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441
440화
얇은 장갑처럼 보였던 장비는 아직 이름을 지어주지 않은 물건이었다.
권영식은 자신이 만든 장비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잘 만든 장비라고 생각했다.
그가 그렇게 자신할 수 있는 건 저 얇은 장갑이 강신이 쓰던 건틀릿만큼이나 단단하고 특별한 기능도 들어있기 때문이었다.
“이 얇은 장비가 그렇게 강도가 높다고요?”
피부만큼이나 얇은 장갑이 두꺼운 건틀릿에 준하는 강도를 지니고 있다니, 상식이 뒤집히는 소리였다.
“맞네, 그리고 단지 그것뿐이면 내가 자신작이라고 하지도 않았네. 장갑의 강도가 아무리 높아도 장갑이 얇으니 내부로 그 충격이 흘러가더군.”
권영식이 장비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래서 그걸 막기 위해 특별한 완화 장치를 설치했지. 단단한 물체를 때리더라도 그 충격이 흩어지게 만들어 신체에 들어가는 부담을 줄었네.”
권영식의 설명을 들은 강신은 신기하다는 듯이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이 얇은 장갑에 그런 장치를 넣을 공간이 있었습니까?”
“후후…. 놀라기에는 아직 이르지, 아까 민간인을 상대로 효율이 높다고 한 건 외형 때문만이 아니야. 손목 부분에 점처럼 보이는 버튼이 보이나?”
강신은 장갑을 낀 손을 돌려 권영식이 말한 버튼을 발견했다.
말이 버튼이지,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그의 말처럼 피부에 있는 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거 말씀하시는 거 맞죠?”
“맞네, 그거 한번 눌러보겠나?”
그 말을 한 권영식은 살짝 뒤로 물러났다.
강신이 버튼을 꾹 누르자, 그 점을 중심으로 파란빛의 혈관이 장갑 전체에 퍼져 나갔다.
“오….”
U.M.A를 상대하며 그간 아름다운 걸 자주 봤다고 자부했지만, 나무의 뿌리처럼 퍼져 나가는 파란빛은 신비하다 못해 정말로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것과 별개로 그 빛이 착용자인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의 시선을 끌까 걱정했다.
하지만 그런 강신의 걱정은 작은 기우에 불과했다.
권영식은 그런 강신의 걱정을 알고 있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걱정할 필요는 없네. 처음 작동시킬 때만 조심하면 문제없을 것이네.”
그런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듯, 점으로부터 시작된 파란 혈관들이 얼마 가지 않아 흩어지며 사라졌다.
“자, 그럼 이걸 한번 쥐어보겠나?”
권영식은 탁자 위에 작은 쇠구슬을 올려놓았다.
강신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가 놓은 쇠구슬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파직, 파지직-!
강신의 손과 쇠구슬 사이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헛.”
깜짝 놀란 강신이 손을 뒤쪽으로 급하게 빼냈다.
그렇게 될 걸 알고 있었는지, 권영식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음, 좋아. 제대로 작동하는 것 같군. 보면 알겠지만, 대상을 제압해야 할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충격 기능이지. 내가 이 기능을 넣기 위해 천둥새의 깃털을 모아서….”
권영식은 장비에 들어간 재료를 어떻게 가공했고 어떤 식으로 합성했는지, 줄줄이 말했지만 아쉽게도 강신이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은 많지가 않았다.
“처음 작동하면 호신용으로 많이 쓰이는 전기 충격기보다 조금 강한 정도의 위력으로 작동할걸세.”
“…….”
“혹시 몰라 위력을 조절할 수 있게 해놓았으니, 약한 U.M.A에게도 통할 걸세. 장갑 아래쪽에 보면 교체용 스티커형 배터리가 있으니, 유지력도 빠지는 편은 아니지. 어때, 마음에 드나?’
권영식이 묻자, 강신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장비라면 그의 말대로 민간인이 많은 지역에서 행동 제약없이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을 것이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군. 아, 그리고 수리 중인 장비들은 다음 주면 수리가 끝날 테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마. 그전까지는 보급용으로 지급되는 보호 장비라도 꼭 걸치고 다니게.”
