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90
90화
대박.
말 그대로 어마어마한 게 터졌다는 것.
그런데 세간에서 말하기로, 대박이라는 것은 사실 실력만으로 터지는 게 아니었다.
[대박은 운도 따라 줘야지.] [실력으로 대박 치면 열심히 산 사람들이 다 치게?]운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운을 이끄는 것 또한 실력이라고 할 수 있으니, 결국 닭과 달걀 중 어느 것이 먼저인가 하는 것의 문제였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유독 이에 대해 논쟁이 많았다.
[솔직히 가수가 뜨는 건 실력이랑 상관없지 않냐?] [운이 따라 줘야지.] [실력으로 뜨는 거면, 그 밴드 보컬은 왜 저녁마다 바닥 청소로 바쁘대?] [왜, 저기 누구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공연하다가 방송국 사장 눈에 띄어서 떴다잖아.] [백날 노력만 해 봐야 의미 없다니까.]조금만 삐끗하면 회의주의로 빠지기 좋은 말들만 가득하다.
[다 필요 없어.] [술이나 마셔.] [될 놈은 되겠지. 안 될 놈은 안 되고.]그런데.
이를 두고 김진산 사장은 이렇게 말하고는 했다.
그는 무기력하게 자포자기한 사람을 싫어했다.
성공을 위해 발버둥을 치는 모습이야말로 사장님이 사랑하는 것이었지.
[성공을 하고 싶으면 성공할 수 있는 행동을 해!]그렇다고 해서 그가 노력만 강조하는 사람이었던 것도 아니다.
[멍청이들이나 노력이 최고라고 주장하지. 방구석에서 백날 기타만 치면 누가 그거 듣고 지갑을 딱 열어 준다디? 필요하면 접대라도 뛰어! 나 찾아 주는 사람한테 가서 양손 싹싹 비벼! 구두도 핥아! 바닥 청소? 그것도 필요하면 해!]그는 노력을 강조하지 않았다.
다만, 최선을 몇 차례고 강조했다.
목표를 하나 정한 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최선을 찾아서 그거나 하라는 것.
최선.
입만 열면 언제나 강조하는 말이었다.
특히나 내게 자주 그러했다.
[음악을 해? 음악만 하면 될 것 같아? 너 혼자서? 지랄. 백날 천날 여기서 혼자 지지고 볶아 봐라. 네가 스타가 되나 시체가 되나.]그랬던 그였다.
처음에는 그 듣기 거북했던 최선이라는 단어가, 지금은 내게는 삶의 신조처럼 박혀 버렸다.
그냥 그랬다.
‘갑자기 그립네.’
말을 조금이라도 섞으면 머리가 징징 울릴 정도로 시끄러웠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은 조금 보고 싶어졌다.
특별히 뭔가 기념할 만한 일이 있어서는 아니고.
‘사장님이 지금 상황을 보셨더라면 뭐라고 말씀하셨을까.’
[조회 수: 411만]대박이 터졌기 때문이었다.
대박.
불과 일주일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시간이 흐르거든 500만, 아니, 1,000만이라도 넘길 게 분명한 상황.
말 그대로 터졌다.
그야 터지는 영상은 많았지.
하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다르게 터졌다.
“희범아, 보통 이런 대박이 흔하냐?”
“……1년에 손에 꼽을 정도로나 있을 것 같은데.”
그의 말대로였다.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대박이었다.
흔히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 있었다.
떡상.
떡상이 이루어졌다.
구독자 수 30.4만.
[ㅋㅋㅋㅋㅋㅋ 이런 맛집이 있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맥스 무비 뭐냐고 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 맛있는 건 같이 먹자고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졸라 잘하네] [이게 반년밖에 안 됐다는 게 더 안 믿김 ㅋㅋㅋㅋㅋ]엄밀히 말해서 무림고 영상은 우리 채널에 올라온 영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오롯이 우리 채널로 유입된 것이었다.
그 덕에 기존 시청자들은 광란의 파티였다.
[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 뉴비들 왔네] [기만영 채널에 온 걸 환영한다] [ㄹㅇ루다가] [한영아, 우리가 너 밀어준 거 기억하고 있지?] [선생님, 실례가 아니라면 저 아이스크림 하나만 사 주십시오] [김한영 코인 아직도 매수 안 한 흑우 없제?] [까비 아깝숑] [ㅋㅋㅋㅋㅋㅋ 처음 방송 시작했을 때 3만 찍는 거 보고 존나 빨리 컸다 했는데 이제 30만 ㅋㅋㅋㅋㅋㅋ]시청자들이 기뻐한다.
그 웃음이 내게도 와닿을 정도.
순수히 내 성공을 응원하는 게 너무나도 순수한 기쁨이었다.
