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turn RAW novel - Chapter (309)
가서 매일 해주시는 밥을 먹고 싶습니다.” 그녀는 안도했다. 이런 좋은 상관을 모시고 있으니 아들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녀가 새로 밥과 반찬을 더 가져다주었다. “공자님은 특별히 한 그릇 더 드세요! 고기도 더 넣었습니다.” 그녀의 말에 검무극이 환하게 웃었다. “다른 녀석들보다 아드님을 제일 아껴주겠습니다!” 검무극의 농담에 그녀도 웃었고 호위들도 함께 웃었다. 화순은 검무극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산장에서의 일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검무극 때문에 해결되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공자.’ * * * 검무극 일행은 그곳에서 나흘을 더 머물렀다. 원래라면 다음 날 떠나야 했지만 삼 년 만에 상봉한 화순과 삼호에게 시간을 더 주고 싶어서였다. 삼호는 밀린 효도를 실컷 했다. 사흘째 되는 날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가까운 절에 다녀오기도 했다. 오면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 절경도 구경했다. 다리가 아픈 어머니를 삼호가 업고 걸었다. 마가촌에 가서 살지 않겠냐는 아들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고, 평생 살아온 고향을 떠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흘 후, 검무극 일행은 화순과 아쉬운 이별을 하고 호남지단을 향해 마차를 달렸다. 잠시 쉬는 시간에 삼호가 검무극에게 왔다. “고향 마을을 특별관리하라고 명령하셨다는 말씀 들었습니다.” 적연이 그에게 말해준 모양이다. “당연히 그래야지. 앞으로는 어머니 좀 더 자주 찾아뵙고. 이것도 명령이야.” 삼호는 이번에 실감했다. 그간 바쁘다는 이유로 어머니께 너무 무심했었다는 것을.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베풀어주신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덕분에 어머니가 해주신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어봤다. 내가 더 감사하지.” 그렇게 휴식이 끝나자 적연이 직접 마차를 몰겠다고 마부석에 앉았다. “최대한 빨리 달리겠습니다.” “천천히 가자. 안 바쁘다.” 적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빨리 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왜?” “혹시라도 놈이 자신의 비리가 들통 난 걸 알아차리면 달아나버리지 않겠습니까?” 그럴 가능성은 없었다. 황천각과 통천각의 일 처리가 그렇게 허술하지 않았으니까. 적어도 우리가 도착하기 전까진 아무것도 알지 못하게 처리될 것이다. “이번 일 때문에 지단주에서 물러난다고? 그럴 리도 없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건 그거대로 벌이 되겠지. 평생 후회하고 한탄하면서 살 테니까. 한데 그럴 리 없다.” 이엄은 여소광이 이번 일에 개입한 증거를 남기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지레 겁먹고 달아날 리가 없다. “다들 욕심이 그득한 인간들이라서 탐욕이라는 이 덩어리에서 멀어질 수가 없다.” 그렇게 마차는 천마신교 호남지단을 향해 느긋하게 달려갔다. * * * 여소광은 창밖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편안하고 사람 좋은 인상이었기에 전혀 마인처럼 보이지 않았다. “이 장주에게는 아직도 연락이 없느냐?” 여소광의 물음에 그의 수족인 황표(黃票)가 대답했다. “아직 없습니다.” 물건을 보냈다고 기별이 와야 하는데, 이엄에게선 감감무소식이었다. “설마, 놈이 딴마음을 품은 것 아닐까요?” 여소광이 단호히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위인이 못 된다.” 게다가 이번에 사용한 칼이 혈수검이었다. 그 욕심 많은 놈을 쓴 것도 만에 하나 있을 우려 때문이다. 그놈 상대하기도 쉽지 않아 감히 딴마음을 품지 못할 것이다. “소교주는?”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습니다.” “기 싸움을 하자는 거다. 