.”
강신이 움직이라 지시하자, 그 뒤쪽에 있던 송기덕이 함께 움직였다.
눈으로 좇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둘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이곳에 없었다.
재장전한 이들이 총을 겨누었지만 이미 인파 속에 스며든 그 둘에게 총을 발포할 만큼 담이 큰 사람은 없었다.
“쏘지 마! 쏘지 마!”
총을 쓰지 못한 카르텔은 일반인과 다름없었다.
퍼버벅!
퍼벅!
곧 강신의 건틀릿과 송기덕의 톤파에 맞고 사람들이 날아다녔다.
“으악!”
“악!”
그들을 제압하는 것에 설야의 날개 가루도 초코의 도움도 필요 없었다.
그저 입고 있는 보호 장비와 각자의 무구만 있어도 충분했다.
그 모습은 양 떼에 뛰어든 두 마리의 늑대를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흐르고…….
그곳에서 두 다리 멀쩡하게 서 있는 사람은 울프팀과 그들을 따라온 헤이든 밖에 없었다.
“으아….”
“아아….”
쓰러진 이들은 단순히 제압만 당한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정신을 잃은 것은 제일 괜찮은 편에 속했다.
심하면 신체 일부가 기형적으로 꺾여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죽이지는 않았지만, 총을 꺼냈을 때부터 강신과 송기덕은 이들을 봐주지 않았다.
‘애초에 카르텔에 자비를 베푸는 것 자체가 바보겠지.’
“그래서 어디야?”
“여기 2층 맨 끝방이에요.”
신하린이 모습을 드러내 바리누가 있는 방의 방향을 가리키고는 다시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강신과 일행들은 곧장 바리누가 있는 방의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콰직!
쾅!
방에 있던 바리누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강신과 일행들을 바라봤다.
“흐억! 뭐…. 뭐야?”
그러자, 강신이 나서며 말했다.
“진짜 여기 있었군요. 바리누.”
그는 강신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봤다.
헤이든도 옆에 있었으니, 알아보지 못하는 게 이상했다.
습격받았다는 걸 깨달은 것일까.
바리누가 테이블에 있는 유리로 된 재떨이를 강신에게 던졌지만, 의미 없는 반항일 뿐이었다.
강신이 빠르게 날아오는 재떨이의 내용물이 흩어지지 않게 잡은 후, 그대로 테이블 위에 제대로 올려놓았다.
탁!
그리고 바리누의 시야에서 강신이 사라졌다.
사라진 강신이 나타난 곳은 바리눈 눈앞이었다.
퍼억!
강신의 건틀릿이 바리누의 명치에 정확히 꽂혔다.
“케헥…. 켁….”
바리누는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지, 켁켁대며 안색이 퍼렇게 질려갔다.
숨을 쉬기 위해 발버둥 치는 탓에 들고 있던 강복 받은 주화를 떨어트렸다.
강신과 일행들은 거기에 새겨진 천사가 몇 쌍의 날개를 가졌는지 볼 수 있었다.
“6쌍이네요.”
날개의 개수를 들은 헤이든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