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38
138화
나는 자비에르의 사장, 유이치로를 보며 말했다.
“사장님, 노래 한 곡만 들어 주실래요?”
“나한테 노래를 들으라고?”
유이치로는 내 말이 갑작스러웠는지 한쪽 눈만 비대칭으로 뜬 채로 말했다.
“네, 들려드리고 싶은 곡이 있어서요.”
나는 짧게 숨을 삼킨 뒤 말했다.
“사장님만큼 노래를 많이 들으신 분이 잘 없다고 해서요. 제가 조만간 신곡으로 낼 수도 있는 곡인데, 꼭 한번 들어 보려 드리고 싶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지금부터 연주하려는 곡은 그에게 평가를 받기 위해서 들려주는 곡이 아니다.
그보다는 조금 더.
그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들려주려는 곡이다.
수십 년 전의 복수를 말이다.
‘기다리느라 목 빠지는 줄 알았네.’
먼 옛날.
이 가게에 왔을 때 있었던 일이다.
나는 늘 그러했듯 자비에르에서 연주하고 싶은 곡을 쭈욱 연주했고, 손님들의 평가도 더할 나위가 없었다.
훌륭했다.
지금이랑 크게 다를 게 없었지.
손님이 점차 늘었고, 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점점 늘었다.
내 실력도 그러했고.
하지만 가게에서 오직 단 한 명, 유이치로 만큼은 어딘가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 곡에는 에고가 없나?]내 곡에는 에고(자아)가 없다는 것이었다.
[곡이라는 건 단순히 기술이 아니야. 그보다는 예술에 가깝지. 부르는 사람의 영혼이 담겨야 하는 법이야. 단순히 음악을 잘하기만 해서야, 그걸로는 어린애 하나도 못 울려.]유이치로는 그 당시의 내 단점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세상을 보고 그대로 옮기기만 한다는 것.
정작 그 안에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은 담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당시에만 해도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작곡이 서툴렀다.
이게 김진산 사장이 나를 일본으로 보냈던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그 시절 작곡 문화가 막 싹트기 시작했던 한국과는 달리, 일본은 이미 궤도에 올라 발사대에 오른 상태였으니까.
어쩌면 그 당시 일본인의 귀로 듣기에, 한국의 음악은 너무 원시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내가 유이치로 사장에게 말했다.
[두고 봐요.]기다리라고.
언젠가 콧대를 눌러 줄 만큼 끝내주는 곡을 가져와서 들려주고야 말겠노라고.
그렇게 말했다는 사실조차도 어느 순간 잊어버렸지만 말이다.
‘이제, 돌려줄 시간이 왔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유이치로에게 말했다.
“옛날에 여기에 김한석이라는 사람 왔었죠?”
그 순간이었다.
“……!”
유이치로가 경악한 듯 눈을 크게 뜨더니 말했다.
“자네가 그걸 어떻게.”
“들었거든요. 김한석 선배님의 아주 가까운 지인한테. 그분도 한국에서 라이브 하우스 운영하고 계셔요.”
다음 말을 잠시 멈추고 곁눈질을 보내니, 유이치로는 평소의 그 침착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조바심만 가득한 듯했다.
“그분한테 사장님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이 가게에서 있었던 일들도. 김한석 선배님한테 전해 들었다면서요.”
“그래서, 그쪽이 뭐라고 했나? 나에 대해서 뭐라고 말했지?”
너무 캐물으신다.
수십 년 전이라서 슬슬 잊어버렸으리라고 생각했다. 나처럼.
하지만 이쪽은 기억력이 나보다 좋았나 보다.
“빚이 있다고 했어요.”
“빚?”
“네, 사장님한테 약속한 게 있는데 그걸 못 지켰다고.”
지금부터가 본론이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열었다.
“그때는 내가 모자랐다. 하지만 달라질 거다. 언젠가 입이 벌어질 만한 곡을 만들어 들려주고야 말겠다. 아니, 이미 준비는 끝났다.”
말하다가 옆을 바라보니 팅 식구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런 말을 했냐며 의심하는 눈치.
당연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창작이니까.
당사자에게 물어보지 않는 이상 아무도 모르겠지.
물론, 당사자와 잘 합의했다.