[저 샛기는 이것도 기만에 써먹을 거야] [ㄹㅇㅋㅋ] [30만이요? 높은 건가요? ㅇㅈㄹ하겠지] [안 봐도 뻔하다! 김한영 요놈! 갈!]잘 생각해 보니까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여하튼, 시청자들이야말로 나를 떡상의 길로 이끌어 준 장본인들이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이렇게 퍼지다니.’
그렇다.
맥스 무비와 우리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을 무렵, 사이트마다 베스트 순위를 돌기 시작했다.
웃긴 영상의 장점이었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베스트 순위를 쉽게 오른다는 것.
그렇게 끌어모은 트래픽이 고스란히 우리 음악으로 연결되었다.
즉, 웃음으로 모으고 감동으로 흡수했다.
“크으으으, 이제 진짜 뭐 의심하고 말고 할 게 없겠다. 우리도 이제 곧 대기업 되겠는데? 이야, 반년 만에 여기까지 왔다고? 이게 말이 되냐?”
고희범은 입으로 기쁨을 표출하다가 부족했는지 아예 온몸으로 부르르 떨더니 말했다.
“강도수 사장님은 샴페인 터뜨리느라 정신없으시겠네.”
“국산주 좋아하신다던데.”
나는 고희범의 말에 대답했다가, 문득 예전 일이 떠올라서 덧붙였다.
“그래서 플러그인 갔을 때도 윤태 사장님한테 국산주 선물했잖아.”
“키야, 이런 복선이 있었네.”
성민아도 기가 찬 듯 짧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
“그 아르페지오 부장 이름이 뭐였더라?”
아르페지오.
팅의 라이벌쯤 되는 동아리였는데, 근래 들어 소식도 못 들어 본 곳이었다.
“김상혁인가 권상혁인가 했던 것 같은데.”
“아, 맞아. 김상형, 그 사람이 지금 우리 보면 배 아파서 난리겠다.”
아파서 데굴데굴 구르겠지.
그것도 콘텐츠로 찍어다 팔면 꽤 좋을 것 같은데.
제안해 볼까.
‘아니다. 참아, 내 안의 자본주의.’
순간 내가 너무 방송에 감염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침밥이랑 인간성은 챙겨야지.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발표나 하러 가자.”
과제 발표할 날이 왔다.
하나의 최선을 마쳤으니, 또 다른 최선에 매진할 순간이다.
* * *
엄밀히 말해서, 이번 영상을 찍은 건 어디까지나 과제를 처리하려고 그랬던 거였다.
[미디어와 문화] 강의를 날로 먹으려고 했지.기왕 하는 과제니까 방송용 콘텐츠 겸해서 같이 처리할 생각이었다.
즉, 이번 일의 마무리는 과제 발표가 될 예정.
그러니 발표를 하긴 해야지.
“흐아암.”
“쉿.”
고희범의 하품 소리를 뒤로 넘기며 강의실 앞으로 시선을 돌리자, 몇몇 학생들의 긴장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저희 조는 학교 주변 음식점을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발표를 맡은 학생들이었다.
[중경크리틱 10점 만점에 6점! 꾸덕꾸덕한 치즈크림과 녹차의 조화가 존맛탱이라고?]전체적으로 딱 과제답게 만들었다는 느낌.
어디선가 얼기설기 베껴 온 듯한 정보 전달형 영상이 많았다.
그렇다고 다 그렇게 했다는 건 아니고.
[아! 그거 아니지! 그렇게 하면 안 되지! 미드가, 미드가, 미드가 그렇게 게임을 하면 안 돼요!]좀 튀는 걸 좋아하는 학생들은 게임 중계 영상을 올렸다.
두 사람이 게임을 하고 나머지 한 명이 중계하는 방식.
웬지 누군가가 떠오른다.
‘나랑 안 만났더라면 희범이가 저런 거 했겠네.’
그 외에는 대학생 데일리 로그(일상을 촬영해서 올리는 영상) 정도.
그렇게 영상이 끝나고 나면 또 다른 난관이 남았다.
“촬영하는 한 명 빼고 나머지 두 명은 어떤 역할을 맡았죠?”
“어, 음, 편집을 맡았습니다.”
“저는 자막이랑 기획을…….”
발표한 영상을 기반으로 질답을 주고받는 것이었다.
그런데 박정화 교수님의 질문이 유독 날카롭기 짝이 없었다.
“이 영상에서는 시청자들과의 소통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죠?”
“그건…… 시청자들에게 도움이 될 정보를 선별해서…….”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완만하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이 보이지 않습니다.”
“…….”
말 몇 마디에 학생들이 묵묵부답이 된다.
하지만 이러한 질답까지 포함해서 과제를 채점한다고 했으니, 마냥 회피할 수도 없는 일.
그런데 강의실 구석에 앉아 발표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조금씩 주위 시선이 느껴졌다.
‘이제 고개도 못 들고 살겠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우리 영상이 워낙 인터넷에 돌아다닌 바람에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
물론, 모르는 사람도 꽤 있겠지.
