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does the land document of the fantasy Demon Castle belong to? RAW novel - Chapter 228
제228화
마차를 나온 마르할 옆을 딩켄이 재빠르게 따라붙었다.
딩켄이 손님을 직접 응대하는 건 흔한 일이었으므로, 네루의 부하들은 딩켄이 마르할과 걷고 있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마르할이 물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딩켄은 고민했다.
정황상, 마르할은 그의 진짜 성격을 알아차린 듯했다.
생각이 많다는 것도 아니고 걱정이 많다고 했다.
단어 선택이 잘못되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으리라.
눈앞에 있는 남자에 한해선 아니었다.
꾼들은 행동 하나, 말 한마디 섣불리 하는 법이 없다.
마르할의 질문이 딩켄의 고민에 쐐기를 박았다.
“손톱이 거치시군요.”
“따로 하는 실험에 독한 물건을 사용해서 그렇습니다.”
“저런, 조심하셔야겠습니다.”
“늘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딩켄은 확신했다.
저 남자는, 그가 평생을 숨겨왔던 비밀을 알아차렸다.
딩켄은 걱정 많은 겁쟁이다.
네루를 따르고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그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만일 자신의 성격이 들통나면 어쩌나 고민했고, 요즘도 잠들기 전에 같은 고민을 반복한다.
상황에 따른 대처법도, 과장 않고 수백 개는 머리에 각인되어 있다.
마르할은 그의 성격으로 트집 잡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딩켄의 머리에는 이럴 때의 대책도 준비되어 있다.
“아까 했던 대화에서 중요한 내용이 빠져 있어 나왔습니다.”
모르는 척한다!
증거도 없이 딩켄을 겁쟁이로 몰아가는 건 마르할에게도 도움이 되는 행동이 아니었다.
딩켄은 여태 완벽하게 연기를 해왔고, 단서도 없이 황녀의 측근을 모함하는 건 자칫 네루와도 적대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러니, 딩켄은 끝까지 태연함을 가장하기로 했다.
“그랬습니까?”
“모기와 병을 구분해야 한다 했으면서, 병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 같은 용병이 무얼 알겠습니까.”
모기가 옮기는 병?
치료가 불가능하다면 심각한 문제다. 황금의 호수가 죽음의 호수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제가 치료 가능하다고 하지 않았나.
고행 사제나 파견 사제를 잔뜩 끌어와 새로 기적을 배우게 하면 될 일이다.
애초에 마르할은 아까의 대화에서, 대화 내용에는 큰 가치를 두지 않았다.
모든 건 딩켄이라는 인간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엉망이 된 손톱과 부자연스러운 안면 근육을 보고 혹시나 했고, 두서없이 화제를 바꾸며 걱정거리와 고민거리를 가득 던져주었다.
원하는 걸 확인했으니, 대화 내용에는 미련이 없었다.
그래도 기왕 거물과 대화할 기회가 생겼으니, 조금 이익을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제국 귀부인들은 치장을 위해 가짜 손톱을 붙이기도 한다는데, 혹시 알고 계십니까?”
“귀부인만이 아니라 관리들도 사용하곤 합니다. 회의 자리에서 남에게 보이는 건 옷하고 머리, 그리고 손이니까요. 손톱 관리도 자기과시의 일종이죠.”
“그렇군요. 좋은 걸 알았습니다.”
이것 봐라?
흔들려고 던졌는데, 흔들리지 않는다.
겁이 많고 소심한 성격과 별개로 황족을 바로 옆에서 보필할 능력은 있다는 건가.
마르할도 굳이 딩켄의 속사정을 밝혀 그와 적대하고픈 마음은 없다.
딩켄이 어떤 인간인지 만인이 알면 그건 무가치한 ‘사실’이 되지만, 마르할만 알고 있으면 협상에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측량이 끝나면, 네루 황녀님은 상선을 쓰시겠죠.”
“제국에선 이미 배가 출발했을 겁니다.”
황금의 호수는 대형 선박이 드나들 수 있는 호수다.
황금의 젖줄도 배가 드나들기에 충분한 너비와 수심을 가지고 있다.
이 좋은 환경에서 배를 쓰지 않으면 상인 자격이 없다.
“몇 척이나 운영하실 생각이십니까? 아, 이건 상인으로서 하는 질문입니다.”
“당장은 다섯 척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형 세 척과 대형 두 척. 이미 제국에선 배가 출발했을 겁니다.”
“배가 오가려면, 하류와도 이야기가 돼야 하지 않습니까?”
