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dentified creature capture team RAW novel - Chapter 655
654화
정말로 그의 목숨이나 그가 가진 수집품을 모두 달라고 할 생각이 없었던 강신은 티미의 대답이 썩 만족스러웠다.
애초에 강신이 종업원에게 보상을 달라고 요구한 것도 그저 그가 한 행동이 괘씸해서였을 뿐이었으니까.
‘확실히 이런 쪽으로는 능력이 있네.’
티미는 마치 상대가 어떤 말을 원하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강신은 티미의 대답에 기분이 좋아져 많은 것을 요구하려 했던 마음을 돌렸다.
기분이 좋은 것도 있지만, 굳이 과하게 뭔가를 요구해 감정을 상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한쪽이 과한 이득을 보게 되면 다른 한쪽에게는 원한을 사는 법이니까.’
그렇다고 강신이 그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을 것은 아니었다.
“티미, 제가 알기로는 십 년에 하나 티켓을 받는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어…. 그걸 어떻게, 아니 딱히 비밀은 아니니까. 아시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그걸 왜….”
티미는 강신의 질문에 조금 당황하는 모습으로 횡설수설했다.
당황한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뒤쪽에 있던 종업원도 조금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강신이 언급한 티켓은 세그레드 조라의 지점을 맡은 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물건이었다.
희귀성 자체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티켓을 가지고 있는 점주라면 그 누구도 절대 그 티켓을 남에게 양도하지 않았다.
그만큼 티켓의 값어치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세그레드 조라, 숨겨진 비밀 상점은 이전에도 말했듯 수집품을 자랑하려는 수집가들이 만든 상점이며, 그 정점인 회장은 그런 수집가들을 통제하고 이용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이었다.
각 지점에 있는 비밀 금고만 보더라도 그랬다.
뭐, 그렇다고 회장이 각 지점에 있는 물건을 억지로 빼앗아가는 것은 아니었다.
비밀 금고의 내용물은 해당 점주가 수집하지 않는 테마의 물건을 보관하고 있었고, 회장은 적당한 값을 치러 그 물건을 손에 넣었다.
물론 이번처럼 다른 곳에서 얻은 물건을 보관하는 목적으로 사용할 때도 있긴 했지만, 그런 일은 꽤 드물었다.
어쨌든 각 점주는 자신이 쓰지 않는 물건을 원하는 물건으로 쉽게 교환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각 물건의 가치를 냉정하게 판단하면 점주들이 살짝 손해를 보는 시스템이었다.
수집품을 모으는 점주 중 그 사실을 모르는 이는 많지 않았다.
‘정확히는 알고도 거래한다는 거지.’
어째서 알고도 손해를 보는 것일까, 다른 점주에게 판매하고 더 좋은 물건을 받을 수도 있을 텐데?
아무리 자신이 원하는 테마의 물건만 수집한다고 해도 멍청한 사람이 이런 비밀 상점을 운영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그들이 아무런 불만 없이 지점을 운영하는 이유는 세그레드 조라에 소속되어 있는 것이 그렇게 손해 보는 것보다 더 큰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회장에게 로비하면서까지 지점을 가지고 싶어 하는 수집가가 있을까.’
그만두어도 그 자리를 채울 수집가는 줄을 서 있었으니, 그 누구도 불만을 품지 않았다.
그런 그들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바로 세그레드 조라라는 이름값이었다.
그 이름값은 가치를 환산하기 힘든 물건을 수집하는 수집가들의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었으니까.
‘물론 지금 상황에서는 조금 설득력이 떨어지긴 하지만….’
LA 지부가 날아가고 애너하임 지부가 공격받았으니, 한동안 구설에 오를 것은 분명했다.
‘그것도 얼마 가지는 않겠지.’
세그레드 조라의 회장은 절대 이번 일을 쉬이 넘기지 않을 것이다.
지점을 공격한 이들이 어떻게 처리될지 알 수는 없었지만,
‘확실한 건 이번 일을 계획한 스캐빈저는 물론이고 속아서 참가한 낙오자들이나 다른 단체들까지 세그레드 조라의 이름을 걸고 있는 상점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좋은 본보기가 되겠지.’
