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etective that grows by taking away others ability RAW novel - Chapter 98
098화
“하아… 너 정말…….”
성현은 한숨을 한 번 깊게 쉬고는 쪽지 한 장을 적어 내게 건넸다.
“여기가 루어가 운영하는 술집이야.”
“루어가 운영한다고?”
“리벤지의 아지트로도 쓰이니까 한번 가봐.”
“…….”
“네가 왜 갑자기 기억 찾겠다고 나서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었으면 한다.”
성현의 말 한마디에 미소를 짓고 떠나려다 다시 한번 그를 불렀다.
“김성현!”
“어?”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뭔데?”
“넌 왜 날 도와주는 거냐?”
그는 내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 미소를 지었다.
“알게 될 거야.”
“어?”
“네가 기억을 찾게 되면, 내가 왜 널 도와주는지 알게 될 거라고.”
“뭐… 그래. 알았어.”
* * *
“그러니까 일주일 뒤, 나카무라 쇼헤이라는 사람이 한국으로 온다는 거지?”
“그래.”
“그리고 그 사람이 네가 찾던 조직 사람이고.”
“맞아.”
리페어의 도움을 받아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이도운은 그녀의 사무실에 앉아 양주를 마시다 이를 꽉 깨물었다.
“곧 있으면 계획이 진행될 테고 내가 어디로 오는지도 다 찾아 줬는데… 왜 그렇게 화가 난 얼굴일까?”
“내가 화가 났다고?”
“딱 봐도 누구 하나 죽이겠단 표정인데?”
리페어의 말에 이도운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진우… 그 새끼…….”
“이진우라면… 요한? 걔 말하는 거야?”
“전쟁터도 아닌 이런 곳에서 이런 식으로 굴욕을 당한 건 처음이거든. 그래서 이런 굴욕감을 준 그 새끼를 죽여버리고 싶어.”
“복수야?”
“복수? 복수라…….”
이도운은 리페어의 질문에 미소가 천천히 굳어졌다.
“아니, 복수보다 더 달콤하면서 진한 것…….”
* * *
김성현에게 정보를 얻고 나는 루어가 운영한다는 술집으로 향했다.
술집 안으로 들어서자 지난번 사무소로 찾아왔던 녀석들이 몇몇 보였고, 그들은 내 얼굴을 보더니 살기를 들어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진정해.”
루어의 말 한마디에 그들은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여전히 그들은 내게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혼자 술 마시러 온 것 같지는 않고, 우리한테 무슨 볼일 있어?”
루어의 질문에 나는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킹 구해달라고 무릎 꿇고 빌 때는 언제고… 이제는 나한테 볼 일이 없으니 당당하다 이건가?”
루어는 내 말에 이를 한 번 꽈악 깨물고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여기 온 이유나 말해. 정말 술 마시러 온 거면… 칵테일 한 잔 정도는 타줄 테니까.”
“킹은 어디 있지?”
‘킹’이라는 말에 루어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킹을 만나러 왔다고?”
“그래. 그 새끼는 어디 있어.”
“킹은 왜 찾으려고 하는 거야? 복수?”
“복수… 예전엔 할 생각이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거든.”
“그럼?”
그녀의 질문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 살기를 가득 품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내 기억을… 되찾으러 왔다.”
“기억?”
루어와 나의 사이에서 신경전이 펼쳐지던 순간.
“거기까지 해.”
라고 말하며 킹이 나왔다.
“안녕? 형.”
“킹…….”
“무슨 일로 날 찾아왔을까?”
“네가 봉인한 내 기억을 되찾으러 왔다.”
“기억?”
“그래, 네가 말했잖아. 내 기억을 네가 봉인시켰다고.”
“그랬나?”
킹의 말에 나는 이를 꽉 깨물었다.
“지금 장난치는 거냐?”
“근데 기억을 되찾아서 뭐 하려는 거야?”
왜 기억을 찾고 있냐고?
킹에게 찾아오면서 그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단순한 호기심?
아니면 무언가라도 얻을 것 같아서?
솔직히 무언가를 얻는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다.
그런데도 왜 찾으려고 하냐고 묻는다면…….
“신경 쓰이니까.”
“뭐?”
킹의 질문에 나는 주먹을 녀석에게 내지르며 소리쳤다.
“그 여자애가 신경 쓰여서 못 참겠거든!”
퍼억!
킹은 내 주먹을 붙잡고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여자애?”
“그 여자애만 보면 이상할 정도로 눈물이 흘러나와서 미치겠어. 그러니까… 찾을 거야. 걔가 누군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재밌는 일이라는 건 알겠어.”
“그러니까 당장 내 기억… 풀어.”
“…….”
킹은 내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미소만 지었다.
