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ing the Sacheon Dang's Swordsmaster-Rank Young Lord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동귀어진〉〉
‘끝이군.’
마교 좌사 공손태는 선천진기까지 소모해가며 펼친 지옥마화공의 최후 절초 마화태양(魔火太陽)이 꿰뚫리는 순간 죽음을 직감했다.
‘어마어마한 검초다. 얼마나 괴물 같은 재능을 지니고 태어났기에….’
순간적으로 감탄과 의문이 일었다. 절초 마화태양에는 막대한 기운이 응축되어 있었다. 게다가 열양(陽)의 심상이 담긴 강기 무학이니 단순한 강기로는 뚫을 수 없을 터였다. 그런데 단번에 꿰뚫렸다.
차라리 놈 당연명이 익힌 것이 마도 무학과 상극인 도불 무학이라면 납득을 하겠는데, 순행의 진기이긴 하나 마기를 압도할 정도로 상서로운 기운은 분명 아니었다. 게다가 이 상황에서도 실력을 숨기고 있던 것인지 검을 내뻗는 순간, 놈의 전신에서는 무지막지한 기파가 터져 나왔다. 헤아리기 힘들 만큼 강대한 내공량에서 비롯된 것이었는데, 이 역시 놈이 살아온 세월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그만한 내공 성취가 기감에 제대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도 미심쩍었고.
그러나.
당장 의문을 해소하는 것 따위가 중요하지는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놈의 앞날이 몹시도 창창하다는 것과, 자신의 목숨이 곧 끊어진다는 것이다— 대응할 틈도 없이 심장에 박혀드는 새하얀 검신을 보면서, 공손태는 아예 방어를 포기하고 마지막 한 수를 준비했다.
‘교와 마도천하를 위해.’
그의 눈이 일순 광기로 번뜩였다. 직접 겪어보니 사천당가의 소가주가 장차 정파의 거대한 기둥으로 성장하리라는 것이 선명한 확신으로 다가왔다. 그 말인즉슨, 천마신교와 마광천을 비롯한 마도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 커다란 위협으로 자라날 것이란 의미였으니 공손태는 이 순간 자신의 한 목숨을 불살라 거목의 싹을 태워버리고자 했다.
지옥마화공의 진정한 최후 절초이자, 동귀어진의 한수인 겁화(劫)는 그렇게 펼쳐졌다.
한편.
‘…이건.’
검초 창천관일(蒼天貫日)로 청염의 덩어리를 꿰뚫고 그렇게 생겨난 틈으로 단숨에 접근하여 마교 좌사의 가슴에 단검 백설을 박아 넣고 있던 당연명은, 공손태가 묘한 눈빛으로 겁화(火)라 중얼거리는 것과 함께 그의 몸 내부에서 형용하기 힘들 정도의 열양지기(陽之氣)가 터지려 한다 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그가 휘두르던 검푸른 불꽃마화(魔火)와는 격이 달랐다. 선천지기를 땔감 삼아 피워낸 불길인가 싶을 지경이었다.
‘동귀어진(同歸於盡)?’
당연명은 공손태가 품은 악의를 금세 눈치 챘다. 이만한 열양지기를 제약 없이 다룰 수 있었다면 진즉에 구사했겠지. 지금에서야 꺼냈다는 것은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비장의 한 수라는 의미였다. 살을 내주면서 뼈를 깎는 아니, 심장을 내주면서까지 펼쳤으니 필살의 무학이겠지.
찰나지간, 당연명은 몰아의 상태에 접어들며 말없이 공손태를 응시했다. 당장이라도 그의 목을 치거나, 이대로 심장을 비롯한 오장육부를 갈라 목숨을 빼앗는 것은 손바닥을 뒤집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었다. 그렇지만 당연명은 그러지 않았다. 쓸데없는 일인 까닭이다. 마교 좌사 공손태가 익힌 무학은 심상이 위력을 좌우하는 술법 무학이다. 이미 강력한 의념이 실려 발동된 이상, 그의 목숨을 거둔다고 해서 지금 터져 나오려는 열양지기를 억제할 수 없다. 괜히 육신을 훼손했다가 내부의 열양지기를 곧장 촉발케 할 우려도 있었고.
‘겁화(劫)라.’
