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70)
“해군예산안이라.”
루스벨트 전쟁장관은 의자 깊숙이 몸을 파묻었다. 눈앞의 한 청년이 현재 의회에서 벌어지는 개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법안을 제안해왔다.
제한전을 하고싶은 공화당.
전면전을 하고싶은 민주당.
어떻게든 봉합해 군예산안은 통과시켰지만, 징병법과 경제법에서 영 진척이 없었다.
하지만 이 둘은 공통적인 니즈가 있었다.
해양패권.
미국의 해양패권은 이 두 세력의 갈등을 해결해줄 열쇠였다.
“예산안의 예산을 해군부의 군함건조에 대규모로 투자하면 해양패권을 노리는 동시에 징병법으로 징병할 군인들의 수를 줄일 수 있다. 100만명까지 뽑을 것도 없어진다는 건가.”
“예. 해군예산으로 편성하면 대영제국의 입김이 약한 태평양의 패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동안 군함이 부족해서 태평양을 다 커버하기도 힘들지 않았습니까.”
“그건 그렇지.”
무장상선을 총동원해도 가까스로 봉쇄를 이룰 수 있을 정도였으니. 확실히 해군의 증강은 필수였다.
하지만 무진장 많이 찍어낸다고 해서 해양패권을 얻을 정도로 해양패권이 쉬운 것이었나?
절대 아니다.
군문에 어두운 의회놈들은 끄덕이겠지만.
적어도 루스벨트 자신은 아니었다.
“디트로이트. 자네의 제안이 성립하려면 한가지 조건이 필요하네.”
“조건입니까.”
“어, 우리가 해군력을 증강해도 찍소리도 못하게 만들 비대칭 전력의 존재일세.”
전에 디트로이트에게 언질했던 그거다.
기적의 전함.
‘이 기적의 전함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해군부가 대규모 함대를 편성한다 하더라도 운용할 수조차 없게 되지.’
기존의 세력을 군사력으로 찍어누르는 것은 언제나 신무기의 등장이었으니.
히죽.
그런데……
디트로이트 모건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그러더니 서류가방에서 왠 종이한장을 꺼내서 자신에게 주는 것이 아닌가.
루스벨트 전쟁장관은 미심쩍은 얼굴로 종이를 낚아챘다.
“뭐지 이건? 이번엔 전쟁장관도 모자라서 노예계약서인가?”
“하하. 농담도 참. 한번 읽어보시죠.”
저 간악한 인간의 수에 두 번은 안 속지.
하버드 A+ 최상위권이었던 루스벨트는 안경을 치켜올리고는 꼼꼼하게 계약서를 읽어내렸다.
“비밀유지서약서?”
비밀유지.
기적의 전함.
이 두 가지가 맞물리자 한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설마…..’
루스벨트 전쟁장관이 눈을 부릅뜨고 디트로이트를 쳐다보자, 디트로이트 모건은 입꼬리를 씨익 말아올렸다.
이런….
“일단 서명부터 하시죠.”
괴물 같은 자식.
루스벨트는 입매가 찢어지도록 씨익 웃었다.
‘역시 미국은… 어떻게든 이놈을 붙잡아놔야한다.’
뽁-
루스벨트는 흔쾌히 펜을 꺼내들었다.
***
후-
“거, 루스벨트 전쟁장관을 말리느라 골이 빠개질 것 같군.”
내게서 드레드노트급의 설명을 들은 루스벨트는 일순 광분해 전쟁장관실을 헤집어놓으며 괴성을 질렀다.
하지만 내가 진정시키자 머리가 차가워진 루스벨트는 문득 내게 물었다.
‘근데 자네가 말한 그 전함. 실질적으로 증명된 사례는 없지 않은가.’
저 말이 맞다.
아직 드레드노트의 가치는 증명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루스벨트는 드레드노트급에 희망을 본 것 같았다.
긴 사정거리.
강한 화력.
사격통제시스템.
두꺼운 장갑.
그리고 빠른 속도.
이걸. 어떤 군함이 이걸 잡는단 말인가.
루스벨트는 내게 드레드노트급 한척의 건조를 몰래 의뢰했다.
‘일단 해군예산안이 통과해야하니 그전까진 내 자비로 건조하라인가.’
원래라면 무리수인 부탁이었지만, 드레드노트의 확신이 있는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예산안만 통과되면 입금해줄테니 그때까진 내 돈으로 하란 의미였으니.
