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BA RAW novel - Chapter 153
웰컴 투 NBA 153화
#153. 근본론 (2)
데릭 로즈가 팀에 합류한 다음 날.
나는 코너튼, 딘위디, 부쉐와 함께 래리 낸스 주니어를 환영하는 식사 자리를 갖고 있었다.
“앨런이 없는 게 아쉽네요.”
“그러게. 둘이 잘 맞았을 텐데.”
“재럿 앨런 말이지? 어떤 친구였는지 궁금하네. 클리블랜드에선 잘 지내고 있대?”
내가 선택한 메뉴는 시금치, 아보카도, 닭가슴살이 들어간 통밀 샌드위치.
코너튼과 부쉐는 지역 명물인 해물 베이스의 리조토.
크론 병이 있는 래리 낸스 주니어는 견과류가 빠진 연어 샐러드와 오믈렛을 선택했다.
딘위디는?
“으음. 꽤 지낼 만…… 우적…… 우적…… 하다는…… 모양이야.”
“…….”
“…….”
“…….”
딘위디는 당당하게 혼자서만 더블 빅 벨리 치즈버거를 조지고 있었다.
“스펜서, 식단 조절 포기했어요?”
“오늘은…… 우적…… 치팅 데이니까…… 괜찮아…….”
치팅 두 번 하면 선수 생활 접겠는데?
크리스 주장의 말에 의하면 앨런은 클리블랜드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본인 말로는 주전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 같진 같다더라고. 거긴 빅맨 라인업의 상태가 영 그렇잖냐.”
“그거 잘됐네요.”
“선수단 분위기도 많이 나아졌다던데? 듣던 만큼 나쁘지는 않았대. 다들 친절하고.”
많이 나아졌다…… 는 말은 그만큼 상태가 나빴다는 이야기겠지만.
앨런이 잘 적응하고 있는 건 다행인 일이다.
이전 세계선에서 앨런은 브루클린 네츠를 거쳐 20-21시즌에 클리블랜드로 향하게 되지만, 이번에는 루키 시즌부터 캐벌리어스에 몸을 담게 되었다.
‘원래는 섹스턴, 갈랜드, 모블리, 마카넨과 함께 뛰게 되지만…….’
지금은 콜린 섹스턴을 지명할 브루클린 네츠의 픽이 우리에게 와 있는 상황이니.
캐벌리어스의 리빌딩 역시 다른 과정을 거치게 될 거다.
‘그럼 섹스랜드는 결성되지 않겠네.’
……무슨 음란한 뜻이 있는 건 아니고.
섹스턴+갈랜드의 백코트 조합이라는 의미로 섹스랜드라고 불리던 시기가 있었다.
“클리블랜드라…… 사실 난 내가 클리블랜드로 가게 될 줄 알았는데.”
래리 낸스 주니어가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이적 소식이 들려왔을 때는 깜짝 놀랐다니까.”
“클리블랜드로 이적하지 못한 게 아쉽지는 않아요?”
“조금 아쉽긴 하지만…… 오히려 이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 최소한 더 이상 아버지와 사사건건 비교될 일은 없을 테니까.”
래리 낸스 주니어…… 우리 래낸주 씨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레전드이자 영구결번을 받은 래리 낸스의 아들.
이전 세계선처럼 캐벌리어스로 이적했다면 그야말로 성골 중의 성골이 되었을 운명이었다.
“클리블랜드에서 태어났다고 했죠?”
“응. 르브론, 커리와 마찬가지로 오하이오 애크런 출신이지.”
아니. 애크런에는 무슨 영험한 정기라도 흐르나?
광역권까지 포함해도 인구수 70만 명.
그러니까 경기도 남양주 정도의 도시에서 NBA 선수를 몇 명이나 배출하는 거야?
“블레이저스에겐 감사하고 있어. 날 레이커스에서 구출해 줬으니까.”
