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18
218화
다누시아 쿼리.
현 시대 최고의 래퍼로 꼽히는 뮤지션.
작곡을 잘하고 테크닉이 뛰어나고 우선 이런 건 둘째 치고, 다누시아 쿼리라는 개인에 대해서 말하자면 뭐라고 해야 할까.
참 직관적인 단어가 있었다.
Money.
머니, 즉 돈이었다.
다누시아 쿼리는 음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사람이었다.
[다누시아 쿼리, 자체 레이블 골드바 설립]그 첫 시작은 레이블 사업이었다.
주위 뮤지션을 하나하나 끌어모으더니, 순식간에 거대 레이블을 창설해 냈다.
그들을 중심으로 공연 사업을 벌이더니, 타고난 수완으로 순식간에 거대한 부를 거머쥐었다.
[다누시아 쿼리, 패션 브랜드 24k 런칭]그 다음은 패션 브랜드였다.
간단하게는 티셔츠부터 신발, 지갑까지 자기 이름을 내걸며 패션 상품을 팔아 재꼈다.
원래부터 옷을 잘 입는 패션 리더였던 덕일까.
타고난 화제성에 힘입어 일단 내놓았다 하면 1분도 안 되어 매진되는데, 이게 리셀러들의 눈에 띄었다.
[24k 다누시아 운동화 edition 5 팝니다] [택도 안 뗀 민트급입니다] [가격: 223만 원]정가가 100이 안 되는데, 사서 팔면 200이 넘는다.
다누시아의 이름이 붙은 상품은 옷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자산으로 취급을 받을 정도가 되었다.
이어서 음향기기.
[Danusia‘s MIX: Cool]이어폰과 헤드폰 등의 소형기기부터 시작해 판매하더니, 끝내 전문가 시장까지 진출하며 돈을 갈퀴로 쓸어모았다.
그 외에도 샐 수가 없었다.
관광 상품.
식품.
영화 산업.
격투기.
영상 산업까지 온갖 사업을 벌인 끝에, 다누시아라는 이름은 곧 한 뮤지션의 이름을 넘어 돈의 상징에 다다랐다.
[다누시아 그룹]누군가는 그를 두고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라기보다는 돈만 바라보는 사업가라고 비판하기는 했으나, 큰 의미는 없었다.
시장이 이미 그의 상품성을 증명하고 있었으니.
대중이 그의 브랜드에 열광했다.
더 볼 필요가 있겠는가.
‘게다가 잘나가는 음악 집단의 리더까지 하고 계신단 말이지.’
거 참 잘난 사람 납셨다는 생각이 든다.
정작 나는 그의 음악이 취향에 안 맞아서 제대로 들은 적이 손에 꼽을 지경이다만.
레베카 로드리게즈가 전해 주었던 정보를 되새기고 있으려니, 수화기 너머의 그가 숨을 쌕쌕거리며 말을 이었다.
[지난번에 했던 제안, 기억하고 있겠지?]“아뇨. 끊습니다.”
[사람 말은 좀 끝까지 들으라고!]그가 버럭 외쳤다.
가수라서 그런지 목청이 좋군.
[나는 김한영, 당신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어.]“감사하네요.”
[후후, 그렇겠지. 나는 누가 뭐래도 이 바닥에서 최고의 권위…….]“제가 하던 일 때문에 지금 좀 바빠서 그런데 핵심만 말해 주면 안 될까요?”
[그 일이 나와 나누는 대화보다도 중요한가?]“당연하죠.”
한참 식구들 영상 한참 보던 참이라 바쁘다.
다누시아고 뭐고 어차피 남남인데, 휴식 시간을 쓰면서까지 농담거리를 나누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좋아, 피차 바쁠 테니 용건만 말하지.]다누시아는 드디어 제대로 된 말을 할 생각이 든 걸까.
한차례 가볍게 숨을 가다듬고는 말했다.
[베벌리 힐스, 미라데로 로드 1125번으로 오도록 해.]나를 초대하는 것이었다.