촥-
나는 독일신문들을 펼쳐들었다.
[크루프(Krupp)사와 보수당(DkP)의 정경유착. 크루프사의 급격한 확장과 게르마니아 조선소의 합병에 얽힌 문제들.] [크루프사의 회장이자 제국의원 프리드리히 알프레드 크루프의 내연관계.]-포워트(Vorwärts)
포워트(Vorwärts).
사민당 계열의 신문사 기사들이었다. 하지만 아직 크루프를 골로 보낸 건은 사용하지 않은 걸 보니 몰이사냥을 하는 것 같았다.
원역사에서 크루프사의 회장을 끝장낸 스캔들이 터지면 크루프도 아웃.
‘혼란을 틈타 특허 한두개 정도는 떼어올 수 있을테니, 크루프사도 시간문제군.’
이것만 얻으면 끝이다.
로스차일드에게서도 주포에 대한 특허들을 획득했고, 파슨스사와 리노타입의 인수와 특허들도 확보했으니 이젠 거리낄게 없어졌다.
부르릉-
기차역에서 내린 나는 벤츠를 탔다.
뉴욕으로 돌아자마자 빠르게 페소화를 팔기 위한 제반사항을 확인하러 헤지펀드 본사로 돌아왔다.
헤지펀드 본사.
“이사님, 드디어 오셨군요! 기다렸습니다.”
“뭐야. 무슨 일 있었나?”
내가 도착하자마자 베이론이 사무실 문을 두드리며 내부로 들어왔다.
이렇게 다급한 모습은 별로 본 적이 없어서 나는 웃옷을 벗다말고 다시 입었다.
“뉴욕병기국에 관련된 사항으로 찾아왔습니다.”
“뉴욕병기국? 생산성에 문제라도 생겼나?”
당장 미육군을 재무장할 소총들을 뽑아내려면 공장을 한시라도 멈추면 안 된다.
더불어 제1차세계대전이나 그 이전의 러일전쟁 등 물자를 팔아넘기려면 앞으로 숙련될 숙련공들도 붙잡아둬야한다.
컨베이어 벨트의 효율은 한 공정의 숙련공이 늘어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니까.
‘괜히 헨리포드가 숙련공들을 붙잡아두려고 안달이 난게 아니지.’
특히 총기공장은 총기의 신뢰성 탓에 다른 공장보다 공정이 더 섬세하다. 숙련공이 더더욱 필요하다는 의미.
그 탓에 노동환경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렸지만…..설마 귀족노조라도 생긴 건 아니겠지?
최대한 뉴욕경찰청의 공안들은 쓰고 싶지 않은 것이다만.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노동조합이라도 생겼나?”
“아니요. 반대입니다. 지금 뉴욕병기국으로 제발 일하게 해달라고 노동자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그 탓에 고용된 인부들이 언제 교체될까 모른다는 불안을 가진 모양입니다.”
“음?”
“더 일하게 해달라고 아우성입니다. 언제 교체될지 모르니 3일 휴식도 불안해서 못쉬겠답니다.”
아.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다.
아니 부작용인가?
“하하. 일을 더 해주겠다는데 마다할 필요는 없지.”
확실히 반가운 상황이지만 피로도가 높아지면 안 된다. 그러면서도 긴장감은 유지하도록 해야한다.
“일단 벌점제도를 운영하게. 노동자들의 벌점이 쌓이면 바로 교체해버리고. 그러면 기준이 생기니 조금은 안심이 되겠지. 긴장감도 유지되고.”
“아. 그러면 되겠군요. 당장 시행하겠습니다.”
“수고하게.”
쾅-
베이론이 비서실의 문을 닫고 나가자, 나는 열심히 서류철을 정리하는 제임스를 불렀다.
“제임스, 칭(Qing)의 은행들의 목록부터 뽑아주게. 최상위 대형은행들은 규모가 커 각각 대처방법을 달리해야하니까.”
“우선 교통은행입니다. 최근 신설된 은행으로 벨기에 컨소시움과 칭(Qing)의 철도청에서 소유하고 있습니다.”
“음?”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교통은행은 알고 있었다.
“베이징-한커우 철도를 위해 세워진 은행인가.”
“예.”
교통은행.
21세기 중국에서도 5번째로 큰 초대형 은행이었다.
그런데 좀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분명 내가 아는 교통은행은 1908년에 세워진 은행이었을 텐데.