“포섭한 지주 몇이 북쪽 끝자락 해안가로 갔습니다.”
“철저하시군요.”
“그게 제 일입니다.”
물길이라는 게 참으로 욕 나오는 부분이 있다.
땅은 선을 그어 여기가 내 땅이라고 하면 되지만, 길게 이어지는 강은 주인이라 주장하기 애매하다.
막말로 강의 중류에 땅을 가진 지주가 강의 이 부분은 자기 것이라며 지나가는 모든 배에 통행세를 걷을 수도 있다.
진짜 통행세를 걷으면 얼마 못 가 상인들이 고용한 암살자에게 목이 따이겠지만, 귀찮은 일이라는 건 확실하다.
상류와 하류에 하나씩 거점을 마련해두면, 그런 걱정도 상당히 줄어든다.
상류와 하류는 각각 알아서 통제하고, 중류에서 하룻강아지가 지랄하면?
위아래로 쪼아대면 말라 죽는다.
대상회의 지지를 받는 네루의 측근답게 딩켄은 유능했다.
“상선의 수는 고정되어 있습니까?”
“아뇨. 유연하게 바꿀 생각입니다. 일단 천하를 담은 땅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치까지 규모를 키워볼까 합니다.”
사실상 무제한 물량 투입 선언이었다.
대금은 넘치는 식량으로 받아 가면 되니, 망하는 장사는 절대 아니다.
상선이 두 번만 오가도 네루를 중심으로 천하를 담은 땅의 판도가 재편될 것이다.
“대형 상선을 한 척 구입하고 싶습니다.”
“상선은 그리 쉽게 사고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더군다나 대형이라면, 최소 3년 이상은 일한 전문 선원이….”
“서부에 노는 선원이 기백이 넘을 겁니다. 그쪽은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값은 섭섭하지 않게 치르겠습니다. 그리고 고민을 덜어드릴 정보도 드리죠.”
값은 아무래도 좋았다.
상선도 물건. 조건이 맞으면 언제든 팔 수 있는 상품이다.
딩켄을 혹하게 하는 건 두 번째. 고민을 덜어줄 정보였다.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사람에게 그보다 매력적인 제안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넙죽 받아들이면 체면이 떨어진다.
딩켄은 한 번 고개를 저었다.
“사심으로 황녀님의 재산에 손댈 수는 없습니다.”
“그럼 황녀님에게도 도움이 되는 정보면 되겠군요. 원하시는 정보라도 있나요?”
딩켄은 침을 꿀꺽 삼켰다.
다른 세력 사람들의 병을 치료해주며 상당한 이권을 챙겼지만, 이권이란 그 자체로 분란을 낳는 물건이다.
그리고 서부에 떠도는 괴소문들까지.
범인들은 무시해버릴 소문도, 걱정 많은 딩켄의 머리에는 계속 맴돌았다.
마르할이 사람을 유혹하는 악마와 같이 말했다.
“무얼 걱정하고 계십니까? 어떤 질문이든 아마 만족하는 대답을 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그렇다면… 유렐 황자에 대해 아십니까?”
유렐이 서부에 들어왔다. 심지어 토지 경주에 참가했다.
며칠 전 딩켄의 귀에 들어온 따끈따끈한 소문이다.
딩켄은 쉽사리 소문을 믿지 못했다.
유렐이 서부에 오는 건 빨라도 내년 봄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다짜고짜 유렐이 나타나 토지 경주에 참가하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무시할 수도 없었다.
네루와 유렐이 정면에서 붙으면, 네루는 승산이 없다.
제국에서는 돈과 권력이라는 방패가 네루를 지켜 주었지만, 서부에서 돈과 권력은 무력을 확보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그리고 유렐은 이미 넘치는 무력을 가진 황위 계승 후보였다.
“그는 산맥으로 갔습니다. 적어도 몇 달은 서로 얼굴 볼 일 없을 겁니다.”
“상선에 대해서는, 황녀님께 매우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해 보겠습니다.”
“딩켄 님만 믿겠습니다. 이럴 때는 건배라도 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술이 없군요.”
술 대신이라는 느낌으로 마르할은 손을 내밀었다.
마르할은 주의해야 하는 인간이다.
직감과 지식을 모두 가진, 제국에서도 보기 드문 유형의 인간이다.
유렐과 세오닉. 제국에서 이름난 두 천재는 되어야 저 남자와 비교가 될까.
평범한 용병이 제국 황족의 업을 가지고 태어난 두 사람과 같은 선상에 놓인다는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딩켄에게 그런 사실은 부가적인 것이었다.
