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318
이어서 수십 명의 소년 소녀가 들어와 관료들 사이를 채우기 시작했다.
술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졌다.
수십 명이 인사불성으로 쓰러져 있는 것을 본 단테는 잠시 밖으로 나갔다.
테라스의 상쾌한 공기가 폐를 정화시켰다.
“으흐흐.”
난간 아래 쓰러진 구스타프 왕자가 눈이 풀린 채 침을 흘리고 있었다.
“이, 이리 와.”
그가 단테의 발목을 잡았다.
단테는 무릎을 굽혀 그의 얼굴을 걷어찼다.
“큭! 으흐, 흐헤헤!”
얻어맞은 줄도 모르고 웃고 있는 그를 차갑게 지켜보던 단테는 담배를 물었다.
“후우.”
연기 사이로 별 하나가 반짝였다.
“여보! 힘내!”
“으으으!”
미로는 이를 악물었다. 산모보다 더 식은땀을 흘리며 가올드가 말했다.
“할 수 있어! 여보! 당신은…….”
“아, 좀! 시끄러! 집중 안 되잖아! 그냥 나가 있든가!”
“미, 미안. 조용히 할게.”
미로는 마지막 힘을 쥐어짜 냈다. 해방감에 이어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응애! 응애!”
“축하해요! 사내아이입니다!”
“오, 오오.”
가올드는 아기를 안았다.
“미, 미로야.”
눈물이 쏟아지기 전에 이 순간의 주인공에게 아기를 건네자 미로가 품에 안았다.
“하아, 우리 아기. 근데…… 좀 웃기게 생겼다.”
“크크, 아기는 다 그래. 열 달 동안 구겨져 있었는데 이제 기 좀 펴야지.”
가올드는 미로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고생했어.”
제3차 전범 재판.
“제2심의 판결을 뒤엎고, 각국 전현직 7명의 국왕에 대해 전쟁 가담 혐의가 없음을 선언합니다. 다만, 국가적 관점에서 세계 윤리에 크나큰 배신감을 안겨 준 귀책사유를 인정하는바, 각국은 20년 동안 토르미아에 각각 126조의 전쟁배상금을 물도록 할 것이며…….”
예전처럼 요란스럽지는 않았다.
파도가 잠잠해졌다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합의가 끝났다는 뜻이므로.
누군가는 흥미를 잃었고, 누군가는 포기했으며, 누군가는 삶에 치였다.
그날 술집에서, 네이드는 연주했다.
자신의 울분을 토해 내듯 꿈을 향해, 꿈을 향해 달릴 거라고 끝없이 노래했다.
그렇게 하나의 곡이 끝났다.
땀에 젖은 네이드가 고개를 돌리자 모든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하아. 하아.”
술에 취해 풀린 눈과, 뿌연 풍경, 빛바랜 사진처럼 아련하게 떠오르는…….
그 박수 소리.
10개월 후.
뉴 프론티어 프로젝트에 참가한 핵심 멤버들이 천국의 아라보트에 집결했다.
한때 앙케 라가 거주했던 이곳에는 높이 200미터의 구형 장치가 완성되어 있었다.
네이드는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올려다보았다.
“지려 버렸고.”
초시공간 전송기-제우스.
말 그대로 다중 우주에서 바깥 세계로 갈 수 있는 유일한 터널이었다.
제우스의 기체 틈에서 천 마리가 넘는 원숭이들이 빠져나왔다.
이어서 손유정이 날아왔다.
“점검 끝. 네가 말한 항목은 다 체크했어.”
바깥 세계의 지식, 천국의 자원과 인력, 지상의 기술력이 총동원된 작품이었다.
그 핵심에는 쿠안이 있었다.
두 세계가 도킹하려면 반드시 일관된 설계 정책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로는 아들을 안고 제우스를 올려다보았다.
“바깥 세계라.”
그녀 또한 프로젝트에 참가했지만 이번에 탑승하는 건 위저드, 이카엘, 쿠안뿐이었다.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무한무를 개척하는 것으로, 그 핵심 멤버라 할 수 있었다.
시로네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진짜로 간다.’
무한무의 개념을 사용할 수 있다면, 인류는 비로소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
페르미가 박수를 치며 말했다.
“자, 자! 그럼 일단 기념 촬영부터 할까? 나중에 홍보 자료로 써야 하니까.”
시로네가 말했다.
“이건 당분간 극비야. 그건 알지?”
“설마 모르겠어? 이 프로젝트에 내가 가진 돈 전부를 쏟아부었는데.”
세계적인 기밀이기에 이 정도의 자금을 유통하려면 금화륜밖에 없었다.
페르미의 입장에서도 영혼까지 끌어다 쓴 셈이지만, 베팅할 가치는 충분했다.
돈에는 딱히 관심이 없는 세리엘도 이번만은 피가 마르는지 앓는 소리를 했다.
“헤헤, 그러지 말고 다들 사진 한 방씩만. 일단 야훼 커플부터 시작할게~.”
시로네와 에이미는 제우스가 잘 보이는 곳에 서서 다정한 포즈를 취했다.
페르미는 연신 셔터를 눌렀다.
“오, 좋아, 좋아.”
