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the Machine God RAW novel - Chapter 104
기계신과 함께 – 104
“보통 제가 마녀라 그러면 무서워하던데.”
그녀가 입을 가리고 웃었다.
“근데 정말 마녀예요?”
“여자 마법사니까 마녀죠. 음, 근데 사실 마법사랑 똑같습니다. 고대의 마녀들이 남겼던 술식도 지금의 마법 체계와 상당 부분 비슷하고요.”
이렇게 말하니까 엘리스가 상당히 대단해 보인다.
‘고대의 마녀’라니.
뭔가 살짝 세계의 비밀에 다가서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나름 교황청의 비밀이었다 보니 못 말하고 있었습니다. 이제라도 말할 수 있어서 속이 시원합니다.”
엘리스가 빙긋 웃었다.
“근데 이제 와서 말하는 이유가 뭔데요?”
“그건······.”
엘리스가 살짝 볼을 붉혔다.
“실은 연구에 있어서 보여 드리고 싶은 것이 하나 있어서 말할까 말까 하던 차에, 조금 분위기를 타서 말하게 돼버렸습니다.”
“보여주고 싶으신 거요? 연구하시는 거에서요?”
내가 의아한 듯 고개를 까닥거렸다.
“예, 나중에 상황 다 정리되면 제 연구 공방(工房)을 구경시켜 드리겠습니다.”
“오오~”
마법사의 공방이라니, 꽤나 궁금했다.
엘리스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드디어 10개의 총알에 기운이 모두 스며들었다.
나는 총알에서 느껴지는 마력에 감탄하며 검지와 엄지로 집어 든 총알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확실히 총알에 들어간 기운의 밀도 자체가 달라요.”
“효과가 있어서 다행이군요.”
“이 총알들은 아까의 총알들과는 아예 따로 구분해 놔야겠네요.”
의외의 전력 상승이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엘리스, 다음 총알들 만들 때도 부탁드립니다.”
“문제없습니다.”
나는 엘리스의 도움을 받아 총 30개의 총알을 완성해 냈다.
“이제 작전을 좀 짜볼까요? 어떻게 해야 추기경들을 안전하게 정화할지.”
“그러죠.”
“근데 안토니오 추기경님이 깨어나셔야 할 텐데······.”
“안토니오 추기경님은 왜요?”
엘리스가 안토니오 추기경을 찾는 내 말에 의아하게 고개를 까닥했다.
안토니오 추기경은 얼마 전에 우리가 가장 먼저 붙잡아 정화시킨 추기경이었다.
“작전 수립상 좀 도움받을 것이 있거든요.”
“깨어나시면 연락하시겠죠. 쪽지랑 연락처도 남겨뒀으니······.”
그때 마침 내 스마트워치로 신호가 왔다.
씨익.
나는 스마트워치를 보고는 웃었다.
“그분도 양반은 못 되시네요. 지금 마침 깨어나셨나 봐요.”
스마트워치에는 ‘안가 2층, 안토니오 추기경의 방’이라고 적혀 있었다.
* * *
“추기경회의를 소집하겠습니다.”
나는 핸드폰에 대고 말하고 있었다.
내 목에서는 늙수그레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다.
“예,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모여주세요.”
나는 인자한 목소리로 전화를 마무리했다.
인터넷에서 확인한 교황의 목소리를, [유가선공]으로 성대를 비롯한 발음기관을 바꿔 흉내 낸 것이다.
‘슈리, 다음 추기경.’
[네, 마스터.]또 다른 추기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발신자 표시는 아마 교황 관저로 뜰 것이다.
“예, 비요른 추기경. 예, 지금 안토니오 추기경의 실종과 관련해서 추기경회의를 소집하겠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와주세요.”
나는 그렇게 바티칸에 상주한 14명의 추기경 모두와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떻게 그렇게 똑같이 흉내를······.”
내 뒤에서 추기경회의 소집 절차에 대해 도움을 준 안토니오 추기경이 감탄하며 말했다.
그는 일전에 내가 납치해서 그의 영육에 깃들어 있던 악령을 퇴치해 준 다음 날, 안가에서 눈을 떴다.
그리고 그는 우리의 자문이 되어 다른 추기경들에 깃들 악령 퇴치에 도움을 주고 있었다.
“안토니오 추기경 전하, 전하는 악령에 지배되었을 때 어떤 느낌이셨습니까?”
나는 악령들과 싸울 때 참고하기 위해서 그에게 그런 질문을 했다.