“거기가 뭐 하는 곳인데요?”
[내 집이다.]아 그렇구나.
좋은 걸 알았다.
하지만 안다고 해서 꼭 가야만 하는 건 아니었다.
“제가 이 시간에 거기에 왜 가야 하죠?”
내 질문에 다누시아가 당연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렇게 말하는 다누시아의 목소리에는 엄청난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아주 오랜 시간, 남들 머리 위에서만 살아왔었기에 가질 수 있는 자세라고나 할까.
천상천하 유아독존 같은 거.
‘은근히 재수 없네.’
그런데 또 익숙하기도 했다.
성공한 뮤지션이라는 족속 중에는 이렇게 콧대가 높은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그냥 통화로 이야기 나누면 안 될까요? 아니면 그쪽에서 여기로 오든가.”
[내가 우스워 보이나? 이것만큼은 양보 못 하지.]다누시아가 선을 그었다.
하지만 안 그래도 마침, 나도 그가 이렇게까지 내게 매달리는 이유를 알고 싶기는 한 참이었다.
왜, 다누시아가 명색이 미국 음악 시장의 탑 중 하나 아니겠나.
그 정도 되는 사람이 내게 고개를 숙여 가면서까지 하려는 이야기가 있다면, 그게 뭐가 됐든 한 번쯤은 들어 볼 만하리라는 직감이 들었다.
‘가 볼까.’
결심을 내렸다.
그쯤 다누시아가 입을 열었다.
[1시간 뒤에 보도록 하지. 그럼 기다리고 있을 테니 꼭 오라고. 꼭! 알았지? 꼭!]뚝-.
저쪽에서 멋대로 전화가 끊겼다.
‘흠.’
가려고 했는데 사람 삔또 상하게 만드네.
갈까 말까 고민하는 참인데, 그냥 한번 져 주기로 했다.
바람맞히는 건 조금 불쌍하니까.
그리고 마지막에 보인 간절함을 높게 쳐서.
또 나름대로 세계 최고라는 사람이 저러는 게 좀 웃기기도 해서.
* * *
‘베벌리 힐스는 이런 느낌이었구나.’
베벌리 힐스.
미국 전체에서도 최고의 부자들만 모여 산다는 걸로 유명한 부촌.
그곳은 뭐라고 해야 할까.
“전 여기에 못 살겠네요.”
내가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은 동네였다.
레베카가 운전하는 차에 앉아서 중얼거리려니, 그녀가 작게 웃으며 말했다.
“한영의 지금 수입이면 금방 집 한 채 사고도 남을걸요? 렌트로 사는 거면 당장에라도 충분할 테고.”
“아뇨, 수입 문제가 아니라요.”
“다른 이유라도 있나요?”
“음, 그게요.”
나는 내 말이 혹시라도 변명으로 느껴질까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여기는 차 없으면 못 살 것 같아서.”
“…….”
그렇다.
베벌리 힐스는 말이 부촌이지, 차가 없으면 가까운 마트 하나를 가기도 힘들어 보이는 동네였다.
부촌인 것치고는 주위에 인프라라고 할 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도로와 풀, 나무, 집.
딱 이 넷만 무한히 반복해서 스쳐 지나갈 뿐.
역시, 한국식 아파트가 최고다.
도보 15분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아파트 말이다.
그런데 레베카는 뭔가 잘못 들었다는 듯 중얼거렸다.
“…… 한영, 차가 없으면 사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적어도 여기 집을 렌트하는 것보다는 쉬울 것 같은데. 꽤 좋은 차도요.”
“글쎄요. 제가 운전에는 트라우마가 있어서요. 사고 날 것 같고.”
“아.”
그녀는 벌집을 들쑤셨다는 듯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요.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괜찮아요. 어차피 직접 운전 안 해도 사는 데 지장 없으니까.”
“네?”
“운전 솜씨가 좋으시네요.”
차 없으면 못 사는 나라라서 그런가.