이미 회장의 손발인 종업원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움직이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들은 시간이 얼마가 걸리던 얼마나 많은 금액을 사용하던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이번 일에 가담한 이들을 세상 끝까지 쫓아 그 이름들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추격할 것이다.
그게 세그레드 조라가 가진 이름의 값어치였으니까.
물론 그 이름값 말고도 수집가들이 기를 쓰고 점주가 되려는 이유는 더 있었다.
바로 강신이 티미에게 언급했던 티켓, 앞서 말했듯 딱히 비밀이 아닌 그 티켓은 회장이 점주들에게 십 년에 한 번 지급하는 물건이었다.
‘말은 10년간 고생했다는 의미지만, 10년 동안 자신이 원하는 수집품을 제공해준 이들에게 보답하는 의미가 더 크겠지.’
그렇다고 티켓 자체에 특별한 기능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각 지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이 그 티켓을 타인에게 양도하지 않는 건, 그 티켓의 용도가 그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용도이기 때문이리라.
‘자신이 원하는 수집품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티켓이니까.’
티켓을 사용하며 원하는 수집품을 말하면 세그레드 조라 본사에서 그 수집품을 얻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정보라면 정보, 지원이라면 지원, 본사에서 모든 비용을 부담해 직접 나섰으니, 점주는 가만히 앉아서 수집품을 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단지 그뿐이었다면 점주들이 티켓을 양도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들도 충분히 수집품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었으니까.
티켓에는 사실 숨겨진 사용처가 따로 있었다.
누군가가 소문을 낸 것은 아니었지만, 점주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퍼지는 이야기.
-점주가 원하는 수집품이 만약 회장이 관리하는 컬렉션에 들어가 있다면?
정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회장은 점주가 원하는 물건이 자신의 컬렉션에 들어가 있다고 해도 티켓을 사용한다면 기꺼이 내어주었다.
즉, 회장이 뿌린 티켓은 단순히 수집품을 구해주는 물건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않는다고 소문이 자자한 회장의 컬렉션을 열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런 물건을 남에게 양도할 수집가는 없었다.
물론 그렇게 귀한 물건이니, 탐을 내는 이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당 티켓을 얻기 위해서 점주를 협박하거나 살해하고 빼앗아봐야 점주에게 붙어 있는 본사에서 파견된 종업원의 공증이 없다면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이었다.
아니, 오히려 점주를 공격한 이가 철저하게 박살 날 뿐이었다.
그러니 사용할 수 있는 이는 십 년의 기간을 채운 점주를 제외하고는 극히 일부였다.
“가지고 계시죠?”
강신이 덤덤하게 묻자, 티미는 잠깐 머뭇거렸다.
“아…. 음….”
바로 전에까지 강신이 원하는 물건을 모두 내어준다고 했기에 티미는 차마 티켓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티미는 매우 아깝다는 표정을 얼굴에서 지울 수가 없었다.
무려 십 년 동안 고생해서 하나 받는 티켓을 강신에게 내어주어야 했으니, 아깝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것이다.
아깝긴 했지만 티미는 빠르게 마음을 다잡고는 대답했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씻을 때를 제외하고는 몸에서 떼어놓지 않는 은색 카드를 꺼냈다.
그 카드는 각도에 따라 그려진 문양이 바뀌는 홀로그램 형식으로 제작되어 있었다.
티미가 강신에게 카드를 밀고는 뒤쪽에서 대기하고 있는 종업원에게 말했다.
“본사에 연락해서 티켓을 넘겼다고 공증해줘.”
그러자, 종업원이 원래라면 하지 않았을 실수를 저질렀다.
둘이 거래하는 자리에 끼어든 것이다.
“점장님,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목숨까지 준다고는 했지만, 강신이 요구한 티켓은 어쩌면 티미에게 목숨보다 더 소중한 물건일지도 몰랐다.
아니, 그랬다.
그러니, 당연히….
“괜찮을 리가 없지. 그래도 어쩌겠어. 이미 모든 걸 다 주겠다고 상점 내부에서 약속했잖아. 이미 이루어진 거래는 바꿀 수 없어. 그게 세그레드 조라를 운영하는 이의 철칙이지.”