어려서 못된 것부터 배웠구나.” “소문 들으셨습니까? 이번에 후계자가 된 이공자가 정말 비범하다고 소문이 자자합니다.” “당연히 비범하겠지.” 그럼에도 여소광은 여유로웠다. “그래봤자…….” 아직 혈기 왕성한 젊은이일 뿐이다. 아무리 아닌 척 감추려 해도, 나이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치기가 있는 법. 달콤한 말로 그를 살살 녹여 버릴 작정이다. 일반 무인에서 지단주까지 어떻게 올라왔는지 똑똑히 보여줄 것이다. “그러니 어서 오시오, 소교주.” 제264회 내 명성은 네게 달렸다. 검무극은 좌우로 호위들을 거느린 채 위풍당당하게 호남지단으로 들어섰다. 여소광 역시 수하들을 모두 거느린 채 소교주를 맞이했다. 좌우로 늘어선 호남지단의 마인들이 우렁차게 외쳤다. “소교주님을 뵙습니다!” 여소광은 검무극을 맞이하러 걸어 나갔다. 그는 오늘 검무극을 처음 봤다. ‘정말 잘 생겼군.’ 그냥 잘생긴 것이 아니라 사람이 시원하게 잘 생겼다. 게다가 저 자신감 넘치는 눈빛까지. 오히려 잘 됐다. 이용하기 좋은 부류는 자부심이 높거나 반대로 열등감이 강한 이들이다. 특히 여소광은 자부심 강한 이들에게 강했다. 그들의 기분을 누구보다 잘 맞춰줬기에, 지단주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소교주님.” 여소광이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그의 허리는 평생을 닦아온 정치력만큼 유연했다. 검무극이 빤히 여소광을 쳐다보았다. “인상이 참 좋으시오.” “그런 말 가끔 듣습니다.” “강호에서 이런 얼굴을 만나면 조심하라고 하던데?” 검무극이 첫인사부터 도발했음에도 여소광은 미소를 지었다. “맞습니다. 다른 놈들은 다 조심해야죠. 그런데 이 무림에서 딱 두 분만큼은 제외죠. 그중 한 분이 소교주님이십니다. 자, 들어가시죠.” 여소광이 검무극과 함께 대청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연회가 마련되어 있었다. 검무극이 들어서자 악공들이 연주를 시작했고 무희들이 춤을 췄다. 숙수들은 요리를 데우고 나르기 시작했다. “자, 상석으로 가시죠.” 보통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첫날은 쉬게 하고 다음 날 저녁에 연회를 가지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소교주니 어차피 편하게 왔을 테고, 아직 한창 젊은 나이였다. 시작부터 보여주는 거다. 호남지단주와 함께 하면 인생이 즐겁다는 것을. 피곤해서 쉬고 싶다고 하면 내일 또 열면 되는 거고. 여소광은 사람을 대접하는 일만큼은 강호의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검무극이 상석에 앉고 여소광이 그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적연이 은침을 뽑아서 일일이 요리에 독이 들었는지를 확인했다. 다른 호위들은 검무극을 중심으로 전후좌우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호위했다. 그들을 바라보며 검무극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과 있을 때는 그저 애들 같았는데, 이렇게 다른 사람들 속에 있는 모습을 보니 확실히 달랐다. 기세가 보통이 아니었다. “호위들이 젊군요.” “젊은데도 소교주 호위에 뽑혔으니 오죽 실력이 좋겠소? 본교의 어떤 정예 조직에 가더라도 손색없는 사람들이오.” 검무극은 호위들이 다 들으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그 모습에 여소광은 착각했다. ‘역시! 젊은애들 특유의 허세가 있군.’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정말 검무극이 수하들의 자부심을 높여주려고 칭찬해준 것임을. “정말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세가 보통이 아닙니다.” 여소광도 검무극의 칭찬에 장단을 맞춰주었다. 이번에는 검무극이 인사치레를 했다. “호남지단은 무림맹을 견제하는 본교의 요충지 아니겠소? 다른 지단보다 이곳을 먼저 방문한 것도 그 때문이지요.” “부족한 사람에게 막중한 임무를 맡겨주셔서 어깨가 무겁습니다.” “다른 것 짊어지느라 무겁지만 않으면 되겠지요.” 의미심장한 말에도 여소광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오직 교를 위해 충성할 뿐입니다.” “역시! 본단에서 여 단주를 신임할만하오. 한잔합시다.” 두 사람이 건배한 후 술을 마셨다. 