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283)
시작된 공황. (1)
“뭐야, 그냥 살짝 툭 쳤는데 파산해버렸잖아?”
레고블럭마냥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나만 그렇게 느낀것은 아니었는지, 로이드보험이라는 보험괴물의 일부가 파산해버렸다는 소식은 전세계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CDS는 그만큼 무시무시한 독극물이었다.
[파산할 수 없는 괴물의 파산.]– 타임지(TheTimes)
로이드보험.
협회처럼 구성된 로이드보험은 내부에 수많은 신디케이트들을 조직한다.
각 신디케이트들은 기업, 은행, 부호 등 자본가들로 이뤄져있었고, 거액의 보험도 신디케이트 여러개가 합심하면 계약을 이끌어낼 수 있을만큼 자본력이 막강한 조직들이다.
‘신디케이트가 파산할 수도 있었구나.’
막상 파산하니 전율이 일어났다.
런던로이즈 역사상 단 한번도 없었던 전례를 내가 만들어낸 셈이었으니까.
“대영제국도 패닉이 올만합니다. 더이상 독일제국에게 경제적으로, 군사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가 없어졌으니까요.”
독일제국의 잠수함.
이제부터 펼쳐질 무제한 잠수함 작전은 수많은 대영제국의 상선들을 가라앉힐 것이고, 로이드보험을 절벽에서 밀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제임스는 파산자체를 의아해했다.
“하지만 이상하군요. 제가 로이드보험에서 일하던 때엔 신디케이트 하나가 파산할 일이 잘 없었습니다.”
제임스.
그는 뉴욕금융가로 유입되기 전에 런던금융가에서 로이드보험에 재직한 경력이 있는 경력자였다. 그가 보기엔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었나보다.
“일단 재보험은 필수로 들어놓는 것은 물론이고, 신디케이트가 파산하려고 하면 도와주기 마련이거든요.”
“못한거야.”
나는 못을 박았다.
아마도 내가 이시대에서 못을 박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 아닐까. 나는 CDO의 무서움을 알고있었고, 대영제국에 쌓여있을 버블을 인지하고 있었다.
“EVSICC가 파산했어. 벤더사들이 싸그리 전멸하면서, 로이드보험은 CDS를 지급해야하는데, 해운사들까지 파산했네?”
일단 큐나드해운은 영국이 긴급예산으로 수혈해 가까스로 살아났다. 그래봤자 만기일 1달 늦춰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해운사들은 모조리 파산했다.
“아프리카기선, 블루앵커라인, 버로우기선 3사가 최종부도처리 되었습니다. 해당 해운사는 채권자들에 의해 자산을 처분하고 분배하기 위해 법원으로 이관되었습니다.”
“채권자들도 파산하겠는데?”
나는 웃음을 흘렸다.
해외 외신들과 외교문서들을 스크랩한 서류철들을 몇개 집어서 책장을 넘겼다.
“시티오브런던엔 무역금융에 최적화된 대형은행이 몇 곳 존재하지.”
“아.”
“슈로더은행. 시티오브런던 3위의 대형은행이다. 참고로 이놈들은 대출보단 중개를 주력으로 하는 은행이라, 파산하진 않을거야.”
“하지만 슈로더은행을 거쳐간 대형은행들은…아, 그들이 채권자군요.”
CDO가 흔들리자, 채권자들의 리스크가 엄청나게 솟구쳤다. CDO는 이론적으로 무한에 가까운 대출을 가능하게 만들어주지만, 반대로 무한에 가까운 리스크를 지는 상품이다.
부채담보부채권.
대출을 해준뒤, 대출상품을 증권으로 유동화해, 그걸 담보로 돈을 빌려온뒤, 또다시 대출해준다.
뻔하지.
채권자인 대형은행들은 아마도 해운사들에게 이런식으로 대출을 진행했을 것이다.
4번이고 5번이고 10번이고 계속 돌리다보면 대형은행도 빌린 부채들이 쌓인다.
“부채담보부증권. 대형은행들은 기본적으로 이걸 담보로 돈을 빌려오거든?”
“그렇죠.”
“결국 이게 채권이다.”
채권이랑 다를게 없다.
대출을 담보물로 사용하기 위해 증권으로 유동화시켰으니, 사실상 채권이지.
“그럼 채권이 휴지조각이 되면 어떻게 될까.”
대출받은 회사가 파산하고.
돈을 빌려준 은행이 파산하고.
돈을 빌려준 은행에 돈을 빌려준 은행이 파산하고. 돈을 빌려준 은행에 돈을 빌려준 은행에 돈을 빌려준 은행이 파산한다.
도미노처럼 줄줄이 쓰러지는 것이다.
“줄줄이 파산이지.”
탁.
나는 신문지를 던졌다.
