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신곡 발표가 순조롭게 진행됐다.
작곡은 한국에서. 다듬는 건 시부야에서. 첫 발표는 미튜브에서.
반응은 늘 그러했듯, 더할 나위가 없었다.
[싱어송라이터 김한영의 신곡은?] [이번에도 김한석에게 남다른 ‘덕심’을 보였다.] [일본에 다녀온 건 신곡을 개발하기 위해서?] [이번에도 실망은 없었다.] [비밀 병기]깔끔하다.
역시 뭔가 톡 꺼내기에는 이쪽만 한 게 없다니까.
“그런데 왜 발표를 꼭 방송으로 하냐?”
고희범이 의뭉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여전히 이번 내 결정을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눈치.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이제 우리 슬슬 유명하잖아.”
“그런가?”
“응, 방송국에서 먼저 연락 오잖아. 게다가 이번에는 구독자도 70만을 넘겼고.”
그 말대로다.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구독자가 이번에 70만을 돌파했다.
일본에서 있었던 소동 탓일까.
며칠 사이 해외 구독자 유입이 대폭 증가하며 그간 한참이나 정체됐던 둑에 구멍이 뚫린 것.
그만큼 댓글 창에서도 외국어를 찾아보기 쉬워졌다.
[안녕하세요. 한국인의 여러분. 오른쪽 나라에서 인사를 보내는.] [너무나도 상냥한 노랫소리가 가슴에 스며들어 귯또 울렸습니다. 언젠가 한국에 가서 보지 않으면.] [가면 가수의 전설은 끝남이 없는 것인가] [? 뭐임] [다 같은 번역 프로그램 돌렸냐?] [니혼징들 어서오라구~~] [김한영 좋아하면 우리는 칭기~ 칭기~] [서조선인들의 축하에 몸둘바를 모르겠는] [↑ 이 샛기 한본어 서툰데 코스프레 아님?]하물며 성공한 뮤지션의 상징이라는 리액션 동영상까지.
[나 지금 울고 있어. 울고 있어.]방송이 하루하루 나아가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방송 외적인 홍보 수단에 목매달 필요는 없었다.
‘아직 멀었네.’
나는 그를 곁눈질로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쪽이 제일 편하잖아.”
“편해? 그런 이유로?”
고희범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길래 나는 말을 이었다.
“네가 바라는 게 내가 어디에 인터뷰하고, TV에 나가서 콘서트 열고, 기자들한테 자료 뿌리고, 그러는 거 말하는 거 맞지?”
“뭐…… 비슷하지?”
“그것도 나쁘지는 않아. 하지만 외부 매체의 힘을 빌릴수록 미튜브에 기울일 집중력이 줄어들 거야.”
지난 유마온 출연에서 확실히 느꼈다.
그쪽에 집중한다면, 그만큼 다른 쪽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내 가치도 저쪽에 묶이겠지.”
인터넷 방송이라면 시청자 규모가 작더라도 내 자유를 충분히 보장받을 수 있다.
하물며 이것도 시간 문제 아닌가.
이미 70만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1% 이상이 내 구독자가 된 셈이지.’
음악 방송의 한계가 있다.
메이저급 방송이 아니고서야 이 정도 시청자는 확보하기 어려울뿐더러, 이미지 소모가 잦으면 손해다.
반면, 방송은 앞으로도 발전할 여지가 차고 넘쳤다.
아직은 딴청을 피울 때가 아니었다.
“그런가, 그래도 좀 손해 보는 것 같은데.”
고희범은 이해한 듯하면서도 아쉬움이 남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원래 플랫폼 사업이 다 그렇잖아. 처음에는 손해를 좀 감수하면서 들어가는 거. 그러다가 나중에 자리 잡으면 그때부터는 금을 갈퀴로 긁어모으는 거지.”
“뭐, 내는 모르겠다. 네가 사장이니까 알아서 해. 나는 따라만 갈 테니까.”
“그렇다고 생각을 다 남한테만 맡기지는 말고.”
“아니, 말을 하면 반박하고, 말을 안 하면 갈구면서 이게 무슨 부조리야.”
