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17
217화
신곡을 발표하는 순간은 언제나 기대된다.
또 두렵기도 하다.
평소에 티를 안 내다 보니 들은 사람들이 놀랄 때도 있지만, 김한영은 정말로 신곡을 내는 순간이 두렵기도 했다.
‘내 음악을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과연 즐겁게 받아들일까.
아니면 예전 것만 못하다며 퇴물 취급을 할까.
뮤지션이라면 언제나 이 두 갈림길 사이에서 망설이기 마련이었다.
어쩌면 곡을 안 내는 게 맞을 수도 있겠다.
‘그러면 적어도 퇴물 소리를 들을 일은 없겠지.’
어쩌면 냈던 곡에서 조금만 비틀어, 내고 또 내면서 자가복제를 반복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실패 확률이라도 줄어들 테니까.’
김한영은 매일 밤 남모를 고민으로 지새울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 모든 고민 속에서 벽을 더듬다 보면 미로의 끝처럼 다다르는 결론이 하나 있었다.
[남들이 싫어하면 뭐 어때.]퇴물 소리 좀 들으면 어떻냐는 것이었다.
그는 그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는 것이었다.
상업적인 성과도 좋지.
하지만 꼭 성과라는 게 상업적인 성과만 있던가.
스스로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 것만 해도 행복한 일이다.
그걸 남들도 좋아해 준다면 더 행복하겠지만, 미움받는 게 두렵다고 무한정 제자리만 답보하는 건 정답이 아니리라.
아니, 그것 또한 정답이다.
다만 그게 김한영의 정답이 아닐 뿐이었다.
이번 곡도 그러했다.
삐비비빅- 삑- 지이이잉-
김한영의 뒤에서 전자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비트.
퉁- 퉁- 퉁- 퉁-
명실상부하게 전자 음악의 그 성질을 띠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김한영의 평소 음악과는 명백히 다른 멜로디에, 누군가는 생각했다.
‘EDM?’
그렇다.
지금, 김한영의 음악은 포크를 기반으로 EDM을 접목시킨 것이었다.
탕-타다다다닥! 탕!
김한영의 손끝으로 기타 속주가 달리기 시작했다.
그 사이를 채우는 비트와 신스는 EDM에서 전반적으로 가지고 왔다.
그렇다.
레베카 로드리게즈가 잘하는 것이었다.
흡사 케이팝 스타일에 근접한 반주 위로 김한영의 전매특허인 어쿠스틱 기타가 속도감 있게 달렸다.
“Old man said that there is angel with a shotgun.”
“Society, so pathetic, so cinematic. Are you sleepy yet?”
노래는 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부르고.
‘이런 걸 준비했다고?’
듣기 좋다.
당장이라도 빌보드에 올려도 모자라지 않을 것만 같이 듣기 좋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세련됐다.
‘쫄깃하네.’
‘이걸 뭐라고 해야 할지, 세련됐네.’
서로의 장점을 버무린 그 음악에 놀라움이 번져 나가는 한편.
‘다시 들어 봐도 놀랍군.’
멀리 떨어진 올리버 맥튼이 팔짱을 낀 채로 한숨을 내쉬었다.
‘자기 장르를 밀어붙일 줄 알았는데, 저렇게까지 유연하게 꺾을 줄이야.’
김한영의 음악을 들으면서 한 생각이 있었다.
그가 자기 스타일로 레베카 로드리게즈의 음악을 덮어 버리리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레베카가 그것을 바라기도 했고.
하지만 김한영이 그녀에게 제안한 음악은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서로 잘하는 게 있는데, 왜 한쪽이 봐줘야 하죠?]기꺼이 양보하는 것이었다.
자기 색깔을 강요하기보다는, 상대의 색깔을 살리며 조금 더 높은 영역으로 나아가는 데 중점을 두었다.
올리버 맥튼이 생각했던 것과 정반대였다.
‘사고가 유연하다.’
음악 시장이 발전하며 온갖 장르를 융합시키는 건 기초 소양이 되었다.
한 장르에만 머무르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그가 들었던 김한영은, 명실상부하게 포크에서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는 듯한 길만 파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연히 오해했다.
말 그대로, 오해였다.
[포크를 고집한 건 글쎄요. 아직은 더 나은 걸 못 찾아서.]김한영은 언제까지고 자기 취향에 솔직했다.
포크가 그의 기준에서 최고의 장르였을 뿐.
더 나은 음악을 만들 길이 있다면, 얼마든지 수용할 준비가 된 사람이었다.
이번에는 그게 레베카 로드리게즈의 EDM이었다.
탁, 탁, 탁, 탁.
그녀가 눈앞으로 깔아 놓은 손에 놓인 런치패드를 현란하게 두드릴 때마다.
삐비빅- 치이이익-
수십 개의 가상 악기가 저마다 다른 색채를 뿜어냈다.
꼬끼오-
닭이 우는 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뱀-배뱁-뱀-
비트박스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쨍그랑!
도자기가 깨지는 소리도 그중 하나였다.
뱀-쨍그랑!-웩-위이이잉-
서로 다르다 못해 한 자리에 머무는 게 상상이 안 되는 음색들.
