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lute Return RAW novel - Chapter (308)
볼 수조차 없었다. 그때 짓누르던 마기가 조금 줄어들었다. “다시 먹으라고.” 감히 그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혈수검이 요리를 먹었다. “……맛있습니다.” “그걸 왜 내게 말하나? 요리해주신 분에게 말해야지.” 혈수검이 고개를 돌려 화순을 쳐다보았다. “맛있었네.” 그때, 검무극이 말했다. “다시!” 이번에는 정중히 말했다. “맛있습니다, 화부인.” 검무극이 웃으며 화순에게 말했다. “맛있었답니다.” 화순은 떨리는 마음으로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저는 잠깐 이 사람들하고 이야기 좀 하고 나가겠습니다.” 방문이 닫히고 호위들이 화순을 데리고 복도 끝으로 물러났다. 문이 닫히던 바로 그 순간. 콰악! 검무극은 들고 있던 젓가락을 혈수검의 이마에 박아 버렸다. 혈수검이 그대로 꼬꾸라져 탁자에 머리를 박고 절명했다. 이엄은 너무 놀라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혈수검을 단 한 수에 죽여 버릴지도, 죽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심지어 옆에 앉아 있던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박아넣었다. 지금껏 온갖 악행을 저지르고도 살아남은 혈수검이었는데. 그런 그를 한마디 말도 없이 젓가락으로 죽여 버린 것은 충격이었다. “훔친 표물을 삼등분하기로 했다지?” “나는 다 포기하겠소! 내 몫까지 가져가시오!” “남은 한 사람은 누구지?” 이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보낸 것 아니오? 이번 건을 독식하려고?” “그 사람 누구냐고 물었다.” 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어 이엄이 대답을 망설이자 검무극이 남은 젓가락을 들었다. 볼이나 이마를 쿡쿡 찌르며 협박할 필요도 없었다. 그것이 혈수검의 이마에서 사라지는 것을 본 이상, 젓가락만큼은 버티지 못했다. “여 단주입니다!” 검무극은 이제야 이해가 갔다. 왜 그가 자신을 보냈다고 오해했는지. “천마신교 호남지단주 여소광(呂昭光)입니다!” 제263회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마교의 지단주가 표행 약탈의 배후에 있다?” 나와서는 안 될 이름이 나오자 검무극의 기도가 차가워졌다. “여 단주가 이번 일이 커지지 않도록 뒤처리를 맡아주기로 했습니다.” 천마신교의 호남지단주인 그는 그런 약속을 할 수 있을 만큼 이 지역에서는 큰 권력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가 개입했다는 증거는?” “증거는… 없습니다. 그는 이런 일에 증거를 남기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제가 증인입니다.” 여소광의 이름을 내뱉는 순간 이엄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여소광을 버리고 자신이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했다. “네가 지단주를 모략하는 거라면?” “그럼 절 죽이셔도 좋습니다.” 지금껏 보였던 태도나 간절한 저 눈빛으로 볼 때, 그는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사실 그렇게 충격적이거나 놀라운 일은 아니다. 처음 회귀했을 때, 마군주를 생각하면 쉬운 일이다. 그는 마군을 사적으로 이용해서 부를 챙겼으니까. 지금까지는 내부를 단속했다면, 이제 외부도 단속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이번 호남제일표국의 표행에 대해서는 어떻게 알게 되었지?” “그쪽 표두 중에 제 사람이 있습니다.” “누구냐?” “양대남입니다.” 한 번 열린 이엄의 입은 망설임이 없었다. “이번 표행에서 약탈한 것부터 보자.” “자, 따라오십시오.” 이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이 무거웠다. 어느새 단전의 내공이 제압된 것을 느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제압당했다.’ 이엄은 그야말로 상대의 무공이 일반적인 고수의 경지를 훨씬 넘었음을 알아차렸다. 젓가락으로 일격에 혈수검을 죽인 것은 결코 혈수검이 방심해서가 아니었다. 어쩌면 이나 쑤시면 될 작은 나무꼬챙이로도 혈수검을 죽일 수 있었으리라. ‘여 단주보다도 훨씬 강한 고수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여소광을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아니다. 