“딱히 악령이 내부에 존재한다는 것은 깨닫지 못했습니다. 뭔가 제가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못 느꼈죠. 그냥 어느 순간 인간을 보면 군침을 흘리고, 다른 음식을 엄청나게 먹어치우는 것도 다 자연스러운 제 자신처럼 느껴졌습니다.”
“음, 그렇군요.”
“아, 한 가지······ 굉장히 충동적으로 변할 때가 있긴 있었습니다.”
“어떤 충동 말입니까?”
“그게······.”
안토니오 추기경이 잠시 망설이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죄를······ 범하고 싶은 충동이 강렬하게 일었습니다.”
“어떤 죄를요?”
“휴, 입에 담기도 끔찍한 말씀입니다만 살인충동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색욕이 엄청나게 일어 곤란했던 때도 있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참은 게 용할 정도로 강렬한 충동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기도를 하며 마음을 가라앉히고는 했습니다.”
“정말 잘 참으셨습니다.”
나는 솔직히 이 추기경을 보며 ‘과연 성직자구나’라며 감탄을 했다.
모르긴 몰라도 안토니오 추기경이 느낀 충동은, 일반인이었더라면 정말 참기 힘든 충동이었을 것이다.
“무결 씨, 늦기 전에 저희도 가봐야 합니다.”
엘리스가 준비를 갖추고 내게 말했다.
그녀는 수녀복을 입고 있었다.
“네, 가죠. 다녀오겠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하길.”
안토니오 추기경이 나와 엘리스를 위해 축언을 읊었다.
우리는 안가를 나섰다.
* * *
바티칸의 분위기는 굉장히 경직되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바티칸 박물관의 중요한 유물들이 어떤 도둑들에 의해 상당수 유실된 데다가 추기경까지 한 명 실종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때문에 각성자로 구성된 십자근위대가 두세 명씩 조를 이뤄 바티칸을 삼엄하게 순찰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각성자들의 이목을 피해 성 베드로 대성당 안으로 잠입했다.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오늘은 관람객 관광마저 불가능했기 때문에, 성당 안은 매우 고요했다.
나는 성당 한구석에 숨어 성당의 입구를 관찰했다.
‘누군가 오는군.’
그때 성 베드로 대성당을 향해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들이 들렸다.
입구에는 수녀로 변장한 채로 대기하고 있던 엘리스가 그들을 맞았다.
그녀는 교황을 보좌하는 수녀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비요른 추기경 전하. 나이트 캐더락.”
엘리스의 예의 바른 인사에 비요른 추기경이 인자한 얼굴로 답례했다.
“고맙네.”
“날씨도 추운데 얼른 들어가시지요. 나이트 캐더락께서는 대성당 입구를 호위해 주시길 바랍니다. 비공개회의입니다.”
“알겠습니다.”
안토니오 추기경이 조언해 준 대로 하자 호위들은 성당 밖에 따로 떼어둘 수 있었다.
‘좋아.’
나는 첫 추기경이 성당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그를 [하늘의 눈]으로 확인해 봤다.
-이름 : 비요른 보르자
-상태 : 기생숙주
-특기 : 공감, 고해성사, 불어, 영어
‘음, 역시 이 사람도 감염자. 엘리스의 말대로라면 3명은 감염자가 아닐 텐데······.’
비요른 추기경은 대성당 내 회의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나는 먼저 회의실로 쓰일 경당으로 가 자리를 잡았다.
물론 의자에 앉은 것은 아니었고, 천장의 어느 조각상 뒤에 숨어 회의석을 내려다보았다.
비요른 추기경이 회의실 한쪽 의자에 앉았다.
나는 당장에라도 저자를 저격해 악령을 정화하고 싶어 손이 근질거렸다.
‘참자.’
하지만 지금 저자를 저격하게 된다면, 악령이 내지르는 비명을 듣고 성당기사단과 각성자들이 몰려들지도 몰랐다.
더욱 큰 문제는 다른 악령들이 도망칠지도 모른다는 것.
추기경들에게 숨어든 악령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서는 모든 악령이 모일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나는 회의실 구석에 숨죽이고 다른 추기경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추기경들이 하나둘 회의실로 들어왔다.
이미 들어선 추기경들은 입을 열어 저마다 수다를 떨었다.
“크하! 해방이군. 이놈의 성직자의 몸에 있으면서 얼마나 갑갑했는지!”
입에서 나오는 것은 분명 늙은 할아버지의 목소리였지만, 그 내용은 악령이 그의 몸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신케 하는 것이었다.
“이보게, 교황께서 입 조심하라고 한 말 못 들었나? 쯧쯧.”