“원래 사회생활이 다 그렇지.”
“웃기시네. 끽해 봐야 21살 주제에.”
“몇십 년만 일찍 태어났으면 전쟁터에 끌려갔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야.”
“그러고 보니까 너 군대 언제…….”
“쉿.”
대충 떠들고 있다 보니까 슬슬 어느 낡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도 오래간만에 오네.’
여기는 디마의 작업실.
겸 집.
그가 의식주를 전부 해결하는 장소였다.
‘슬슬 돈 좀 벌었을 텐데 원룸이나 투룸으로 이사 가도 되지 않나.’
아무리 봐도 낡았다.
대충 그런 생각을 하며 계단을 타고 지하로 내려가려는 찰나였다.
쾅! 쾅!
문을 거세게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님이 냈다기에는 다소 위협적인 소리.
“뭐야?”
“쉿.”
나는 고희범의 입을 단속한 뒤 고개를 빼꼼 내밀어 복도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곧 놀라운 광경을 목격했다.
“야! 문 열어!”
한 남자.
온몸에 잔뜩 문신을 바른 근육질의 남자 하나가 디마의 방 앞에 서서 성난 표정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문을 박살 낼 것처럼.
그가 짜증이 잔뜩 묻은 목소리로 말했다.
“야! 나 아직 화 안 났다! 열어라! 얼른!”
누가 봐도 화난 것 같은데.
‘무슨 일 있나.’
이럴 때면 보통은 저쪽이 나쁜 사람인 게 맞겠지.
하지만 내가 아는 디마는 묘하게 사람 성질 긁기를 잘하는 사람이었다.
나 정도 되니까 그걸 참아 주지. 보통 사람이라면 트러블이 수백 번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사정을 생각해 본 뒤 나는 결정했다.
‘끼어들지 말자.’
남 일에 제삼자가 끼어들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대신 구경하자.
옛 조상님도 가장 재밌는 3대 구경으로 불구경, 싸움 구경, 물 구경을 뽑지 않으셨나.
조금만 더 지켜보자.
그런 생각을 한 찰나였다.
“거기요,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그만 해요.”
고희범이 말릴 틈도 없이 대뜸 뛰쳐나갔다.
그의 등장에 문을 두드리던 남자가 동작을 멈추더니,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야? 너는.”
“저는 고희범이라고 하는데요.”
“그러니까 그게 누군데.”
싸움 구경에 한 명이 추가됐다.
하지만 그게 내 사람인 이상, 이건 제삼자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제 직원이요.”
“너는.”
그 순간이었다.
“김한영?”
근육질 남자의 표정이 환하게 뜨였다.
마치 은인이라도 본 것처럼. 스타라도 본 것처럼. 마이클 잭슨을 본 것처럼…… 은 너무 나갔고.
그는 당장이라도 내 손을 잡고 흔들 것처럼 굴더니 말했다.
“보고 싶었습니다!”
“누구신데요.”
“아, 이거 참. 제가 누구냐면 말이죠. 잠시만요. 우선 연락처부터 좀.”
그가 개처럼 들뜬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낸 순간이었다.
딸깍.
디마의 방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피로와 짜증으로 찌든 남자 한 명이 고개를 슬쩍 꺼냈다.
디마였다.
그가 파리한 안색으로 말했다.
“상진이 형. 그만하고 가요.”
* * *
난데없이 사자 회담이 일어났다.
나.
디마.
희범이.
그리고 아까부터 어째 진정을 못 하고 몸을 옴짝달싹하는 남자, 진상진.
그가 입을 열었다.
“제가 우리 후배님한테 부탁을 했거든요. 한영 씨를 소개 좀 해 달라고.”
“저를요?”
“네, 어떻게 한 번 제가 대화를 꼭 나눠 보고 싶어서!”
다시금 팬심을 드러내려는 눈치다.
흥미 없다.
나는 그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디마를 바라보고 말했다.
“그래서 소개해 주기로 했고요?”
“전 그렇게 말한 기억이 없는데요.”
“야! 했잖아!”
진상진이 끼어들더니 말했다.
“네가 지난번에 술자리에서 말했잖아. 언제 소개해 준다면서.”