레베카의 운전 솜씨는 가히 나이대에 맞지 않을 만큼 부드러웠다.
어쩌면 팅의 베스트 드라이버, 조은솔과 비견될 정도로.
‘한국 가면 은솔이 누나 차나 한 대 뽑아드려야겠네.’
이쪽에 있는 사람은 내가 차를 뽑아 주니 마니 할 수입은 아닌 것 같고.
“거의 다 온 것 같네요.”
곧 레베카의 차가 어느 길 앞에 멈춰 섰다.
저택이 즐비한 베벌리 힐스, 그 안에서도 유독 은밀하게 안쪽으로 들어가야 나오는 저택이 한 채 있었다.
사이즈만 해도 어지간한 이곳 저택 몇 채를 합쳐 둔 것만 같은 건물.
나는 이 건물의 이름을 잘 알고 있었다.
‘다누시아 디자인드 하우스라고 했나?’
그가 언론에서 얼마나 떠들썩하게 자랑하고 다녔으면 상세히 공개되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스타인데 주소까지 공공재라니.
자기 인생을 전부 가십거리로 팔아먹은 사람인 모양이다.
주위에서 강도가 얼마든지 덮칠 수도 있는데.
‘……라고 생각하기에는, 경호원이 깔려 있네.’
일반 사람이 사는 집인데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입구에서부터 몇 명이고 깔려 있었다.
정말로 돈이 썩어 넘치는 모양.
그들은 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로 우리를 한참이나 흘끗흘끗 바라보더니, 레베카 로드리게즈가 선글라스를 벗을 때쯤에야 손을 다시 빼냈다.
그렇게 잠시.
끼익.
저택의 문이 열리더니 한 사람이 나와서는 말했다.
“기다리고 계십니다. 들어가시죠.”
집사 정도 되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참 어지간하다.
“넓네요.”
“넓죠.”
“괜히 400억짜리 저택이 아니네.”
“가격까지 알아봤어요?”
“기사에 다 적혀 있던데.”
복도를 한참이나 걷고 있으려니 곧 저 멀리서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검은 피부에 레게로 땋은 흰색 머리카락.
그리고 황금빛으로 번쩍거리는 웃옷과 트레이닝복 바지.
손뼉을 치며 나타난 그가 흰 치열을 드러낸 채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Ciao!”
나는 이 사람의 이름을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어쩌면 모든 미국인이 이 사람을 알고 있겠지.
“다누시아 쿼리.”
“그래그래, 그게 내 이름이지.”
다누시아 쿼리, 그와 드디어 마주했다.
그가 갓 우린 사골국물처럼 하얀 이빨을 반짝이며 말했다.
“뭐라도 들면서 이야기하자고.”
* * *
“음식이 좀 입맛에 맞나?”
“그럭저럭?”
“아니지, 그럭저럭이면 안 되지.”
다누시아 쿼리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열변을 토해 냈다.
“터키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의 쉐프를 직접 고용해서 데려왔다고. 이런 스테이크는 어딜 가도 못 먹을 텐데.”
그런가.
확실히 육질이 좋고, 그 위에 촘촘히 녹은 버터 향이 향긋한 건 알겠다.
금박도 호사스러움을 더해 주고.
게다가 정원의 불빛 덕에 시각적인 만족도도 높고.
하지만 이게 참 뭐라고 해야 할까.
“스테이크는 입맛에 별로 안 맞아서요.”
나는 옛날부터 한국식 구이를 선호했다.
분위기도 이런 고급스러운 장소보다는 시끌벅적 연기와 소음이 가득한 정육식당을 선호하고.
“뭐든지 많이 먹어 봐야 가치를 아는 법이지. 차차 익숙해질 거야.”
다누시아 쿼리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말했다.
“이 와인도 그래. 오늘은 위해 준비한 로마네 콩티는 2005년산으로 그레이트 빈티지에 속하지. 가격이 얼마나 될 것 같나?”