[최종부도처리된 EVSICC. 채권자인 사우스웨일스의 지방은행들의 연쇄부도. 휴짓조각이 된 담보물, 부채폭탄을 감당하지 못하는 지방은행들.] [아프리카기선의 파산. 아프리카 식민지은행들의 부도위기. 아프리카기선에 대출해준 무역은행들의 위기.]-타임즈(TheTimes)
“작은은행들부터 파산한다.”
줄줄이 무너졌다.
대형은행들은 아마도 이번 철강과 해운의 파산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다. 이정도로 그들까지 파산에 이르진 않는다.
하지만 지방은행들은 싸그리 전멸했다.
“제임스, 현재까지 로이드보험이 지불한 CDS만 1억파운드야.”
“예?!”
해운사 3곳.
철강사 1곳.
각종 벤더사 수백개의 파산.
지방은행 및 무역은행의 대량파산.
CDO가 그만큼 무너졌으니, CDS의 보험금은 대량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전부 월스트리트의 통장으로 들어왔지.”
“아니, 벌써 1억파운드나 보험금이 쏟아진 겁니까?”
“CDS가 왜 위험하겠어. 지급한 보험료에 비해 돌아오는 수익은 잭팟이 터졌을때, 배로 들어온다고.”
씨익.
나는 미소를 지었다.
전쟁특수로 고속성장를 이뤄낸 대영제국이다.
독일제국과 맞부딪혀 세계 2위의 다툼을 하는동안 저놈들이 대체 얼마만큼의 CDO를 뽑아냈는지는 감도 안잡힌다.
전쟁특수에 관련된 산업들부터 폭죽처럼 터져나가고 있었다.
해운, 철강.
전쟁특수를 정면으로 받은 수혜업종이었고, 제일 먼저 터져버렸다.
버블로 쌓아올린 경제.
버블로 망하리라.
“이제 시작이야.”
FOMC.
금리인상 발표는 3일뒤에 공개된다.
***
“영국령 아프리카(Africa)의 은행들이 무더기로 파산하고 있습니다. 지금 3C정책에 따라 진행되는 아프리카 식민제국의 종단정책이 뿌리채 흔들리고 있단 말입니다!”
내각회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영국총리실을 중심으로 각부 내각장관들이 소집된 가운데, 보수당의 장관들만 참석해있었다. 비밀리에 소집한 내각회의였고, 사실상 보수당의 당내회의처럼 변모되었다.
“아프리카 식민지들의 경제권이 상층부에서 탑다운으로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외무장관은 벨푸어총리의 최측근이다.
벨푸어총리부터가 외무성의 엘리트코스를 밟은 솔즈베리의 후계자나 다름없었고, 외무성은 전적으로 벨푸어총리를 지지했다.
“윗쪽에서 터진 잔해가 아랫쪽 금융권들까지 초토화시키면서 서서히 붕괴되고 있지요.”
재무성 위원들도 우려를 표했다.
“하….”
총리의 한숨이 터졌다.
하지만 그들은 끝까지 발표했다. 지금 상황은 그정도로 심각했다.
“남아프리카 식민지를 지탱하는 대형은행들이 1차부도를 선언했습니다!”
남아프리카 식민지.
아프리카대륙 금융의 총체였다.
“Ned은행은 보험업무를 진행하면서 대량의 CDS를 폭탄처럼 쌓아놨다가 터져버렸습니다.”
Ned은행.
이놈들은 네덜란드계의 은행이었지만, 아프리카 경제를 틀어쥔 대형은행 중 한곳이었다.
하지만 네덜란드계라 일단 넘겨도 되는 은행이다. 로이드보험에 재보험을 든 탓에 손해는 막심해도, 영국은행이 아니었기 때문에, 네덜란드가 감수해야할 리스크였다.
“하지만 Ned는 네덜란드계 아니었나?”
“예, Ned은행은 그렇지요. 하지만 영국은행인 FNB은행의 상태가 심각한 것부터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외무장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FNB은행은 각종 아프리카은행들이 파산되고, 매입당하고,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누더기처럼 기워진 대형은행입니다.”
FNB은행.
이놈들은 처음부터 위태로웠다.
2번이나 보어전쟁을 겪으면서 더더욱 금융상태가 악화되었다.
자본구조가 위태로운 대형은행.
이놈들은 신용평가와 CDO의 버블경제에 제대로 올라탔다.
“빅4회계법인들을 상대로 전방위적인 로비를 벌였고, CDO를 대량으로 쏟아냈단 물적증거를 현지경찰을 통해 확보했습니다. 런던사무실은 런던시티경찰이 압수수색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불법로비로 이뤄낸 불법대출이다.
FNB 또한 1차부도를 선언한 상태였고, 곧 최종부도처리가 확정된다.
“그리고…..”