“그런 의도로 한 말 아니었어요. 그냥 언젠가 기회가 나면이라고 했지. 그리고 그 술자리도 반쯤 억지로 끌려간 거였잖아요.”
“그게 그거지!”
대충 들으니까 알겠다.
술자리에서 아무 말이나 막 나왔고, 그러다가 디마한테 자기를 소개해 달라고 졸랐던 건가.
디마는 그래도 상대가 선배니까 차마 완곡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대충 흘렸고.
‘이 사람, 닉값하네.’
이름이 진상진이라고 했나.
이름 그대로 진상이다.
후배 하나 붙들어 늘어지고 난리 치는 걸 보니까 확실히 진상이 맞다.
‘뭐, 어디나 가다 보면 똥파리가 꼬이는 법이지.’
어디에 잘난 사람 하나 있다면 다리 좀 놔 달라며 생떼를 부리는 사람이 한둘인가.
흔하디흔한 일이다.
여자를 소개해 달라고. 소속사에 소개해 달라고. 유명 연예인을 소개해 달라고. 그런 사람은 질리도록 봤다.
이번에는 내가 대상이 됐을 뿐이었다.
‘멍청한가.’
내 지인들한테 민폐를 끼치는데, 내가 잘 대해 줄 거라고 생각하나.
“그래서 말이죠. 우리 과에서도 한영 씨 영상은 다 챙겨 보는데 요한이가 또 유명하잖아요. 직접 프로듀싱에 믹싱에 다 한다는데.”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는 내가 앞에 있는 게 그리도 신나는지 말을 이어나갔다.
진상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입이 지극히 싸다는 것.
시장바닥에 떨이로 놓인 수준이다.
아마 내가 자기 생각과 다른 사람이라면, 기꺼이 주위에 내 험담을 하고 다니겠지.
‘마음만 같아서는 대충 쳐내 버리고 싶은데.’
나는 흘끗 시선을 돌려 디마를 바라봤다.
그는 불만이 가득한지 시선이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
‘같은 과 선배라서 아예 쳐내지를 못한 건가.’
어찌 됐든 그는 학교를 계속 다녀야만 하는 입장이다.
관계를 아예 망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갈등을 적당히 넘기면서도, 그 사이에서 나도 푼돈을 취할 방법은 없을까.
머릿속이 복잡한 사이 진상진이 내게 말했다.
“저도 한영 씨 방송에 한 번만 출연해 볼 수 있으면 바랄 게 없는데요. 흐흐.”
본심이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내 방송에 출연하는 게 목적이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니까 자기를 홍보할 기회가 필요했겠지.
마침 내가 딱 좋은 대상이었겠고.
“저희는 음악 방송이라서요. 요한이랑 같은 과시라면 노래는 어려우실 것 같은데.”
“아, 그건 괜찮습니다. 제가 또 보컬에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어서 복수로 전공했거든요. 요즘 하나만 하는 사람 없잖아요? 또 양쪽 다 자신은 있어서요.”
이야기를 듣자 하니 뭔가 떠오르는 게 있기는 하다.
컨텐츠.
컨텐츠로 한 번 써먹을 수 없을까.
식구들에게는 못 썼지만, 외부인에게는 쓰기 쉬운 그런 소재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래, 그걸로 해 볼까.’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디마를 바라보고는 물었다.
“요한아, 그럼 그건 어때?”
“뭐요…… 가 아니라, 뭐.”
“마침 한예원이잖아.”
나는 헛기침을 뱉고는 말했다.
“같은 곡을 두고 서로 어떻게 부르나, 한번 비교해 보는 거지.”
예전부터 한 번쯤 생각해 왔던 포맷이었다.
같은 곡을 두고 서로 승부를 보는 것.
이름이 뭐였더라.
상혁이었나.
아주 먼 옛날, 나와 방송으로 처음 맞부딪쳤던 그 사람. 그 사람과 충돌했을 때부터 이런 거 한 번 더 해 보고 싶었다.
“전공자 vs 비전공자 같은 포맷으로 어떨까요?”
승부다.
