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genius villain's infinite absorption power RAW novel - Chapter 91
92. 공손해야지.
퍼덕. 퍼덕.
힘차게 날갯짓하는 악마들이 수혁이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얇은 팔다리와 달리 복부는 마치 잔뜩 공기가 들어간 풍선처럼 비대했다.
짧은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다가온 악마들은 수혁과 시릴라를 발견하고는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며 히죽거렸다.
“살아있는 남자 인간하고… 여자 흡혈귀가 왔네? 희한한 조합이다. 오래 살다 보니 별일이야?”
“으으음~ 야들야들한 살결이 너무 그리웠는데. 저 인간은 케르베로스 먹이로 주고 흡혈귀는 우리가 맛보자.”
“오오- 그것참 좋은 생각이군. 그런데 얘들은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지?”
“그게 중요해? 빨리 먹자! 맨날 딱딱한 혈석만 먹으니 지겨워 죽겠어!”
벌써 음식으로 보는지 몇몇 악마들은 침을 흘리며 입맛을 다셨다.
수혁을 둘러싼 악마는 총 5명.
아공간에서 검을 꺼내자 악마들이 경계의 눈빛을 보냈다.
특히 그들의 시선은 수혁이 꺼낸 검에 집중되었다.
“으응? 우리 기사들 검이잖아? 이봐 인간. 그거 어디서 났어?”
“이런 멍청한 놈. 직접 잡아 놓고 물어보면 되지. 이봐 인간. 그 검 내려놔. 흡혈귀 너도 이리 와라.”
그저 툭 던지는 말 같지만 그들이 하는 말에는 알 수 없는 힘이 존재했다.
수혁의 머리 위에 쓴 ‘엘프 여왕의 왕관’이 빛을 내뿜으며 저항했지만 안 그래도 패닉 상태에 빠져있던 시릴라는 저항하지 못했다.
천천히 악마들에게 걸어가는 시릴라와 달리 수혁이 아무렇지 않자 악마들이 의아한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옥의 악마들인 그들의 고유 권능을 거부하는 자는 처음이었다.
“너는 어떻게 우리의 언령(言霊)을 저항하지? 볼수록 신기한 인간이구나. 우리 기사단의 검까지 가져 놓고는.”
“따질 게 뭐 있어? 잡고 보자.”
계속 침을 질질 흘리던 악마가 참지 못하고 바닥을 박찼다.
두툼한 손바닥으로 수혁의 목을 노리자 검은 칼날이 곧바로 악마의 손을 잘랐다.
서걱.
어찌나 빠른지 자신의 손이 잘린 줄도 모르고 손목을 들이댄 악마가 당황한 듯 입을 벌렸다.
“어? 어?!”
서걱. 툭.
검은 칼날이 목을 스치자 악마의 당황한 얼굴이 그대로 잘려 땅으로 떨어졌다.
“저… 저 자식이?!”
“보통이 아니다!”
날개를 퍼덕거리며 당황한 악마들처럼 수혁 역시 깜짝 놀랐다.
그간 게이트의 보스나 빌런을 잡았을 때 얻었던 경험치보다 몇 배는 더 월등했다.
그것도 이 악마 한 마리가.
어째서 지옥의 악마 경험치가 이렇게 높은가 생각해 봤더니 이 녀석들이 부리는 언령의 권능이 생각보다 강력한 것 같았다.
경험치는 엄청나고 적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엘프 여왕의 왕관을 쓴 수혁에게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
현재 악마 네 마리가 남아 있고, 저 성채 안에는 몇 마리가 더 있을지 모르는 상황.
수혁의 차가운 입꼬리가 올라갔다.
이곳이 알고 보니 경험치 보너스 구간이잖아?
“미… 미친 인간이 컥!”
수혁의 검에 꿰뚫린 악마가 마지막으로 털썩 땅으로 쓰러졌다.
악마들의 피를 흡수해 경험치를 얻고 싶었지만 죽음을 맞이한 지옥의 악마들은 전부 가루가 되어 버렸다.
그래도 경험치가 팍팍 오른다.
“…?”
언령에 홀려 가만히 서 있던 시릴라가 제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두 눈이 없는 탓에 보이는 것은 없지만 달라진 분위기는 느낀 것 같았다.
“악마들이 전부 어디 갔지? 설마… 당신이?”
몸을 돌린 시릴라가 수혁을 향해 물었다.
텅 빈 동공이었지만 그녀의 궁금증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고개를 끄덕였던 수혁이 아차 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좋은 경험치원이더군.”
“맙소사… 괴물인 줄 알았지만 이 정도라고?”
시릴라가 턱이 빠질세라 입을 크게 벌렸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 그녀에게 수혁이 점잖게 경고를 날렸다.
“내가 널 지금껏 살려두는 이유는 선지자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야. 그 입은 이제 조심하는 게 좋을걸? 아니다. 아니지. 이제 지옥에 떨어졌으니 그 머릿속에 있는 정보를 좀 들어야겠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런 게 중요해? 우리는 이곳에 갇힌 거라고! 나는 이곳에서 되돌아가는 주문은 모른단 말이야!”