그의 옆에 있던 노란 머리의 추기경이 쯧쯧 혀를 차며 경솔하게 본모습을 드러낸 악령을 나무랐다.
그러자 그의 반대편에 앉은 다른 추기경이 짜증 난다는 듯이 그를 쏘아보았다.
“크아아! 너는 운 좋게 타락한 성직자를 만나서 금방 영혼을 장악했잖아!! 네놈은 진짜 성직자의 몸이 얼마나 갑갑한지도 모르면서 그따위 소리를 하느냐!!”
“이게 다 평소 죄악을 많이 쌓은 덕분이지 않소? 후후.”
노란 머리의 추기경이 거들먹거리며 다른 추기경들을 비웃었다.
“그러게 평소에 살생 좀 열심히 하지 그랬소? 귀찮다고 약한 것들 괴롭히기를 게을리해서 그런 성직자의 몸에나 들어가게 되지 않았냔 말이오.”
점잖은 말투로 타이르듯 다른 추기경들을 비웃는 노란 머리의 추기경.
그에 다른 추기경들이 한탄했다.
“에휴, 평소에 죄업 좀 많이 저지를걸.”
“내가 어쩌자고 이렇게 성실한 성직자의 몸에 들어왔는지 모르겠어.”
“누가 아니래? 아침 일찍 일어나서 기도하고 일하고 먹고. 또 일하다가 먹고 기도하고. 하루 일과가 이게 끝이야! 이건 뭐 어떻게 찌르고 들어갈 데가 있어야 타락시키든 말든 하지!”
마지막 추기경의 말에 다른 추기경들이 동조했다.
“맞아!”
“옳소! 너같이 운좋은 새끼는 우리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참 나, 그렇게 실패하고 핑계 대는 건 누군들 못 해? 저기 저 3번째도 그렇고, 5번째 악마도 타락한 성직자가 아니었음에도 벌써 완전히 영혼을 장악했잖아.”
노란 머리의 추기경 말고 또 다른 추기경이 아직 영혼을 장악하지 못한 다른 추기경들을 비웃었다.
“저 녀석들은 일찍 시작했으니까 그렇지!”
“그럼 너네도 곧 장악하면 되지.”
“이게 다 너희가 자꾸 약 올려서 그런 거 아니야 이 새끼들아!”
악령들이 서로 편을 갈라 싸웠다.
대충 들어보니 4명 정도가 타락한 성직자에 들어간 악령인 듯했다.
‘14명 중 4명이면 1/3 이상이 타락한 거네. 어휴, 세상 참······.’
어떻게, 어느 정도로 타락한 건지는 몰랐지만 악령들에게 틈을 줬다는 점에서 그들은 진정한 성직자라 할 수 없으리라.
그들이 떠드는 동안에도 추기경들은 계속해서 모여들었다.
나는 추기경들이 회의실로 들어설 때마다 그들의 감염 여부를 하나씩 확인했다.
열 번째, 열한 번째의 추기경까지 모두가 감염자였다.
“그런데 여덟 번째, 네가 들어간 성직자는 어떻게 타락해 있었냐? 전부터 궁금했었는데.”
“아, 이놈이 강간 전력이 있더라고. 해외에 있었을 때 특히 한 수녀를 여러 번에 걸쳐서 강간했더라.”
“와, 그런 새끼가 어떻게 계속 안 들키고 있었지? 그래도 요즘 나름 교회 개혁한다고 해서 그런 놈들 잘 잡아들이지 않았나?”
“내 숙주처럼 아직 꽉 막힌 꼰대가 있어서 안 들킨 거겠지. 내 숙주는 성직자가 절대 그런 범죄를 저지를 리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야. 젠장, 이 시끼는 타락하진 않았지만 쓸데없이 너무 FM이라서 오히려 더 짜증 나.”
“여덟 번째, 그래서 그 강간했다는 네놈 숙주는 어떻게 장악했어?”
“어떻게긴 어떻게야, 색욕으로 장악했지. 꽤 이쁘장한 수녀와 단둘이 있을 때 색욕을 충동질했더니 게임 끝! 그다음은 뭐 일사천리였지!”
악령들이 그렇게 신나게 노가리를 까는 사이 마침내 열두 번째 추기경이 들어섰다.
-이름 : 베네딕트 레이박
-상태 : 기생숙주
-특기 : 유창한 말솜씨, 말씀의 전례, 에스파냐어, 영어
‘이런.’
열두 번째 추기경 역시 악령에 의해 감염된 자였다.
이로써 엘리스가 11명이라고 했던 감염자의 수에 대한 신뢰도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