마교의 지단주라면 큰 권력을 지닌 인물인데, 대체 이자는 누구기에? 이엄이 책장에 숨겨진 장치를 움직이자 벽이 돌아가며 비밀 공간이 나왔다. 그곳에 제법 큰 상자가 세 개 있었는데 안에는 금붙이들이 가득 들어있었다. 막상 그들이 강탈한 재물을 보자 검무극은 이엄과 여소광에게 화가 났다. 이번 일은 돈이 없는 자들이 한탕을 노리고 일을 저지른 것보다 더 나쁜 경우다. 두 사람 모두 가진 재산도 이미 많을 것이고, 이런 짓이 아니더라도 돈을 벌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특히 여소광쯤 되면 여기저기서 상납받는 돈도 꽤 많을 테고. 그런데도 이런 짓을 저질러? 검무극은 치미는 분노를 드러내지 않은 채 담담하게 물었다. “이번 일을 혈수검 혼자서 해냈나?” “양표두가 이동 경로를 미리 빼돌려주는 바람에 일이 쉬웠습니다. 미리 함정을 파고 기습을 가할 수 있었지요.” “방법까지 치사했군.” 신나게 일러바치던 이엄이 입을 다물고 검무극의 눈치를 살폈다. “너는 돈도 많으면서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거냐?” “…….” “대답 안 해?” “돈은…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닙니까?” “네가 번 돈이라면 그렇겠지.” 이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솔직히 말하고 싶었다. 어차피 먹고 먹히는 무림에서 뺏기는 놈이 병신 아니냐고. 너도 같은 생각이잖아? 이 위선자 새끼야!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검무극이 그곳을 나와서 복도에서 대기하던 적연에게 명령했다. “지금 당장 이 지역 황천각, 통천각 책임자들 들어오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이엄은 깜짝 놀랐다. 여소광과 교류하면서 황천각이나 통천각이 마교의 핵심 조직이란 것쯤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런 핵심 조직의 책임자들을 이렇게 막 부른다고? 그때 이엄의 시선이 적연의 가슴을 향했다. 처음 볼 때는 악귀만 보았다. 한데 이제 악귀를 둘러싸고 있는 방패도 보였다. ‘설마?’ 이 상징 역시 언젠가 술자리에서 얼핏 들어본 적이 있었다. ‘천마전 호위대?’ 이엄의 시선이 검무극을 향했다. ‘그렇다면 이자는? 서, 설마… 마교의 소교주? 으허허헉!’ 이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잘못 걸려도 정말 잘못 걸린 것이다. 다리에 힘이 풀린 그가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살려주십시오! 귀하신 분을 몰라뵈었습니다.” 아무리 엎드려 빌어도 그를 향한 검무극의 눈빛은 차가울 뿐이었다. 이엄의 예상이 맞았다는 것을 증명하듯, 정말 이곳을 담당하는 황천각과 통천각 마인들이 바람처럼 달려왔다. 검무극의 일 처리는 거침이 없었다. 먼저 책임자들에게 이번 사건을 설명했다. 그리고 호남지단 단주가 개입된 일이라 그쪽 마인들을 쓸 수 없어서 황천각과 통천각이 나서야 하는 상황임을 알렸다. 설명을 마친 후, 검무극은 황천각 특별조사관에게 먼저 명령을 내렸다. “우선 약탈당한 표물과 혈수검의 시체를 호남제일표국에 돌려주고 상황 설명을 하게. 이번 표행의 정보를 빼돌린 양대남이란 표두도 처리하라고 하고.” “알겠습니다.” 이엄은 그 과정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는데, 검무극이 자신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리고 저자는 본교로 보내서 뇌옥에 가둬.” 천마신교의 뇌옥에 갇힌다고? 이엄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안 됩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검무극이 무덤덤하게 되물었다. “설마 이런 큰일을 저지르고 그냥 넘어갈 줄 알았나?” “그래서 제가 다 실토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안 죽였잖아?” 이엄은 말문이 막혔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뇌물인데. 표물을 되돌려주라는 걸 보니 그것도 통할 것 같지 않았다. 검무극이 선택권을 주었다. “좋아, 그럼 선택해! 우리 뇌옥에 갈래? 아니면 호남제일표국으로 갈래?” 이엄은 두 선택 모두 죽은 목숨임을 알았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저는 계획만 세웠을 뿐입니다!” “너, 이런 일이 처음 아니지?” “처음입니다.” 