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99)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99화
68장 에필로그(1)
외팔의 검성, 게슈타인. 그의 경지는 절대 낮지 않았다. 지금껏 상대한 이들의 수준이 너무 높았던 것이었다. 실버스는 그걸 이제야 깨달았다.
“쿨럭!”
실버스가 입 밖으로 붉은 피를 토해냈다. 게슈타인의 검이 실버스의 복부를 관통한 것이었다.
오러를 머금은 칼날은 강력한 방어 마법을 꿰뚫고서 대마법사의 육신에 붉은 꽃을 피워내게 했다.
“외팔의 검성이…… 이렇게 강했을 줄이야…….”
황급히 블링크를 사용하여 게슈타인과의 거리를 벌렸다.
블링크를 사용하려는 순간 게슈타인이 날카로운 검격으로 방해했지만, 실버스는 대마법사 특유의 기교를 발휘하여 간신히 마법을 완성하여 뒤로 물러날 수 있었다.
“헉, 허억!”
거친 숨을 몰아 쉬면서도 스태프를 흔들어 방어 마법을 중첩했다.
복부의 상처가 벌어지면서 죽을 만큼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당장 방어 마법을 중첩하지 않는다면 게슈타인의 칼날이 두개골을 쪼갤지도 몰랐다.
“지, 지원을……!”
도움을 청하기 위해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 봤지만 종말 협회의 간부들과 전투원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한 뒤였다.
주위를 장악한 이들은 종말 협회의 조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종말의 뜻을 따르는 이들이 아닌 필리어스 제국 황가를 지키는 검은 그림자, 쉐이드들이었다.
“제기랄!”
결국 실버스는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거듭 블링크를 사용하여 거리를 벌리려고 했으나 어느새 게슈타인이 코앞까지 다가와 강렬한 오러를 머금은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뒤늦게 정신을 차렸을 땐 힘들게 중첩한 방어 마법이 처참하게 찢기는 중이었다.
“곱게 죽을 생각은 버리거라!”
“으아아아! 오지 마!”
죽음의 공포가 고개를 들었다. 게슈타인이 흩뿌리는 지독한 살기는 냉정한 실버스의 이성을 마비시켰다.
마지막 방어 마법이 파괴되었다. 게슈타인이 휘두른 검이 실버스의 왼팔을 잘라냈다.
“크아아악! 내 왼팔을……!”
“끝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니까!”
“제기라아아아알!”
또 다시 휘둘러진 검. 날카로운 검격은 실버스의 오른쪽 다리를 잘라냈다.
“황제 폐하께 고통을 선물했으니, 이는 배로 갚게 될 것이다.”
왼팔과 오른 다리를 잃었다. 극심한 고통 속에서 마법을 영창하려고 했지만, 완성되기 직전에 게슈타인이 귀신같이 알아채고서 검으로 실버스의 어딘가를 베었다.
“주, 죽여 줘…….”
피투성이가 된 실버스가 애원했다. 정신력이 강한 그가 견디지 못할 정도로 게슈타인의 고문 검술은 악랄하고 치명적이었다.
“감히 황제 폐하를 적대하고도 쉽게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냐?”
게슈타인이 차갑게 내뱉었다. 그의 목소리에서 진한 살기가 묻어났다.
동행한 고위 마법사가 실버스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게 마나 로드를 차단하고 자결하지 못하도록 마비 마법을 걸었다.
평소였다면 대마법사인 그에게 고위 마법사가 직접적인 마법을 행사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겠지만, 지금 실버스는 빈사 상태였다. 저항할 기운이 없었다.
마나를 봉쇄 당한 상태에서 쉐이드들이 다가와 물리적인 포박까지 행사했다. 실버스는 저항을 완전히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지혈과 회복 마법이 과다출혈로 그의 숨이 끊어지는 것조차 예방했다. 그는 어딘가로 운반됐고 쉐이드들 또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시체 가득한 전장에 남은 이는 복잡한 얼굴의 게슈타인과 창백한 안색의 쉐이드 조장 한 명뿐이었다.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십니까? 게슈타인 경.”
쉐이드 조장이 물었다. 실버스의 처우에 관한 일이었다. 게슈타인은 검을 검집에 집어넣으며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황제교에 넘길 생각입니다.”
“과연……. 현명한 판단이십니다. 그들이라면 저 대마법사를 효율적으로 고통받게 할 겁니다.”
“부디, 황제 폐하께서 깨어나시면 좋으련만…….”
게슈타인의 바람이 차가운 공기 중에 흩어졌다.