그는 강신에게 걱정스러운 잔소리를 쏟아내고는 일이 있다며 자신의 연구실로 돌아갔다.
권영식이 떠나자, 강신은 그대로 새로 받은 장비를 시험하기 위해 훈련층에 있는 개인 훈련실로 향했다.
그리고 온종일 장갑의 성능을 확인했다.
* * *
다음 날, 회사 본부에서 강신을 다급하게 찾았다.
“대전에서 용의자 중 하나를 감시하는 분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연락을 받은 요원은 강신에게 현재 상황을 바로 알려주었다.
“그러니까, 박철중 씨가 50대 남성을 납치했다는 겁니까?”
“네. CCTV가 없는 지하 주창에서 5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사람의 머리를 둔기로 내려쳤답니다. 그리고 정신을 잃은 그 사람을 자기 차에 태우고 이동 중인 것을 추격 중입니다.”
사태는 강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급박하게 돌아갔다.
강신은 박철중이 납치한 50대 남성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보다 이동하는 걸 우선이라 생각했다.
“이한울 씨와 소은이를 불러주세요, 바로 대전으로 향하겠습니다.”
그렇게 강신은 다급하게 부름을 받은 이한울과 백소은을 데리고 바로 대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채연에게 현재 상황을 전달했다.
-그럼, 피해자는 사망한 건가요?
“그건 아직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둔기로 머리를 맞았지만 죽었는지, 살았는지 파악할 수는 없었다.
확실한 건 이대로 기다리기만 한다면 다른 피해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납치된 중년 남성도 목숨을 잃게 되리라는 것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강신의 질문을 파악한 이채연이 잠시 고민하느라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바로 구출할 수는 있습니까?
“가능은 합니다.”
박철중을 쫓고 있는 현장 요원이 있었으니, 막으려고 한다면 그를 막을 순 있었다.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강신은 피해자를 구하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냉정해 보일 수도 있는 행동이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적절한 행동이었다.
-지금 당장 구출하면 히어로 메이커를 놓치게 될 테고…. 그렇다고 내버려 두기에는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고, 이걸 어떻게 한담….
이채연은 피해자와 범죄자 사이에서 고민을 이어갔다.
사람의 목숨이 중요한 것은 맞았다.
하지만, 히어로 메이커를 이곳에서 놓치게 되면 더 많은 이들의 목숨이 위험해진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시간은 부족했고 그녀는 자신의 고민을 빠르게 해소했다.
-박철중을 쫓기만 해주세요.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이채연이 망설임 없이 대답하는 걸 보자, 그녀가 마음을 단단히 굳혔다는 게 전해져왔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전화를 끊은 강신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강신이었어도 이채연과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아니, 강신뿐만 아니라 현재 상황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납치된 사람들의 생사는 불분명한 상태야.’
만약 그가 이미 죽은 것이라면 박철중을 잡아도 피해자를 구하지 못하고, 히어로 메이커도 잡지 못하니 손해가 막심할 것이다.
그나마 살아있다면 피해자는 구조되겠지만, 그래도 히어로 메이커를 놓치는 건 같았다.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아.’
어찌 되었든 히어로 메이커를 포기해야 하니까.
심지어 1/2의 도박이었다.
그럴 바에 당첨이 확실한 것에 배팅하는 게 옳은 선택이었다.
그나마 스스로 위안을 할 수 있는 건 박철중이 납치한 남성이 다른 피해자들과 마찬가지로 범죄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강신은 박철중을 쫓는 요원에게 연락해 이채연이 말했던 것을 그대로 전달했다.
“그대로 쫓기만 해주세요. 아직 잡으면 안 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박철중을 쫓는 현장 요원에게 지시를 내린 강신은 곧장 회사 본부에 연락했다.
주변에 있는 다른 현장 요원들에게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박철중 한 명만 상대한다면 굳이 지원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히어로 메이커가 현장에 나타난다면 말이 달라졌다.
‘히어로 메이커가 얼마나 강할지 모르니까, 대비하는 것이 좋겠지.’
그렇게 차를 타고 이동한 지 40분이 흘러갔다.
