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should be taught by another genius RAW - Chapter (145)
천재는 천재가 가르친다. 145화
충돌(2)
“미친놈.”
호른은 놈을 밀쳐냈다.
그러나 놈은 마치 거머리처럼 호른에게 달라붙었다.
쾅! 쾅!
호른과 놈의 검이 부딪힐 때마다 연약한 열차 내부가 으깨지고 부서졌다.
“큽!”
검은 늑대 기사들 중에서도 검기의 충돌에 육체가 버티지 못하고 귀와 코에서 피를 흘리는 사람이 나타날 정도였다.
‘여기는 안 된다.’
열차 복도는 겨우 한두 사람 정도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고 긴 형태다.
저 정체불명의 하얀 기사를 둘러싸서 공격할 수도 없는 구조다 보니 부하들의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정적으로 이 하얀 기사는 호른과 동일한 5성 기사.
이 열차 내에서 이 기사를 감당할 수 있는 건 베오울프와 호른 둘밖에 없었다.
호른은 하얀 기사의 검을 계속 받아내며 뒤로 천천히 밀어냈다.
놈의 실력이 제법인 것은 확실하지만, 호른의 실력에 미칠 정도는 아니다.
힘과 스피드는 비슷하지만 놈에게 결정적으로 경험이 부족했다.
호른은 부서진 검기 파편의 각도를 조종해 놈의 허벅지나 팔뚝을 긁어댔고, 놈의 양팔과 다리는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검기를 사용하는 기사들 간의 1 대 1 싸움에서 자주 벌어지는 전투 양상이지만, 놈은 이런 기본적인 검기 운용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싸우며 놈의 힘줄을 끊어 큰 타격을 입히거나 아니면 놈이 큰 움직임을 보일 때 반격을 노리면 생각보다 손쉽게 놈을 제압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상하군.’
사람이 가장 피곤해지고 경계가 해이해질 새벽 2시에서 4시 사이.
그리고 무조건 1 대 1 승부밖에 할 수 없는 장소적 특이점까지.
놈이 습격하기에는 굉장히 좋은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호른보다 못한 실력으로 그것도 당당하게 정문으로 공격을 들어오다니.
만약 호른이 놈이었다면 베오울프가 머물고 있는 칸의 창문을 부수고 들어와 습격을 했을 것이다.
아니면 베오울프가 타고 있는 차량을 공격해 전복시키거나.
‘일단 생각은 나중에 하자.’
후우웅-!
호른이 검기로 긁어대기 시작하자 놈은 결국 버티지 못했는지, 호른의 검을 위로 강하게 쳐올리고 몸을 들이밀었다.
하지만 호른은 이걸 노리고 있었다.
호른은 놈이 어깨 차징 공격을 해올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고, 몸을 옆으로 돌려 피해냈다.
그리고 힘껏 무릎으로 놈의 복부를 찍었다.
콰아아앙!
오러를 듬뿍 머금은 무릎이 놈의 복부에 직격하자 놈은 마치 포탄처럼 열차 승강문을 뚫고 날아갔다.
놈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기사들이 몰려왔다.
“단장님!”
“난 괜찮다. 어서 각하와 부인께서 괜찮으신지 확인해라.”
베오울프가 머물고 있던 1등실 문이 열리며, 베오울프가 나왔다.
“우린 괜찮다. 그것보다 방금 그자는 누구지?”
베오울프의 말에 호른은 곧바로 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왜 그리고 무엇을 노리고 들어온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진상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하얀 늑대 기사들에게 보고는 안 들어왔나?”
“예. 정기 보고 시간에 분명히…… 아,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호른은 차량 사이를 연결하는 문을 열었다.
베오울프가 머물고 있는 차량은 엔진룸과 제일 가까운 1번 차량이었고, 1번 차량과 연결되어 있는 2번 차량은 보안 문제 때문에 아예 텅 비워놓았다.
호른이 2번 차량 문을 열자 차량 밑에는 붉은 피로 흥건했다.
“스타인 경!”
일반인 복장을 하고 있었지만, 호른이 익히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하얀 늑대 기사단 3팀 대장이자 4성 기사인 스타인 경이었다.
스타인은 놈에게 기습 공격을 당했는지 눈도 감지 못하고 죽어 있었다.
“이게 도대…….”
쩌어어엉-!
그때 호른의 머리 위에서 폭음이 터졌다.
“긴장을 늦추지 마라. 호른.”
뒤에서 들리는 베오울프의 목소리.
호른은 재빨리 자세를 다시 잡았다.
호른은 정면을 쳐다봤다.
정면에는 부서진 검 조각이 복부에 박혀 있는 새하얀 기사가 피를 흘리며 호른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게 무슨.”
