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ways to be different from a tyrant RAW novel - Chapter 89
99화-
“스칼렛?”
그의 다정한 부름에 나는 시무룩 하게 시선을 맞추었다.
나를 보는 그의 시선에 이상할 정 도로 열기가 어려 있었다.
‘왜 저런 눈으로 날 보지?’
자기 취향도 아니면서.
그런 생각을 하며, 내가 조금 불 퉁하게 말했다.
“그거 참. 찾기 어려운 인간상이 취향이시군요.”
“……음?”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살짝 눈가 를 일그러뜨리며 물었다.
“찾기가 어렵다고?”
“그럼 쉬울까요?”
묘하게 구체적이라서 좀 찝찝하기 는 하지만, 또 그렇다기엔 너무 특 이한 취향이었다.
‘장난한 건 아니겠지?’
차라리 장난이면 좋을 텐데.
그를 힐끔 보며 표정을 살폈지만, 조금 얼이 빠진 것 말고는 별다른 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진지해 보였단 말이다.
같이 보낸 시간이 얼마인데.
진지하다는 것 정도는 알아볼 수 있었다.
“ 에휴.”
“……스칼렛.”
한숨을 쉬자, 그가 무언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나를 불렀다.
“ 네?”
“무언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아뇨, 말씀 그대로 이해했어요. 그러니까, 남들 시선 신경 안 쓰는 조금 독특한…… 또라, 아니 사람 이 취향이시라는 거잖아요?”
“그래, 그렇기는 하지만.”
그의 홍시 같던 얼굴빛이 점차 돌 아오고 있었다.
‘표정은 되게 설레는 표정이지만.’
첫사랑이라도 하는 것처럼.
그의 표정은 딱 보아도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이었다.
답지 않게.
이씨……오
“ 폐하.”
“그래.”
“혹시 뭐 하나 여쭤도 될까요?”
기운 빠진 목소리였지만, 이건 지 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나 생각보다 많이 실망했거든.
‘내가 이 인간을 생각보다 더 좋 아하는 것 같아.’
에잉.
다른 약혼자들과 달리 먼저 약혼 하자고 했던 것 때문에 아무래도 조금 기대를 하기는 했던 것이다.
희망이 있을 거라고.
“뭐든지 물어봐.”
내 물음을 들은 그가 눈을 빠르게 깜박이며 답했다.
쓸데없이 다정하고 난리야!
“사람 심장 떨리게 왜 자꾸.”
“ 응‘?”
“아뇨, 그게 아니라. ……왜 저랑 약혼하겠다고 하신 건지 말이에요.”
“그건……
그가 조금 작아진 목소리로 말했 다.
“……아르만 가문이 그때 의심스 러웠기 때문이다.”
첫사랑에 빠진 소년 같은 표정은 모조리 사라진 얼굴로.
그래, 이상형 얘기하다가 왜 이런 주제로 튀는지 이상하긴 하겠지.
“제가 좋아서가 아니라, 이용하려 고 약혼을 요구하셨다는 거죠?”
대놓고 들은 적은 없는 이유였다.
하지만 짐작을 하기는 했던 거라서 별로 놀랍지도 않았다.
‘오늘 가져온 화분을 보면 근거 없는 의심을 한 것도 아니었고.’
문제는 그걸 묻는 게 아니라는 거 지만!
“그, 스칼렛.”
“아니, 그거 말고요. 지금은 저희 가문 돌아가는 분위기도 알고 계시 잖아요.”
“……그렇지.”
“게다가 우린 친구잖아요? 약혼을 이어가지 않아도 저희 가문에 흑마
법사들의 손길이 미치는지 정도는 살펴볼 수 있으세요. 제가 협력할 테니까.”
“다 아시면서, 왜 저랑 계속 약혼 관계를 유지하고 계세요?”
솔직히 처음에는 먼저 파혼 요청 을 하거나 이런 질문을 하면 폭군 에게 단칼에 죽을 줄 알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여기서 네가 좋아서 유지하는 거 라고 하면 진짜 얼마나 좋을까?’
슬슬 우중충해지기 시작한 샤를레
앙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생각 했다.
진짜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다.
한참 만에, 식어 가는 떡볶이를 물끄러미 보면서 그가 답했다.
“……위험하니까.”
“ 엥?”
생각도 못한 답에 눈을 동그랗게 뜨자, 그가 다시 나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
“이미 나와 약혼을 한 이상, 그대 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 관계 를…… 무른다고 해도 위험은 사라
지지 않으니.”
허탈해 보이는 표정으로 하는 말 에, 나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떠 올랐다.
모조리 죽어 버린 그의 전 약혼자 들.
그리고, 폭군이 죽이지 않았는데 도 죽였다고 소문이 난 마시아르 가문까지.
혹시 말이지.
“누가, 폐하의 약혼자가 다 죽기 를 바라나요?”
그들이 암살자이거나 이용당한 자
들이라서 당신이 다 죽인 게 아니 었어?
그런 의미의 물음에 그가 조금 더 선명해진 어투로 답했다.
“나와 가까운 이들, 가까워질 가 능성이 있는 이들. 그들을 어떻게 든 해하려는 이들이 있지.”
“신전이군요.”
“그래.”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건지 예전이 라면 궁금해했을 테지만.
지금은 짐작하지 못할 것도 없었 다.
‘칼리오르. 아르만. 라샤헬.’
그 세 가문을 노리는 모양이었으 니까.
정확히는 그 가문들을 파괴하고 뭔가를 얻으려는 것 같은데.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 니었다.
그의 오랜 대적인 신전이 그러니 까……으
“절 죽이려고 할 거라고요?”