지금까지 내 방송에는 1~2년 전까지만 했어도 일반인이었으니, 완전히 전공자에 비하면 실력이 모자랄 수 있다는 인식이 은연중에 붙어 있었다.
그간 프로들을 상대로도 숱하게 겨뤘지만 이건 뭐라고 해야 할까.
[프로가 괜히 프로냐.] [님들 강호동이 진심으로 씨름하는 거 봄? 그냥 예능이지;;;] [솔직히 팬덤빨 빼고 비교해야지.] [일단 프로는 걸어온 길 자체가 다름. 괜히 실음과가 있는 줄 아나.] [옛날에 국단대랑 친선 공연하지 않았음?] [그건 친선이고] [전공자들은 좀 클라스가 다르지]방송인 버프로 봐 주는 사람이 많았다고나 할까.
더군다나 한예원의 전공자라면 또 보는 시선이 남달랐다.
한예원은 명색이 한국에서 실용음악과 끝판왕으로 쳐 주고 있으니까.
그래.
이번 기회에 이미지 제고와 컨텐츠를 함께 챙기는 거다.
‘식구들이라면 손대중을 하느라 맘껏 못 했지만, 외부인이라면 제대로 실력을 드러낼 수 있다.’
격차를 보인다.
그 격차를 내 브랜드 가치로 만든다.
여기까지가 내 생각이었다.
물론, 다 무시하고 그냥 시원하게 면박을 줘도 되겠지.
하지만 그건 독이 든 성배다.
당장은 속이 시원할지 몰라도, 나나 요한이나 양쪽에게 좋은 일이 아니었다.
‘적을 만들게 될 거야. 나도, 요한 씨도.’
요한 씨는 대학 생활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나는 방송인으로서 꼬투리 하나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겠지. 당장 얼마 전에 메가 무비 누명 사건이 터지지 않았나.
굳이 여지를 남길 필요는 없다.
좋아.
‘또 한 걸음 성장했다. 나 자신. 아주 대견해.’
나는 한윤태의 낄낄 웃는 얼굴을 떠올려 보았다.
[야 임마! 내가 너 그럴 줄 알았다! 그러게 작작 좀 나대라니까! 네가 무슨 시골 똥개냐? 개? 아무한테나 짖고 다니게. 뭐 임마! 아이고, 눈 마름모꼴로 뜨는 거 보소. 또 또 지 잘났다고.]앞선 짜증이 식으며 새로운 짜증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뭔가 일이 터지면 뒤늦게 잔소리를 쏟겠지.
나는 부글부글 끓는 짜증을 기둥 삼아 마음을 추스르고는 말했다.
“한예원 학생들이랑 단체로 한번 겨뤄 보는 거예요. 촬영한 다음에는 저희 방송에 올리고요.”
“팀전으로요?”
“저는 저 혼자 나가도 되고요.”
나는 시선을 돌려 진상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신, 앞으로 요한이한테 뭔가 조르거나 그러지는 말아 주셨으면 좋겠네요.”
“아, 그게 요한이가 제 친한 후배라서.”
그가 말을 흘리기에, 나는 따라붙듯 말했다.
“요한이는 저희 스튜디오에서 그냥 직원이에요.”
“그건…….”
“저한테 뭔가를 요청하기 많이 부담스러웠을 거예요. 그런 거 금지하고 있거든요. 저희 내규가 그래서요. 차라리 저한테 직접 말해 주세요.”
이건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앞으로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으니.
그는 그제야 허겁지겁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건 앞으로 제가 조심하겠습니다. 미안하다. 요한아.”
말하는 것과는 달리, 얼굴에 만연한 웃음을 머금은 채로 절이라도 올리려는 듯하다.
나는 대충 이야기를 마쳤다는 걸 느끼며 말했다.
“다음에 따로 연락 드릴게요. 그럼 전 지금부터 업무 이야기로 할 게 있어서요.”
“아! 네! 편하게 대화 나누세요!”
그는 언제 들러붙었다는 듯 자리를 비켰다.
띠리링.
문이 잠긴 뒤.
나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요한 씨, 이번 신곡이요. 우주 대명곡으로 만들고 싶어요.”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