조금 전 들은 무공명을 떠올린다. 잡배들의 그것과는 달리, 상승 무학 특히 심상의 영역을 건드는 종류의 무공들은 함부로 이름 짓지 않는다. 그러한 명칭조차 심상을 구현하는 것에 영향을 미치는 까닭이다. 겁화(火)라는 것은 본래 불문의 용어로, 세상이 멸망할 때 일어난다고 전해지는 커다란 불길을 뜻한다. 그러니 어떤 식으로건 드넓은 영역에 강대한 열양지기를 흩뿌릴 듯했다.
언제나 그렇듯 당연명은 스스로의 안위를 걱정하지는 않았다. 마교 좌사 공손태야 회심의 한 수라고, 동귀어진을 상정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당연명은 조금 전 검초 창천관일(蒼天貫日)을 펼치면서 폐맥되어 있던 경맥을 하나 더 해방했고, 넘쳐나는 내공으로 호신강기 용린(龍鱗)을 두르고 있는 참이었다. 용의 숨결마저 견딘다는 내공 갑주다. 용(龍)을 일삼던 당가의 선조 무영객의 무학 아닌가. 공손태가 뿜을 열양지기가 제법 위력적일지언정 용의 비늘을 녹일 수 있을까.
당연명이 염려하는 것은 공손태가 펼친 이 동귀어진의 한 수가 자칫 뒤편 곤륜과 공동의 도사들에게 영향을 미칠까 하는 점이었다. 마화(魔火)도 감당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겁화(劫火)가 닿는다면 어찌 될지는 명약관화였다.
‘이 자리에서 파훼해야 해.’
그나마 패력의 성질이 담긴 독요청광기를 공손태의 몸속에 흘려 넣고 있어 집화(火)의 전개가 더딘 듯했다. 몰아에 빠진 것과는 별개로 약간의 시간을 벌었다. 불길을 생성해내는 술법 무공으로 추정되는 만큼 검초경을 펼치는 것도 잠깐 염두에 두었지만, 이번엔 극마지경의 고수가 필살의 의념을 담아낸 절초이기에 쉽사리 파훼할 수 없으리란 직감이 들었다. 두 번의 기회는 없다. 한 번의 시도로 마교 좌사의 겁화(劫火)를 파훼해야 한다.
그때였다.
호신강기 용린에 대한 상념 때문이었는지, 문득 당연명의 뇌리로 한 가지 심상이 떠올랐다. 열독(毒) 열기 또한 지나치면 독이 된다. 언젠가 만년화리의 내단에서 열독을 흡수해 정제하고, 그걸 모친에게 복용시킨 바 있다. 또한 당가십독 중 하나인 화룡호독을 직접 먹어치운 일도 있다. 그것 역시 열독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쌓아올린 진기의 근원인 독요청광기는 만독을 포식하는 기운일지니 겁화(劫火)의 열양지기 또한 독으로 규정짓고 먹어치울 수 있지 않을까.
‘가능해.’
당연명은 확신했다. 제 아무리 대단한 열양공(熱陽功)이라 해도 한낱 인간이 자아내는 것이다. 화룡의 숨결보다 뜨겁지는 않을 터였다.
그렇게 몰아의 순간이 깨지고.
당연명은 곧장 왼손으로 공손태의 목을 틀어쥐었다. 찰나가 흘렀을 뿐이건만, 공손태의 체내에서는 어마어마한 열기가 맥동했다. 그가 품고 있던 강대한 마공진기가 모조리 열양의 기운으로 화한 듯하다. 혈관에 피 대신 불길이 흐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지경인데.
공손태가 입매를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같이, 가자.”
함께 삼도천을 건너자는 얘기 같았다. 길동무로 삼으려는 수작 동귀어진을 준비한 게 맞는 듯하다. 당연명은 속으로만 생각했다. 지랄, 꿈도 꾸지 마라.
직후였다.
쩌저적─
난데없이, 공손태의 살갗이 소나무 껍질처럼 변한다. 바싹 마른 듯한 질감에, 아주 잘게 갈라졌다는 얘기다. 기이하기 짝이 없는 광경.
당연명은 알지 못했지만, 이건 지옥마화공의 최후 절초 겁화(火)가 제대로 펼쳐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겁화(劫)를 시전한 자는 이제 껏 쌓은 모든 내공과, 남은 선천진기를 모조리 태워 강대한 열양지기를 얻는다. 이때 열양지기가 스민 시전자의 육신은 바싹 마르게 되고, 살갗이 나무껍질처럼 갈라진 후에 폭발과 함께 수천 조각의 육편으로 나뉘어 비산하게 된다. 하나하나가 엄청난 열양지기를 품은 살점은 닿는 동시에 꺼지지 않는 불길로 화해 상대를 태워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폭발을 수십 번 거듭한다. 살점이 비산하는 범위 반경 수십 장은 그대로 초토화되는데, 설령 호신강기를 두른 절세 고수라 한들 연이은 폭발에 무사하기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폭발력이 강한 것은 겁화(劫)시전자의 육신이 처음 흩어질 때였다.