호른은 눈을 의심했다.
저 사내는 좀 전에 호른과 죽기 살기로 싸웠던 하얀 기사였다.
분명 차량 밖으로 보내 버렸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돌아올 수 있었던 걸까?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호른이 눈치도 채지 못할 새에 공격을 한 거지?
“조심해라 호른. 사피아 가문의 암살자다.”
베오울프는 놈의 이동술을 똑똑히 봤다.
아주 짧은 순간 그림자에 몸을 숨겨 기습 공격을 했다.
그림자에 몸을 숨겨 빠르게 돌진하여 뒤를 공격하는 검술을 사용하는 가문은 사피아 가문 하나밖에 없었다.
“사피아 가문이라면 이미 멸문한 가문이지 않습니까?”
“몇 달 전 황도에서 사피아 가문 출신의 암살자가 티그리스의 제자들을 습격했다는 정보를 받은 적이 있다. 아마 그 잔당인 모양이군.”
“그래서 스타인 경이 속수무책으로……. 젠장.”
호른은 피를 흘리고 있는 놈을 향해 검을 치켜세웠다.
“네놈은 도대체 누구냐.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공격을 해온 거지?”
“나……?”
하얀 기사는 선홍색 피를 한 움큼 토해내며 말했다.
“펠렌이 이곳에 스승님들이 두 명이나 있다고 싸우라고 했어……. 그리고 배우라고 했어.”
하얀 기사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오늘 많이 배우겠다.”
사내는 배에 박힌 검 조각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들었다.
아예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서걱-!
베오울프가 나설 필요도 없이 호른이 나서서 놈의 목을 베었다.
놈의 목이 하늘을 날며 바닥에 추락했다.
호른은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낸 뒤 목이 잘려 나간 시체를 훑었다.
‘……상처가 없다.’
호른이 좀 전에 싸웠을 때, 놈의 팔과 다리에 잔 상처들을 내놓았건만 아무 상처가 없었다.
상급 포션으로 빠르게 회복시켰다 해도 흉터라도 남는 게 정상이지만 아무런 상처가 없었다.
“뭔가 굉장히 찜찜하군.”
베오울프의 말에 호른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역에서 잠시 내리신 후, 황국에 보고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베오울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 열차를 타고 내려가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일단 간략하게 진상 조사를 한 뒤 다음 역에서 내려 황국의 증원을 받는 게 나았다.
“다음 역에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겠군.”
“예? 그게 무슨…….”
호른은 고개를 들어 정면을 쳐다봤다.
차량 문이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왔다.
방금 호른이 죽인 하얀 기사였다.
하얀 기사는 고개 숙여 인사했다.
“정식적으로 인사할게. 내 이름은 오슬로야.”
오슬로는 검을 뽑아 들었다.
“잘 부탁해 스승님들.”
호른은 검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각하. 여기는 제가 맡겠습니다. 각하께선 부인께 가보십시오. 놈이 혼자서 이런 무모한 일을 벌일 리가 없습니다.”
호른의 말엔 일리가 있었기에 베오울프는 오슬로를 잠시 노려본 후 입을 열었다.
“그럼 부탁하지.”
“예. 알겠습니다.”
베오울프가 차량으로 사라지자 오슬로는 검을 붕붕 돌리며 천천히 다가왔다.
“이야기는 다 끝난 거지? 그럼 시작하자.”
오슬로는 뱀처럼 다시 돌진해 왔고, 호른은 놈의 돌진 공격을 돌진 공격으로 받아냈다.
쾅!
호른과 오슬로의 검기가 충돌하자 열차가 휘청였다.
열차가 뒤집히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었기에 호른은 힘을 빼고 난타전으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이럴 때 사용하기 적합한 검술이 하나 있었다.
호른의 오리지널 검술
쇄도하는 늑대.
콰과과과광!
오슬로는 호른의 난격에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아직 정식적인 검술 명칭이 붙여지지 않은 이 검술은 호른이 틈틈이 개발한 검술이었다.
특히 이 ‘쇄도하는 늑대’는 단순히 살육을 위한 검술이 아니라, 난격을 통해 상대방의 균형을 무너뜨리 게 목적이었다.
호른의 검이 쇄도하자 오슬로는 너무나도 빠르고 정교한 공격에 결국 균형이 무너졌고 몸통이 순간 열렸다.
호른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복부를 향해 앞발차기를 갈겼다.
콰아아앙!
놈의 몸뚱아리는 문을 뚫고 다음 3번 차량으로 튕겨 나갔다.
3번 차량도 1등석으로 이번엔 사람들이 있었다.
“꺄아아아악!”
1등실 차량이 부서지자 객실에 머물고 있던 손님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생존자가 있어?’