외무장관은 처참하게 침묵이 내려앉은 내각회의실을 둘러보았다. 대영제국은 유례없이 위험한 경제위기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적어도, 전세계 1/4을 집어삼킬 대규모 파산이 괴물처럼 아가리를 쳐벌리고 있었다.
“스탠더드 은행이 파산신청을 냈습니다.”
“뭐라고?”
아프리카대륙의 1위은행.
HSBC, 차타드은행과 3강을 구축한 해외은행.
영국 아프리카식민지의 지방은행들이 파산한 여파가 스탠더드은행을 뿌리채 뽑아버렸다.
훗날 스탠더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로 합병될 대형은행이 파산했다.
“취약한 아프리카쪽 식민지에서 제일먼저 파산신청이 쏟아져들어왔다고 분석됩니다.”
영국본토.
사우스웨일스는 금융시스템이 붕괴되고 있었고, 스코틀랜드는 중세시대로 회귀당했다.
식민지중에선 아프리카가 먼저 파산했다.
“벨푸어 총리님.”
외무장관은 씁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인도제국의 1위은행, 차타드은행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차타드은행.
빅토리아여왕의 왕립헌장을 받은 인도, 호주 및 중국의 차타드(Chartered)은행.
아프리카대륙을 지배하던 은행이 스탠더드은행이라면, 아시아대륙을 지배하던 은행은 HSBC와 차타드은행이다.
“이제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벨푸어총리는 신경질적으로 시가를 꺼뜨렸다.
내각회의의 다른 보수당 장관들은 손을 잘게 떨면서,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정면만을 바라보았다. 돌처럼 굳은 장관들 탓에 회의실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외무장관의 입술은 파랗게 차가워졌다.
“대영제국을 몰락시킬 유례없는 공황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챙그랑-!
벨푸어총리는 재떨이를 집어던졌다.
산산이 깨져버린 유리파편이 회의실 책상으로 와르르 쏟아졌다.
“공황?”
***
“자네, 지금 공황이라고 했나?”
“……”
벨푸어총리의 폭거에, 외무장관은 눈을 질끈감고,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어차피 말했어야할 진실이었다고 스스로 다독였다.
“예.”
“흐음.”
벨푸어총리는 눈을감더니, 잠시 장고의 시간을 가졌다. 머릿속으로 맹렬히 계산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외무장관.”
“예, 예. 총리님.”
“오늘 있었던 회의록들은 전부 불태우고 오프더레코드로 언론에 뿌리지 않는다. 입단속 잘시키고, 경찰청은 스탠더드와 차타드은행, FNB은행의 이사회를 전원 구속시킨다.”
“예?”
당황한 외무장관.
하지만 벨푸어총리는 무덤덤하게 읊조렸다.
일정수치를 넘은 분노는 벨푸어총리의 이성을 되돌렸다. 위험한 방향으로 말이다.
“공황에 대한 사실은 전부 은폐시키고, 언론들에게 일말의 정보도 흘리지 말게. 자유당 놈들은 단순한 경제위기정도로 인식하고 있으니, 우리만 다물면 아무도 모를테니까.”
“하지만 언젠가 들킵니다! 길어봤자 3달내엔 전국민이 다 알게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벨푸어총리는 빛을 잃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렸다. 더이상 인간이라 부를수도 없는 추악한 본성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확보한 3달동안, 식민지 법인들에게 강제로 시티오브런던의 은행들의 부채를 물적분할해 매각해야하네.”
식민지는 망해도 된다.
지금 본토가 생존하는 일이 더 급했다.
“식민지의회를 통제해서 은행인수조건 규제를 전부 해제하고 자유화하도록 법안을 제정하자고. 일반법인들도 금융업 허용을 최대한 풀어주는 방향으로 말일세.”
한마디로 금융규제를 싹 다 풀어서, 식민지 금융시장을 개판으로 뒤집어버리자는 뜻이었다.
일반법인들에게 금융업 허가를 마구잡이로 내려줌으로서, 어떻게든 은행을 팔아치울 심상인 것이다.
벨푸어총리의 머릿속에선 이미 식민지의 안위따윈 사라진지 오래였다.
본토를 살린다. 어차피 식민지의 경제권이 초토화된다면, 식민지 열등민족들만 죽어나가지 않겠나.
“굳이 강매할 것까지 있습니까?”
베어링스 행장이 느긋하게 손을 들었다.
이미 망명을 대가로 정보를 팔아넘긴 매국노는 영국내각회의 구성원들이 죽을상을 짓는 와중에도 여유로웠다.
“인도제국을 포함한 식민지의 법인들은 기본적으로 런던사무소를 가지고 싶어합니다. 식민지 규제법안 탓에 런던사무소가 없으면, 기본적인 사업권 자체가 탄압받기 때문입니다.”
인도제국을 예시로 들면, 법인들에게 런던사무소가 없으면 사업허가도 내주지 않는다. 인도현지법인의 씨가 마른 이유였다.