* * *
전황이 나빴다. 승리의 여신은 하이펠 제국이 아니라 필리어스 제국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가스펠 후작이 지휘하는 북부군의 7만 병력이 전멸하고 필리어스 제국의 크레이어 후작이 통솔하는 10만 대군이 중부 지방에 진입하면서 나이트엘 황태자는 더욱 심한 압박을 받게 되었다.
특히 나이트엘 황태자는 병력뿐만 아니라 최측근인 가스펠 후작까지 잃었으니, 그 상심이 이루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힘든 상황 속에서 나이트엘 황태자는 하이펠 제국과 황실에 충성하는 귀족들을 소집했다. 중부 지방이 사실상 점령당한 실정이었기에 북부의 귀족들만 소집에 응할 수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북부군이 집결한 북방 중앙 요새에 귀족들이 모였으나, 회의장에는 무거운 침묵만이 깔렸다.
“어찌해야 좋겠습니까? 경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나이트엘 황태자가 침묵을 깨고 북부의 귀족들에게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북부의 귀족들이라고 해서 뾰족한 묘책이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항복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누군가 조심스럽게 발언했다. 그러자 몇몇 귀족들이 분개하여 벌떡 일어났다.
“항복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황태자 전하의 앞입니다! 어찌 그런 망언을 입에 담는다는 말이오?”
“하이펠 제국의 드높은 위상에 먹칠을 하는 겁니다!”
항복을 말했던 귀족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 어찌 해야 할까요? 총동원령을 선포했지만, 징집병들이 무장하는 것보다 필리어스 제국군이 진격하는 속도가 더 빠릅니다.”
나이트엘 황태자의 날카로운 지적에 이번에는 전쟁을 주장했던 귀족들이 고개를 숙였다.
황태자와 북부의 귀족들은 한참을 논의했지만, 복수심에 불타는 필리어스 제국군을 막을 방법은 나오지 않았다.
심각한 분위기 속에서 의견이 오고 갈 때였다. 별안간 막사 문이 활짝 열리더니 얼마 남지 않은 황실 친위군 소속 기사가 달려 들어왔다.
그의 갑옷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황태자 전하! 당장 피하셔야……. 커헉!”
황실 친위군 기사는 말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검은 단검이 흉부를 뚫고 나왔기 때문이었다.
“대체 무슨!”
“친위군은 황태자 전하를 보호하라!”
귀족들이 벌떡 일어났다. 막사 안을 지키고 있던 황실 친위군의 기사 일곱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다음 순간, 그들의 목은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것은 귀족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커헉!”
“크아아악!”
귀족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나이트엘 황태자를 제외한 막사 안의 모두가 목숨을 잃자 어둠 속에서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종말…… 협회냐…….”
차오르는 두려움을 간신히 억누르며, 나이트엘 황태자가 물었다. 검은 옷을 입은 이들 중 직급이 가장 높아 보이는 이가 나이트엘 황태자를 향해 한 걸음 다가왔다.
“모든 것은 황제 폐하의 뜻대로.”
그 말을 들은 나이트엘 황태자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저자가 말하는 걸 보니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 직속으로 있다는 쉐이드가 분명했다.
‘아무래도 여기까지인가 보군.’
최후의 순간이 다가왔다. 쉐이드 조장은 침묵 속에서 날카로운 단검으로 나이트엘 황태자를 난도질했다.
“끄르르륵!”
끔찍한 소리와 함께 나이트엘 황태자의 숨이 끊어졌다.
* * *
“나이트엘 황태자가 쉐이드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저희 중앙정보국에서는 요원들을 동원해 이 사실을 하이펠 제국 전역에 퍼뜨렸고, 그 결과 잠잠해졌던 지방 영주들이 다시 검을 빼들었습니다.”
보고를 끝마친 포타스 백작이 조용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수고했다고 말해줘야 할 황제는 여전히 침상에 누워 말이 없었다.
두 눈을 감은 채 고요하게 호흡하는 그 모습은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았다.
“황제 폐하…….”
“보고는 끝났나요?”
“물론입니다, 데시아 경.”
“황제 폐하께서는 안정을 취해야 해요.”
이만 물러가라는 뜻이었다. 포타스 백작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제의 침실을 떠났고, 홀로 남은 데시아는 말없이 황제의 뺨을 쓰다 듬어 주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가벼운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실비아가 걸어 들어왔다.
“엘릭서를 구해왔어요.”
실비아가 말했다. 엘릭서는 엘프들의 보물이었지만 그들은 레이먼에게 진 빚이 있기 때문에 순순히 내주었다.
“이리 주세요.”
