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7 Koryo III Corps RAW novel - Chapter 404
049. 구출(2)
“이렇게 세 분이 오기 전에 이 일로 상담을 한 팀이 얼마나 될 것 같습니까?”
“……?”
“얼마나 많은 제안을 받았을지 짐작이 안 되십니까?”
“하아…….”
“홈페이지에 메일 주소가 있습니다. 해외에서 수많은 메일이 오고 있습니다. 그들은 얼마나 제시할 것 같아요?”
해외의 메일에는 이야기를 해 보고 싶으면, 내년에 찾아오라고 했다.
올해는 와 봐야 만나 주지 않을 거다.
그래도 오면 만나 주지 않으면 된다.
“으흐음.”
“행동이 빠른 중소기업이 먼저 찾아왔습니다. 대기업도 슬슬 연락해 오고 있습니다. 고민 많이 했을 것입니다. 그들도.”
“으……음.”
“이 기술이 탐나면 십조, 아, 다시 말하지만, 원이 아니고 달러입니다. 그러면 제휴해 드릴 수 있습니다.”
“너무 과한…….”
“제휴 금액 협상은 없습니다. 과하다 생각이 들면 안 하시면 됩니다.”
그 돈을 내고도 하겠다고 하면, E레벨의 7D 프린터 한 대를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돈을 낼 만한 곳은 없을 거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십니까?”
김윤기, 아니 본명 진병선이다.
“내가 가치를 증명할 필요가 없죠.”
“네?”
“필요로 하는 사람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지불하고, 가치가 없으면 안 하시면 됩니다. 그뿐입니다.”
“그래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시는군요. 안녕히 가십시오.”
“……하.”
할 말 없지?
“음…… 생산 캐파가…….”
역시 김윤기다.
“그런 걱정은 우리가 합니다.”
“…….”
조병원은 재미있는 구경거리를 만났다.
윤과 김윤기는 서로 한숨만 표시 나지 않게 쉰다.
돌겠지?
돌고 싶을 거다.
“와, 가만 생각해 보니 심각하네. 보조 배터리 업계가 파산하는 거 아냐?”
조병원의 중얼거림이 긴장감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된다.
저 철딱서니 없는 것 같은 말이 도움이 될 수 있다니.
“아무 말이나 막 또 하지?”
“야, 그나저나 너 사라진 일주일 동안 혹시 미래에라도 갔다 온 거야?”
‘정답.’
“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속으로만 정답이라고 하고, 화를 냈다.
인정해도 믿지 않겠지만, 정신 병원 가라는 소리 나올 거다.
“아, 그렇지. 웃기는 상상이지.”
“잘 아네. 웃기는 상상인 거.”
“그게 아니면 지금 네가 하는 짓이 설명이 안 되지 않아?
“짓?”
설명이 안 되기는 한다.
조병원의 추론은 무척이나 합리적 타당성이 있기도 하고.
“아, 미안. 그럼, 이제 네가 전 세계의 보조 배터리는 다 먹는 거야?”
“조병원.”
“야이 씨바, 내가 너를 취조해서 네 나이도 다 아는데, 자꾸 맞먹을 거냐?”
“내가 내놓은 것이 보조 배터리만 내놨냐?”
짜증이 나서 일행에 상관없이 반말이 나갔다.
“아, 그…… 아…….”
“그리고 조병원아. 우리 정 부장님도 계시는데, 너는 날 취조할 때처럼 하잖아?”
“아, 씨. 그래도 너보다 나이 한참 많은 내게 야, 개똥아 하고 부르듯 이름을 팍팍 부르는 건 아니지.”
“그렇다 치고, 그럼 너도 존대해. 나도 존대해 줄 테니.”
“…….”
조병원이 정우찬을 슬쩍 쳐다보았다.
그러나 정우찬은 그냥 벽만 바라보았다.
“내가 틀렸어?”
“하, 씨바. 할 말 없게 만드네, 미안해. 아, 미안 합니다.”
이 사람의 이런 자세를 보면 나쁜 놈은 아니다.
그래도 이런 놈들을 소개하는 자리는 불편하다.
“사과 받아들이지.”
“에이, 씨바, 진짜 열통 터져 못살겠네. 역시 전역을 시키면 안 되는…….”
“…….”
태영은 말 대신 조병원을 보았다.