“그래. 이런 상황이니 굳이 숨길 필요 없잖아? 서로 다 털어놓고 가자고.”
그의 말이 와닿는지 시릴라가 잠시 머뭇거렸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녀는 자포자기한 듯 마침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이 없는 시릴라는 수혁의 음흉한 표정을 전혀 알지 못했다.
“뭘 알고 싶은 건데?”
“선지자는 누구지?”
“선지자님… 아니지. 이제 굳이 그런 이름은 필요 없겠네. 그분의 이름은… 키프로스다.”
“키프로스? 어디서 이름을 들어봤는데?”
그제야 마린느가 예전에 얘기했던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8대 금지인가 그걸 만들었던 사람하고 이름이 같네?”
수혁의 혼잣말에 시릴라가 흠칫 놀랐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그분이 맞다.”
“뭐?! 그 사람은 어떻게 이 세상에 나온 거지?”
“그분은 위대한 마법사이자 선구자이시다. 사실상 그분이 무엇을 못 하는지 찾는 것이 더 어려울 거다.”
“대체 선지자가 비셔스를 만든 이유는 뭐야?”
“그건….”
시릴라가 잠시 말끝을 흐렸다.
수혁이 잠시 시릴라의 답변을 기다리던 찰나 그들이 서 있는 대지가 크게 떨리기 시작했다.
드드드득. 쿠르릉.
땅이 갈라지고 바닥에서 거센 용암이 치솟았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시릴라를 붙잡고 갈라지는 땅을 피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마치 뒤에서 그들을 덮치려는 것처럼 살아 움직이는 용암이 계속해서 쫓아왔다.
용암을 피하기 위해 몸을 계속 움직이자 어느새 그들은 악마들이 뛰쳐나왔던 성채에 도달했다.
마치 그들을 유도한 것처럼 성채 앞으로 도착하자 거세게 요동치던 용암은 멈추며 잠잠해졌다.
“조용하니 이제 얘기를 더 해 볼까?”
“이런 상황에서?!”
분명 텅 빈 동공이었지만 멀쩡했다면 미친놈처럼 봤을 게 분명했다.
개의치 않은 수혁이 말을 재촉하려 했으나 이번엔 성채의 문이 열리며 악마들이 튀어나왔다.
“침략자다!”
“전부 무기를 들어라!”
끝이 포크처럼 갈라진 삼지창을 든 악마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퍼덕거리며 공중을 날아다니는 녀석들도 있었고, 땅이 울리도록 성큼성큼 뛰어나오는 녀석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수혁은 옆에 있던 시릴라의 곁에 다가가 물었다.
“비셔스 왜 만들었어?”
“…지금 그게 중요해?”
두 눈이 보이지 않지만 온통 악마들에게 둘러싸였다는 건 시릴라도 느낄 수 있었다.
어차피 죽을 운명은 똑같고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시릴라가 말을 계속 이어 나갔다.
“키프로스는 헌터들을 통제해 고레벨이 되는 걸 막고 싶어 했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세계는 멸망한다는 말과 함께. 그는 너희 세계를 지킨다는 대의명분이 있었지.”
“우리 세계를 지킨다고? 이해가 안 가는군. 그렇다고 헌터들을 오염된 피로 커럽티드로 타락시켜?”
“그건….”
“죽어라-!”
가까이 다가온 악마가 끝이 날카로운 삼지창을 내질렀다.
두 사람을 모두 꼬치처럼 꿰고 싶었는지 욕심을 부린 악마에게 돌아온 것은 수혁의 짜증이었다.
“말을 좀 들으려는데 계속 끊어 먹네?!”
챙. 서걱.
삼지창을 쳐 낸 검에서 붉은 검기가 뿜어지자 악마가 그대로 갈라졌다.
이어서 사방을 검으로 난자하자 붉은 검기가 대지와 허공을 모두 찢어발기려는 기세로 퍼져 나갔다.
검기와 맞부딪친 악마들은 잘려 가루가 되었고, 간신히 몸을 피한 악마들은 투쟁심을 끌어올리며 수혁에게 쇄도했다.
개중엔 시릴라를 노리는 자들도 있어 수혁이 발을 굴렀다.
“치잇.”
발밑에서 생겨난 박쥐들이 시릴라를 두껍게 감싸며 악마들의 삼지창에 당하는 걸 막아 냈다.
원치 않게 그녀를 지키면서 싸우게 된 수혁이 쉬지 않고 발을 놀리며 악마들에게 다가갔다.
삼지창에 검을 끼워 비틀며 빼앗으려던 악마는 압도적인 힘에 오히려 삼지창을 본인이 빼앗겼다.
“엇!”
콰직. 콰지직. 콰직.
