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20-second songwriting genius, a 200,000-second monster RAW novel - Chapter 92
20초 작곡천재, 200,000초 괴물 되다 92화
상승장을 부르는 광고(1)
집에 돌아온 것은 밤 11시가 넘어서였다.
도어락을 누르자마자 엄마, 동생이 잠에서 깨어나기는 했지만, 늦은 밤이기도 했고.
간단한 환영 인사만을 받은 뒤, 다시 잠이나 퍼 잤다.
놀랍게도 다음 날 나를 깨운 것은 세은이였다.
“오빠! 오빠 일어나 봐! 빨리!”
일본에 오래 있어서 그런가, 여동생이 오빠를 깨운다는 비현실적인 일본 애니 속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더라.
기분이 그닥 좋지는 않더라.
눈 뜨자마자 보이는 게, 동생 얼굴이라니.
“에이씨.”
“…그게 무슨 반응이야?!”
내가 돌아눕자 이번에는 등짝에 스매싱을 갈기기 시작했다.
타격기는 솔직히 별 타격이 없었지만, 눈앞에 들이밀린 문장 때문에 눈이 자연스레 떠졌다.
-‘찢었다’ 일본 공연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 칼미아와 작곡가 김도일, (애칭 음주)… 인기 걸그룹 ‘퍼플 밤’의 표절 사실 무대에서 밝혀
“….”
기사가 떴다.
물론 기사가 뜨는 것 정도야 이미 예측을 하고 있던 상태라 별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
중요한 점은….
“…공중파넹.”
“맞아.”
“KBN이네.”
“응.”
종편 뉴스채널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국내 최대의 국영방송이 나를 물었다는 것.
“와우.”
“겨우 그거야!?”
잠 때문인가, 실감은 잘 안 가더라.
다만,
“아들 일어났니?”
콧노래를 흥얼거리시는 엄마와, 케이블TV의 뉴스 화면을 보고 있자니, 슬슬,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내가 본격적으로 이 한국 땅에서 알려지고 있다는 느낌이!
“…봐봐! TV에도 나와!”
집안이 떠나가라 소리치는 동생.
어머니는 TV에 핸드폰을 들이밀며 촬영까지 하고 계셨다.
…사실 TV에 나온 건 이게 처음은 아니다.
실시간 생방 무대에 선 적이 있지 않은가?
다만, 이렇게.
내가 ‘직접’ TV에 비치는 내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라고나 할까.
…몸이 존나 크긴 하네?
“출근해서 자랑해야지~ 요즘 이 낙에 내가 살아 호호.”
“선물도 꼭 자랑하세요.”
“그러엄~ 그나저나 정말 괜찮니? 이렇게 비싼걸….”
평생 장보기용 500원짜리 에코백만 들고 다니시던 엄마는 내가 사 온 면세품 가방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계셨다.
뭐, 그렇게 크게 비싼 건 아니지만서도.
효도는 언제나 기분이 좋은 법.
“밥 먹자!”
어머니는 아침임에도 고급스러운 식기에 좋은 재료를 쓴 반찬을 내어주셨다.
동생이 아침마다 반찬 투정하는 게 아침 기억의 전부였는데.
뭐, 이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사도 해야 하는데.’
각종 작업비는 주식계좌에 차곡차곡 넣어두어서 불려 나가고 있는 중.
다만 아직까지 아파트 매매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듯했다.
“이번 년도 내에 아파트 월세 들어가죠.”
“어….”
“엥?!”
두 눈을 활짝 벌리는 두 사람.
“진짜 오빠!? 우리 아파트로 이사가?!”
“…무리하는 거 아니니? 아들 휴식도 챙겨가면서….”
나는 별다른 대꾸 없이 실실거리며 밥을 밀어 넣고, 교복을 챙겨 집에서 나왔다.
맞아주는 것은 따사로운 햇살과 녹이 멋지게 피어난 난간. 외장 페인트가 다 떨어져 나간 우리 주공아파트와 확연히 대조되는 건너편 고급 아파트 단지.
“….”
뉴스 화면에는 분명 무대 위의 내 모습이 비치고 있었는데.