“알았어, 아, 알았습니다. 그나저나…… 하, 씨바. 입 다물고 있겠습니다. 최 사장님.”
“그리고 두 분 다 가명이죠?”
“……으음.”
“어, 흡.”
놀라는 모습이라니.
조병원도 태영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또 볼일이 없기를.”
“야, 야.”
조병원이다.
조금은 미안함을 담은 말이지만 상관없다.
“혹시 또 보게 된다면, 그때도 이렇게 속이면, 그냥 넘어가지 않습니다.”
본명을 불러 줄까 생각을 잠시 했다.
그렇지만, 어찌 알았게?
그래서 안 불렀다.
“자, 안녕히.”
“…….”
“…….”
“그래, 그래. 할 말 없으면 마치자.”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고, 조병원이 정리를 했다.
“조병원, 그럼 된 거지?”
반말을 하는 것으로 한 번 더 조병원을 찔렀다.
“너, 씨, 자꾸……?”
“네가 존대하면 나도 한다니까.”
[마스터, 그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왔습니다.]“으음.”
이윤수 일행과 납치되어 간 주서현이 왔다.
***
“사장님.”
“어서 와요. 주서현 씨, 고생 많이 했습니다.”
“히잉, 사장님.”
주서현은 회의실로 들어오자 눈물부터 흘렸고, 도도도 달려와 태영에게 폭삭 안겼다.
‘아니 근데, 얘가 왜 나에게 와서 안기냐?’
얘가 아니지.
현실 나이 기준으로 주서현은 태영에게 한참 누나뻘이다.
어찌 되었건, 주서현이 고생한 것을 생각해서 바로 밀어낼 수가 없다.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이윤수 대표, 정진길 부장, 박인경 사원이다.
그 뒤에 엉거주춤, 탄탄한 체격의 키 큰 남자 한 명이 보였다.
“주서현 씨, 저 사람인가요?”
“네에, 사장님.”
그제야 몸을 떼며 돌아서서 손짓으로 이진기를 불렀다.
“당신은 조금 있다 이야기하지, 좀 기다려.”
태영의 말에 이진기는 회의실 안의 한쪽에 말없이 부동자세로 섰다.
전역했지만, 하는 행동이 군인 맞다.
풍기는 기도로 보아 아주 훈련이 잘된 군인이다.
“이 대표님.”
“네.”
“사무실, 옮깁시다. 이 건물 안으로. 그리고 주서현 씨 며칠 좀 쉬게 해 주고.”
“네, 우리는 그러면 더 좋습니다.”
[마스터, 그들이 창고 앞에 도착했습니다.]농가 창고에 그놈들의 동료들이 도착한 모양이다.
***
농가 창고.
손용인의 부하, 성덕윤.
이름 대신 사용하는 별명은 ‘존’이다.
주로 거친 일을 맡아서 한다.
불법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다.
창고 문을 여는 순간 바로 고개를 돌리고 숨을 멈추었다.
퀴퀴한 창고의 악취에 섞여 나는 냄새.
피 냄새에 대소변 냄새가 섞여 구토가 올라왔다.
가을의 저녁이라 해는 넘어갔다.
불도 없으니 창고 안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어둡다.
그렇지만 상황이 단박에 이해되었다.
“하아.”
오는 동안 계속 전화를 했다.
신호는 가도 받지 않는 전화에 계속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왔다.
“차에 가서, 랜턴 가져와.”
“네.”
2조의 ‘표’가 옆을 보고 눈짓을 했다.
‘혈’이 재빨리 자동차로 가서 랜턴 2개를 가져왔다.
창고 안으로 앞장서며 랜턴을 켰다.
엉망진창이 된 창고.
그 가운데에 세 사람이 쓰러져 있다.
“하으으으.”
낮은 신음을 지르는 ‘영’의 입.
입술이 일부 입 안으로 밀려들어 간 것처럼 보였다.
바로 옆에 이빨로 보이는 허연 물체가 피에 섞여 있다.
피는 말라붙어 이미 까맣게 변했다.
죽지는 않았지만, 부상이 심각하다.
“넷을 보냈는데 왜 셋이야?”
누워 있는 자들은 대답을 하지 못한다.
이쪽 멤버 중에 ‘강’이 얼마 전 입대했다.