지금은 없어야할 은행이라는 거다.
‘철도회사 기반에 최근에 신설되었다면 설마……’
“교통은행은 왜 세워진 거지?”
“아….조금 지분구조가 복잡합니다. 베이징-한커우 철도는 미국법인인 중국개발회사의 소유입니다.”
“중국개발회사?”
익숙하다.
언젠가 제임스가 내게 건네준 보고서에서 본 기억이 스물스물 떠올랐다.
“예, 중국개발회사의 대주주는 원래 JP모건은행과 록펠러의 시티은행, 체이스은행 등이 투자하고 켈빈 브라이스 오하이오 상원의원이 운영하던 회사였습니다.”
“그런데?”
“하하. 도련님께서 계획하신 검은 수요일 탓에 이리의 철도를 소유하고 있던 브라이스 의원이 파산하는 바람에….”
“미치겠군.”
“예, 그래서 중국개발회사의 채권단이 그대로 회사를 인수했습니다.”
그러니까 브라이스 의원이 파산하는 바람에 JP모건은행과 타은행들이 손절했고 그 지분들을 채권단이었던 벨기에 컨소시움과 중국 철도청이 출자전환(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했다는 소리다.
한마디로 벨기에 컨소시움과 중국 철도청의 회사가 된 것이다.
“그래서 자본유치와 운영을 위해 새로 교통은행을 설립했다는 거군.”
“예, 베이징-한커우 철도는 그 규모가 거대하니 단번에 칭(Qing)의 초대형은행으로 도약했고요.”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
베이징-한커우 철도는 거대하다.
베이징은 한반도와 가까운 동쪽에 위치했고, 한커우는 중국 우한, 즉 중국 내륙에 위치한 도시다.
그러니 중국 중앙에서 중국의 끝자락까지 잇는 철도라 생각하면 그 규모가 짐작도 안간다.
“벨기에면 신경 쓸 필요는 없겠군.”
“하하. 맞습니다. 그냥 뭉개도 되죠.”
벨기에 컨소시움이라.
사실 그들이 날뛰어도 내게는 책략이 있었다. 그들의 항의를 단번에 묵살해버릴 조커가.
‘레오폴드 2세의 콩고공화국.’
20세기 초.
최악의 식민지 스캔들이자 학살사건이자 학대사건으로 알려진 콩고공화국의 비극.
벨기에 국왕인 레오폴드 2세의 콩고공화국을 문명화하겠다는 호언장담 하에 1894년 베를린 회담에서 열강들은 그의 소유를 인정해주었다.
그리고 지옥이 시작되었다.
-하루의 고무 채취량을 충당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벨기에 감독관은 그 남자의 딸의 손과 발을 잘랐다. 5살의 딸의 이름은 보일라였다. 그리고 그의 아이를 죽였다. 그리고 그의 아내도 죽였다. 하지만 이것조차 충분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는지 그는 아이와 엄마의 시신을 먹었다.
한 영국인 선교사가 묘사한 그 지옥의 풍경이다. 벨기에 컨소시움이 월가에게 공격받았단 소식따위는 한줌의 먼지로 날려버릴 수 있는 초대형 스캔들을 나는 가지고 있었다.
벨기에는 충분히 찍어누를 수 있다는 얘기.
‘원래라면 없었을 은행이 생겨나서 털어먹을 거리가 더 생겨났군.’
애초에 청나라의 은행 따위, 공격받아도 아무도 신경 안 쓴다. 같이 포크와 나이프를 꺼내들고 찢어버리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도련님, 이건 제가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입니다만.”
“음?”
“사실 교통은행, 중국제국은행, 상해중국통상은행에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인물이 있었습니다.”
성선회.
청나라의 은행가이자 사업가다.
무려 의화단의 난에서도 청나라 정부를 손절하고 이홍장 밑의 총독들에게로 붙어 목숨을 부지한 은행가.
즉, 이 세 곳의 은행은 직간접적으로 중국인 소유의 은행이란 소리다.
씨익.
거리낄게 더더욱 없어졌다.
“조져버려.”
“예.”
제임스는 서류철을 펄럭이며 넘겼다.
“그런데 공매도나 통화스왑 계약은 어느 법인으로 하시겠습니까? 헤지펀드와 디트로이트 투자은행이 있습니다만.”
“아, 굳이 우리가 정면에 나설 필요는 없겠지.”
이럴 때 유용한게 월가다.
