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23
29화-
“ 네?”
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를 보자, 그가 날 빤히 보았다.
번들거리는 눈이 섬뜩했다.
의문스럽다.
정말, 왜 저렇게……으
‘스칼렛을 경계할까?’
그냥 증오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중 문제다.
“그런 거 아니에요.”
나는 일단 차분하게 부정한 뒤,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려 애쓰며 그 에게 말했다.
“전 일 안 하고 노는 백수가 꿈이 거든요. 영주라니. 줘도 안 가, 아 니, 주셔도 감사하지 않아요.”
“안 준다. 네년에게는.”
누군, 욕을 못해서, 안 하는 줄 아나?
조금 짜증이 났지만, 이러려고 온
것은 아니었으므로 그에게 말했다.
“그럼, 허락해 주시는 거죠? 저 이번에 쓰러졌잖아요. 병약하고 가 녀린 저로서는 맑은 공기와 꿈과 모험과 희망이 필요해요.”
공작이 노골적으로 비웃었다.
그리고 잠시 뒤, 느릿하게 말했다.
“그래……오 가다가 ……는 것도 좋겠지.”
“네? 잘 못 들었어요.”
“허락한다는 말이다. 따라가.”
“오, 네.”
그래서 용건도 끝났겠다, 이만 나 가 본다는 말을 하려는데.
공작이 문득 생각난 것처럼 내게 말했다.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기억나는 것이 없느냐?”
“……기억이요?”
나는 어리둥절하게 그를 바라보았 다.
“도장이라거나 반지라거나 하는 것 말이다. 몇 번이고 물었건만. 왜 모른 척하는 것이지?”
도장? 반지?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겠지.
“아뇨, 그냥.”
에이, 정말 아니겠지? 가주의 인 장이라거나, 증표라거나.
……아니면 그 비슷한 것이라도.
만약 그가 가지지 못한 것이 있다 면.
그래서 그가 진정한 가주가 아니 게 된 것이라면.
음, 충분히 가능서이 있어서 짜증
이 났다.
몰라, 관심 없어.
“너무 뜬금없으셔서요. 기억나는 건 없어요.”
“……떠오르지 않는다면 됐다.”
그 순간이었다.
무언가가 얼핏 보인 것은.
그러니까 만약.
그 순간에 아릿하게 떠오른 아주 짧은 영상 조각, 그것이 아니었다 면.
“어디 있느냐!”
아니.
‘하다 못해 저놈이 날 죽이고 싶 어 한다는 것을 몰랐더라면.’
“어디에 숨겨 둔 거야! 빌어먹 을!”
……이런 짓까지 하지는 않았을 텐데.
‘흠.’
나는 그를 만날 때마다 상시 들고 다니는 향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 힐끔.
내게서 시선을 뗀 그의 집무실에 주머니 속 가루를 허공에서 털어내 버렸다.
그러고는 재빨리 그곳에서 나와 버렸다.
저건 마구간에서 다른 공작가 골 탕 먹이기 계획을 실천하던 중, 겸 사겸사 만든 가짜 향주머니였다.
‘말똥가루가 들어 있지.’
거기다 이 주머니에는 가루를 아 주 널리 구석구석 퍼뜨리는 효능이 있었다.
이제 은은하게, 집무실에 말똥 냄 새가 배어날 것이다.
똥냄새에 파묻혀 있을 그를 생각 하니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사실 생각해 보면 약혼자 자리 자
체가 죽으라고 내민 자리이기는 했 다.
‘그래도, 그 의미를 파악했을 때랑 은 느낌이 달라.’
지금 느낀 바로는, 공작은 제 손 으로 스칼렛의 심장에 칼을 박을 수도 있을 사람이었다.
“어머니! 어머니를 살려 주세요, 각하!”
아주 단편적인 영상에서는 어린 스칼렛으로 보이는 이가 나왔다.
“이쯤 되면 이거 이미 원작 영상 이 아닌 거지.”
정체가 뭐지.
나는 혀를 차며 일단 기억 영상을 돌려 보았다.
걸어가면서도 머릿속으로 영상을 보는 것이 자연스럽게 가능했다.
“꺄악!”
스칼렛의 어머니는 몸이 약하셨던 데다 돌연사를 했다고 들었는데.
‘별로 보고 싶지 않은 기억이네.’
잔인한 것은 싫다.
나는 밝은 것이 좋았다.
참고 참아도 불행한 것도 싫다.
그러느니 터뜨리고 아무것도 가지 지 않는 것이 낫다.
하지만 아무리 내가 보기에 답답 해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이 영상이 진짜인지, 그건 또 생 각해 봐야 할 문제이지만.’
