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 I the only one in the apocalypse who thinks the genre is weird? RAW novel - chapter 286
다른 차원의 관리 시스템은 어떨지 몰라도 지구의 차원 관리 시스템인 빅시리를 믿기 때문이다.
“준비에 걸리는 시간은?”
“으음……. 관리자님. 따로 준비라고 할 게 있을까요?”
“응? 아아. 그렇지.”
“네. 그렇습니다.”
“그럼 빅시리. 차원 공지를 전해주고, 참가지만 받아. 이번에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걸 강조하고, 아! 나도 참가할 거야.”
【네. 관리자님.】
곧 차원 전체에 빅시리의 공지가 퍼진다.
“가신들 중 절반 정도는 남을 거야.”
“여보? 반이나요? 그럼 15명이 넘는데요?”
[행정청]에 모인 가신들이 알려진 적의 전력이 5배가 되어도 부상이나 사망자가 발생할 순 있지만 승리할 거라고 장담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이전의 가신에 더해 새롭게 지구로 합류한 가신까지 모두 더하면 33명이나 된다. 어비스 랭크의 스탯 11 이상의 강자가 33명. 〈지구〉가 괜히 차원 공방 동맹에 나서서 연이어 승리를 하는 게 아니다.
“응. 15명 정도 남길 거야. 방어와 탐지에 특화되어 있는 이들로 선택해.”
“많지 않아요?”
“절대. 본진은 무슨 수를 써도 안전해야 해. 그래야 원정을 떠난 사람들이 안심할 수 있어. 특히나 [주도]는 무조건. [긴급 귀환 장치]와 [차원의 문]이 있는 [황궁]은 무조건 한 명 이상의 가신이 상주해야 해.”
“알았어요.”
소피아가 그렇게 수긍하자 가만히 두어 걸음 물러나 지켜보고 있던 [내부대신]이 조심히,
“가신을 15명을 남기시는 것까지 계산했습니다. 제 2 대부인.”
소피아를 안심시키기 위한 말을 건넨다. 그렇다 애초에 [내부대신]은 내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무려 〈심연〉을 침공할 때조차 절반에 가까운 가신을 남겼었으니까.
“네. 걱정하지 않아요. 생각해보니 쌍둥이와 로운이도 원정에서 돌아왔고, 이제 막 여보의 아이들도 태어날 시기이니까요.”
“그래. 걱정하지 마. 무엇보다 나는 막상막하의 손에 땀을 쥐는 전투를 할 생각이 없어.”
“네?”
“사흘 후에 당신도 보게 될 거야.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정확히 사흘 후,
“여보. 여보는 정말……. 적당히를 모르는 것 같아요.”
소피아는 [차원의 문] 앞에 늘어선 병력과 병기를 보며 고개를 저으며 헛웃음을 보였다.
“전쟁에서는 무조건 쉽게 이기는 게 장땡이야. 압도적인 전력으로 일거에 쓸어버리는 것. 그게 내가 하는 전쟁이야. 그런 거 아니라면 굳이 시간과 카르마 포인트를 써가면서 이런 거 안 하지.”
“누구 남잔지 멋있네~.”
소피아의 요망한 칭찬을 들으면서 [차원의 문]을 넘었다. [차원의 문]을 넘자마자 보이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물’이었다. 왜 바다라고 하지 않고, 물이라고 하느냐고?
“진짜 땅이 안 보이네.”
전쟁이 벌어지는 차원이 물로 이뤄진 차원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래서 A라는 관리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한 거겠지. 자신을 머메이드(Mermaid: 인어)라고 했으니까. 그런데 밀린다?’
“주군! 서북 방면에서 마력과 마기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동하자.”
“네.”
전투가 한창인 곳이 눈에 보일 때쯤, 아군과 적의 종족이 구별된다. 인어의 범주라고 볼 수 있는 허리 아래가 비늘로 덮인 이들이 무기를 들고 있었고, 반대쪽에는 상반신이 문어와 비슷하고 하반신이 인간처럼 두 다리를 가진 이들이 대치하고 있었다.
“문어 대가리가 우리 적인 건가?”