“풀라고.”
“미안하지만, 그건 불가능해.”
“뭐?”
그는 내 질문에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아주 어린 시절에 한 일인 데다 지금의 형은 나보다 더 강해.”
“그게 뭐 어쨌다는 건데?”
“형한테는…….”
킹은 고개를 돌려 붉은 눈을 보이고 말을 이어갔다.
“내 능력이 안 통한다는 거야. 더 이상.”
“그럼…….”
“나한테는 방법이 없어.”
젠장.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거…….
있다.
한 가지의 방법이.
나는 떨리는 손을 한 번 바라보고 주먹을 쥐었다.
“하아…….”
왜 항상 이런 스토리냐고…….
나는 그들의 아지트에서 나와 지은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지금 어디야?”
―어?
“갈 데 있는데 지금 어디 있냐고.”
―나 지금 집인데…….
“지금 너희 집으로 갈게.”
―뭐?! 나 씻었는데?
“30분 내로 준비해.”
―어 어…? 자, 잠깐…….
지은이와 전화를 끊고, 나는 다시 강남 경찰서로 향했다.
“김성현!”
“요한?!”
“너, 나랑 어디 좀 가자.”
“어?”
나는 성현의 손을 붙잡고, 경찰서 밖으로 빠져나왔다.
“도대체 어디 가려고 하는 건데?”
“아까 킹한테 가기 전에 얘기했던 거 기억하지?”
“뭐, 보육원?”
“맞아. 거기 갈 거야.”
“거긴 갑자기 왜?”
“가면 알아.”
성현을 데리고 나온 다음, 보육원에 가기 전 지은이를 데리러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
“요한?”
“뭐해. 어서 타.”
“뭐야? 둘이서 가는 거 아냐?”
“일단 타. 이 녀석도 있어야 하는 일이니까.”
지은이는 내 말에 아쉬운 듯 입술을 삐죽 내밀고 차에 올라탔고, 나는 그들을 한 번 바라보고 보육원으로 향했다.
* * *
“여긴…….”
성현은 내가 데려온 곳을 보더니 놀라 눈을 크게 떴고, 지은이는 꺼림칙한듯 인상을 찌푸렸다.
“가자.”
“가자니… 어딜?”
“안으로.”
다시 한번 건물 안으로 발을 들이자 나도 모르게 온몸이 경직되며,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젠장.
이런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지은이가 내 손을 잡고 미소를 지었고, 그녀 덕분에 떨리던 손이 진정되었다.
“고마워.”
“별 말씀을.”
지은이의 도움을 받아 건물 안에 들어가 지난번 그 지하로 들어갔다.
지하로 들어가자 둘 다 얼굴을 찡그렸고, 나는 그들보다 앞서 나아가 잠겨 있던 철문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이번에도 문에 손을 대자 온몸에 소름이 올라와 나도 모르게 문을 놓아 버렸다.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다시 한번 떨리는 손을 부여잡고, 문을 잡아당겼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기다란 복도가 눈앞에 펼쳐졌다.
“이게…….”
복도?
“가… 볼까?”
나는 침을 한 번 크게 삼키고, 복도를 걸어갔다.
복도를 걸어가던 중 갑작스럽게 이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명이 심해졌고, 환청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으윽…….”
머리를 감싸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자 지은이와 성현이 내게 달려왔다.
“요한!”
“왜 그래?”
“아무것도 아냐. 그냥 어지러워서…….”
“그럼 일단… 돌아가자.”
성현의 말에 나는 그의 어깨를 붙잡고 애써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그리고 돌아가봤자 나중에 다시 돌아오면 또 똑같아지니까.”
“뭐?”
“아무것도 아냐.”
나는 그들의 부축을 받으며 그대로 복도를 나아갔고, 복도의 끝에 다다르자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두 개가 나타났다.
“여기서 어디로 갈까?”
“갈라지는 게 좋지 않아?”
둘의 대화를 듣던 중 하얀 가운을 입은 여성이 아래층으로 내려는 환각이 보였고, 나도 모르게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아래층?”
성현과 지아는 내 손가락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아래층엔 문이 있었던 흔적과 함께 방이 있었다.
방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 울리던 이명이 사라지고, 왠지 모를 익숙함이 느껴졌다.
나는 성현의 어깨에서 내려와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갔고, 지은이와 성현도 내 뒤를 따라 함께 들어왔다.
방안은 초라했던 입구와 다르게 엄청나게 거대한 실험실이었던 장소로 보였다.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안에서 어떤 실험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우리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다 머릿속에서 그려졌다.
상상에 빠져있는 동안 김성현은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구석에 틀어박혀서 헛구역질을 내뱉었고, 지은이는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우욱!”
“괜찮아?”