위저드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시로네 부부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에이미의 자리에 자신의 모습이 투영되자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어우, 미쳤나 봐.’
다음은 쿠안과 시이나 차례였다.
그렇게 모델들이 순서대로 투입되는 가운데 시로네가 위저드에게 다가왔다.
“어때? 긴장되지 않아?”
“에이, 그럴 리가요. 오히려 영광스럽죠. 세계 최초로 바깥 세계에 가는 건데.”
“그래. 너도 일가를 이뤘으니 딱히 조언할 건 없고, 잘 부탁할게.”
“옛썰! 잘하고 오겠습니다!”
위저드는 씩씩하게 경례했다. 보아하니 정말로 긴장감은 없는 듯했다.
“아, 그리고.”
문득 떠오른 시로네가 말했다.
“그…… 있잖아, 너무 심하게 때리지는 마.”
“네? 뭘 때려요?”
위저드는 라그랑주의 지도자가 누구인지 모른다.
시로네는 쿠안에게 들었지만, 카이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인류의 새로운 지평을 열 아이다.’
어떤 상황이 되었든 그녀가 생각하고 그녀가 판단하는 게 옳다고 보았다.
“아니, 별건 아니고. 다른 문명 사람들이니까 너무 함부로 대하지는 말라고.”
위저드가 깔깔 웃었다.
“걱정 마세요. 제가 원래 그런 쪽으로는 잘하거든요. 문제 안 일으킬게요.”
제우스의 틈새에서 빛이 뿜어졌다.
12사도와 평천사들이 하늘을 선회하며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루키가 관제탑에서 방송했다.
-카운트다운 10분 전. 파일럿 전원은 제우스에 탑승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위저드가 가장 먼저 달려가고, 쿠안과 시이나가 잠깐의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시로네는 이카엘에게 걸어갔다.
“어머니.”
“아, 시로네.”
이카엘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시로네조차 처음 보는 상기된 얼굴이었다.
“강한 분이라는 건 알지만, 그래도 몸조심하세요. 무슨 일이 있으면 쿠안 씨를 통해서 연락하시고요, 모르는 게 있으면 위저드에게 물어…….”
시로네는 입을 다물었다.
이카엘의 눈에서 빛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다.
“미, 미안해요. 너무 기뻐서. 그 사람이 나를 기다린다고…… 거핀이…….”
이카엘이 얼굴을 가리고 울자 시로네는 다가가 두 팔로 안아 주었다.
“잘 다녀오세요.”
고개를 끄덕인 이카엘은 어느새 눈물을 닦고 밝은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이루키가 방송했다.
-카운트다운 5분 전.
파일럿이 탑승한 가운데 시로네 일행은 말없이 제우스를 지켜보았다.
-카운트다운 10초 전.
제우스의 기체에서 푸른 이온이 발광하더니 꼭대기에 플라즈마가 뭉쳤다.
-8. 7. 6.
시로네는 빛을 보며 생각했다.
‘또다시 나아간다.’
지상에서 천국으로, 천국에서 바깥 세계로, 바깥 세계에서 무한무로…….
-5. 4. 3.
가장 찬란한 순간은 없다.
우리는 매 순간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미래를 더듬어 나아가는 개척자들일 뿐.
-2. 1. 제로. 제우스 가동.
엄청난 굉음이 대지를 흔들더니 제우스의 꼭대기에서 섬광이 쏘아졌다.
‘그렇게 끝없이, 끝없는 미래로.’
시로네의 시선이 섬광의 끝을 따라 올라갔다.
“무한을 넘어.”
위저드와 이카엘은 엄청난 진동을 느꼈다.
이어서 빛이 가득 차오르더니 모든 것이 백광처럼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위저드.”
이카엘이 말했다.
“바깥 세계에서 만나요.”
위저드는 미소로 화답했다. 진동과 소음이 너무 커서 대화가 불가능했다.
그녀는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라그랑주 문명.’
어떤 세계, 어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빨리 가 보고 싶다.’
빛이 역류하는 폭포처럼 승천하더니 위저드의 모습이 백광에 파묻혔다.
흑발의 남자는 화면을 보고 있었다.
-접근 확인! 접근 확인!
라그랑주 문명 관제탑의 직원들이 분주한 와중에도 카이는 미동조차 없었다.
-고차원 벌크 터널 작동. 다중 우주 내에서 인가된 사용자가 도킹을 요청합니다.
자드가 카이에게 말했다.
“지도자님, 이곳 기준 30초 후면 승강장에 도착합니다. 승인할까요?”
카이는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
‘위저드.’
만날 수 있다.
‘다중 우주가 아니야. 꿈이 아니다. 진짜로 내 앞에 오는 거야. 그녀가…….’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두근두근!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산소 과다처럼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이었다.
자드가 다시 불렀다.
“지도자님?”
카이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지어지더니 마침내 결정을 내린 듯 또렷한 눈빛으로 출구를 향해 걸어갔다.
에스카니아가 황급히 불렀다.
“카이! 어디 가?”
문이 좌우로 열렸다.
승강장과 연결되어 있는 어둠으로 몸을 밀어넣으며 카이가 한마디를 내뱉었다.
“승인.”
무한의 마법사 외전(악의 울티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