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eturn of the Iron-blood Sword Hound RAW novel - Chapter 499
4
Der Vogel kämpft sich aus dem Ei.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Das Ei ist die Welt.
-알은 새의 세계이다.
Wer geboren werden will, muß eine Welt zerstören.
-누구든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Der Vogel fliegt zu Gott.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Der Gott heißt……
-그 신의 이름은……
* * *
“사, 산쵸! 너 살아 있었냐!?”
“튜더! 나의 벗이여! 자네는 어떻게!?”
튜더와 산쵸가 서로를 바라보며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는다.
한참을 얼빠진 표정으로 마주보고 서 있던 둘은 이내 뜨거운 사나이 간의 포옹을 나누었다.
“나는 네가 죽은 줄로만 알았어!”
“나도!”
둘은 서로를 얼싸안은 채 펑펑 울고 있었다.
그리고.
“저기. 우정도 좋은데. 사랑도 조금은 챙겨 줄래?”
그런 튜더의 뒤에 서 있는 비앙카의 이마에는 핏줄이 돋아나 있었다.
“비앙카! 나의 둘시네!”
“뭐야, 둘시네가 어떤 년이야?”
“그, 그냥 관용적 표현인데…….”
튜더와 비앙카는 재회하자마자 아옹다옹 다투기 시작했다.
그때.
“끄응…… 여기는?”
되살아난 수많은 병사들 사이에서 한 명의 남자가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튜더, 산쵸, 비앙카는 그 남자의 얼굴을 한 눈에 알아보았다.
“2황자님!?”
* * *
여기에 한 노인이 있다.
차가운 눈매, 고집 세 보이는 콧날, 인정머리 없어 보이는 입매, 무거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콧수염.
이 냉혹한 인상을 풍기고 있는 노인은 지금.
“흐어어어엉!”
울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펑펑.
“록사나! 페넬로페!”
바스커빌가의 가주 휴고 레 바스커빌은 아내와 딸을 끌어안은 채 온몸의 수분들을 죄다 눈으로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록사나와 페넬로페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본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났지?”
하지만 지금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포메리안! 우리 아가!”
페넬로페는 예닐곱 살이나 되었을 법한 작은 소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눈만 끔뻑거리는 포메리안을 향해, 휴고가 눈물범벅인 얼굴을 확 들이민다.
“가주! 오늘부터 네가 바스커빌가의 가주다! 이 할애비가 뭐든 다 해 주마!”
“우앵- 콧수염 시러!”
“콧수염이 싫으냐!?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내 칼을 가져와라! 아니 됐다! 손으로 잡아 뜯어 버리면 돼!”
휴고는 아내와 딸, 손녀를 끌어안은 채 그렇게 한동안 더 펑펑 울고 있었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 보는 아버지의 모습에 장남 오시리스는 다소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가. 아버지도 결국 사람이었는가.”
그는 옅게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동생인 세트가 서 있었다.
“형님.”
“그래, 아우야.”
“무어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악마에게 몸을 빼앗기는 바람에…….”
“다 안다. 더 이상 말하지 말거라. 모든 이들이 되살아났다면 그것으로 족한 일. 너는 죄가 없다.”
“형님…….”
세트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윽고, 세트의 어깨를 다독여 준 오시리스는 고개를 돌렸다.
난간 너머의 종탑에 낯익은 얼굴이 보인다.
씬디웬디.
그녀가 흔들리는 시선으로 오시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확-
이윽고, 씬디웬디는 몸을 돌려 계단 아래로 사라졌고.
…타탁!
오시리스는 그런 씬디웬디를 따라 뛰었다.
* * *
약간의 시간이 더 흘렀다.
사돈 가문이 된 모르그 가문과 바스커빌 가문은 친선 대련회를 열었다.
8살짜리 소년 소녀들이 툭탁툭탁 싸우고 있는 사이를 교관들이 거닐고 있었다.
“서로를 심하게 다치게 하면 패배로 간주합니다. 이 점을 명심하십시오!”
“허허허- 언제나 열심히시군요.”
교관 파블로프 반 바스커빌이 외쳤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있는 베리모어 집사가 너털웃음을 짓는다.
둘은 한가롭게 웃으며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집사장님도 실력이 상당하시다고 들었습니다. 엄청난 숫자의 악마를 베셨다고요.”
“암만요. 바스커빌가를 평생 모셔 왔는걸요. 어렸을 때에는 가주님과 치고받고 싸웠던 적도 있었답니다.”
“하하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가주님께서도 나이를 드시고 많이 온화해지셨습니다. 옛날 모습이 상상이 안 갈 정도로요.”