【그렇습니다. 관리자님.】
우리가 저들을 파악하는 사이 전장(戰場)에서도 우리를 발견한 이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그 수가 늘수록 전투가 서서히 멎고, 고함과 비명 대신 침묵이 자리한다.
전장에 참여한 이들의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생기는 것을 감상하며 천천히 나아간다.
그래. 거대한 그림자다.
“저, 저, 저게 뭐야?!!”
유독 커다란 문어 대가리의 놈이 비명처럼 외치는 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가까이 접근한 후에야 우리는 나아가는 걸 멈췄다.
“전 함대. 전포 개방.”
“함대 전포 개방!”
[함대 전포 개방합니다!] [함대 전포 개방!] [전포 개방!]…
그래. 이곳 전장이 ‘물’이라는 정보를 들었는데, 맨 몸으로 올 리가 있겠나. 우리에게는 전장이 물이든, 돌이든, 사막이든 상관없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결전 병기가 있다.
“각 함대 별로 자율 포격. 적을 말살하라.”
투콰앙―!! 콰아아앙! 콰콰콰콰쾅!!!
그것의 이름은 [비공정]이다.
이전에 사용하던 낮은 랭크의 [비공정]이 아니다. 바이올렛(Violet) 랭크 이후에 제작할 수 있는 [타이탄 급 비공정] 백여 척과 어비스 랭크에 비로소 제작할 수 있는 [규격 외 행성 파괴 전투 항모형 비공정]가 열두 척이다.
한창 싸우던 이들이 전투를 멈추고 멍하니 하늘만 올려 볼만 하잖은가?
몇 번의 일제 포격으로 문어 대가리를 한 무언가뿐만 아니라, 포격이 닿은 곳 주변 물의 증발과 소멸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줄어든 해수면을 맞추기 위해 주변에 물이 몰려들었다가 흩어지면서 아군으로 짐작되는 인어들이 그 물살에 휩쓸려 이리저리 흩어진다.
그리고 그 순간 바다 위에서 왕관을 쓴 거대한 인어 한 명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비행하여 [비공정] 전면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혹시 K씨입니까?]“오랜만이라고 해야 할까요? A씨?”
[저, 정말 K씨입니까?]“네. 원군을 요청하셔서 왔습니다.”
[오오오! 이, 이것은 무엇입니까?! 아, 아니. 아닙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아직 감사 인사를 받기에는 좀 이르다고 생각됩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니.”
[끝난 게 아니라요?]“네?”
[방금 전투에서 전멸시키지 않으셨습니까?]“그게 적 병력의 전부인가요? 제가 듣기에는 함정에 빠졌다고 들었는데요? 그렇다면 연합한 차원이 여럿 있는 거 아닙니까?”
[그건 그렇습니다만……. 저희는 여기서 물러나려고 했습니다만…….]“네?”
이게 또 뭔 개소린가 싶다. 관리자 A가 하는 말은 자신과 차원민의 위기가 사라졌으니, 이제 발을 뺀다는 것 같은데. 내가 이해한 게 맞나?
【맞습니다. 관리자님.】
“맞다고? 도와달라는 게 아니라 땜빵이야?”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만…….】
“그럼 저 양반이 지금 딴 소리를 하는 거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관리자님.】
[…….]“…….”
【확인이 끝났습니다. 저 관리자의 독단이라고 합니다.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만, 저 관리자 겁을 먹은 것 같은데요?】
이건 또 뭔 병신 같은 소리야? 관리자가 왜 겁을 먹어? 관리자라 함은 최소한 어비스 랭크 이상일 텐데.
【모든 관리자가 이요한 관리자님 같지는 않으니까요. 특히나 저 머메이드 관리자는 트라우마가 좀 있는 것 같더군요. 그런 관리자가 왜 전쟁에 참여했는지는 저도 잘 이해가 안 됩니다만…….】
“좋아.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원군 파견 카르마 포인트는 당연히 줘야 하는 거고. 저대로 물러나면? 어떻게 진행할 건데?”
【그건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원군 파견 카르마 포인트에 추가로 이대로 후퇴한다면 성공 보너스도 받기로 했습니다.】
“그건 당연한 거고. 만약에 우리가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에는?”
