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Year-Old Top Chef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최고 속도 (2)
당연히 냉장고 안에 어떤 식재료가 있든 만두를 만들 생각이었다.
애초에 이곳에 출연한 건, 강남역에 세워질 ‘반유현-그린’을 홍보하기 위해서였으니까.
다만 내가 만들 만두가 어떤 만두가 될지는 몰랐던 것뿐이다.
“진짜로 오늘 준비를 하지 않고, 즉석에서 요리를 하시는 건가요?”
팬에 만두를 굽고 있을 때, 이만식이 물어봤다.
차갑고 날카로운 말투, 악의는 담겨있지 않으나 그가 유명인이 아니었다면 누구나 오해를 했을 법할 정도로 그는 최경복의 요리를 먹기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내 요리를 먹여서 빨리 저 표정을 깨트리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만두를 만들어야겠다고는 생각했는데, 그 만두소를 무엇으로 채울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만약에 만두피도 없고, 고기도 없고 그랬다면요?”
“그에 따른 전략이 있었을 겁니다.”
“그, 그니까 지금 재료를 보고 프리스타일로 만두를 만드신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셰프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탄식했다.
반면에 어떤 셰프는 나의 과도한 자신감에 의문이 들었는지, 고개를 좌우로 갸우뚱하며 그 의문을 표현했다.
간장, 마늘, 고춧가루, 식초, 파프리카 가루 등 조미료를 첨가한 소스를 만들었고, 팬에 올린 만두를 접시에 담았다.
누가 봐도 아주 단순한 요리. 그 안에 아주 강력한 맛이 담겨있다는 것은 이전에 내 만두를 먹어 본 백원종 말고는 아무도 모르고 있다.
“와! 드디어 완성되었군요!”
셰프들의 호기심도 접시에 같이 담겼다.
호기심이란 요리라는 분야에 있어서는 기대감으로도 통용되어 사용되곤 하는데, 나에겐 매번 그런 핸디캡 같은 것이 있다.
나의 요리가 엄청 뛰어날 것이며, 충격적일 것이라는 사람들의 심리가 그런 것이었다.
맛있으면 본전,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맛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실망감을 표하기도 한다.
“컥.”
그래서 나는 항상 그들이 기대한 것 이상의 맛을 보여주었다.
“허.”
이만식과 백원종, 둘의 외마디 감탄사가 스튜디오를 울렸다.
백원종은 이전에 나의 만두를 먹어봤음에도 또 놀란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전에 보여주지 않은 맛을 담았으니까.
“돼기고기를 사용할 때, 돼지고기의 지방만을 담았습니다. 단백질의 풍미는 두부를 넣었고요. 두부는 만두가 익을 때, 그 속에 수분공급원으로 작용하기도 하죠. 그리고 돼지 지방의 과한 풍미를 중화시키기 위해 부추를 넣었습니다.”
물론, 돼지고기의 어떤 부위에 있는 지방이냐에 따라 풍미가 다른데, 최고의 맛을 내기 위해 내가 알고 있는 비율로 섞었으며, 부추 또한 크기 별로 내는 향이 달라 그것도 조절했다. 또, 만두소에 넣은 두부, 그 두부의 간수가 어느 정도의 염분을 가지고 있는지도 만두의 간을 조절하는 방법이었다.
짧은 시간 동안 이 모든 것들의 밸런스를 따졌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단언컨대 이 스튜디오에 아무도 없었다.
“흠.”
백원종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봤다.
최경복의 요리를 먹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표정이다.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맛을 음미하는 백원종.
이 충격적인 맛의 놀라움, 그 근원을 알아내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요리와 맛에 대한 조예가 깊어 그가 느끼는 충격도 다른 사람들보다 컸을 터인데, 이전의 충격을 한번 받았기에 이번엔 큰 충격을 느끼지 못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으니, 그가 느낀 충격은 더욱더 컸을 것이다.
그리고, 내 시선은 카메라가 이들의 리액션을 담듯이, 자연스럽게 이만식을 향해 이동했다.
입을 떡하니 벌리고,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탄식하고 있는 이만식이었다.
“이게……!”
“왜요? 왜요? 맛있습니까?”
“아아아! 이만식 배우에게서 저런 표정을 볼 수 있었나요?”
아직 내 요리를 먹어 보지 못한 셰프들과 스텝들은 이만식과 백원종의 리액션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하하하하하! 와우!”
이만식에게서 이런 호탕한 웃음을 본 적이 있었나.