모든 사람이 미튜브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고 사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감안해도 시선이 꽤 뜨거웠다.
대충 비율로 보자면 반반 정도.
이게 개학 첫날과는 비교도 안 될 수준이었다.
‘이제 막 뜬 미튜버만 되도 이 정도인데, 본격적인 연예인들은 학교를 어떻게 다니나 모르겠네.’
하기야, 이제 구분하기도 무의미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우리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한영 조 나오세요.”
차례가 왔다.
“네.”
자리에서 일어나 고희범, 성민아와 함께 강의실 스크린 앞으로 나왔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시작하세요.”
나는 박정화 교수의 목소리를 들은 뒤 가슴속으로 초시계를 재길 5초.
입을 열었다.
“왜 그러지? 휘청거리고 있지 않나?”
그 순간이었다.
“푸훕.”
“큽.”
몇몇 학생들은 웃음을 터뜨리는가 하면, 몇몇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게 구분이 되네.
평소 미튜브를 보는 사람과 안 보는 사람의 차이였다.
나는 가슴속에서 악동 같은 재미가 고개를 들어 올리는 걸 느끼며 나는 말을 이었다.
“안녕하세요. 저희 김한영 조는 짧은 단편 영화 한 편을 촬영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정상인 모드로 가자.
“다만, 기획을 진행하면서 이번 과제의 테마인 미디어의 특성에 대해 많이 고민해 봤습니다. 어떻게 하면 시청자들과의 소통을 늘릴 수 있을까. 단순히 소통하는 것만이 아닌, 소통을 저희 영상 속 주요 콘텐츠로 이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측면에서 많이 고심했고, 그 고민을 녹여 내려 노력했습니다. 봐 주시길 바랍니다.”
대충, 할 말은 했다는 생각에 고희범에게 눈빛을 보낸 순간이었다.
그가 손을 들어 올려 가슴팍에 얹더니,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예스, 마스터.”
“…….”
평소 방송에서 질리지도 않고 던지는 그 컨셉이었다.
하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푸훕.”
“크흐흐흐흡.”
강의실에 웃음이 번진 것.
이걸 발표 잘했다고 해도 되는 걸까.
‘아, 몰라. 이것도 소통이지.’
이미 저질러 버렸으니 뒤늦게 고민한들 의미는 없다.
하지만 이 웃음조차도 전초전에 불과한 게 사실.
영상이 흘러가며 강의실에 웃음이 더더욱 크게 번졌다.
“푸흐흐.”
계속해서 웃음이 나온다.
처음에는 작게 웃던 사람들이, 나중에 가서는 아예 감출 생각조차 안 했다.
“크하하하하.”
“푸흡.”
“미친.”
“흐으…….”
대놓고 웃는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예상했던바.
정말 궁금한 건 본격적으로 무대가 시작된 뒤의 반응이었다.
그리고.
저들은 내 반응을 한참 뛰어넘는 반응을 보여 주었다.
“…….”
강의실에 침묵이 찾아왔다.
기타 소리와 드럼 소리.
더불어 내가 노래를 부르는 소리만 울릴 뿐, 강의실에는 그 어떠한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적막 아닌 적막.
그리고 나지막하게 튀어나오는 감탄.
앞서 강의실이 웃음으로 가득했기에 가능한 광경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영상이 끝났을 무렵이 되어서야 비로소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제부터 비평 타임.
그 첫 질문은 이러했다.
“어떻게 이렇게 연주를 잘하시나요?”
곤란한 대답.
나는 고민하다가 말했다.
“짬짬이, 시간 날 때마다 했습니다.”
“오래 하셨나 봐요.”
“1학기부터 시작했습니다.”
“방송 말씀이시죠?”
“아뇨, 음악이요.”
“풉.”
웃음이 다시 터졌다.
흠.
이건 농담 아닌데.
* * *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써먹어야지.
발표가 끝난 직후, 우리는 고희범이 절묘한 위치에 깔아 놓은 카메라를 회수했다.
그리고 다듬었다.
[크흐흐] [저 미친 놈들] [진짜 돌았나 봐. 아, 눈물 나와.]우리 과제를 보고 시종일관 웃음을 터뜨리는 영상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목소리가 들릴 뿐.
학생들의 구체적인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초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얼굴을 비롯해 신상은 안 드러나게끔, 구도를 철저하게 계산한 결과였다.
물론, 허가는 다 받았다.
최소한의 잡음이 나올 여지를 없애기 위해 고희범이 동분서주했지.
그런 와중에 우리 발표는 잘 보인다.
‘깔끔하네.’
나는 이유 모를 즐거움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희범아, 이거 제목은 뭐로 할까?”
“대학교 과제 레전설.avi.”
2차 폭탄의 성능을 확인할 순간이 왔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