엘릭서를 받아든 데시아는 그걸 조심스럽게 레이먼에게 먹였다. 하지만 일순간 입술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올 뿐 그는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황제 폐하……. 제발 일어나세요……. 약속대로 저를 대마법사로 만들었다고 이렇게 깊게 잠들면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데시아가 눈시울을 붉혔다. 실비아는 이미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슬프게 울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 눈물바다가 된 침실에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 이가 있었으니, 그는 바로 적탑주 베레누스 카일이었다.
“적탑주님, 무슨 일이시죠?”
“마검사 최후의 비전에 대한 고대 문헌을 찾아봤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더군.”
“이상한 점이라면…….”
“이 최후의 비전으로 식물인간이 된 상태라도 엘릭서를 사용하면, 마나를 되찾는 건 무리라고 해도 의식은 깨울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베레누스의 말에 데시아의 표정이 더욱 큰 절망에 물들었다.
“그렇다는 건 설마…….”
“그 설마다. 데시아 경. 황제 폐하의 영혼은 지금 이곳에 없다. 그래서 깨어나지 못하시는 게야.”
* * *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길고 선명한 꿈을. 정신을 차렸을 때는 모든 것이 신기루처럼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을 뜨거라, 아이야.
부드러운 목소리에 레이먼은 감고 있던 눈을 떴다. 찬란한 빛의 세계가 눈앞에 보였다. 그리고 그 선명한 빛줄기보다 밝게 빛나는 흰옷의 여인이 바로 앞에 서 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너를 이 세계로 부른 게 바로 나다.
“이 소설 속 세계관에 말입니까?”
레이먼의 질문에 여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긍정했다.
차원 간 이동을 해냈으니 최소 대마법사급이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곧 레이먼은 고개를 저었다.
5황자였던 레이먼의 몸에 빙의까지 시켰으니, 이것은 대마법사를 넘은 신격의 영역이다.
그것도 최소 주신격이다.
“제가 생각하는 게 맞습니까?”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확답을 피하시는군요.”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저를 부른 이유가 뭡니까?”
레이먼이 차갑게 내뱉었다. 눈앞의 존재가 주신격이라고 하더라도 서론이 길게 이어지는 건 원치 않았다.
-이 세계는 본래 멸망할 운명이었다.
“그렇습니까?”
-그래. 그리고 이 세계를 멸망시키는 종말 협회는 네가 본래 있던 세계를 침공할 운명이었지.
차원 이동이 가능한 시점에서 두 세계가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설마 침공이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 못 했다.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레이먼을 향해 주신격의 여인은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입을 열었다.
-너는 두 세계의 멸망을 막았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죽고 난 뒤 신격이 될 것이리라.
“이번 생에는 안 됩니까?”
레이먼이 불평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짜증에 가까웠지만 주신격의 여인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건 곤란하단다, 아이야. 하지만 원하는 게 있다면 말해보거라. 최대한 들어줄 테니.
그녀의 말에 레이먼은 고민했다. 막대한 부를 요구할까? 아니면 지구에서 마검사의 힘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할까? 여러 소원이 떠올랐지만 단 한 가지. 가장 원하는 건 정해져 있었다.
“저는 지구로 돌아가야 하죠?”
-물론이다, 아이야. 그게 운명이니까.
“제가 함께했던 이들과의 인연이 끝나지 않게 해주시죠.”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는 것이더냐?
“예.”
-네 바람은 이루어질 것이다.
여인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소원을 말하고 나니까 속이 시원했다.
비록 초능력과 막대한 부를 포기해야 했지만 불만족스럽지 않았다. 물론 그녀가 말하는 재회가 어떤 방식인지 봐야 할 것 같았지만, 주신격이 말장난을 할 리는 없으니 분명 긍정적인 방법일 것이다.
-이제 원래 세계로 돌아갈 시간이다.
주신격의 여인이 말했다. 레이먼은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보내주시죠. 현기증 나니까.”
관심 없는 듯 말하면서도 눈물이 쏟아지려고 했다. 그런 레이먼의 모습에 여인은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고생 많았다, 아이야. 아니…… 김태현.
그 말을 끝으로 빛이 사라지고 세계가 뒤바뀌었다. 혼란스러운 소용돌이 속에서 눈을 떴을 땐 익숙한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결국 돌아왔네.”
작은 원룸.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책상 위에는 완성하지 못한 설정집이 놓여 있었다.
그가 《망자들의 제국》 설정집을 다 알고 있는 것은 단순히 독자들 떠나 그 설정을 만든 게 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하하하.”
실없는 웃음. 함께한 이들이 벌써 그립다.
“잘 지내고 있으려나?”
지금 이 순간 김태혁은 알지 못했다. 재회의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준비를 끝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