【그거야 당연히 저들은 아무런 권리를 행사할 수 없고, 전쟁에 참여한 차원이 기여도에 따라 전리품을 배분하는 거죠?】
“당연하다고? 나중에 되면 생각이 달라질 걸? 자신이 앞장서서 나선 덕에 피해만 보고, 우리는 뒤에 참여해서 이득만 봤다고 따지면? 인간뿐만 아니라 지성체는 너희처럼 모든 것이 이성적으로 계산하지 않을걸?”
【그렇군요. 확실히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확답을 받겠습니다.】
“아니. 차라리 후퇴하지 말라고 몇 번 권유해. 이길 수 있다고. 그래도 겁을 먹고 후퇴한다면 확답을 받아. 카르마 포인트 시스템의 공증으로.”
【알겠습니다.】
하지만 결국 A는 도망갔다. 그리고 난 그를 원망하지 않았다.
“이동한다. 그리고 적이 보이면 일단 포격부터 때려넣어. 선조치 후보고다.”
“예. 주군.”
이곳에서는 굳이 [비공정] 바깥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비공정]에서 쏟아내는 포격은 고체와 액체의 중간 상태로 농밀하게 응집된 마력이다. 닿는 것은 증발하거나 소멸한다. 물이 많다? 그래서 뭐? 물이 사라질 때까지 포격을 퍼부으면 그만이다.
약탈 차원 한 곳이 아니라고 했다. 벌써부터 힘을 뺄 필요도 없다.
우리는 그렇게 [비공정]을 타고 전진했다. 전진하고 적을 발견하면,
콰콰콰쾅―!! 콰쾅! 콰콰쾅!!
포격을 퍼붓고 주변을 초토화하고 다시 이동해서 적을 찾아 적과 주변 물을 같이 소멸시킨다. 그렇게 닷새. 5일 만에 이 물이 가득한 특별한 차원에 모인 약탈 차원의 병력을 전부 쓸어버리기까지 걸린 시간이 고작 닷새였다.
【축하드립니다. 관리자님.】
“축하? 왜?”
【차원을 하나 점령하셨으니까요?】
“무슨 소리야. 이제 고작 하난데. 여기 참여한 놈들 보니까 최소 여섯 차원은 참여한 것 같던데. 그것들 다 먹을 거야.”
【어……. 그렇네요?】
“차원 좌표나 불러. 정보 제공해준다고 했잖아? 다른 곳에서 처맞고 있는 관리자는 없어?”
【관리자가 직접 참여한 차원은 이제 지구가 유일합니다. 다른 차원은 관리자가 모두 후퇴했습니다.】
“어휴. 됐다. 말을 해서 뭐하냐. 아는 척은 엄청 하더니만. 책상물림이었나. 뭐, 이 정도에 다들 도망을 가.”
【관리자님이 특이한 거라고요. 저는 차원 공방전 끝나면 [성소]를 찾지 않으실 줄 알았는데. 세상에. 공방전이 끝나고서도 [성소]에서 차원 방랑자를 줍줍하시다니. 생각지도 못한 방법이었습니다.】
충성 Max의 어비스 랭크 이상의 강자. 그리고 그 강자의 생존자들.
이것들을 얻을 수 있는 [성소]를 왜 가만히 둬? 당연히 틈날 때마다 탐색해야지. 목표는 100명의 차원 방랑자를 찾는 거다.
차원은 셀 수 없이 많고, 멸망한 차원 출신의 방랑자도 백 단위라고 들었으니까.
그렇게 물이 가득한 차원을 ‘관리자’의 권능으로 귀속시키고, [차원의 문]을 열어 다시 차원을 넘었다.
함정을 위해 병력을 많이 보냈던 걸까?
이후 침공한 차원은 병력이 생각보다 적었다.
다만,
“라이트닝 퍼니쉬먼트(Lightning Punishment)! 파이어 퍼니쉬먼트(Fire Punishment)!”
“큭?! 따끔하다아!!!”
제티가 마법진이 아니라, 무영창으로 발현하는 마법을 견디는 수준의 강자가 있어서 놀랐다. 그래. 놀란 정도였다.