티미가 만약 거짓말을 하거나 티켓을 내어주지 않는다면 그건 세그레드 조라의 철칙을 어기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본사의 귀에 들어간다면 그는 점주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그러니, 좋으나 싫으나 그는 강신이 티켓을 요구한 순간부터 강신에게 티켓을 넘겨주어야 했다.
‘10년, 다시 10년만 버티면 되겠지….’
괜히 버티다가 기회를 영영 잃는 것보다 그냥 빠르게 단념하고 이후를 기대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테니까.
그렇게 티미는 결국 티켓을 강신에게 넘겨주었다.
티켓을 받고 일행들이 있는 LA로 돌아가는 길, 강신에게 한 통의 연락이 왔다.
-설마, 티켓을 받아갈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익숙한 목소리, 세그레드 조라의 회장이었다.
그는 벌써 보고를 받았는지, 티켓이 강신의 손에 들어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티켓으로 나에게 뭘 요구할 셈이지?
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처럼 들렸지만, 강신은 그가 지금 초조해하고 있다는 걸 얼핏 눈치챌 수가 있었다.
그야 강신이 가진 이명이 정보꾼이라 더 그럴 것이다.
‘내가 가진 정보의 출처가 어디인지 모를 테니까.’
어쩌면 강신이 자신이 아끼는 컬렉션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지도 모를 불안감이 지금 회장을 집어삼키기 전일 것이다.
‘그러니, 이렇게 다급하게 전화해서 내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는 것이겠지.’
하지만 강신은 회장의 컬렉션을 요구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애초에 회장이 가진 컬렉션이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강신이 회장에게 요구할 것은 이미 정해둔 상태였다.
“혹시 물건 말고 정보도 제공해주십니까?”
강신이 묻자, 회장은 오히려 의아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음? 티켓의 용도를 모르는 건가?
“티켓을 사용하면 회장님의 컬렉션 중 하나를 요구해도 내어준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알면서도 내 컬렉션이 아니라 정보를 요구한다고?
“네, 회장님의 컬렉션이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필요한 정보가 있으니까요.”
컬렉션이 아닌 정보를 원한다는 말에 회장은 더 긴장해야 했다.
강신이 요구할 정보는 자신의 컬렉션만큼이나 중요한 정보일 테니까.
-아는 정보라면 바로 알려주고 모르는 정보라도 찾아보기는 하겠지. 그래도 알아낼 수 없다면 티켓만 날리게 될 텐데, 그래도 괜찮겠나?
티켓을 사용하고 요청한 요구이니만큼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래도 한계가 있었다.
만약 강신이 요구하는 정보가 정말 얼토당토않은 것이면 회장이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정보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건 강신도 잘 알고 있었다.
“네, 애초에 궁금한 정보가 회장님이 모를 수 없는 정보라서요.”
-음…. 그래 한번 들어보지, 나에게 어떤 정보를 원하는가?
티켓을 요구하기로 했을 때, 강신은 회장에게 무엇을 요구할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
신화에 발이 걸칠 정도로 특별한 물건을 요구할까, 아니면 당장이라도 쓸 수 있는 효율 좋은 무기를 요구할까.
그것도 아니면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진행하는 의식 장소를 알아봐달라고 부탁할까.
모두 다 필요하긴 했지만, 강신은 차분하게 욕심을 버리고 자신에게 물었다.
‘정말 그것들이 나에게 필요한 게 맞아?’
신화적인 물건을 들고 다녀서 무엇을 할 건데?
남에게 자랑이라도 하려고?
효율 좋은 무기는?
지금도 장비도 이미 과하지 않아?
크툴루를 믿는 이들이 어디서 의식을 진행하는지는 중요하지만, 이미 동료들에게 맡겼잖아?
동료를 믿지 못하는 거야?
강신은 흔치 않은 기회였기에 끊임없이 생각했다.
그리고 도달한 답은 지금 빠져 있는 정보의 조각 중 하나를 얻어내는 것이었다.
“저희가 헬리오륨이라고 지칭한 금속에 대해 아는 것을 전부를 알려주십시오.”
강신은 욕심을 버리고 오로지 잃어버린 동료를 구하기 위해 그 기회를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