“글쎄요. 제가 술은 잘 몰라서.”
“상상도 못 할걸? 이거 한 병이면 어지간한 자동차 한 대보다도 비싸. 쯧, 안 마시는 게 아쉽네.”
“그러게요.”
안타깝지만 나는 원래부터 술을 잘 안 마시는 편이다.
목 컨디션 때문에 안 마시는 것도 있지만, 와인은 더더욱 그러했다.
떫기만 하고 맛은 더더욱 모르겠다고나 할까.
기왕 마신다면 막걸리 같은 게 나았다.
“한영 씨는 술을 아예 안 마시나?”
“가끔 마시죠. 한국에 공주산 밤 막걸리 같은 거.”
“밤 막걸리(Bomb’ Mackley)? 예거밤 같은 건가?”
그의 눈빛에 순간적으로 흥미가 깃들었다.
“그건 얼마 정도 하지?”
“글쎄요? 아마 한 병이면 가솔린 1리터보다 저렴하지 않을까요?”
“푸흐흐. 유머 감각이 좋군.”
다누시아 쿼리가 웃음을 터뜨렸다.
내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혀가 썩겠네. 그런 건 수면제로도 못 쓰겠어.”
순간적으로 한숨이 흘러나왔다.
‘입도 안 대본 주제에 가격표만 듣고 막걸리를 논하다니.’
대화를 시작하고 이제 막 30분쯤 지났나.
아까부터 느끼는 건데, 다누시아는 사람을 세워 놓고 철저하게 자기 이야기만 밀어붙이는 사람이었다.
‘시계 자랑에, 차 자랑에, 집 자랑에, 와인 자랑에. 자랑할 것도 많다.’
자기 잘났다는 걸 과시하지 못해서 안달이 난 모양.
하물며 남을 칭찬할 때도 그러했다.
“그쪽도 참 대단해.”
“왜죠?”
“이 내가 직접 챙겨 듣게 했잖아? 설마 노래 한 곡에 그렇게까지 정성을 들일 줄이야. 내 귀는 못 속여. 듣자마자 알았지. 이건 성공할 곡이라는 걸.”
“…….”
“정작 멍청한 대중들은 좋은 노래, 나쁜 노래를 분간할 줄도 모르는데.”
내 노래를 알아본 자기 식견을 강조하고 있지 않나.
심지어 소비자들은 무시하면서.
이런 행태를 코앞에서 마주하고 있으려면 점점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 인간, 열등감이 좀 있나?’
열등감의 향기가 풍겼다.
자랑할 게 많은 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주관이 짙은 것도 뮤지션으로서 타고난 장점이라고 생각하고.
하지만 그걸 남에게 강요하는 건 뭐라고 해야 할까.
‘좀 불우하게 자란 모양이네.’
그가 살아온 궤적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있었다.
누구나 다 그렇다.
자기에게 결핍된 부분을 부풀리며 남의 입으로 인정받으려고 애쓰지 않겠나.
‘뭐, 나라고 남 말할 처지가 아니기는 하네.’
딸그락.
이쯤 생각이 닿았을 때 나는 수저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래서 그 이야기가 뭔지 듣고 싶은데요. 절 여기까지 불러야겠다던 그거.”
“…… 아직 애피타이저가 조금 더 남았는데?”
다누시아가 아쉽다는 듯 와인잔을 흔들며 말했다.
그 사이로 비친 눈빛에 재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나는 남자가 눈빛 자랑하는 걸 보면 있던 흥미도 식는 사람이었다.
“출국하기 전까지 일이 급해서요. 지금도 돌아가서 할 일이 남아 있고.”
“그렇게 바쁜가?”
“네, 같은 음악인이라면 알 텐데요?”
“하긴, 이해는 하지. 아쉬워.”
다누시아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말했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범인이라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는 건데.”
다음 순간.
나는 다누시아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로 그라는 사람의 본질을 알 수 있었다.
“돈 좀 크게 만져 볼 생각 없나?”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