한번 소문이 퍼지면 개때처럼 몰려들어 너나할 것 없이 숟가락을 얹힌다. 월가의 상업은행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유대계 투자은행들은 귀가 좋다.
그저 월가 불소들의 고삐를 풀어서 날뛰게 만들면 그만.
우리가 할일은 물고를 터서 흐름을 만드는 것이다.
“굳이 우리가 리스크가 큰 은행들에게 공매도를 ‘직접’ 걸 필요는 없겠지. 유대계 투자은행들에게 정보를 슬쩍 흘리고 자금을 대출해줘. 컨소시움을 꾸려도 되고. 혼자먹으면 탈난다.”
“아 그러면 되겠군요.”
“그리고 유대계를 움직일 거면 또 방법이 있지.”
제정러시아.
아마 유대계 대형은행 오너가문의 혈족들은 러시아에 러자만 들어도 치를 떨지 않을까?
“러청은행과 러시아 중앙은행, 스베르방크를 미끼로 걸고 유대계 은행들을 끌어오게.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걸세.”
“제정러시아…..아!”
“어, 포그롬이다.”
포그롬.
현 제정러시아의 황실은 유대인 박해를 장려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포그롬이 시작된 시점에서 제정러시아와 유대인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유대계 사회의 결속력을 생각하면 제정러시아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났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로스차일드의 대리인. 쿤롭사의 조지프 시프가 일본채권을 산 것도 그런 이유도 한 팔 거들었으니까.
“하지만 도련님, 러청은행은 프랑스와 유럽계 지분이 과반수를 넘는 은행입니다.”
아, 러청은행은 좀 특수하긴 하다.
프랑스 호팅어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 독일제국의 디스콩트 게젤샤프트 은행, 등의 열강은행들이 출자한 은행으로 제정러시아와 청나라의 사업에 돈을 대주는 은행이었다.
동청철도, 시베리아횡단철도 등에 자금을 지원해줄 은행이었으나.
근데 상관있나?
“유대계들은 상관 안할 걸세. 유대계 은행이 한두개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 앞가림을 하면서 리스크를 줄일 방도쯤은 다 가지고 있겠지. 우리도 제3국에 페이퍼컴퍼니를 하나 만들어서 개입한다.”
여기서 제3국이라 함은 중립국을 말한다.
금융계의 중립국?
스위스다.
“스위스 특유의 비밀주의를 이용해서 슬쩍 하자고.”
“예. 당장 스위스로 비서실 인원을 파견해 은행 하나를 신설하겠습니다.”
“신설하지 못하면 스위스 은행에 계좌라도 파서 익명으로 공매도를 긁게.”
“예!”
은행들이 파산하면 어떻게 할까.
이런 걱정은 의미없다.
손해는 막심하겠지.
하지만 대형은행들은 고작 페소화로 골로갈 사이즈가 아니다.
그리고 파산하거나 휘청이면 더 좋지.
내가 다 흡수하면 된다.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만들 러청은행?
지분이라도 얻을 수 있으면 남는 장사다. 수익률의 문제가 아니라 시베리아횡단철도 그 자체의 가치 때문이라도 말이다.
“아.”
문득 한 가지 계책이 떠올랐다.
“제임스 예정변경이다.”
“예?”
“디트로이트 은행이나 헤지펀드로 ‘직접’적인 환투기는 하지 않는다. 대신 간접적이거나 익명으로 긁도록 하게.”
“하지만 익명이면 한계가 있습니다.”
제임스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손을 내저었다.
“상관없네. 일단 뒤로 한발 빠진다. 대신 월가 내부에 소문을 퍼뜨리게. 최대한 넓게. 그리고 그 중개 계약들을 싹 쓸어오게. 수수료나 타먹자고. 그리고 우리는 따로 할 일이 있네.”
“….!!! 예 알겠습니다.”
익명투기.
자금대출.
중개수수료.
이 세 가지만 해도 환투기 뽕은 뽑는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지.’
은행에 자금부족이 오면 어떻게 할까?
‘채권을 발행한다.’
채권은 그 자체도 유용하지만, 그 채권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면 CDO라든가.
……양털깎기라던가.
‘뭐, 나중에 로스차일드에게도 같이 작업하자고 꼬셔야겠네. 혼자하기엔 덩치가 너무 크다.’
하지만 스케일이 커진만큼 수익은 무궁무진하지.
씨익.
달달하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