“그래서, 그 곡은 어디에 있지?”
“여기예요.”
나는 손바닥을 들어, 내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완성한 곡을 물려받았어요.”
“……!”
“운도 좋았지요. 저도 김한석 팬이거든요. 지금부터 들려드릴게요.”
엄밀히 말해서, 이 곡은 [9]의 8번째 트랙으로 수록된 곡이었다.
미완성 버전으로.
이 곡은 뭐라고 해야 할까.
9에 수록된 수많은 곡 중에서도 유독 이질적인 곡이었다.
좋게 말하면 개성 넘치고, 나쁘게 말하면 한국적이지 않았다.
애초에 고안 자체를 일본에서 했기 때문.
완성하면 들려주러 올 생각이었다.
하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했지.
‘옛날에는 말이야.’
이 자리에 와서야 비로소 완성했다.
수많은 샘플을 쌓아 올려 장점을 끌어모아 결합했고, 여기에 내 오리지널리티를 섞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윤국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아직 미발표곡이에요. 제 신곡.”
그의 표정이 해바라기처럼 환하게 뜨였다.
이걸 일거양득이라고 하나.
일주일간 나를 위해 봉사해 준 팬에 대한 보답 그리고 몇십 년 전 약속을 함께 해결할 수 있게 됐다.
‘나는 복이 많은 사람이야.’
나는 오른손에 쥔 기타를 손끝으로 가볍게 훑어보았다.
디리링.
바디의 울림통을 타고 감미로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제 한 몸 같네.’
비로소 내가 노렸던 영역에 다다랐다.
기타가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영역. 지난 1년간 이 수준을 목표로 연습해 왔고, 끝내 다다랐다.
앞으로 갈 영역도 많지만, 당장은 이 정도면 된다.
“후우.”
나는 몇 번 코드를 짚어 손가락을 풀고는 입을 열었다.
“제목은, 슈퍼스타(スーパースター)예요.”
* * *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한다.
성공하고 싶다.
큰 성공을 거둬 남부럽지 않게 멋진 삶을 영위하고 싶다.
하지만 사람들은 어째서 성공을 하고 싶어 할까.
돈을 위해서일까. 명예욕을 채우기 위해서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이성에게 인기를 끌기 위해서일까.
사람마다 성공을 바라는 이유는 다양하겠지.
하지만 내 이유는 이러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내 성공은 과정이자 곧 목표였다.
많은 사람에게 들려준다. 많은 사람이 듣는다.
그렇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언제나 성공 가도를 걸어왔으며, 앞으로 이룰 성공가도 또한 잔뜩 남아 있었다.
이번 곡은 그런 생각을 담은 곡이었다.
“해진 티셔츠에 더러운 청바지, 등에 짊어진 싸구려 통기타와 함께 나는 터덜터덜 걸었네.”
성공이 주제였다.
그 누구의 성공도 아닌, 내 개인적인 성공.
유이치로 사장은 내게 ‘에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래서 그 에고를 이 안에 최대한 담아냈다.
헤세는 말했다.
세상에 나오려는 새는 알껍데기를 깨뜨릴 필요가 있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세상에 나온 새는 언젠가 자기 둥지를 만들어야 한다.
수많은 사람을 감쌀 둥지를 말이다.
내 생각에는 이 둥지야말로 에고였다. 남과 같지 않고 자의식이 강대하여, 사람들을 저절로 끌어들이는 둥지.
“기타에서 나는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하루 이틀 일이 아니야. 나도 특별한 소리를 갖고 싶지만, 지금의 나는 퍽 초라해.”
보컬에서 변화를 추구해 봤다.
원래 내 목은 감성적인 곡은 어울렸지만, 시원한 곡은 좀처럼 어울리지 않았다.
극복해 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타고난 성종(聲種)의 문제였을까. 김한석으로서 태어날 때부터 지녔던 구슬픈 음색 탓이었을까.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
다시 살고서야 알았다.
내가 그렇게 노래를 불렀으니 그런 소리가 났던 것이다.
구슬픈 노래가 어울리는 목소리가 맞지만, 그런 것만 부를 목은 아니었다.
내 목을 다루는 법을 나조차도 잘 몰랐다.