마르할은 딩켄의 비밀을 알았고, 당분간은 입을 열 마음이 없어 보였다. 일방적인 협박도 하지 않았다.
후일 얼마나 큰 비수가 되어 돌아올지 모르지만, 여기선 그걸로 되었다.
그것만으로 마르할과 손을 잡을 가치가 있다.
“제가 술을 못 합니다. 대신, 좋은 차라면 언제든 대접하죠. 저희 인연이 오래 이어지길 바라겠습니다.”
딩켄은 마르할이 내민 손을 잡았다.
딩켄의 손톱은 엉망이었다.
* * *
네루도 만났고, 황금의 호수의 권력 구조도 파악했다.
결정적으로 딩켄의 성향을 알았다.
같은 정보를 가진 현장 지휘관들의 판단이 갈리는 건 그들의 성향 탓이다.
마르할이 보았을 때 네루 본인은 상회 일에 큰 관심이 없다.
그녀는 타고난 직감과 운으로 큰 흐름을 정하는 역할이다. 딩켄은 네루가 정한 흐름대로 무리를 이끄는 마부이며 조타수다.
조타수의 성향을 알아낸 건 큰 수확이다.
도시로 복귀하려던 마르할의 계획은 자유행동을 하던 마린과 합류하며 잠시 미뤄졌다.
“마르할 님. 사제를 만나봤는데, 특이한 말을 했어요.”
“사제가 외인에게요?”
마린이 어색하게 눈을 피했다.
“안면 있는 사제거든요. 자주 파견을 나가는 사제인데, 한 번 습격을 당한 일이 있었어요.”
뒤에 이어질 말은 듣지 않아도 짐작이 되었다.
토지 경주에 참가할 자금이 필요했던 마린은 온갖 잡일을 했다.
용병 길드에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검을 휘두르며 용병 노릇을 한 적도 몇 번 있다고 들었다.
선민사상에 찌든 사제도, 목숨의 은인까지 무시하기는 힘들었겠지.
“무슨 일이래요?”
“병이 진화? 발전? 하는 것 같다고요. 마르할 님?”
“사제를 만날 수 있을까요?”
“아, 네!”
마르할은 마린과 함께 사제를 찾아갔다.
딩켄은 모기에 물려 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건 네루가 고용한 사제뿐이라 했다.
마차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사제에게 치료받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겠지.
마르할의 예상대로 사제가 있는 곳은 사람들이 잔뜩 줄을 서 있는 마차였다.
근처에 네루 휘하의 기사들이 있었지만, 이미 마르할이 손님이라는 소식이 퍼졌는지 앞을 막는 사람은 없었다.
마르할과 마린은 사람들이 줄을 선 쪽의 반대편 문을 통해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환자를 보고 있던 사제는 마린을 보고 반가운 얼굴이 되었다가, 마르할을 보고는 다시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마르할은 손가락 끝에 작은 불꽃을 만들었다.
[마법사입니다. 마린에게 말하신 일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마르할의 혓바닥은 물처럼 매끄러웠다.
성황국 미사어. 그것도 사투리가 전혀 섞이지 않은 미사어에 사제는 눈을 크게 떴다.
크흠. 사제는 목청을 한 번 가다듬고는 문밖에 있는 기사에게 소리쳤다.
“잠시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익숙한 일인지 바깥에서는 알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환자를 돌보고 내보낸 사제는 마차 문을 걸어 잠갔다.
사제가 성황국 미사어로 말했다.
[페르산입니다.] [마르할입니다.] [형제님은 의술을 아십니까?] [사람 몸속에 뼈와 장기가 몇 개 있는지 정도는 압니다.]사제는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것만 알아도 서부 촌놈들 사이에서는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의사일 것이다.
하물며 마법사이기까지 하다. 간단한 불만 피울 줄 알아도 수술이 얼마나 쉬워지는가.
눈앞의 사내는 대화를 나눌 자격이 있는 사람이었다.
[저는 청소 의뢰에도 파견 사제로 이 근방을 지난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은, 그때와 병세가 달라졌다는 말입니까?]사제가 청소에 참가했다는 사실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우선 마르할은 사제의 말에 호응했다.
[그렇습니다. 심지어 토지 경주가 시작되고 호수에 막 도착했을 때도 병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표현이 맞을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갑자기 병세가 한 단계 높은 곳으로 도약한 듯했습니다.]마르할은 드물게 표정 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
사제의 표현이 익숙했던 탓이다.
세상이 한 차원 높은 곳에 도달했다.
병세가 한 단계 높은 곳으로 도약했다.
빌어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