당연히 생존자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건만 놈은 이상하게도 사람들을 모두 살려두었다.
정 수틀리면 베오울프와 연결된 차량을 끊어버릴까 생각했건만 생존자가 있다면 그런 수는 쓸 수가 없다.
‘일부러 살려둔 건가? 그럼 왜 하얀 늑대 기사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거지? 미리 죽인 건가?’
여러 의문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놈이 어떻게 부활했는지 그 진상을 모두 파악한 뒤, 해결하는 것이 제일 중요했다.
오슬로는 몸을 털고 일어나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음……. 방금 이렇게 한 건가?”
오슬로는 호른을 향해 달려들었다.
콰과과과광!
‘이놈이!’
오슬로는 방금 호른이 오슬로에게 사용했던 ‘쇄도하는 늑대’를 사용했다.
완벽하게 베끼진 못해 속도도 힘도 떨어져 어설펐지만 분명히 쇄도하는 늑대였다.
호른은 놈의 난격을 모조리 막아낸 후 놈의 오러 고리가 과열되어 숨을 돌리는 틈을 이용해 검을 꽂아 넣었다.
“쿨럭!”
오슬로의 심장에 검이 박혔지만, 오슬로는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호른은 오슬로의 집요함에 혀를 차며 뒤로 물러났다.
오슬로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작게 웃었다.
“……배웠다.”
오슬로는 그 말을 뒤로 쓰러졌다.
호른은 놈의 시체를 보지도 않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4번 차량, 5번 차량, 6번 차량까지.
사람들이 모두 생존해 있었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이게 무슨 일이에요? 트레인 가드들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호른은 손님들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달려 나갔다.
호른은 감지계 오러 운용술 ‘마나의 실’을 사용했다.
놈의 부활 조건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부활 장소는 꼬리 칸 쪽에 있다는 것은 확실했다.
탁한 잿빛의 마나의 실이 위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보자마자 고개를 숙였다.
슥!
오슬로의 검이 호른의 뒷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오슬로는 다시 호른이 사용했던 ‘쇄도하는 늑대’를 사용했다.
좀 전보다 더 정교해지고 빨라졌다.
하지만 호른은 침착하게 모든 난격을 받아낸 후 목을 잘라냈다.
서걱-!
쇄도하는 난격은 호른의 오리지널이다.
저 검술의 약점을 호른이 모를 리가 없었다.
호른은 놈이 죽은 것을 확인하자 계속 꼬리 칸으로 달려 나갔다.
개인 방도 없이 간단한 간이 천막과 침대만 놓여 있는 3등실에 도착했다.
손님들은 모두 피가 묻은 검을 들고 다니는 호른을 보자 기겁하며 침대 위로 올라섰다.
승무원들도 호른의 살기 어린 눈빛을 보자마자 옆으로 비켜섰고, 호른은 계속 꼬리 칸으로 향했다.
다시 보이기 시작한 잿빛 마나의 실.
호른은 정면에서 돌진해 온 오슬로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콰아아앙!
검기가 부딪히며 주변에 있던 민간인들의 귀와 코에서 피가 흘렀다.
심지어 어떤 이는 눈알이 터져 피까지 땅을 구르는 사람도 생겼다.
“끄아아아아!”
그러나 오슬로는 주변 손님들이 다치든 말든 상관없이 집요하게 공격했다.
조각난 검기가 민간인들에게 날아가기 시작하자 오히려 호른이 신경 쓰여 제대로 검을 휘두르기가 힘들었다.
오슬로는 호른의 검이 좀 전보다 시시해지자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래? 왜 갑자기 약해졌지? 벌써 지친 거야?”
오슬로는 호른의 눈동자가 두려움에 떨고 있는 시민들에게 향한 것을 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사람들이 신경 쓰여?”
오슬로의 말투엔 살기도 분노도 그 어떤 감정의 편린조차 담겨져 있지 않았다.
“그러면 안 되지.”
호른의 뒷덜미가 오싹해졌다.
“잠……!”
오슬로는 검기를 있는 힘껏 가득 담아 호른에게 내질렀다.
호른은 어쩔 수 없이 똑같이 검기를 가득 담아 맞받아쳤다.
콰아아아왕!
그러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호른의 검기와 오슬로의 검기가 터져 나가며 차량 외벽이 부서졌고, 민간인들은 모조리 차량 밖으로 빨려 나갔다.
“이 개자식이!!!”
호른은 죽은 민간인들의 시체를 보자 눈이 뒤집혔다.
오슬로는 오히려 분노한 호른이 마음에 들었다.
호른이 분노하니까 지금까지 감추어두었던 검술들과 노하우들을 쏟아냈기 때문이었다.