무술을 수련하는 달인들은 한평생 주먹을 단련하면서도, 주먹을 쥐는 방법 하나조차 죽을 때까지 고민한다고 한다.
내게도 그런 고민이 모자랐다.
잘난 척해 봐야 20대에 불과했던 내게는 갈 길이 멀었다.
“지루한 리듬에 적당한 코드, 쉬어 터진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나는 동전 한 닢 없는 호주머니가 미안해.”
자비에르에 온 이래.
어디까지 개성을 담아도 되는지 연구해 보았다.
내 지금 목소리가 가진 최대 무기는 무엇일까.
듣기 편안하다는 것이다.
편안한 목소리에 작게 스크래치가 걸려 난로 앞 나무 조각처럼 부슬부슬하다.
이 소리를 베이스로 갖가지 변주를 넣어 보았다.
“그래도 외롭지는 않아. 내 곡을 들어 줄 사람이 적어도 한 명은 있으니.”
굵은 진성과 얇은 가성.
너무나도 다른 두 영역이 서로 맞물리지 않고 위화감을 자아냈다.
사도라고 볼 수 있을 창법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가성이 명백하게 분리되었다.
귀에 화살처럼 꽂혔다.
“슈퍼스타가 된다면 지금보다 더 많이 행복해질 거야. 거리에서 내 노래가 울려 퍼진다면, 그날은 기분 좋게 취할 수도 있을 거야.”
성대 접지를 낮춰 삑사리와 진성의 영역을 오르내렸다.
노래를 처음 부르는 사람이나 들려줄 법한 실수.
하지만 날것의 소리가 났다.
그만큼 진심이 느껴졌다.
“실패하면 또 고쳐서 쓰는 게 인생이야. 할머니 주름진 손으로 누빈 천 조각처럼, 소리와 소리를 이어 소리를 자아내.”
표현의 폭을 완전히 제거했다.
비브라토부터 가성, 강약조절까지 완전히 버렸다.
기타도 마찬가지.
테크닉을 온전히 제거하고 코드만 짚었다.
스트로크도 단순하게.
리듬도 단순하게.
그러자 아이러니하게도.
‘이게 참 웃기단 말이지.’
그 자체로 표현이 되었다.
가장 담백하고 순수한 소리. 아무런 기교도 담기지 않은 목소리.
흰 쌀밥처럼 직선적인 목소리.
잼 발성 학원의 장영민 원장이 듣는다면 혈압이 거꾸로 솟아서 뒷 목 잡고 쓰러질 그 소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하나의 표현으로 승화되었다.
착.
이쯤에서 나는 기타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국도 씨, 어땠어요?”
첫 감상은 팬한테 듣고 싶다.
그는 단잠에서 깬 듯 움찔하더니, 개처럼 머리털을 흩날리며 말했다.
“최고! 그레이트! 굿! 베스트! 스바라시!”
칭찬인가.
칭찬 맞겠지.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식구들을 바라보자 고희범이 입을 열었다.
“기존의 한계에서 탈피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구나. 싱어송라이터 김한영에게는 한계가 없는 것 같다. 가슴이 웅장해진다. 내가 다시 태어난다면 김한영으로 태어나서 두 번째 삶을 음미하고 싶다. 하나님도 불공평하시지. 재능을 주려면 하나만 주던가. 어찌 이 하늘 아래에…….”
“그만.”
이제 됐다.
이만하면 됐다.
언제까지 저럴 거야.
“짧게 줄여서 다시 해 봐.”
“네.”
고희범은 헛기침을 하더니 말했다.
“포브스 선정 21세기 최고의 명곡.”
“잘했어.”
“감사합니다.”
나는 헛기침을 뱉고는 유이치로 사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는 어떤 생각에 잠겼는지 말없이 눈만 깜빡거리고 있었다.
“사장님 말씀을 자주 했다나 보더라고요. 꽤 열심히 했다는데, 그래도 끝내 인정받지 못했던 게 퍽 아쉬웠나 봐요.”
남의 입을 빌려서 말하는 기분으로, 가슴속에 담긴 말을 쏟아 낸 순간이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유이치로 사장은 마침내 피식 웃더니 말했다.
“나는 그 사람을 처음부터 인정했었어.”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