시야에 있는 수많은 집 안에, 지금 내 모습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100분의 1 정도는 되지 않을까.
평소 신물이 나도록 보는 풍경이었지만, 조금은 새로운 기분이었다.
“…빨리 가서 인터넷 확인이나 하자.”
아주 살짝,
학교에까지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으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지만.
다행히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긴 뭐. 학교까지 따라오면 수업 방해니 기자가 대수니 욕을 들어먹을 확률이 높아지게 마련이니.
다만,
“김도일이다….”
“김도일이다아아아아악!”
우리 학교 애들의 반응은 예상대로더라.
아니,
“신께서 돌아왔다아아아악!”
이제는 뭐랄까,
종교가 되어 있는 것 같더라.
“무엄하다! 길을 비켜라!”
“신께서 행차하신다!”
우르르르르.
몰려드는 인파와, 자진해서 인간 세이프라인을 만들어 나를 반까지 안내하는 추종자들.
…아직 내가 전 세계급은 아니지만, 적어도 학교에서만큼은 비슷한 위상을 미리 체험해 보고 있는 것 같달까.
물론,
“…썰 좀 풀어줘!”
“인터넷에 나와 있는 설명이 맞는 거야?!”
엄청나게 밀려드는 질문에 하나하나 대답해 줄 수밖에 없었지만.
“퍼플 밤이 내 곡을 베꼈고, 참교육 완료.”
이 정도 귀찮음이야 충분히 감내할 만하다!
“크으….”
“와 진짜… 나 쇼츠에 올라온 영상 보고서 지렸잖아.”
“나… 나! 같이 사진 좀 찍어주라!”
“나도!”
처음 내가 공모전에서 입상했을 때에는 적이 많이 생겼었다.
괜히 경계하고, 괜히 꼽주고.
어떻게든 발목을 잡으려는 인간들이 많았다는 소리다.
하지만 적어도, 이 학교에는 더 이상 그런 인간들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겠다.
그래,
찰칵-!
이렇게 환하게 터지는 플래시 라이트를 보고 있자니!
“아 X바 눈부셔.”
“동영상은 금지다! 신께서 노하셨다아아아악!”
“어떤 새키야!”
뭐, 그렇다.
나는 곧바로 잉스타 화면을 열었다.
간단하게 댓글이나 팔로워 숫자를 확인하려는 속셈이었지만서도.
이틀 전에 확인한 게 10만 초반대,
어제 저녁에 비행기 타며 확인한 팔로워 숫자가 23만 정도.
다만 지금은….
“30만….”
솔직히 말하자.
얼떨떨하다.
원래 내 잉스타 채널도 규모에 비해 댓글이 많이 달리는 편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진짜 댓글창이 터지려고 한다.
나는 꿀꺽.
침을 삼킨 다음,
평범한 여행자처럼 공항에서 찍은 마지막 개시물을 터치했다.
댓글 :
보라돌이 : 원래 퍼플 밤 팬이었고, 이번 앨범 1위 놓쳐서 진짜 아쉬웠었는데 !!! 작곡가님 거였다니!!! 사랑합니다!!!
└qkehfdl : 작곡가 ‘님’?
└보라돌이 : 님자 붙이면 안 되는 건가요?
└qkehfdl : ‘폐하’
└보라돌이 : ㄷㄷㄷㄷ
└문수수 : ㅋㅋㅋㅋㅋㅋㅋ
└im su__ : 아니 폐하까지는 ㅋㅋㅋㅋㅋㅋ
00878 : 근데 ㄹㅇ 피아노는 어떻게 부순 거? 저 광선검 어디서 팔아요?
└qkehfdl : 아마존에서 파는 500달러짜리랑 비슷하긴 한데… 이거 소재 플라스틱인데?
00878 : ㄹㅇ? 어케한거임 대체?
Ejrqqhrdl : 솔직히 진짜 존나 멋있다
└minssee : ㅇㅈ
└vhr vh : 진짜 ㅇㅈ
-김민철 : 누군가에게는 그저 작곡가일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신이다. ‘1,000명대’에 구독한 본인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namin01 : 유일한 업적이 이사람 우튜브채널 빨리 구독한 거예요?