술잔을 내려놓으며 여소광이 넌지시 말했다. “소교주님의 위명이 이곳 호남까지 쟁쟁하게 들려왔습니다.” “어떤 소문이었소?” “역대 후계자 중 최고의 인재라는 소문이었지요.” 검무극이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게다가 너무 잘 생기셨습니다. 무림의 후기지수 중에서 제일 잘 생기셨다고 감히 자신할 수 있습니다.” “우리 여 단주께서 못난 얼굴에 금칠을 해주시는군요.” “진심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수하들에게 물어보십시오. 저는 거짓말 못 하는 사람입니다.” 여소광은 오른팔인 황표를 불러 물었다. “네가 보기에 어떠하냐?” “후기지수가 아니라 전 무림인 중에서 제일 잘 생기셨습니다.” 그의 말에 여소광이 큰소리로 웃었다. “이거 제가 실수를 했습니다. 후기지수가 아니라 전 무림인이었습니다.” 이런 일은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던 일이었다. 여소광이 칭찬하면, 황표가 나와서 더 큰 칭찬을 하고. 허허 웃으며 다시 칭찬을 반복하고. 그야말로 사람을 접대할 때 사용하는 그들의 방식이었다. 자고로 외모 칭찬만큼 효과가 큰 칭찬은 없는 법이다. 더구나 상대가 이렇게 젊다면, 두말할 것도 없다. 검무극은 기분 좋게 웃었다. 여소광은 잘 생겼다는 말 때문에 기분 좋아 웃는 줄 알지만, 사실 검무극은 다른 이유로 웃고 있었다. “이런 기분이었군요. 다들 기분이 좋았겠는데요?” “무슨 말씀이신지요?” “아니오. 또 한잔합시다.” “좋습니다. 새로운 무림 영웅의 탄생을 위하여!” 여소광은 검무극의 말을 잘 받아주었다. 말만 하면 옳다며 맞장구를 쳐주었고, 자신은 미처 그런 생각을 못 했다면서 검무극을 높여주었다. 그는 정말이지 납작 엎드리는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었다. 여소광은 아부를 잘했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자신의 아부에 실실 웃고 있는 상대야말로 진정한 아부신공의 화신이라는 사실을. “우리 여 단주, 한잔 받으시오!” 자신을 부르는 말 앞에 ‘우리’라는 말이 붙는 것을 들으며 여소광은 내심 웃었다. 이제 술자리에 화룡점정을 찍을 차례다. 취기가 오르고 분위기가 무르익자 여소광은 한 여인을 손짓해 불렀다. 그녀는 앞서 춤을 추던 무희 중 한 사람이었다. 무희 중에서도 눈에 띄게 아름다웠던 그녀가 천천히 그곳으로 걸어왔다. 여소광이 여인을 소개했다. “소교주님이 오시면 꼭 인사드리고 싶다고 해서, 실례가 안 된다면 술 한 잔 내려주시지요.” 여인이 와서 검무극에게 정중히 인사했다. “약란(葯蘭)이라고 합니다.” 그녀는 아름다웠다. 정말 마음먹고 유혹하면 안 넘어가는 남자가 없겠다 싶을 정도로 미색이 뛰어났다. 약란이 다가와서 술병을 들었다. “귀하신 분께 한 잔 올리겠습니다.” 그때 검무극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를 안아 들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모두 깜짝 놀랐다. “자, 술은 나중에 마시고. 여 단주, 거기 기다리고 계시오.” 검무극이 그녀를 안은 채 대청 밖으로 뛰어 들어갔다. 호위들이 당황해서 그 뒤를 따라 뛰었다. 여소광도 당황했지만 이내 큰 소리로 말했다. “역시 영웅은 미녀를 좋아하는 법이지요! 침소는 나가서 왼쪽 건물에 있습니다!” 여소광은 일이 쉽게 풀린다는 생각이 웃음이 절로 나왔다. ‘술과 미녀, 언제나 잘 통하지.’ 물론 이렇게까지 화끈하고 쉽게 통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한편 약란은 너무 놀랐다. 처음에는 소교주의 돌발적인 행동에 놀랐고, 다음으론 이곳 침소로 달려오는 동안 자신이 허공에 둥둥 떠서 날아왔다는 사실에 놀랐다. 소교주는 자신을 안는 척했지만, 몸에 손을 대지 않았던 것이다. 과연 방에 들어와서도 예상 밖의 상황이 펼쳐졌다. 방으로 다급히 뛰어 들어올 때만 해도 침상에 내던질 것만 같았는데, 검무극은 그녀를 부드럽게 의자에 앉혔다. 아니, 정확히는 보이지 않는 기운이 그녀를 앉혔다. 그때 그녀는 보았다. 소교주의 잘생긴 외모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눈빛. 너무나 맑은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인의 눈이 이렇게 맑아도 되는 걸까? 눈빛만큼이나 부드러운 어조로 검무극이 말했다. “내가 누군지 알지?” “네.” 말은 부드러웠지만, 왠지 모를 분위기에 압도되었기에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