어쨌건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은 당연명도 짐작하고 있었다. 근접해 있는 만큼 공손태의 열양지기가 극에 달해 곧 터져 나오려 한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고.
당연명은 목을 틀어쥔 손에 힘을 주었다. 살만큼 살 늙은이가, 끝까지 번거롭게 하는군. 그냥 곱게 죽을 것이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과열(過)은 곧 독(毒)이다.’
흡성대법 따위를 익힌 것은 아니지만, 왼손 장심으로 흡(吸)의 묘리를 펼쳐 공손태의 피부 표면까지 뻗친 열기를 빨아들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스으으으ᅳ
예상대로 엄청난 열양지기가 체내로 흘러들어온다. 미리 조치를 취해두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경혈이 녹아내리지 않았을까 싶은데.
한편.
“?”
목이 잡힌 채로, 당연명이 하는 양을 보고 있던 공손태의 얼굴에 의문이 어린다. 같이 가자고 말을 하긴 했지만 상대가 이렇듯 자의적으로 죽음을 자초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까닭이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겁화(火)로 생성된 열양지기는 사람이 품을 수 있는 한계를 아득히 벗어나 있다. 제 아무리 대단한 열양공을 익혔다 하더라도 감당할 수 없다. 물론 암기와 독으로 유명한 사천당가의 소가주가 열양공을 익혔을 리도 없고.
그렇게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던 공손태의 안면에 당혹이 드리우는뎬 얼마 걸리지 않았다. 아니, 당혹 또한 금세 지워지고 이내 경악이 번진다.
“!!”
어찌된 영문인지, 당연명이 몹시 빠르게, 그리고 대량으로 열양지기를 빨아들이고 있었던 까닭이다. 심지어 그러면서도 태연한 표정이었다. 겁화 (劫)의 열양지기를 접했다면, 당장 경혈이 녹아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터인데…!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자, 공손태의 표정이 다급해졌다. 겁화(火)가 제대로 펼쳐지려면 열양지기가 극에 달한 때 육신을 터뜨려야 한 다. 이렇게 열양지기를 빼앗기면 겁화(火)를 제대로 시전할 수 없다.
개죽음 문득 공손태의 뇌리에 그러한 단어가 떠올랐다. 동귀어진을 상정하고 펼친 한 수가 허망하게 흩어지는 것을 느끼면서다.
“어, 떻게.”
공손태는 쥐어짜듯 겨우 목소리를 뱉었다. 음성에 원통함이 어려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극마지경의 고수인 그가 적에게 별다른 피해도 입히지 못하고 목숨이 끊어지게 되지 않았나. 마화태양과 겁화를 연달아 펼쳤지만 목숨 하나도 거두지 못했다.
“혼자 가라.”
당연명은 무미건조하게 말하며 열양지기를 계속 빨아들였다. 장심으로 흡수되는 열양지기, 열독을 독요청광기로 하여금 먹어치우게 한다. 만독을 포식하는 기운은 열독을 내공으로 바꿔버렸다. 어느 정도 요령이 생기자 순식간이었다. 겁화(劫火)의 열양지기에서 비롯된 열독은 제법 많은 양의 내공으로 화했다.
“평생 남을 태우며 살아왔겠지.”
당연명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공손태가 지니고 있던 열양지기를 모조리 빨아들인 뒤였다. 당장 숨이 끊어져도 이상할 것 없는 상태였지만, 어쨌건 공손태의 숨결은 미약하게나마 이어지고 있었다. 말을 들을 의식은 있어 보인다.
“이번엔 네가 태워질 차례다.”
형벌을 집행하는 듯한 어조.
열독강(熱毒罡) 당연명이 중얼거리는 것과 동시에.
화르륵! 하고 거센 불길이 일어나더니 공손태의 신형이 재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타버렸다. 화룡의 숨결이 담긴 독- 화룡호독의 심상이 담긴 독강류 무학이다. 열기가 무지막지했다. 조금쯤 남은 재는 낙하하는 동안 어디론가 흩어져 버렸다. 극마지경에 이른 무인이 시신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한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마교 좌사 공손태가 죽음을 맞이했다.
<185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