이엄의 목소리가 떨렸고 검무극의 시선을 마주 보지 못했다. 처음일 리가 있겠나? 혈수검이 끌려온 숙수들을 잔인하게 죽이는데도 그냥 지켜만 봤는데. 그 하나만 봐도 그의 삶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내가 볼 때 셋 중에 네가 제일 악질이다.” 검무극이 망설이지 않고 주먹을 내질렀다. 퍼어억! 꽈직! 이엄은 가슴이 박살 나서 절명했다. 쿠르르릉! 주먹에서 들린 천둥소리에 그곳에 있던 모두는 깜짝 놀랐다. 마치 하늘에서 벌을 내린 것 같았다. 검무극이 명령을 계속했다. “풍수산장은 해체하고, 거기서 나온 돈은 이번에 죽은 이들의 가족에게 모두 나눠주도록!” “알겠습니다.” 희생된 이들의 가족을 위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꼭 그렇게 처리해야 하는 이유도 있었다. “호남제일표국이 정파쪽 문파지?” “네, 그렇습니다.” 지역마다 천마신교의 세가 강한 곳이 있고, 무림맹이나 사도맹의 세가 강한 곳이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본단에서 가까운 지역일수록 세력이 강하고 멀수록 약해진다. 호남성은 천마신교의 위세가 강한 곳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곳의 모든 문파가 마교를 따르고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을 뿐 정파나 사파를 따르는 문파도 많았다. 이곳 호남성에도 엄연히 무림맹의 지단과 지부들이 있고, 사도맹도 마찬가지다. “오해 없도록 무림맹에 기별하고. 여소광은 우리가 자체적으로 처리한다고 전하게.” 무림맹과 교류를 많이 하는 통천각이었으니, 알아서 잘 처리할 것이다. “당분간 이 마을은 특별히 관리하도록. 내 호위의 모친께서 살고 계신 곳이니까.” 적연은 옆에서 검무극의 거침없으면서도 꼼꼼한 일 처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소교주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일 처리를 끝낸 검무극은 객방에서 쉬면서 기다리고 있던 화순에게로 갔다. “다 끝났습니다. 이만 돌아가시죠. 어머니가 해주시는 밥을 먹고 싶습니다.” 그 말에 화순은 안도했다. 검무극의 밝은 표정에서 일이 잘 해결되었음을 느낀 것이다. 마지막까지 조마조마했던 심장이 이제야 가라앉았다. “해드려야죠, 당연히 해드려야죠.” “말씀 좀 편하게 하시라니까요.” “그럴 수는 없지요. 이게 편합니다, 공자님.” 밖으로 나올 때도 호위 무인들은 화순을 보호하는 대열로 나왔다. 그렇게 마차에 도착했을 때 검무극이 삼호와 화순에게 말했다. “마차엔 두 분만 타십시오.” 화순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오랜만에 아드님과 오붓하게 이야기 좀 나누시라고요. 자, 타세요. 출발합니다.” 검무극이 마부석에 올랐다. 삼호가 안 된다고 했지만 ‘명령이야’라는 한마디 말로 해결했다. 화순과 삼호를 태운 마차가 마을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얼마나 달렸을까? 마차의 객실에서 화순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출교하고 들은 소리 중에서 제일 기분 좋은 소리였다. 검무극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워낙 어릴 때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날이면 어머니가 그리워지기도 한다. ‘어머니, 아들들 안 싸우고 잘살고 있습니다.’ 형과 피를 흘리지 않았던 후계싸움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위한 마음이기도 했다. 마차가 화순의 객잔에 도착했다. 마차에서 내린 화순은 자신의 객잔을 보자 비로소 무사히 돌아왔다는 실감이 들었다. 검무극은 마치 아들처럼 그녀를 친근하게 대했다. “어머니, 저희 배고픕니다!” 화순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검무극과 호위 무인들은 오랜만에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집밥을 먹을 수 있었다. 그녀의 요리는 정말 맛있었다. 화순은 아들이 동료들과 함께 밥을 먹고 있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 모습 위로 어려서 동네 친구들과 집에 몰려와서 밥을 먹던 모습이 겹쳤다. ‘언제 이렇게 커서.’ 그 꼬맹이였던 아들은 어느새 장정이 되어 동료들과 함께 밥을 먹고 있다. 그녀의 마음이 뿌듯해지며 감격스러웠다. 밥 한 그릇을 깨끗이 비운 검무극이 그녀에게 말했다. “본교에 모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