하지만 어울렸다.
시장 바닥에서 긁어온 것만 같은 난잡한 소리들을 한 자리에 모아 두자, 옛 중세 교회의 모자이크가 거대한 예술을 이루어 내듯 그녀의 음악도 하나의 거대한 실루엣을 이루어 냈다.
‘레베카가 저런 거 잘하지.’
제대로 된 악기를 살 돈이 없었던 그녀다.
가족에게 학대당하기도 바빴는데, 어디에서 비싼 악기를 사겠는가.
그런 그녀에게 악기란 일상에서 채집한 조각들이었다.
침대 이불 부스럭거리는 소리.
더운 여름밤 곤충의 날갯짓 소리.
유탕 과자가 파스락 부서지는 소리.
레베카 로드리게즈는 그런 소리 하나하나를 합쳐 세련된 음악을 자아내는 아티스트였고.
단다단-
그 위를 무대 삼아 김한영의 기타가 시종일관 내달릴 뿐이었다.
“No one wants to be ignored.”
“stay tuned till the end.”
두 사람의 보컬은 강릉에서의 그것과도 같았다.
각자 따로 논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울렸다.
‘슬슬 하이라이트다.’
그 순간 EDM의 비트를 지우는 리얼 드럼이 달리며 하이햇 소리가 폭발할 듯 터져 나왔고.
치이익-
그렇게 불과 3분짜리 곡이 끝났을 무렵.
적막해진 다저스 스타디움.
“아, 아.”
그 핵에 선 김한영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개선장군처럼 앞으로 주먹을 길게 뻗어 올렸다.
“김한영 앤 레베카 로드리게즈. 페인 킬러.”
잠시 뒤.
김한영이 폐 속에 한껏 응축된 공기를 일기에 폭발시키며 크게 외쳤다.
“위아 넘버 원!”
곧이어 세상을 뒤엎을 듯 환호성이 쏟아졌다.
저 하늘에서 대홍수가 터져 세상을 가라앉혔듯, 5만 명이 넘는 관객의 함성이 LA 한복판에 천둥 번개를 내리꽂았다.
그리고.
김한영은 그 소리가 가라앉을 때까지 분위기를 한껏 만끽한 뒤에야 마침내 안도했다.
‘이래서 신곡 발표를 멈출 수가 없다니까.’
* * *
김한영의 신곡이 발표되었다.
아직 정식 음원 발표는 아니고, 우선은 라이브 한정으로 공개한 맛보기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 스타일이라는 게 다소 놀라웠다.
[레베카 로드리게즈 음악 듣고 들으면 레베카 음악이고, 김한영 음악이라고 생각하고 들으면 김한영 음악이네]완벽하게 상반되는 두 사람의 스타일을 하나의 비빔밥처럼 버무렸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2+2가 4가 아니라 10이라는 듯 새로운 영역에 발을 내디뎠다.
라이브 시청자가 200만 명가량이지, 그 파급력은 고작 200만이라는 숫자로 환산할 수준이 아니었다.
[BECK’ Dickson LA tour The exist finale 4/13] [61,695,345]숫자가 부푼다.
하루아침 사이에 조회 수 백만 단위를 넘어, 천 단위로 부푼다.
어지간한 스타들이나 간신히 보인다는 그 화제성이 말년 록스타와 신인 뮤지션의 공연에서 나타났다.
[김한영이 대세가 맞기는 한 듯] [이번 공연 수익금은 전액 후원한다던데?] [음원 발표는 언제 함] [레베카 로드리게즈가 만든 곡인가?] [둘이서 같이 각각]화제성이라는 건 초원에 붙은 불과도 같아서, 한 번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하면 도저히 멈출 수 없는 법이었다.
그렇다.
지금의 김한영은 불이었다.
세계 음악 시장을 화르르 불태워 버리겠다는 듯,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낸 횃불.
아이플러스가 그의 존재를 알렸다.
재밌는 가십거리에 불과했다.
레베카 로드리게즈가 그의 가치를 외쳤다.
기대감이 생겨났다.
도라 쇼가 그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단계 단계 계단을 밟고 오르듯 김한영의 다음 행보는 더 높은 곳으로 이어졌고.
어느 순간.
그 불길은 벡 딕슨에게마저 잡아먹히지 않고, 도리어 그를 장작으로 삼을 만큼 거세게 타올랐다.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지금 들었어요? 들었죠? 나 지금 울고 있나]성공한 뮤지션의 상징, 리액션 영상이 매분마다 쏟아졌다.
벌써 그의 곡을 분석해 커버 영상을 만들어 올리는 사람도 나왔다.
각 지역의 레코드샵에는 김한영의 앨범을 구매하고 싶다는 문의가 쏟아졌다.
이게 전부 일주일도 안 돼서 일어난 일.
이쯤 되자, 누군가는 조심스레 예상해 볼 따름이었다.
[곧 빌보드 1위 찍는 거 아니냐?] [일단 정식으로 음원 발표만 하면 가능성 있을 것 같은데]아직까지는 우스갯소리다.