“하하. 구출이란 표현은 좀 너무한 거 아니에요?”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거기 분위기는 정말로…… 끔찍했거든.”
하긴.
이 친구는 대학 시절에 레이커스의 전설인 코비 브라이언트의 성추문을 노빠꾸로 저격해 버린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였지.
당시 래리 낸스 주니어가 트위터에 올린 저격글이다.
그래 놓고선 자신이 저격한 코비가 있는 레이커스에 드래프트된 게 정말로 인생사 아이러니한 부분이었지만.
그야말로 운명의 장난 같은 일.
“그때 심정이 어땠어요?”
“트위터를 올린 3년 전의 나를 죽여 버리고 싶었지.”
“푸하하하하!”
래리는 레이커스에 지명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너무 겁을 먹어서 사람들 앞에서 구토를 할 뻔했다고 한다.
다행히 코비는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대범하게 넘어가 주었지만.
“코비는 그 시즌에 바로 은퇴했고, 우린 기약 없는 탱킹에 들어갔지. 라바 볼은 하루도 쉬지 않고 선수들을 괴롭혀댔고. 거기에 올해는 라바 볼까지…… 정말 끔찍했어.”
“큭큭큭. 라바 볼 피해자 2호가 여기 있었네요.”
“그 노망난 늙은이는 둘째 아들 도벽이나 잘 관리하라고 해.”
나는 래리에게 주먹을 내밀었다.
“새 출발하는 겸, 이제부터 잘해 보자고요.”
“그래. 잘 부탁한다.”
쿵! 우리는 가벼운 피스트범프를 나눴다.
래리 낸스 주니어는 슛도 어느 정도 가능하고, 마무리 능력도 괜찮은 언더사이즈 빅맨.
키는 나보다 1인치 작고 윙스팬은 똑같다.
래리라면 스몰라인업 4번, 또는 5번 역할을 소화해 줄 수 있을 거다.
앨런도 기동력이 준수한 빅맨이긴 하지만, 외곽 슛이 전혀 안 된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서 스몰라인업을 돌릴 때 아쉬운 점이 많았거든.
‘매튜스, 크라우더 등 스몰라인업에 적합한 선수들이 대거 보충되었으니, 아마 감독님도 시즌 하반기엔 스몰 라인업 활용을 염두에 두고 있겠지.’
동료들은 코비 브라이언트에 대한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코비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글쎄. 경기 내적으로는 득점 욕심이 굉장히 강했지만, 인간적으로는 좋은 사람이었어. 사실 사적으로 가까워질 만한 계기가 없었지. 내 기억 속의 코비는 언제나 누구보다 먼저 코트에 나와, 누구보다 늦게 집에 돌아갔으니까.”
“맞다. 시온 넌 요즘 데릭 로즈와 함께 다니고 있잖아. 로즈는 어땠어?”
“그게 말이죠…….”
코너튼의 질문에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아무 이야기도 안 걸더라고요.”
“으응?”
지난 며칠간 데릭 로즈는 그저 본인의 컨디셔닝과 슈팅 훈련에만 몰두할 뿐.
내게는 그저 오늘부터 훈련 스케줄을 자신에게 맞추라는 말을 건넨 것이 전부였다.
덕분에 난 루틴이 꼬여서 죽을 지경이었다.
‘그나마 낮잠 시간을 지켜 준 건 최후의 양심 같은 건가?’
NBA 선수들에게 낮잠 시간은 필수다.
오전 훈련을 마친 뒤, 밤에 열릴 경기를 대비해 미리 체력을 회복해 둬야 하기 때문.
때문에 오후 2~3시쯤 NBA 선수들에게 연락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은 이쪽 업계에선 상식으로 통하고 있었다.
낮잠을 준비하는 과정도 가지각색이었다.
어떤 선수는 자신은 완벽한 암실이 아니면 잠들지 못한다며 특별히 제작한 사제 암막 커튼을 원정길에 가지고 다녔고.