정원돈과 이성주가 그의 웃음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씹었을 때 나오는 기름진 맛이…… 그리고 깔끔하게 어우러지는 야채들의 맛이……. 와!”
만두를 소스에 찍어 계속해서 입으로 가져가는 이만식을, 셰프들이 말리기 시작했다.
“이만식 씨, 저희도 먹어봐야죠! 그만 드셔요 하하하!”
“아아, 죄송합니다.”
악역을 완전히 미쳐버리게 만든 만두, 셰프들도 그 맛을 보기 시작했다.
“지금 드시는 맛 그대로, 저에게 사랑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도 드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
[ 냉장고를 열어라 최다 우승자 최경복 반유현 앞에 무릎 꿇다. ] [ 충격적인 맛의 연속……! 대체 무슨 맛이길래. ] [ 강남에 오픈되는 ‘반유현-그린’. 냉장고를 열어라에서 보여준 만두의 맛 재연? ] [ 연출인가 진짜인가, 끝나지 않은 반유현 맛의 논란 ]셰프들의 리액션도 많은 반응을 이끌었다.
만두를 한 입 베어 물고 어깨춤을 추는 셰프, 눈을 감고 행복한 미소를 머금은 셰프, 놀란 표정으로 입을 틀어막은 셰프…… 최경복 또한 내 만두를 먹고 대단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분량의 방송이 방영되고, 나는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이슈가 되었다.
지금 인기 검색어를 내려다봐도 모두 나와 관련된 이야기들이었다.
-반유현
-반유현 만두
-반유현 강남역 만두집
-만두레스토랑
[ 대한민국인이 뽑은 첫 유럽 여행 시 꼭 가봐야 할 식당 1위 ‘반유현’ ] [ 반유현 한국 다시 상륙! ] [ 반유현-그린, 오픈 앞두고 대중들의 관심 폭발 ]공사는 다 끝나지 않았지만, 이미 간판을 세워두고 방송에 출연했던 터라 오픈 전부터 대중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결과적으로는 성공했다.
미슐랭 평가 리스트는 작성될 때에 대중매체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빈도로 설정되니, 불과 몇 주를 앞둔 평가 리스트에 ‘반유현-그린’이 당연히 추가될 것이다.
“고생했다.”
‘반유현-그린’에서 일하게 될 셰프들 또한 나에게 메뉴 테스트를 받은 다음 날부터 집에 가지 않고 맛을 올리는 것에 힘썼다.
“수분을 조금만 더 빼야 될 것 같아. 고기는 항상 그날에 다지고, 볶아. 미리 준비해둔 고기는 없는 거야. 예약제니까, 얼마의 손님이 올지 예상이 가능하니까 나태해질 수도 있어. 그때그때, 고기를 사용하는 것이. 그래서 재료들을 미리 손질해 놨다간 다 끝장나는 거야.”
지금 당장은 100퍼센트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이들의 실력이 빠르게 올라온 것 자체에 큰 만족감이 있었다.
“권화윤.”
‘반유현-그린’의 런칭 멤버 중 검정 스카프를 받은 여성의 이름이었다.
본명은 권화윤, 주방에서 불리는 그녀의 이름이 에린이라고 한다.
랩 네임 같은 건데, 주방에서는 완벽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포부를 담고 새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무튼, 그녀가 1등을 해서 검정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있었다.
“경력, 나이, 상관없이 실력으로만 이 친구를 뽑은 거야. 한 번의 테스트를 통해 이 친구를 뽑은 것에 대해서 의문이 들거나, 미심쩍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나도 한다. 지금 단언하지만, 내 눈은 정확해. 내 밑에서 일했던 셰프들이 그랬듯이, 이번에 검정 스카프를 받지 못한 사람도, 나중에 쓰일 수 있는 거야.”
“예! 셰프!”
오픈하지도 않았는데, ‘반유현-그린’을 성공반열에 올려놓은 나의 힘에, 셰프들은 내 말을 더 철석같이 듣는다.
“그전에 이 레스토랑이 완벽한 성공반열에 오르는 게 첫 번째 목표겠지. 마지막 메뉴 테이스팅까지, 박차를 가하자, 앞으로 80시간 남았네.”
한국에 들른 김에 ‘반유현-펌킨’을 감독하기 위해 이태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밖으로 나왔는데, 벌써 수많은 사람들이 서 있었다.
오픈 날짜가 알려지고 지금부터 문 앞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었다.
꺄아아아악!
내가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소리치는 사람들, 그들을 보니 이번 한국 일정이 매우 알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리로 줄을 섰다가 적발 시에는 저희 음식을 드실 수 없습니다. 이건, 전 세계 레스토랑 ‘반유현’의 공통입니다.”