하지만 과연 내일도 우스갯소리일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두고는, 그 누가 됐든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 * *
‘아, 잘 놀았다.’
호텔 발코니에 앉아 허공을 올려다보려니, 캘리포니아의 밤하늘이 나를 반겨 주었다.
초미세먼지가 없어서 그런지 호흡이 편안하다.
‘아예 눌러앉고 싶네…… 는 개뿔, 얼른 가서 찜갈비 먹고 싶네.’
슬슬 미국 일정이 거의 끝났다.
처음 올 때만 해도 한 달이 안 걸릴 일정이었는데, 정신을 차리고 나자 두 달을 꽉 채워 버리고야 말았다.
‘가만.’
나는 핸드폰을 두드려 모처럼 내 미튜브 채널에 들어갔다.
그러자 그곳에는.
[팅리버스터 – 켠 김에 김한영 올 때까지] [LIVE!] [148,156]여전히 팅 식구들의 방송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방송 화면 구석에 작은 피켓 하나가 붙어 있었다.
[54일째 방송 중]“…….”
정말로 나 올 때까지 안 쉬고 계속 방송할 작정이었나 보다.
근성이 대단하다.
모처럼 여유도 생겼겠다, 나는 내친김에 방송에 올라온 채널들을 좀 더 둘러보았다.
그리고 작게 웃음을 지었다.
‘엄청나게 늘었네.’
영상의 양과 질 양면에서 크게 발전했다.
[고희범의 뉴메타 탑 공략] [조회 수: 2,124,515] [서폿으로 누가 탑을 가냐고요? 맞습니다. 아무도 안 가죠. 그걸 노리는 겁니다. 상대방이 뭘 알겠습니까. 정글이 좌절하고 바텀이 오열…… 아니! 쟤 뭐야! 뭔데 저놈도 서폿 들고 탑으로 와! 으아악! 왜 정글이 벌써 오는데! 아니 X팔 다섯 놈이잖아!!]고희범은 아예 게임 방송 쪽으로 기틀을 잡아 버린 듯했고.
[조은솔의 10일 만에 완성하는 핑거스타일] [조회 수: 751,354] [오늘은 게스트를 한 명 모셔왔어요? 누구게요? 정답은 바로…… 두둥! 초보자 시절 김한영이랍니다. 보이시죠? 이게 한영이 처음 방송 데뷔했을 때 영상인데요. 보시죠? 코드 짚을 때마다 손가락이 자꾸 미끄러지는 거.]조은솔은 내 시체를 팔고 있었다.
‘뭐지? 내가 헛것을 보는 건가?’
혼란스러운 광경에 잠깐 눈을 벅벅 비볐지만, 화면 속 모습은 변하지 않았다.
세상에.
그 선비 조은솔이 조회 수에 눈이 멀어 식구의 시체를 팔 지경에 다다랐다니.
조회 수란 대체 무엇인가.
무엇이기에 사람을 저렇게까지 바꾸는 건가.
‘세상이 말세다.’
한국에 돌아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가서 제대로 한마디 해야지.
그렇게 호텔 발코니에서 뜬금없이 소풍 전날 초등학생의 기분에 취해, 혼자 핸드폰만 붙들고 있는 와중이었다.
부우웅.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그런데 그것이 발신자를 알 수 없는 번호였다.
‘누구지?’
최근에 핸드폰 바꿔서 내 전화번호 아는 사람이라고는 없는데.
어디에서 유출됐나.
의아해하면서도, 우선 전화는 전화니까 받아든 순간이었다.
[미국 일정은 재밌으셨나?]수화기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말이 썩 자극적이었다.
[지난번에 우리 초대 거절해서 좀 섭섭했는데.]영어로 걸려 온 말인데, 저쪽에서 나를 초대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거기에 안 갔고.
썩 이상한 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초대를 받은 기억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없었기 때문.
‘스팸인가 보군.’
나는 기대감이 꺾이는 걸 느끼며 말했다.
“끊습니다.”
[야, 잠깐. 끊……]뚝.
곧 전화가 끊기며 비프음만 애처롭게 울렸다.
사람이 모처럼 푹 쉬는데 장난 전화나 걸고 말이야. 하여간 지구 어디에나 이상한 사람이 있다.
‘차단해야지.’
내친김에 차단 버튼까지 누른 순간이었다.
부우웅-
곧 다른 번호로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혹시 하는 마음에 받은 찰나였다.
[사람 말은 끝……]“끊습니다.”
다시 전화를 닫으려는 순간이었다.
[다누시아 쿼리!]건너편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다누시아 쿼리! 나 다누시아 쿼리라고. 다누시아 쿼리. 들어 봤지?]“다누시아 쿼리?”
그 말대로다.
들어본 이름이기는 했다.
레베카 로드리게즈가 언질로나마 알려 줬던 그 사람이었다.
‘라운드테이블의 리더라고 했나.’
지금, 현 음악 시장에서 최고로 잘 팔리는 뮤지션이면서 동시에.
뭐라고 했더라.
아, 그래, 기억났다.
‘세계에서 제일 잘나가는 중2병 환자라고 했지.’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