└김민철 : ㅇㅇ
└namin01 : ㅅㅂ ㅋㅋㅋㅋㅋ
└Ejrqqhrdl : 뭘빠개 존나부러운데
성래 : 형님사랑합니다형님사랑합니다형님사랑합니다 우리자기보다 사랑합니다 진짜 존나멋있다
└uen hi00 : 주글래?
└성래 : 응 안들려 난 진심이야
└uen hi: 나야 이사람이야
└성래 : 자기는 쌀이랑 물이랑 뭐가더 소중해?
└성래 : 전화 왜 안받아?
“….”
몇 개 읽다가 내려놓았다.
그래도 전에는 뇌 빼놓고 스크롤 내리다 보면 끝이 보였는데, 이제는 그 정도 수준이 아니다.
“기사는! 기사는 안 읽어!?”
“엄청나게 떴어!”
초록창 뉴스의 연예 칸 최상단에 내 이름이랑 퍼플 밤이랑 칼미아랑 막 뒤죽박죽 난리도 아니더라.
엄청나게 논란이 되고 있었고, 기사가 기사를 생산해 내고 있었고, 그리고 떡밥을 문 사람들이 내 우튜브에 찾아오고.
그리고….
[실시간 급상승 : xx5]올라갔다.
’True neon’의 피아노 버전이, 조회수 100만을 뚫고, 올라갔다.
“…와우.”
“크으… 나도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
“으아아아아.”
…뭐, 댓글들은 잉스타랑 비슷하다.
어느새인가 ‘60만’까지 솟아오른 구독자들이 내뿜는 화력이란, 내 상상을 뛰어넘고 있었다.
“수업 시작한대! 다 돌아가!”
“김도일은 우리 거다악!”
수업시간이 도래하고,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뿔뿔이 흩어지는 학생들을 보며, 확신이 들었다.
“…작전 성공이다.”
처음에는 일본에 확산의 거점을 마련한다는, 소소한 목표였다.
다만 그 소소한 목표는 다이너마이트처럼 폭발하여 국내의 인지도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일본 쪽 반응은 아직 확인하지 않았긴 했지만,
우튜브 렉카들이 해외에 갈고리를 거는 순간, 내 의지랑 상관없이 반응을 알게 되지 않을까.
“진짜 수고했어.”
“고마워 봄아.”
짝궁의 진심 어린 축하를 맞닥뜨리니 조금 마음이 풀어지는 듯한 느낌.
다만,
‘…물이 제대로 들어왔구만.’
나는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왜, 그렇잖아.
한국, 일본 사람 ‘전부’에게 이름이 알려진 것도 아니고,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구 2억조차 안 되고.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은 80억 전 세계 사람들이 내 곡을 듣는 것.
많이 올라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중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목표에만 열중하는 건 좀 그렇지.’
주변 사람을 챙기지 않고, 막 달려가다가 후회하는 사람을 여럿 봐왔다.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넉넉한 크기의 자동차와 경치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아파트.
적어도 이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다행히도 나의 팔로워는 고공 행진 중이었고, 수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고, 그것은 곧 돈이 됐다.
이제 잉스타에 X가튼 방울뱀비늘추출샴푸 같은 거 앞 광고만 때려도 떼돈을 벌 수 있다는 거다!
‘…샴푸는 좀 그런가?’
옛날 같았으면 좋다구나 달려들었을 텐데.
배때지가 불러오니 무슨 광고를 할지 고민까지 됐다.
확인은 안 했지만, DM 좀 슥 둘러보면 협찬 문의가 쌓여 있지 않을까….
“도일아.”
“응?”
봄이는 뭔가 웃음을 참는 듯한, 생글생글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기내식 맛있었어?”
“맛있었지.”
“첫 비행 감상은?”
“처음엔 좀 무섭더라고”
…첫 비행의 첫 기내식. 아주 유쾌한 경험이었다.
근데….
“갑자기?”
“히히힣.”
보통 비행기 타는 거 말고 현지에서 먹은 음식 같은 걸 물어보지 않나?