“템프럴 스테이시스(Temporal Stasis).”
본격적으로 제티가 힘을 쓰기 시작하고,
“하늘의 군대를 이끌고 삼라만상의 모든 악적과 삿된 것을 토벌하는 파군성(破軍星)이시여.”
다른 가신들이 하나둘 합류하자 그대로 쓸려나갔다.
어떤 차원에서는 나흘, 어떤 곳은 열흘 이상. 그렇게 여덟 차원을 모두 순회하고 전력이 줄어든 차원의 약탈 차원민을 소멸시켜 포인트로 바꾸기는 동안 두 달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관리자님! 축하드려요! 차원 판매 카르마 포인트가 무려 20만 PC에 육박한다고요!!】
이전에 〈짐승의 우리〉나 〈심연의 추방자〉 차원과 달리 자원이 풍부하고 얼마 전까지 지성체가 생존해 있어서였을까? 차원 판매 금액이 장난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카르마 포인트가 많았고, 난 그 카르마 포인트의 절반을 차원 〈지구〉에 투자했다.
【이 정도로 차원이 풍요롭고 깨끗하다면 원금 회수까지 50년이 걸리지 않겠어요!】
“그래야지. 50년 정도 지나면 나도 이제 관리자만 하면서 유유자적 살 거니까. 준비하는 것도 있고.”
* * *
50년이 지났다.
이제 성인식을 치른 쌍둥이는 누가 보더라도 아름다운 여인이 되었고, 이로운은 나이가 50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20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조이와 이요한 사이에서 요정족으로 태어난 이세연은 요정 공주로 일선에서 요정족을 통솔하고 차원 방어를 담당한지 2년이 넘었고, 즈마제비티와 이요한 사이에서 태어난 용인족 이라온은 연구실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은 지 4년이 넘어가자 일주일에 한 번은 즈마제비티의 손에 멱살이 잡혀 억지로 밖으로 끌려 나오는 게 일상이 되었다.
그 외에 이요한의 자식들이 차원 지구에서 각자 역할을 충실하게 해나가고 있던 평범한 아침.
“나 이제 은퇴한다. 황제는 은퇴하고 너희 엄마들이랑 같이 남들이 안 보이는 곳에서 쉬다가 올 거다.”
이요한이 뜬금없는 폭탄을 던졌다. 놀라는 자식들의 외침에,
“신으로 믿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버젓이 아침에 미역국 먹고 이러는 거 별로 안 좋아. 신비주의가 있어야 한다고. 〈지구〉에 한해서 전지한 능력에 권능 [생신]으로 일으키는 기적 정도면 진짜 신 같기는 하겠지.”
미역국 간이 잘 됐다며 태연한 소리를 하면서 말도 안 되는 폭탄을 던진 이요한은,
“그러니까 서로 싸우지 말고 잘 해봐. 지금처럼. 그렇다고 어디 죽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죽는 것도 아니야. 내가 너희보다 오래 살걸? 그러니까 유언이라도 듣는 것 같은 얼굴은 좀 치워라. 가끔 너희 엄마들이랑 [황궁] 안쪽에 놀러 올 거야. 그냥 장기 휴가를 받아서 세계 일주로 놀러갔다고 생각해.”
“아, 아빠? 연희는요? 연희도요!”
“희연이는요? 희연이도 데려가요!”
쌍둥이의 외침을 뒤로하고 밥을 먹던 모습 그대로 이요한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엘리아나부터 알코르 미자르까지. 그의 여인들이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이요한이 사라지고 시간을 두고 사라진 여인들은 구름 위를 비행하는 [특수 비공정 ― 천공섬]에 도착해 이요한을 찾을 수 있었다.
“반려.”
“여보!”
“왔어?”
평소와 달리 하와이안 셔츠에 반바지와 선글라스 그리고 슬리퍼를 반쯤 신고 까딱까딱거리며 선배드에 누워 있는 관광객 차림으로 해맑게 웃고 있는 이요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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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후기]안녕하세요.
심행입니다.
마지막까지 읽어주신 독자님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장상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독자님들 덕분에 끝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에 다른 글로 찾아 뵐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독자님들 건강하세요.
심행 拜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