릴라드 같은 경우는 낮잠을 자기 전에 얼음 목욕을 하는 루틴이 있었다.
‘크리스 주장은 가족들과 통화를 마쳐야 잠이 온다고 하고.’
혼자 떨어져 산 기간이 너무 길어서 그런가?
원정길만 오르면 가족들이 잘 지내고 있는 것을 확인해야 잠을 이룰 수 있다고 했다.
아. 맞다.
크리스 주장은 이번에 포틀랜드에 정식으로 어머니와 동생들과 함께 살 집을 구했다.
다년 투웨이 계약을 맺으며 일정 수준의 연봉이 보장된 덕분이었다.
“다음에 가족들끼리 식사나 한번 하자. 어머니가 꼭 인사를 드리고 싶다 하시더라고.”
“좋죠. 저희 집으로 초대할게요.”
데릭 로즈는 하루에 낮잠을 3시간이나 자야 하는 타입.
지금도 호텔에서 숙면을 취하고 있을 거다.
나는?
난 별로 까탈스럽지 않은 편이다.
‘냉온 수면 안대, 소음방지 귀마개, 목을 받쳐 주는 단단한 질감의 전용 배게, 방 온도는 26도로 세팅. 수면 유도 3시간 너튜브 채널을 틀어 놓아야 잠이 오는 정도의 사소한 징크스가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무난한 편이지.
암 그렇고말고.
우리는 식사 후 각자 흩어져 휴식을 취한 뒤, 팀 훈련을 위해 구장으로 복귀했다.
다음 경기까지는 사흘이나 휴식기가 있는 상황.
덕분에 오늘은 모처럼 강도 높은 팀 훈련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삐이익!
호루라기를 부는 윌리 그린 보조 감독.
“다들 집합! 지금부터 두 팀으로 나뉘어 풀 컨택(full contact) 연습 경기를 갖는다!”
풀 컨택이란 실전에 가까운 강도의 훈련을 의미한다.
A팀은 맥컬럼, 딘위디, 코너튼, 아미누, 너키치.
B팀은 로즈, 매튜스, 크라우더, 나, 래리 낸스가 한 팀이 되었다.
‘이쪽은 날 제외하면 죄다 이적생이네.’
신/구 대결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인지 오늘의 연습 경기는 평소보다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끼긱! 끽!
정적 속에서 선수들의 목소리와 농구화가 코트 바닥을 긁는 소리만이 들려온다.
“픽! 픽!”
“Cover me!”
탑에서 공을 쥔 데릭 로즈가 내게 스크린을 요청했다.
상대는 딘위디.
“스크린이야! 조심!”
나는 두 손을 사타구니에 모으는 정석적인 자세를 취하며 딘위디의 옆을 막아섰고.
쿵!
“어억!”
딘위디가 내 스크린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골대를 향해 롤(roll)을 시도하는 척하며 딘위디를 잠깐 더 붙잡아 두었다.
그 사이에 여유롭게 안쪽으로 진입하는 로즈.
“막아!”
아미누가 허둥지둥 앞으로 나와 로즈를 막아섰지만.
끼긱!
로즈의 전매특허인 헤지테이션과 크로스오버에 이은 급가속 앞에서 허무하게 벗겨지고 마는 아미누.
간단히 돌파에 성공한 로즈는 백업 수비를 온 선수들 사이에서 플로터를 던져 놓았고.
철썩!
플로터는 깔끔하게 그물을 갈랐다.
“캬. 죽이네.”
“돌파력은 전성기 그대로인 것 같은데요?”
“아냐. 전성기에는 지금보다 훨씬 빨랐어. 스크린에 의존하지도 않았고.”
……그런가.
데릭 로즈의 최대 강점은 체인지 오브 페이스 능력을 활용한 막강한 돌파력.
단독 돌파로 수비를 찢어 놓고선 플로터 또는 체공시간을 살린 레이업으로 직접 득점하거나, 오픈이 된 동료에게 킥아웃 패스를 주는 게 로즈의 플레이스타일이었다.