사업가들에게 런던사무소는 필수요소인 셈이다.
“현지 법인들에게 믈적분할한 영국은행을 매각하겠다고 말만해도, 떼거지로 덤벼들 겁니다. 런던소재의 은행을 소유하면 사업권 허가 따위, 전광석화로 이뤄지니까요.”
베어링스 행장의 발언.
내각회의의 장관들과 총리는 귀가 솔깃해졌다. 확실히 식민지 현지인들은 법인설립에 있어 굉장한 탄압을 당하고 있었다.
인도제국의 경우 전세계 경제의 25%를 차지하던 경제대국이 불과 몇세기만에 5%로 쪼그라들어버린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였다.
“현지법인들에게 런던은행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고 슬슬 정보만 흘려줘도 개떼처럼 달려들겁니다. 장담하죠.”
베어링스 행장은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총리관저의 내각회의실엔 구성원들의 낮은 웃음소리가 깔렸다. 보수당의 근본은 본래 뿌리부터 제국주의였고, 선민의식을 가진 이가 대다수였다.
벨푸어총리는 어느새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총리는 베어링스 행장을 만족스러운 손짓으로 가리켰다.
“내가 사람보는 눈 하나는 정말 좋다니까.”
– 이것은 대영제국을 위한 숭고한 희생이다.
선민의식에 쩌들은 제국주의자들에게 식민지의 민족들은 사람이 아니었다.
– 그대들의 죽음은 명예로울 것이다.
사실상 당연히 본인들을 위해 희생해야할 자산들이었지.
“진행시켜.”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대영제국 내각정부의 정부수반, 총리실의 인가가 떨어지는 듯했다.
쾅-!
“초, 총리님!!!”
다급히 들어오는 총리실 보좌관.
내각회의가 끝나고 해산하려던 찰나, 보좌관의 처절한 외침에 벨푸어총리는 발걸음을 멈췄다. 내각회의실의 시선이 보좌관에게 집중되었다.
“뭔가.”
“이것부터 보셔야할 것 같습니다. 영국대사관을 통해 날아온 전보입니다. 지금 밖에 난리도 아닙니다. 전 금융계에 비상이 떨어졌습니다.”
“뭐라고?”
“영란은행에서 긴급발표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벨푸어총리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대체 무슨일이 벌어졌길래, 일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커진단 말인가.
누가 암살이라도 당한건가?
벨푸어는 요즘 계속터지는 이슈들에 현기증을 느꼈다.
“대체 무슨 일인가. 빨리 말하게. 현기증 날것 같으니.”
벨푸어총리는 지팡이로 몸을 지탱했다.
진짜 농담이 아니라, 과로가 진행되면 쓰러질것만 같았다.
귀를 세우고 보좌관의 말을 주워들었다.
“미국 FOMC에서 금리인상을 발표했습니다.”
“…..씨발.”
욕설을 잘하지 않는 벨푸어총리였지만, 요즘들어 욕설의 빈도가 잦아지고 있었다.
벨푸어는 순간 하늘이 노래지는 것 같았다.
잘못하면 오늘 내각회의의 내용이 전부 파기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스트레스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제발. 제발.
적당히 올렸어라.
“이번에도 인플레이션을 위한 150bp 인상입니다. 발표즉시 뉴욕증시가 10% 폭락을 기록했습니다.”
우당탕-!
휘청인 벨푸어총리는 중심을 잡지 못한채, 그대로 무너져내렸다. 주변의 경호원들이 다급히 달려와 벨푸어총리를 부축했지만, 온몸에 힘이 빠진 듯, 다리가 풀려버렸다.
벨푸어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
“모건장관…또 그자식인가….”
부들부들.
벨푸어총리는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원망과 원한, 저주를 다 퍼부울듯한 악독한 표정으로 온 안면을 있는대로 찌그러트렸다.
“죽여버릴테다.”
죽여버릴테다.
모건장관, 그 개자식을 당장 죽여버릴 것이다. 벨푸어총리는 가슴속에서 용암처럼 끓어오르는 증오를 느꼈다.
“내가!!!!”
이세상 사람이 아닌 듯.
지옥불 깊은곳에서 끌어올린듯한 낮은 목소리가 목구멍으로 찢고 터져나왔다.
“너만큼은!!!!!”
벨푸어총리는 눈을 까뒤집고 허공을 향해 포효했다. 이성을 놓아버린 짐승이 울부짖었다.
모건장관의 환상이 아른거리는 듯했다.
“너만큼은!!!! 반드시!!!! 죽여버릴테다!!!! 아아아악!!!!”
털썩.
벨푸어총리는 뒷목을 잡고 쓰러졌다.
다우닝가 10번지는 갑작스러운 벨푸어총리의 실신에 뒤집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