그동안 박철중은 대전에서 경부 고속도로를 타고 청주 척산리에 있는 폐공장으로 이동해 차를 멈췄다.
-차에서 얼굴에 천을 씌운 피해자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다행이네요.”
만약 피해자가 죽었다면 포박하고 얼굴을 가릴 이유가 없다.
보고 내용은 피해자가 살아있다는 소리였으니, 강신은 살짝 안도했다.
-지금 진입해서 처리할까요?
강신은 고민했다.
최대한 빠르게 내려가고 있긴 했지만, 현장 요원이 말한 장소까지 도착하기 위해선 시간이 더 필요했다.
‘모니카에게 부탁할 걸 그랬나.’
모니카가 만든 문이라면 목표지역까지 순식간에 도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내, 강신은 머리를 흔들며 잡념을 털어냈다.
‘아니, 이런 상황에서 모니카에게 의존한다면 지금 위치와의 관계는 깨질 거야.’
강신이 이전에 위치에게 부탁받은 것은 그들의 안전이었다.
그러니, 그들이 외부에 드러나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 했다.
그래도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었다.
“지금 그곳에 현장 요원이 총 몇 분이나 계십니까?”
-저까지 3명입니다.
“3명이라…. 잠입해서 한 분은 공장 외부를 두 분은 공장 내부에서 상황을 지켜봐 주세요.”
-알겠습니다.
히어로 메이커가 이곳으로 온다면 바로 박철중을 잡으라고 하고 싶었지만, 혹시 모를 일이었다.
‘다른 공범이 더 있을 수도 있고, 히어로 메이커는 다른 곳에서 대기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
강신은 수시로 전달받은 정보를 이채연에게 전달하며 조금이라도 더 일찍 도착하길 바랐다.
그렇게 40분이라는 시간이 더 흘러 강신은 폐공장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그 시간 동안 폐공장으로 지원 나온 현장 요원도 8명으로 늘어났다.
강신과 지원 나온 현장 요원들은 차를 폐공장에서 조금 떨어진 구석에 주차했다.
강신은 지원 요원과 이한울, 백소은을 차에서 대기시키고 다른 현장 요원들과 폐공장으로 이동했다.
미리 도착해 있던 현장 요원들은 강신의 지시대로 계속 박철중을 감시 중이었다.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다행히도 박철중은 살해당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멀쩡한 건 아니었다.
다른 현장 요원들에게 외부의 감시를 맡겨 놓고 내부로 잠입한 강신.
공장 내부로 들어오자마자 박철중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이 빌어먹을 범죄자 새끼!”
퍽! 퍽!
“읍…. 읍….”
납치당한 이는 얼굴에 천을 덮은 것도 모자라 입에 무엇인가를 물려 놓았는지, 제대로 된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다.
어째서 박철중은 저렇게 화가 난 것일까.
분명 그가 납치한 이는 범죄자로 추정되기는 하나, 박철중과는 연관이 없는 자였다.
‘그와 연관된 범죄자는 완도에 있으니까. 그럼, 화풀이를 하는 건가?’
그저 화풀이라고 보기에는 그의 목소리에 증오가 가득했다.
의문은 들었지만,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박철중의 구타는 강신이 이곳에 오기 전부터 이어졌으니, 더 시간을 끌었다가는 피해자가 위험할 수도 있었다.
아직 히어로 메이커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봐서는 피해자가 죽어야 나타날 것 같았다.
‘이미 죽어있었다면 모를까, 눈앞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무시하긴 좀 그런데. 후…. 어쩔 수 없지.’
뭔가를 결심한 강신이 손목에 있는 검은색 점을 꾹 눌렀다.
순간 파란빛이 퍼져 나갔지만, 박철중은 피해자에게 집중하고 있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파란빛이 사그라들자, 강신은 기척을 죽이고 천천히 박철중에게 다가갔다.
그는 이미 범죄자를 구타하는 것에 심취했는지, 강신이 다가오는지도 몰랐다.
강신이 박철중의 뒤에 서자 그제야 인기척을 느낀 건지, 뒤를 돌아봤지만….
“이미 늦었어.”
파지직-!
“오얽헑엉럵”
박철중이 괴상한 비명과 함께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