궁금증이 들었고, 봄이는 슬쩍, 자신의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비행기에서 곯아떨어져 있는 내 사진이었다.
“…엥?”
“할아버지가 찍어줬어.”
뭐가 뭔지 잘 몰랐다.
다만, 기억을 되짚어보니 내 옆자리에 있던 댄디해 보이시는 할아버지와 옆에 앉아 있는 봄이의 코가….
좀,
꽤 닮아 있었다.
“설마?”
“할아버지 옆자리였더라? 너 귀여우셨대!”
“….”
…설마설마 했는데.
뭔가, 만난 적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봄이네 할아버지였구나.
“…대단한 우연이구만.”
“히히힣.”
“인사도 제대로 못 드렸는데.”
“에이~ 괜찮아. 좀 있다 만날 수 있을 거니까.”
“그럼 다행인데…. 응? 좀 이따?”
“응!”
봄이는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할아버지랑 아버지네 회사… 광고 좀 해주면 안 돼?”
나에게 부탁했다.
“광고….”
“나도 자세한 건 잘 모르겠는데… 일단 물어보래!”
“종목은?”
“제조업이야.”
…브랜딩 광고에 내보낼 BGM이 필요하신 걸까?
뭐가 됐든 나에게 있어서는 아주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한껏 올라간 몸값.
이 몸값을 활용할 첫 스타트를 끊어놓아야 한다.
게다가 저런 브랜딩 광고는 단가가 매우매우 세다. 로고 하나에 수억씩 박아넣는 게 기업들이니….
“고마워…!”
나는 봄이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할 뿐이었다.
“그럼 학교 끝나고서… 아, 학원 들렀다가 가도 돼?”
“응!”
그렇게 방과 후에 약속이 잡혔다.
나는 평소대로 수업을 받고, 쉬는 시간에는 질문을 받고.
눈코 뜰 새 없이 학교 일과가 지나가고.
…하루 동안 반응을 안 하니 우튜브는 또 난리가 나고.
‘우선 다음 일정이라도….’
나는 우선 불타오르는 댓글창을 잠재우기 위해 대충 ‘우선 광고 하나 만들 겁니다~’라는 공지를 써 놓았다.
그리고 의자에서 일어나자마자,
-뿌직!
신발이 앞창이 살짝 찢어지더라.
“…학원 들렸다 신발도 살까?”
“그래야겠어.”
지금까지 열심히 뛰었다는 증거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친구네 가족들 앞에서 이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후딱 학원에 선물을 뿌릴 작정으로 서둘렀다.
다만,
“아….”
“어…?”
…학원에 들어가기도 전, 나를 맞아준 것은.
‘학교’에서 진을 친다는 민폐적인 선택지를 피한,
무수히 많은 기자들이었다.
“김도일 씨!”
“인터뷰 부탁드립니다!”
“퍼플 밤과의 사건에 대해 한 말씀만요!”
“다니고 계신 학원에서 들었는데, ‘퀸 엘리자베스’를 정복하신다는 게 사실입니까?!”
“러시아 정세 문제로 차이콥스키는 스킵하는 건가요?”
“이후 공연이나 대회 일정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와우 X벌.’
…그야말로, 쏟아지는 질문들.
학교에서 받았던 것보다 더더욱 엄청난 기세의 질문들.
예상하던 것도 있었고, 예상 못 하던 질문도 있었다.
특히 입도 뻥끗도 안 한 퀸 엘리자비스는 대체 뭐지?
“다음 준비된 퍼포먼스가 있습니까!?”
나는 질문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서서히 뒷걸음질을 쳤다.
다만,
나의 신발은 더 이상의 압박을 버티지 못하겠다는 듯이,
푹-!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찢어지며 역으로 내 발을 묶어둘 뿐이었다.
“….”
찢어진 신발, 드러나 버린 발가락.
그를 찍는 수많은 대포 카메라들.
“발가락….”
“설마… 다음에는 발가락으로 연주를…!?”
“대회 따위는 발가락으로 충분하다는 건가?!”
이상한 추측이,
확산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