입대를 미루다 서른이 가까워지면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의 자리를 채울 자를 물색하던 중 마음에 드는 놈이 있었다.
“그놈.”
그놈만 여기에 없다.
특전사를 전역한 자.
이력서만으로도 탐나는 놈이었다.
불법적인 일을 하는 것을 알면 입사를 거부하거나 출근해도 퇴사할 수 있다.
발을 빼지 못하도록 올가미를 걸어야 했다.
그래서 일부러 이 작전에 투입했다.
이번 일로 올가미에 걸려서 발을 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놈만 보이지 않는다.
“일어나, 새끼들아.”
발로 다리를 툭툭 차며 소리를 질렀다.
“프하 ‘소……소……노미’ 프헙.”
‘영’은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무언가 말을 하려 했지만,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다.
단음으로 부르는 별명 중에 ‘소’는 없다.
아마 신입인 ‘종’을 부르는데, 말이 새는 것 같다.
“다들 상태가 어떤지 확인해 봐.”
“영은 양쪽 무릎이 완전히 나갔습니다. 오른쪽 다리는 역으로 꺾여 있습니다. 그리고…… 거긴?”
“‘강’은 숨을 쉬기는 하는데, 이대로 두면 죽습니다.”
“썅.”
욕이 절로 나왔다.
“‘철’은?”
“어깨뼈가 부러지고, 무릎이 완전히 나갔습니다. 이제 더는 일을 못 할 겁니다.”
“씨발 새끼.”
눈에 보이지 않는 ‘종’, 아니 ‘종’이 아니라…… 그놈 이름이 뭐였더라?
회사에 들어가면 이력서가 있을 것이다.
“반드시 죽인다.”
이빨이 뿌드득 갈렸다.
“그렇다고 해도, 세 명이 한 명에게 당했다고?”
여자도 없다.
그럼 여자를 구해 갔다는 것이다.
그 정도로 강했다고?
보호할 여자까지 있는데도 셋이 당했다?
그게 맞으면, 동료가 되었으면 최상인 놈이다.
이젠 적이 되었다.
“‘기’”
“넵.”
“인근의 병원 응급실에 연락해 봐. 1시간 전후로 부상당한 1남 1녀가 들어온 일이 있는지.”
‘존’은 ‘영’의 눈꺼풀을 올려 보았다.
정신은 있는 것 같지만 정상이 아니다.
“구급…… 아, 아니다. 우리 차에 실어라.”
“‘존’ 님, 구급차에 싣고 응급조치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야, 이 새끼야. 이 정도 부상이면 병원에서 경찰에 연락할 수도 있는데, 경찰이 오면 뭐라고 변명을 할 거야?”
“아…… 그…….”
“빨리 데려가서 실어. 우리가 늘 가는 병원으로 갈 수 있게. 병원에는 가다가 연락하기로 하고.”
이런 일을 하다 보면 심각하게 부상을 입는 일이 있다.
그때는 병원에서 경찰에 신고할 수도 있다.
혹시라도 경찰이 조사 나오면 안 된다.
이번 일은 순서상으로 ‘국’이 맡을 일이었다.
‘국’은 오른팔, 자신은 왼팔로 불린다.
언젠가 미국에 다녀온 후.
매일같이 ‘왜 너만 살아왔는데’에 대한 욕을 했었다.
‘왜 너만 살아왔는데’와 관련되는 일인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기회여서 자신이 맡겠다고 했다.
그런데 일이 이 지경이 되었다.
‘뭐가 잘못된 거지?’
‘기’는 계속 전화를 하고 있다.
‘표’와 ‘혈’이 쓰러진 셋을 조심스럽게 차로 데려갔다.
그사이에 자신의 보스에게 전화를 했다.
완벽하게 실패한 것 같은데, 변명은 떠오르지 않았다.
보스는 누군가와 통화 중인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나중에 다시 보고하는 수밖에.
~피시식~
자동차로 가고 있는데 무언가 소리가 난다.
~삐꺽~
노을보다 짙은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지만 보였다.
타고 온 차 두 대가 기울어지는 중이다.
“뭐야?”
“갑자기 타이어에 구멍이 났습니다.”
“뭐? 우리가 타고 올 때 아무 문제없었지 않아?”
“네, 방금, 방금 뭐가 픽 소리가 나더니 손가락이 들어갈 만한 구멍이 생겼습니다.”