“그러게 말입니다. 세월이 참 무상하군요.”
바로 그때.
…콰쾅!
연무장에서 들려온 폭음이 둘의 대화를 끊어 놓았다.
“오늘에야 말로 결판을 내자!”
“아주 박살을 내 주맛!”
바스커빌가의 하이브로, 그리고 모르그가의 하이시스가 서로 맹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결판을 내자!”
“너는 형 말을 따라하는 것밖에 못 하냐! 이 바보야!”
둘의 칼과 마법이 팽팽하게 맞부딪치는 옆으로는 동생인 미들브로와 미들시스 역시도 팽팽한 호각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하이브로, 미들브로, 로우브로.
하이시스, 미들시스, 로우시스.
바스커빌가의 세쌍둥이와 모르그가의 세자매는 서로 맹렬하게 힘을 뿜어낸다.
콰콰콰콰콰콰쾅!
전쟁을 함께 이겨 냈고 같은 전장에서 동시에 되살아났다는 공통점 때문일까?
그들의 라이벌 의식은 오늘도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물론.
“형들은 바보라서 그런가 지치지도 않나 봐.”
“언니들도 차암~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두 손을 꼭 붙잡고 있는 로우브로와 로우시스를 보고 있노라면 마냥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았지만.
바스커빌과 모르그, 이 한 쌍의 선남선녀가 서로를 꼭 끌어안고 있는 발치로 신문 한 장이 바람에 나부끼며 날아간다.
[호외] 사드 후작, 666번째 탈옥 실패!?-어젯밤 오후, 최악의 교도소라 불리는 ‘누벨바그’에서 또 한 차례의 탈옥 사건이……
-탈옥 소동의 주범은 이번에도 ‘사드 후작’이며……
-그의 손녀인 ‘사디’ 교수는 간수로 위장하여 조부의 구출을 시도했으나……
-때마침 자리에 위치해 있던 ‘수와레 중장’과 ‘이자벨라’ 백작의 합공에 의해 저지……
-간수로 위장한 사디 교수를 발견한 1등 공로자는 ‘키르코 대령’으로 알려져 화제……
-그녀는 평소 깐깐하고 엄격한 행실로 이름 높았던 간수 중의 간수, 엘리트 중의 엘리트로……
-한편 사디 교수는 도주한 뒤 행적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 * *
그리고 바스커빌 가문과 모르그 가문이 사돈의 인연을 맺은 시점으로부터 얼마 전.
“…….”
‘완전소생의 그날’로부터 새로운 목숨을 얻은 또 한 사람이 있었다.
무명소졸(無名小卒).
별달리 이름이 알려져 있지도 않은.
차라리 ‘바스커빌’이라는 성이 더 유명한 한 퇴역군인 하나가 광장 분수대에 홀로 앉아 있었다.
“…….”
그는 한동안 가만히 광장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퇴역 이후,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좋을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때.
“꽃 사세요- 싱싱한 꽃이에요-”
분수대 옆을 한 소녀가 지나간다.
그때.
“……!”
소녀는 문득 분수대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멍한 표정의 남자에게 다가가 손에 든 꽃을 건넸다.
희고 깨끗한 백합이었다.
남자는 꽃을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돈이 없다만.”
“그냥 드리는 거예요.”
소녀는 남자에게 꽃을 주었다.
“왜 나에게 이것을 주지?”
“그냥요.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아서요.”
소녀는 생긋 웃었다.
그리고 남자에게 물었다.
“제 이름은 ‘님펫’이에요. 아저씨는요?”
“……비키르.”
남자가 이름을 밝히자 소녀는 해맑게 미소 지었다.
“이 세상을 지켜 주셔서 고맙습니다. 군인 아저씨.”
이윽고. 소녀가 떠난 뒤 남자는 손에 꽃을 든 채 광장에 홀로 남았다.
한동안 가만히 꽃을 들여다보던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꽃집이나 해 볼까.”
그때.
“여기에 있었네.”
뒤에서 낯선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붉은 후드를 깊게 눌러쓴 여자 한 명이 남자를 찾아왔다.
남자는 여자를 처음 본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여자는 얼굴을 가리고 있었던 후드를 살짝 걷었다.
“……!”
그러자 비로소 남자의 표정에 놀람이 어린다.
“전쟁영웅 측천무후님을 뵙습니다.”
“아, 됐어. 인사는 필요 없고.”
여자는 성큼성큼 걸어오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보폭이 좁아졌다.