‘문제는 그 역동적인 돌파가 필연적으로 무릎, 발목에 부상을 야기한다는 점이었지.’
때문에 로즈는 플레이스타일의 변화를 추구하고 있었다.
약점인 3점 슛을 보완하고, 스크린을 타며 2:2 게임을 시도하는 방향으로.
‘나도 하나 해 볼까.’
모처럼의 연습 게임이니, 아직 실전에서 잘 꺼내 들지 않는 플레이를 시험해 보자.
나는 로우 포스트에서 공을 넘겨받아 포스트업을 시도했다.
상대는 아미누.
자신 있게 1대1을 시도하는 내 모습에 픽 웃는 아미누.
“오우. 날 상대로 포스트업? 자신 있어?”
“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으니까 시도하는 거겠죠? 흐읍!”
쿵! 쿵!
아미누와 나는 신장과 윙스팬이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체급과 파워는 내가 더 낫지.’
나는 아미누를 등과 엉덩이로 밀어내 공간을 확보한 뒤.
페이스업 – 포스트업으로 전환하며 골밑으로 진입.
페이드어웨이 점퍼를 올라갈 것처럼 교묘한 핸드 페이크를 시도했고.
“흐읍!”
내 페이크에 속은 아미누가 점핑 블락을 시도한 틈을 노려, 몸을 안으로 밀어 넣으며 스쿱 레이업을 올려놓았다.
“오오오우!”
“드림 쉐이크! 방금 건 완벽한 드림 쉐이크였어!”
실전에선 잘 나오지 않는 화려한 기술에 환호하는 동료들.
피벗과 페이크에 이은 연계 동작으로 골밑에서 상대를 농락하는 하킴 올라주원의 골밑 스킬을 드림 쉐이크라고 하는데, 방금 내가 시도한 무브도 그 일종이라고 할 수 있었다.
“포스트업 기술이 정말 많이 늘었군.”
“예. 이 정도면 실전에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킴을 위한 세팅을 몇 가지 준비해 보지.”
스토츠 감독님과 윌리 그린 코치가 나누는 대화가 들려온다.
좋아.
일단 눈도장을 찍는 덴 성공한 모양이다.
‘내 강점은 가감속. 그리고 급격한 무게 중심 이동을 견뎌 내는 발목과 하체 힘.’
즉, 신체 밸런스 유지에 능하다는 소리다.
이는 체중 이동을 통해 수비수의 무게 중심을 무너뜨리는 스핀무브와 피벗 동작과 잘 어울리는 강점이었다.
‘포스트업 자체는 오리건 대학 시절부터 꾸준히 연습하고 있었고.’
NBA에 진출한 뒤로도 집중적으로 훈련한 영역이라, 대학 시절과 비교해도 전체적인 완성도가 크게 높아졌다.
“…….”
그 모습을 바라보는 데릭 로즈.
조금은 인상 깊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었으려나?
“젠장. 루키에게 망신을 당하다니.”
장난스럽게 내 가슴을 두드리고 지나가는 아미누.
그 모습에 웃으며 백코트하려는데, 코트 한편에서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니까 이건…… 내 말은……!!”
“몇 번이나 말하지만……!!”
……뭐야?
단순한 의견 교환이라기엔 명백히 짜증이 섞인 대화.
무슨 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돌려보니, 웨슬리 매튜스와 CJ 맥컬럼이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이봐요, 두 사람 모두 잠깐 진정하고…….”
동료들이 두 사람을 제지하려 모여드는 찰나.
“젠장! 웨슬리! 여긴 이제 데임의 팀이에요! 더 이상 과거의 블레이저스가 아니란 말입니다!”
“…….”
“…….”
웨슬리 매튜스에게 돌직구를 날려 버리는 맥컬럼.
그 모습에 연습 경기장에 있던 모두는 얼음덩어리처럼 굳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