“오랫동안 약혼 관계를 유지한 만 큼 더더욱. 노리고 있을 거다.”
“지금은 왜.”
“나와 그대의 가문이 쉽게 건드릴 수 없는 이유지. 하지만 그중 하나 라도 사라지면 무슨 짓을 할지 몰 라.”
게다가.
“그대가 그랬지.”
리코스 성좌에 대해서.
“신전에서 그 흑마법사들의 모임 표식을 발견했다고.”
아까의 동요는 말끔하게 갈무리한 채로, 그가 집요하게 나를 바라보
며 말했다.
“그대는 나와 연결되어 있어야 해.”
그 집요한 시선은 부드러워서 거 북하지 않았다.
내가 정신없기도 했고 말이다.
“와. 근데 그 말씀은.”
그러니까, 그의 말은 다시 말하면 말이다.
“저 지켜 주려고 약혼을 유지 중 이시라는……?”
이것이 바로 중요한 부분이었다!
“ 맞죠?”
툭 뱉어 낸 내 요약에 순간 그의 눈이 커졌다.
스스로도 몰랐다는 듯한 반응이라 나는 조금 황당해졌다.
“그 말씀이잖아요?”
“폐하? 숨…… 쉬고 계세요?”
코앞에서 손을 휘휘 젓자, 그가 눈을 느릿하게 깜박였다.
그리고 슬쩍 얼굴을 내 손에서 멀
어지도록 뒤로 물리는 것이 아닌 가.
민망해져서 툴툴대며 손을 거두 자, 그가 말했다.
“이 말을 듣고 그쪽으로 생각이 흐른다고?”
“ 뭐가요?”
“……그대는 혹시. 하, 아니다.”
아니, 왜 말을 하다 말지?
“그럴 리가 없지……
“폐하, 요즘 왜 자꾸 혼잣말을 하 세요. 그때 일 후유증이신가.”
내 염려에 그가 한숨을 쉬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기분이 조 금 풀렸다.
나 걱정한 거라잖아!
하여, 어느새 멈춘 그의 식기를 가리키며 다정하게 말했다.
“식었네요. 그래도 매운 건 식어 도 맛있으니까, 어서 드세요.”
많이, 많이 드셔요.
“다음에 또 해올게요. 다른 종류 로.”
푹푹 한숨을 쉬고 있던 그가 내
말에 흠칫했다.
“굳이.”
“굳이라뇨. 상냥한 친구를 위한 마음이죠.”
그가 입을 딱 다물었다.
그러곤 흔들리는 시선으로 나를 보다가, 천천히 다시 떡볶이를 입 에 넣기 시작했다.
지금 조금 울상인 것 같았는데.
착각이겠지?
“흥흥!”
일정을 평화롭게 마치고 나오는 길, 나는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그야.
내 연애에 아주 조금은 희망이 있 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의 이상형에 부합하는 것은 못 할 테지만, 그래도 친구부터 시작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으 니까.
그건 그렇고.
‘흑마법사랑 짜고 치는 신전놀음 이라.’
그 사기꾼들이 날 노릴 거란 말이 지?
그러면 밖으로 나올 일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하여 나는 글렌 마시아르가 머무 르는 여관으로 향했다.
“여기서 기다려.”
“예!”
마부가 전보다는 덜 불안한 얼굴 로 씩씩하게 답했다.
“아가씨.”
“오셨습니까.”
여관에 있던 브라이언과 에이드리 언이 나를 반겼다.
그들이 통째로 빌린 곳이라서, 갑 자기 찾아가도 문제가 없었다.
두 원로는 원로 회의 때의 일에 대해 몇 마디를 나눈 뒤, 할 말이 많은 표정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 았다.
나는 일단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 사람부터 만날게.”
“……그렇잖아도 집 지키는 강아 지처럼 문만 보고 있습니다. 이쪽 으로 오시지요.”
에이드리언이 뚱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안내해 주었다.
복도 끝 방의 문이 소리 없이 열 렸다.
‘고급 여관이라 그런가, 매끄럽게 열리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나는 안쪽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백금발에 어둑한 붉은 눈.
창백한 피부를 가진 아주 연약해 보이는 어린아이가……으
“오. 안녕하세요?”
내 인사에 눈을 느릿하게 깜박였 다.
천사의 날개 같은 백금빛 속눈썹 이 나붓하게 팔랑이는 게 여기서도 다 보였다.
“스칼렛 아르만이라고 해요. 당신 이 애타게 기다렸다는 사람이죠.”
생긋 웃으며 다가가자, 그 아이의
눈이 반짝였다.
뭐야, 천사 같아!
……정말로 스무 살 같지 않지만.
그때, 다가간 나를 보던 그 아름 다운 핏빛 적안에 물기가 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르륵.
“어어?”
흐르는 눈물과 함께, 아이가 침대 에서 거의 빠져나온 자세로 내게 달려들 듯이 안겼다.
폭 하고.
“누님!”
부빗부빗 거리는 머리통이 너무 조그마했고, 조심스럽게 올려다보는 애절한 두 눈은 너무나 여리고 사 랑스러워 보였다.
“허.”
“허허.”
뒤에서 원로들의 기가 찬 웃음소 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이미 그 천 사의 눈빛에 함락당한 후였다.
저도 모르게 내 아기 요정들을 보 듬듯이 걜 마주 안아 주며 생각했 다.
“누님. 흑, 누님.”
“그래, 뭔진 몰라도 내가 누님인 걸로 하자.”
뭐지, 이 미친 듯이 예쁜 꼬마는?
세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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