그녀는 약간은 어색하고 서툰, 어딘가 수줍음이 느껴지는 걸음걸이로 분수대의 난간에 기대어 섰다.
남자의 바로 옆자리였다.
“……까뮤 님께서 여기는 어쩐 일로?”
“존칭은 생략해. 동갑이잖아.”
“저와 동갑이셨습니까? 몰랐습니다.”
남자의 말에 여자는 피식 웃었다.
이윽고, 그녀는 빤한 시선으로 남자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남의 남편한테 눈독들이지 마라.’
‘나는 너고 너는 나라며?’
‘아, 이건 아닌가 보지!’
귓전에 쨍쨍 울리는 목소리가 있었다.
그녀는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나는 너, 너는 나지만……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라 이건가.”
“?”
남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여자를 바라본다.
여자는 잠시 무언가를 고민하던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꽃.”
“??”
“나 주면 안 돼?”
“???”
남자는 약간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그냥. 당신에 대해 좀 알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저쪽은 저쪽.
이쪽은 이쪽의 일이었다.
* * *
“이야. 모든 게 다 잘 풀렸구만.”
“그러게 말이다.”
까뮤가 손뼉을 치며 하는 말에 비키르는 피식 웃었다.
악마의 농간에 휘말려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 모두가 다시 살아났다.
까뮤가 술식의 정도를 미세한 단위까지 조절해 두었기에 악인, 혹은 악마와 전혀 상관없이 죽은 이들은 되살아나지 않았다.
한편.
“이쪽 세계의 나도 되살아났으려나? 붉은 죽음 역시도 악마의 농간이었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이쪽 세계의 원래 비키르 님도 참 멋지시네요. 완숙미가 느껴지는 미중년이랄까…….”
“헤에- 형아 어렸을 적에 꽃꽂이 같은 것을 좋아했다더니. 싸움이 없는 세상에서는 플라워 아티스트를 목표로 하는구나.”
“이쪽 세계의 누벨바그 역시도 복구되었구나. 신문을 보니까 이쪽의 나도 건재한 모양이네. 기뻐.”
원래 세계에서 이쪽 세계로 넘어온 아이옌, 돌로레스, 싱클레어, 키르코는 지금도 수다에 여념이 없었다.
이쪽 세계의 모두도, 저쪽 세계의 모두도 전부 되살아났다.
하지만 세계선을 넘어온 이쪽의 6인은 더 이상 자신들의 운명에 간섭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이제 우리는 우리들이 살아갈 계획을 짜야지.”
“이쪽 세상에 적응해 봐야지.”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별달리 어려운 점은 없을 것 같네.”
“돈만 있으면 어디든 눌러살 수 있어!”
“너희들은 참 속 편한 녀석들이로군. 마음에 들어.”
하지만.
“…….”
유독 비키르만은 아직도 풀리지 않는 고민거리를 끌어안고 있었다.
[……그렇군. 이정표(里程標)인가. 내 역할은 이것이었는가.] [이곳을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너희는 원하는 것을 얻게 될 것이다.] [하지만 원하는 것을 얻고 난 다음에도, 너희들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그’가 원하는 바이니까.]그날 바알이 했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또한.
‘그리고 삶의 마지막 순간이 오거든 이 장소로 와라.’
마도의 심연이 가진 신비로움 탓일까?
바알의 머릿속에서 일순간 전달되어 온 그 목소리는 대체?
“…….”
비키르는 손가락으로 턱을 쓸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째서인지 바로 생각나는 장소가 있었다.
“……칼침의 무덤.”
비키르는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목소리를 내 버렸다.
그러자 .
“뭐? 칼침의 무덤? 거기가 어디야?”
“되살아난 병사에게 들은 적 있다. 악마들이 의문의 몰살을 당했던 곳이라고.”
“유우니 소금사막 쪽에 있다지요? 한데 그건 왜…….”
“뭐야? 갑자기 느낌이 쎄한데. 형아 또 훌쩍 떠나 버리려는 것은 아니겠지?”
“충분히 가능성 있지. 저 남자라면.”
수다에 여념이 없던 다섯 여자가 비키르의 중얼거림을 들어 버렸다.
까뮤, 아이옌, 돌로레스, 싱클레어, 키르코는 조용히 비키르의 상태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
“…….”
“…….”
“…….”
“…….”
그리고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는 비키르는 혼자서 조용히 중얼거린다.
“아무래도 그곳을 지키고 있는 기인(奇人)을 다시 한번 만나 봐야겠군.”
머릿속에 오래 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언젠가 다시 보게 될 게다.’
두 주먹이 절로 쥐어진다.
…꽈악!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호승심이었다.