“어, 괜찮아…….”
“지은아, 너는?”
“…….”
둘 다 블루문 사건 때 초면이었던 것 같은데 이곳을 둘 다 안다는 건…….
“너희 여기 가만히 있어.”
“어?”
“어디 가려고?”
“여기 좀 둘러보고 올게.”
“혼자서?”
“난 괜찮으니까 너희들이나 몸 잘 챙겨.”
둘은 내 말에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그들과 떨어져 주변을 조금 더 둘러보기 시작했다.
안을 둘러보기 시작하자 동영상이 재생되듯 실험이 진행되는 과정이 머릿속에서 떠오르기 시작했고, 깊이 들어갈 수록 환청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살려주세요.] [아파요. 제발 멈춰주세요.] [하지 마세요. 용서해주세요.]귓가엔 어린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맴돌았고, 온몸은 이상할 정도로 차가운 공기에 떨리기 시작했다.
“닥쳐…….”
[제발… 그만, 그만해주세요.]“시끄러워.”
[아파!]이내 아이들의 울음소리는 머릿속까지 울릴 정도로 괴로워져 나는 귀를 막고 소리쳤다.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럽다고! 제발 좀 닥쳐!”
괴로워하던 순간.
꿈속에서 들었던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겁먹지 마. 내가 지켜줄게.]“네가 지켜 준다고?”
그 순간.
누군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던 나의 눈을 가리고, 꽈악 끌어안았다.
“누구?”
“괜찮아.”
“지은아?”
“괜찮아. 겁먹지 마.”
떨리는 손으로 그녀의 손을 내리자 지금까지 보였던 환각과 환청이 전부 사라졌다.
“허억, 허억… 허억…….”
“무슨 일 있었어…?”
나는 지은이의 질문에 식은땀을 닦아내고 미소를 지었다.
“아… 아니, 아무것도…….”
나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주고 자리에서 일어나 지은이를 바라봤다.
“내가 거기서 기다리라고 했는데… 왜 여기까지 온 거야.”
“어떻게 널 혼자 내버려 두고 가.”
“그럼 김성현은?”
“아…….”
“얼른 돌아가자.”
“응.”
되돌아간 곳엔 이미 의식을 잃은 채 피를 흘리고 있는 김성현과 그를 붙잡고 있는 킹이 눈에 들어왔다.
“킹!”
“이야… 역시 형이야?”
우린 서로 바라보며 신경전을 벌였고, 녀석이 내게 한 걸음 다가오는 순간 나는 그림자의 능력으로 녀석의 앞에 나타나 주먹을 내질렀다.
휘익!
“왜 봉인된 기억을 꺼내 달라고 했나 했더니… 찾았구나.”
킹은 내 주먹을 피하고 씨익 웃더니 내게 손날을 날렸다.
휙!
서로의 공격을 피하고, 근접해서 서로 신경전을 펼쳤다.
“왜 찾으려고 하는 거야? 모르는 게 행복한데…….”
“웃기지 마.”
“이게 농담하는 걸로 보여?”
나는 그의 말에 이를 꽉 깨물었다.
“형은 나한테 고마워해야 돼.”
“고마워하라고?”
“남들은 그 기억 속에서 괴로워하는데, 형만 아무것도 모른 채 행복하게 살고 있잖아.”
“그 엿 같은 소리 적당히 해. 아무것도 모른 채 소중한 사람들을 잃고, 되찾고, 다시 빼앗기지 않기 위해 싸우는 게 얼마나 괴로운 줄 알아?”
“그렇다면 형은 모든 걸 알고, 뒤에 지켜야 할 사람이 많은 내 어깨가 얼마나 무거운지는 알고 있어?”
“누가 그딴 엿 같은 짓을 하라고 시켰어?”
“이런 개 같은 짓을 하지 않으면… 우린 이미 다 죽었어.”
“내가 엿 같은 소리 적당히 하라고 했지!”
나는 녀석을 향해 다시 한번 주먹을 날렸고, 킹은 뒷걸음을 치며 나와 거리를 벌렸다.
“진짜 부럽다. 형. 아무것도 몰라서…….”
“닥쳐.”
“그나저나…….”
그러고는 킹은 우리 세 명을 보더니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오랜만이네.”
“뭐?”
“이 조합…….”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나는 녀석에게 재빠르게 다가가 한 번 주먹을 내질렀고, 킹은 내 주먹에 맞아 그대로 바닥에 털썩 쓰러지고는…….
퍼억!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하하하!”
“뭐, 뭐야…….”
“진짜… 아무도 기억 못 하는구나.”
킹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은이를 바라봤다.
“이렇게 네 명이 모인 거… 정말 오랜만이야. 그렇지? 예은이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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