호른은 오슬로의 검을 위로 쳐올린 뒤, 다리에 오러를 듬뿍 담아 놈의 옆구리에 박아 넣었다.
오슬로는 차량 밖으로 떨어져 나갔다.
호른은 가쁜 숨을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부서진 차량 안엔 온통 피와 살점들뿐이었다.
이 차량에 살아 있던 민간인들이 모조리 죽은 것이다.
호른은 이를 뿌득 갈며 꼬리 칸 문을 열기 위해 다시 손잡이를 잡았다.
그러나 감히 열지 못했다.
다음 칸에도 민간인들이 있다.
만약 다음 칸에서 또 싸우면 이 산산조각 난 차량 내부처럼 민간인들이 휩쓸리게 될 것이다.
호른은 그 꼴을 다시 볼 자신이 없었다.
그때, 차량 문으로 검 하나가 삐죽 튀어나왔다.
호른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차량 문이 조각나며 오슬로가 걸어왔다.
오슬로의 검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네놈 설마…….”
조각난 문 너머로 피를 흘리며 죽어 있는 시민들이 보였다.
“스승님이 신경 쓰는 것 같길래……. 그냥 다 죽였어. 이러면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
뚝!
호른의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이 미친 새끼가아아아!”
호른은 오슬로에게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그때, 오슬로의 뒤에서 거대한 대검 하나가 호른을 향해 날아들었다.
대검은 호른의 귓불을 스치고 지나가 호른에게 정확히 날아갔다.
호른은 이를 악물며 대검을 쳐냈다.
쾅!
있는 힘껏 대검을 막아냈건만 호른의 양팔은 저렸다.
마치 오우거의 방망이를 직격으로 막은 듯한 느낌이었다.
호른은 오슬로의 뒤편에서 천천히 걸어오는 하얀 옷을 입은 룩스교 사제를 노려봤다.
“네놈은 또 누구냐.”
그러나 사제는 호른의 말에는 대꾸도 하지 않고 오슬로에게 말했다.
“오슬로. 네 교육은 이제 끝이다.”
“……왜? 페이라? 난 아직 덜 배웠어.”
“이 난리를 피웠는데 티그리스나 베르강이 나타나지 않은 걸 보면, 티그리스나 베르강은 열차 습격을 모르고 있거나 물리적으로 도달하기 힘든 상황임이 분명하다.”
페이라의 오른손이 붉게 물들더니 방금 호른에게 날렸던 흉흉한 대검으로 변했다.
쿵!
“그럼 본 작전으로 들어가는 게 맞겠지.”
“아직 난 덜 배웠는데……. 어쩔 수 없지.”
오슬로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 페이라의 뒤로 물러났다.
“네놈들이 원하는 게 뭐냐? 왜 이런 학살을 벌이는 거냔 말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이라…….”
페이라는 대검을 질질 끌고 천천히 다가갔다.
대검이 얼마나 무겁고 날카로운지 검날이 바닥에 닿기만 했는데도 강철로 만들어진 바닥이 종잇장처럼 찢겨 나갔다.
“우리는 잘 모르겠고, 내가 바라는 것은 하나다.”
페이라는 대검을 내던졌다.
훙!
호른은 검기를 가득 담아 페이라의 검을 받아쳤다.
그러나 페이라의 대검을 갈라내지도 막아내지도 못했다.
호른의 몸은 뚫린 천장을 통해 하늘 높이 날아갔다.
“평화.”
이어서 페이라는 하늘 높이 솟아오른 대검을 아래로 내리찍었다.
오른팔에서 이어진 거대한 대검이 붉은 촉수를 타고 길게 늘어지더니…….
열차를 세로로 조각냈다.
* * *
베르강은 저 멀리 들린 폭음에 검을 강하게 쥐었다.
‘……벌써.’
하늘 높이 비산하는 열차 차량 조각들이 흉흉한 달빛에 반사되어 번쩍였다.
얼마나 많은 민간인이 희생을 당했을지 도저히 감도 오지 않았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어.”
베르강은 옆에서 들려온 아모리스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모리스는 마녀답다랄까?
안장이 달린 빗자루를 타고 전속력으로 달리는 베르강의 옆을 쫓았다.
아모리스는 불이 붙은 곰방대를 한번 휘저었다.
곰방대 끝에서 탁하고 끈적이는 연기가 흘러나오더니 기묘한 포탈을 만들어냈다.
아모리스는 포탈 속에 손을 집어넣더니, 거대한 검은 낫을 꺼내 들었다.
검은 낫의 날 부분에는 베르강도 처음 보는 기묘한 글자들이 음각되어 있었다.
“난 준비할 게 있어서 다른 곳으로 가볼게. 넌 먼저 열차 쪽으로 가.”
베르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