검에 끼인 삼지창을 풍차처럼 돌리며 악마들을 갈가리 찢은 수혁이 저 멀리 공중에서 삼지창을 내려찍는 악마에게 본인의 삼지창을 되돌려 주었다.
“쿠엑!”
삼지창에 맞은 악마가 땅으로 떨어지나 싶더니 가루로 변해 삼지창만 땅에 박혔다.
[악마 기사단의 검 : 신체 +125, 죽은 자의 생명력을 흡수하여 체력을 보존한다.]이번에 새로 얻은 검이 대규모의 전투에서 큰 힘을 발휘했다.
악마들이 죽어 나가는 동안 수혁은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오히려 적을 죽임으로써 더더욱 활력을 되찾았다.
칙칙한 삼지창의 색깔을 보았을 때 그의 검과 같은 옵션이 붙어 있는 게 확실했지만 삼지창에 당할 수혁이 아니었다.
“꺄아아악!”
박쥐를 뚫고 들어온 악마의 삼지창에 시릴라가 팔을 긁히며 비명을 질렀다.
악마의 뒤에 나타난 수혁이 목을 자르며 경험치를 얻자 어느새 레벨은 59에 도달했다.
“그래. 원래 이게 정상이지.”
이제야 다른 헌터들처럼 게이트에서 레벨 업하는 속도를 체감하는 수혁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가졌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합쳐!”
남은 악마들이 서로 몸을 겹치기 시작했다.
서로의 몸이 액체처럼 녹아 들러붙더니 덩치를 키우며 웬만한 5층짜리 빌라 크기의 거인과 같은 존재로 변했다.
거기에 들고 있는 삼지창까지 덩치에 맞게 커졌다.
날카로움을 잃은 삼지창의 끝은 무거운 둔기처럼 변했다.
이제는 수혁을 찔러 죽이기보단 짓눌러 죽이려 한다는 말이 더 적절했다.
악마 거인이 숨을 쉴 때마다 입과 코에서 유황과 같은 연기가 새어 나왔다.
“치임랴악자아는 주욱어라아아-!”
부우-웅. 쾅!
삼지창에 실린 거력에 검으로 대놓고 맞부딪친 수혁은 무게에 밀려 땅에 발목까지 박혔다.
거센 진동에 놀란 시릴라가 박쥐들을 붙잡고는 벌벌 떨었다.
자신을 쥐어 잡자 놀란 박쥐가 날개를 퍼덕거렸다.
“제법 세네.”
예상보다 강력한 힘에 정면 승부를 할 필요는 없지.
콰-앙!
다시 한번 수혁을 짓뭉개려는 악마 거인의 삼지창이 이번엔 애꿎은 땅만 때렸다.
땅이 갈라지자 틈에서 새어 나온 용암이 주변으로 튀며 열기를 내뿜었다.
타닥. 탓.
어느새 삼지창의 위에 올라탄 수혁이 창대를 따라 움직이며 거인의 손에 도달했다.
“이러어언-!”
푹. 푹. 푹.
검에서 길게 솟아난 붉은 검기가 삼지창을 잡고 있던 손가락 마디를 전부 찔렀다.
손가락이 잘려 나가 악마 거인은 잡고 있던 삼지창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크어어어-!”
부우웅- 퍼억.
맨손으로 몸에 달라붙은 수혁을 잡으려 휘둘렀으나 애꿎은 팔뚝만 때렸다.
마치 코끼리에 달라붙은 벌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침을 놓는 수혁은 그저 그런 벌이 아니었다.
맹독을 가진 장수말벌이었다.
팔을 타고 올라가던 그가 상체 곳곳을 찌르자 메마른 피부가 퍼석거리며 가루들이 튀어나왔다.
“이… 개에미이 자식이이-!!!”
거센 외침과 함께 악마 거인이 입에서 바람을 내뿜자 뜨거운 화염이 뿜어졌다.
몸에 올라탄 수혁을 그대로 태워 버릴 생각이었지만 그에게는 팔척경구옥이 있었다.
강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화염을 거슬러 올라간 수혁이 마침내 악마 거인의 얼굴 위에 도착했다.
악마 거인의 커다란 동공이 가운데로 쏠리는 가운데 수혁이 얼굴의 인중 한가운데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푹.
검에서 튀어나온 붉은 검기가 악마 거인의 두뇌를 헤집었다.
커다란 두 눈의 초점이 사라지더니 거인이 그대로 풀썩 주저앉았다.
경험치 폭풍 획득으로 인해 마침내 레벨 60 달성.
이제는 슈퍼 챔피언 등급이 된 수혁이었다.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진 전투를 느낀 시릴라가 양팔로 머리를 감싸고는 그저 주저앉아 있었다.
저벅. 저벅.
입구긴 하지만 지옥의 악마들을 전부 죽인 수혁이 다가오자 시릴라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진짜로 괴물이 맞았다.
지금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궁금한 게 뭐라고 했죠? 다 물어보세요.”
갑자기 시릴라가 공손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