우와아아아!
“질서를 지켜주시면, 저희 셰프들은 대단한 요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겠습니다.”
***
“호박선에는 새로운 맛을 추가해야 될 것 같네요. 이게 몇 달 동안 계속 메뉴로 쓰일만한 맛은 아닙니다. 아, 호박전은 튀기는 기름이 바뀐 것 같은데 어떻게 된 건가요?”
“맛만 보고도 기름이 바뀐 것을 아니? 엄마가, 연구를 좀 했어…… 혹시 부족한 부분이 있니? 백 대표님도 오셔서 맛을 보고 괜찮다고 해서 바꿔봤는데.”
“괜찮았습니다. 이전보다 낫네요.”
주방을 둘러보고, 맛에 대한 평가를 내린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들을 지적했다. 대체로, 준수한 편이었다.
어머니의 호기심과 열정이 만든 결과.
예상컨대, 올해에 이 업소는 미슐랭을 무조건 받을 것이다.
“이번에 전 세계에 최고급 식재료들만 취급하는 딜러들이 생겼는데, 이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재료들도 그쪽에서 공수해서 공급해야겠습니다. 채널을 확보할 때까지는 지금처럼만 유지해주시고요.”
“그래, 아들, 밥은 먹었어?”
“직업이 요리사인데 밥 못 먹고 다니겠어요?”
어떤 몸으로 태어나도, 그 어머니들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내가 웃어 보이니, 나를 보며 눈시울이 촉촉해진 어머니다.
하긴, 이 몸은 원래 집안의 돈이나 갉아먹기 위해 공무원 준비하는 척을 한, 파렴치한이었으니까.
이런 성공이 감동 그 자체였을 것이다.
“저는 알아서 잘하니까요. 걱정 마세요. 더 필요한 건 없으세요?”
“아…… 요즘에, 그…….”
“뭔데요?”
내가 걱정할까 봐 무언가를 숨기는 듯한 어머니의 말투와 표정이었다.
“전화를 가끔 받았는데, 오늘은 밖에도 와 있더라…….”
어머니의 말을 듣고 곧장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내 눈에 들어온 광경에 표정이 저절로 찡그려졌다.
냉장고를 열어라의 출연으로 내가 한국에 왔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탓에 나를 이용해 노골적으로 이득을 쟁취하려는 자들이 움직인 것이다.
그전까지는 전화나 서면으로 어머니에게 압박을 넣었는데, 내가 한국에 왔다는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
유럽에서 여러 가지 레스토랑을 런칭했음에도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라, 처음엔 당황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건데요?”
내가 워낙 이름이 많이 알려져 있었고, 인지도를 생각해 저 자세를 취할 줄 알았나 보다.
꽤나 강경한 나의 대응에 적잖이 당황한 표정들이 눈에 보였다.
“주차장 건설 사업 추진비와 상인회 가입비, 월 회비를 내야 된다는 말입니다.”
이태원 상인 연합회. 회장 최원태.
백발의 짧은 머리를 하고 있는 그는 회원들과 함께, 현수막을 들고 거리에 나와 시위를 하고 있었다.
물론,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은 그들을 무시했기에 매출에는 영향이 없었다.
그런데, 이런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것 자체가 내 브랜드와 이미지에 타격이 있기에, 이 사람들은 그 점을 이용했다.
“이 업장 덕분에 거리가 너무 더러워졌고, 줄을 선 손님들의 소음 때문에 옆의 레스토랑과 술집들에 손님이 줄어들었습니다. 거리에 통행 문제도 있고요.”
“그게, 그쪽에 회비를 내면 해결될 문제입니까?”
“그렇습니다. 상인회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이런 사소한 문제들이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최고속도로 달리다 보면, 도로 위의 작은 돌들이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 법이니까.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오만 원짜리 몇 장 던져주고 해결해도 될법한 문제지만, 그 방법도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모든 것을 고려해보니, 내 대응법은 더욱더 간단해진다.
“10원짜리 한 장 주기 싫은데, 가져가든가.”
최원태가 얼굴이 시뻘게져 나에게 서서히 다가오자, 덩치가 산만 한 내 경호원들이 그를 막아섰다.
그리고 주먹이 사람 얼굴만 한 경호원 한 명이 묵직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정당방위 성립요건,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을 것, 본인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일 것,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
별말이 아닌데, 경호원의 덩치와 주먹 크기와 더해져 괜스레 최원태를 주눅 들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