“갈아 끼워.”
“앞뒤 타이어 네 개 다 뚫렸습니다. 갈아 끼워도 한 개밖에 안 됩니다.”
“하, 씨발, 씨바아~~~~아아알.”
이번 일을 맡고 나서 제대로 풀리는 일이 없다.
가만있는 자동차다.
총을 맞은 것도 아닌데, 왜 그런 구멍이 생기느냐고?
“구급차 불러. 그리고 응급실 전화해 봤어?”
“네, 지금 이미 네 곳과 통화했는데 모두 없습니다.”
“아아아아악.”
그때였다.
타이어를 살피던 ‘혈’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다 몸이 기우뚱하더니 나동그라졌다.
“뭐야? 왜?”
‘표’가 랜턴으로 ‘혈’을 비췄다.
‘혈’은 무릎을 부여잡고 있다.
무릎에는 피가 흥건하게 흘러나왔다.
“왜, 왜 그래?”
“아악, 모,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으으으, 뜨끔하더니 이렇게…… 으아아아, 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혈’이 비명을 질러 대는 것을 멈추지 않고 계속 소리를 질렀다.
두 무릎에서 피는 계속 흘러나온다.
‘표’가 손을 대려고 하자 손도 대지 못하게 한다.
뜨끔 하는 정도에서 저렇게 상처가 커?
그리고 비명을 질러?
“음? 이…… 아악, 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이번에는 ‘표’가 뭐지? 하는 듯한 표정.
바로 비명을 지르면서 자동차 문을 잡았다.
하지만 무릎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듯 자동차 문을 잡고 빙그르 돌면서 나가떨어진다.
“아아아아악, 으하아아아악.”
이 새끼들이 엄살이 왜 이리 심해?
칼에 찔려도 짧은 신음 한번 지르지 않던 놈들인데.
이게 무슨?
‘표’가 떨어트린 랜턴을 재빨리 찾아 들었다.
혹시 누군가 있나 하고 랜턴으로 비추며 찾았다.
보이는 것은 하루살이 같은 벌레다.
“누구야. 씨발. 나와, 나오라고.”
고함을 질렀다.
분명이 그놈이 맞을 거다.
‘강’을 대신하기 위해 긴급하게 오늘 처음 투입된 그놈 ‘종’.
그런데 안 보인다.
아무리 주위가 어둑어둑해도 몸을 완벽히 감출 수는 없다.
그럼 그놈이 아니라는 것인데?
대체 뭐야?
뭐가 보여야 대응을 하지.
보이는 것은 쓰러진 ‘표’와 ‘혈’.
전화를 하다가 놀라서 ‘표’를 바라보며 엉거주춤한 ‘기’가 전부다.
여기는 버려진 농가 창고이다.
주변에는 숨을 곳이 없다.
농가는 이곳에서 몇 백 미터가 넘게 떨어져 있다.
“아아아악.”
이번에는 ‘기’가 비명을 질렀다.
~뜨끔~
자신의 양쪽 무릎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간 듯하다.
갑자기 통증이 밀려온다.
“아아악, 아아아아아.”
‘기’의 비명이 이해가 되고, 부하들의 비명도 납득이 된다.
무릎에 느껴지는 무지막지한 통증.
마치 종아리 아래의 근육을 집게로 집어서 뜯어내는 것 같은 무시무시한 아픔이다.
그 아픔이 하반신을 지나 온몸을 관통했다.
“으아아아악, 으으으읍.”
입을 앙다물었지만 소용이 없다.
입술 사이로 비명이 튀어나왔다.
칼끝을 무릎에 박아 넣고 아래위로 마구 흔들어 헤집는 것 같다.
힘줄을 잡아당기는 것 같기도 하다.
“으하아아아, 으흐으읍.”
‘이대로 죽는…….’
처음으로 공포가 밀려왔다.
결코 벗어날 수도 참을 수도 없는 통증.
부하들도, 자신도 비명을 질렀다.
보스는 여전히 전화를 받지 않는다.
‘국’에게 전화를 해서 도움을 청하면?
거기서 이곳까지 1시간 이상 걸린다.
이미 의식이 없는 부하들 셋은 죽을 수도 있다.
살아나려면?
119밖에 없다.
경찰이 찾아와 조사를 할지라도, 일단 살아야 다음이 있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