일단은 기억해 둬야겠지.
그리고 그날, 나는 마음을 정했다.
‘구체적으로 공작이 뭘 바라고 있 는 건지는 몰라도.’
일단 공작에게 좋은 방향으로는 절대로 움직이지 말아야겠다고.
가문의 증표, 에셀레드.
그것이 후계에게 깃드는 마법이 며.
‘지금껏 대체로 반지와 도장의 형 태로 존재해 왔지만.’
사실은 매번 다른 형태로 전수되 어 왔다는 것을 서실(書室)에서 확 인한 후의 일이었다.
나는 눈살을 찌푸리고, 황제에게 서 온 서신을 쭉 훑어보았다.
처음엔 일정표만.
그다음엔 직접 쓴 것으로 보이는 단문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벌써 일주일째.
나는 폭군에게서 두 통이나 서신 을 더 받았다.
“다 필요한 말이기는 했지만.”
우선 세이프 존에 대한 계약을 만 나서 마무리하기로 했었는데, 일정 이 더 미뤄졌으니 우편으로 마무리 하자는 것이었다.
그걸 계기로 서신이 일정과 상관 없이 오가게 되기는 했는데.
‘이걸로 그 일은 끝. 근데…… 답 장을 해야 하나?’
안 하면 씹는 게 되는 거 아닐 까?
그러면 목이 뎅겅……오
“바로 잘릴 것 같지는 않지만, 그 래도 찝찝하단 말이지.”
게다가.
팔랑팔랑.
서신들의 어디를 보아도, 재상의 집에서 했던 일에 대한 언급은 찾 아볼 수가 없었다.
아니, 하다 못해 날 꺼려하는 기 색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렇게 불 안하지도 않지!
“뭐지? 내가 한 거…… 진짜 민폐 에 문제 있는 행동 아니었어? 여기 는 상식이 다른 건가?”
그럴 리가!
나는 가장 가능성 있는 답을 도출 해 냈다.
이건 폭군 쪽에도 상식이 없는 거 다.
당연하지, 폭군인데!
상식이 없으니까, 내가 아무리 상 식을 파괴하는 행동을 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지.
‘그냥 그런 사람인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게 분명해.’
문제 삼지 않는 건 둘째 치고, 상 식선이 없으니 그걸 파괴했을 때의 불쾌함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아무래도 폭군만 그런 것 이 아닌 것 같다는 점.
“똑같은 것들끼리 어울리는 법이 지. 그 인생의 진리를 왜 이제야 떠올렸을까?”
원작에서 무려 사랑에 빠진 폭군 을 슬슬 놀려 먹기까지 했던 작자 들이다.
그런 이들이 상식적일 리가 없지.
나는 하나하나 폭군의 측근들을 떠올려 보았다.
우선 첫 번째.
클로버 재상.
그의 본명이 클로버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본명이 뭔지는 모른 다.
여러 잡다한 행정 업무 전반을 도 맡아 하고 있다.
과로에 시달리는 일중독자.
그리고 폭군을 매우 아끼는 형 같 은 존재다.
‘그렇게 가깝고 진심으로 아끼는 사람이라서 선택한 거였는데.’
쯔
다음은 루만 백작.
그는 정보부장인데, 금발에 초록 색 눈을 가진 병약해 보이는 미남 이라고 했다.
“별로던데.”
내가 샤를레앙 황제와 스칼렛의 외모 때문에 눈이 높아져서 그런 가.
그는 나에게 금발의 오징어일 뿐 이었다.
어쨌든 이 사람은 클로버 백작의 일을 돕기도 하고, 정보를 모으는 일과 더불어 허위 정보를 흘리는
일을 주로 한다.
이간질의 대가.
하지만 속은 무척 여리고 눈물이 많아서, 폭군이 매우 성가셔하는 편이었다.
‘눈물이 많은 주제에 폭군을 놀리 는 일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던 인간이고.’
그리고 세 번째.
기사단장과 세 그림자들이 있다.
이들을 하나로 묶은 이유는, 이들 이 폭군의 무력 세력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병왕이었던 기사단장 벤저.
암살 기술에 능한 그림자 1호, 2 호, 3호.
저중 3호는 귀족 영애라는 정보가 있어서 흥미로웠다.
둘 다 하는 게 가능해?
그리고 그렇게 죽 정리를 해본 뒤, 나는 깨달았다.
“아, 애초에 그른 거였구나.”
샤를레앙을 보고 산 인간들에게 나는 너무 약했던 거야.
더 강렬해야 했다니.
“하.”
그렇게, 나는 마지막 남아 있던 머뭇거림을 지워 버렸다.
폭군에게 차이는 10가지 방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